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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투수는 언제나 성장기.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새글

조자남
작품등록일 :
2024.02.28 15:12
최근연재일 :
2024.06.0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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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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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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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내 탓이 아니오, 네 탓이요. +

DUMMY

오랜만에 온 주원중 야구부 훈련장.

불과 1년 전 자신은 이곳에서 꿈을 키웠었다.

사건이 터진 이후 첫 방문이지만 성태는 마치 몇 년 만에 이곳에 들른 것처럼 생소했다.

탈의실도 야구부실도 타격 훈련장 그리고 불펜까지 그대로였지만 과거에는 자신이 이곳에 속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불청객인 성태의 방문에 후배들은 불편함을 느꼈고 변현제를 제외하곤 그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성태 오랜만, 왜 왔어?”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는 현제에게 어깨를 으쓱이며 지나쳤다.


“쌩까냐?”

“우리가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


자신 앞에서 빌빌거렸던 성태였기에 변한 모습에 당혹스러운 현제.

하지만 그는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내 불펜에서 공을 던지던 정일이 성태와 현제를 발견하곤 다가왔다.


“왔네, 야구는 계속하고 싶었나 보지?”

“됐고 그 감독은 언제 와?”

“이제 오실 때 됐어 들어봤을 거야 서울동고 야구부 감독님, 알지?”


서울동고는 전국에서 프로선수 배출로는 탑 5안에 드는 명문 고등학교였다.

하지만 이미 일본으로 가기로 마음을 정한 성태에게는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빨리하고 빨리 갈게.”


성태의 말에 정일은 녀석의 삐짐이 오래간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그렇듯 자신이 쓰던 거라도 장비하나 던져주면 좋다고 방실거리며 웃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럼 먼저 몸이나 풀어 도와줄까?”


정일은 당연히 성태가 도움을 받을 거라 생각했다.

자신이 먼저 말해주면 언제나 좋다고 헤실헤실했으니까.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됐어, 아침 운동 끝내고 왔어, 간단하게 하면 돼.”

“그래? 그럼 준비하고 있어.”


정일이 조금 멀어지자 미래가 다리를 찢는 성태 옆으로 다가와 쭈그려 앉았다.


“올~ 됐어, 애췸 운동 끝내고 왔으.”

“아 좀! 하지 마!”

“해쥐 마~!”


성태가 미래의 얼굴을 밀어버리고 마무리 운동이 끝날 때쯤 은색 SUV 한대가 학교 운동장을 가로질러 왔다.

그 차에서 내린 건 엄마에게 ‘이미 결정된 사항이다. 여기서 따지지 말고 돌아가라’, ‘불만이 있다면 고소라도 하시던지.’라고 매정하게 말했던 함동주 감독이었다.

그리고 그는 서둘러 뒷좌석의 문을 열었고 거기엔 동고라고 적힌 유니폼을 입은 나이든 아저씨가 내렸다.

서울동고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훨씬 윗사람인 듯 함동주 감독이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


“선배님 여기로 가시면 됩니다.”

“으흠···.”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함 감독의 안내에 따라 입구 쪽으로 들어오는 동고 감독.

그는 선수들과 떨어져 혼자 몸을 풀고 있는 성태를 내려다본 뒤 흥미를 잃은 듯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함동주 감독은 성태를 보자 깜짝 놀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네가 여길 왜 와?”

“테스트 보러요.”

“뭐?”


감독이 뭐라고 한마디 하려고 했지만, 어느새 달려온 코치가 그의 비위를 맞췄다.


“오셨습니까?”

“쟤 여기 왜 있어?”


턱으로 성태를 가리키는 함 감독과 곤란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짓는 코치.

그는 함 감독의 귀에다 입을 대며 말했다.


“박영호 선수 있지 않습니까? 동고 감독을 여기로 초빙한 게 박영호 선수인데 오늘같이 테스트 보라고 했답니다.”

“뭐? 그 사람이 왜?”


코치가 머쓱한지 어깨를 으쓱거렸고 함 감독은 아무리 박영호 선수라도 자신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그걸 말로 표현하진 않았다.


“쯧.”


혀를 차며 코치에게 동고 감독을 보필하라 전한 뒤 박정일을 따로 불러 말을 나누기 시작했다.

잠깐 언성이 오갔지만, 성태는 그쪽에는 관심도 두지 않고 마무리 운동에 전력을 다했다.

그리고 잠시 뒤 후배가 성태에게 다가왔다.


“저, 선배님 감독님이 가장 먼저 테스트 볼 거냐고 물어보라는데요?”

“어 그렇게 할게.”

“네 알겠습니다.”


후배가 뛰어가 감독에게 성태의 말을 전했고 코웃음 치는 소리가 미래에게 까지 들렸다.

그리고 감독실로 들어간 주원중 감독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30분이 지나고서야 천천히 나오는 감독들.

이미 몸은 다 식어버렸지만, 그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고 그저 다시 후배를 전령으로 보내 통보했다.


“그··· 선배님 타자로 테스트 보러 오신 거죠?”

“아니 투수. 아니다, 타자도 상관없고.”

“네 알겠습니다!”


급하게 뛰어간 후배가 숨을 헐떡이며 감독에게 성태의 말을 전했다.

이번에도 후배가 뛰어오나 싶었지만, 이번엔 감독이 성태를 보며 손을 까딱 움직였고 성태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그쪽을 향해 걸어갔다.


“선배님 이 친구가 그 친구예요.”


동고의 감독이 성태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훑어봤다.

적대감을 나타내며 말끝을 흐리는 함 감독, 성태는 서울동고 감독에게 고개를 숙였다.


“몸은 괜찮네, 한번 보자고.”


성태가 마운드로 향했고 전에는 못 보던 포수가 성태에게 달려왔다.


“안녕하십니까. 그 선배님 뭐 뭐 던지십니까?”

“직구랑 커터 그리고 투심.”

“아 네 알겠습니다. 검지는 직구 손바닥은 커터 새끼랑 약지는 투심으로 할게요.”

“그래 잘 부탁해.”

“네에.”


자리로 돌아간 포수를 향해 연습구 몇 개를 던졌고 정일은 어느새 동고 감독 옆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쉬이익!!

퍽!


초구를 놓친 포수가 고개를 갸웃거렸고 3번을 더 던진 후에야 제대로 공을 받아 낼 수 있었다.


“믿고 쓰는 주원산도 이젠 옛말이네.”


포수가 공을 놓치는 걸 보던 동고 감독은 혀를 차며 말했고 함 감독은 쩔쩔맸다.


“몸이 덜 풀렸나? 야 은성아 그런 공을 놓치면 어떡해?”

“죄송합니다!”


은성이라는 포수가 인상을 구기며 마운드 위에 투수를 바라봤다.


‘공이 왜 이렇게 더러워?’


동고 감독은 팔짱을 낀 채 중얼거렸다.


“폼 자체는 깔끔하네···.”


포수가 준비가 끝났다고 사인을 보냈고 손을 내리며 시작하라는 함 감독.

성태는 오랜만에 밟아보는 마운드가 어색했지만 이내 미소를 짓고 공을 뿌렸다.

쉬이익!!!



***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준비를 하는 성태를 바라보는 눈들은 많았지만, 그중 가장 성태를 향해 적개심을 보내고 노려보는 사람은 단연코 변현제였다.

현제는 어렸을 때부터 천재라고 불렸다.

리틀 야구 시절에도 주변에서 모든 사람은 자신을 천재라고 치켜세워주었다.

리틀야구 감독은 회사원인 아버지를 직접 찾아와 현제는 야구를 위해 태어났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야구가 쉽다.

그게 현제가 느꼈던 야구에 대한 첫 느낌이었다.

공을 던지면 타자들은 치질 못했고 날아오는 공을 치는 건 마치 그렇게 정해져 있던 듯 쉬웠다.

그런 그가 진짜 천재를 만나게 됐을 때 느꼈던 감정이란 질투라기보단 동경이었다.

그가 만난 첫 번째 천재는 박정일이었다.

같은 초등학교에서 만난 그는 우선 키부터 타고난 야구선수였다.

모두가 땅꼬마이던 초등학교 시절 혼자서 170CM가 넘는 키를 가진 정일은 키만 큰 것이 아닌 실력 또한 뛰어났다.

그의 아버지가 현역 프로선수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그에게 동경을 품은 채 야구를 하던 중 전학을 간다는 소식에 그를 따라 주원초등학교로 전학을 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대기업이라지만 일반 회사원 가정에서 전학이란 조금 뜬금없었지만, 아버지는 언젠가 야구선수가 될 아들의 가능성을 믿고 지원해주었다.

매주 버스를 타고 레슨을 받으러 가는 건 힘든 여정이었지만 그는 그만큼 실력을 뽐내며 가능성을 보여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순조롭게 야구선수로 자라던 현제는 정일이가 어느 순간부터 자신과 멀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성태 공 잘 던지더라.”


정일이 그 누구에게도 칭찬하는 걸 본 적 없던 현제는 큰 당혹감에 휩싸였다.

자신이 홈런을 치던 메이저급 훌륭한 수비를 선보이던 정일은 그에게 박수만 보낼 뿐 칭찬을 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실수했을 때 하던 말은 그의 가슴팍에 비수로 날아와 꽂혔다.


“그렇게 쉬운 걸 놓치면 어떻게?”

“중요한 타석에서 해결해주지 못하는데 누가 널 믿겠어?”

“프로가 목표라고?”


언제나 비난을 달고 살았던 정일에게 나왔던 칭찬.

그리고 며칠 뒤 야구부에 들어온 성태까지.

그가 느꼈던 감정은 터질듯한 질투였다.



***



“쟤가 걔지? 학폭 했다는 놈. 실력은 좋았나?”

“아니요, 실력은 고만고만한데 뭐 저런 애를 보려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코치가 믹스커피를 들고 와 동고 감독에게 건넸고 뜨거운지 후하고 바람을 불 때 갑자기 터져 나오는 소리.

빠아악!!!


동고 감독은 하마터면 커피를 쏟을뻔했다.

손에 커피가 묻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곤 고개를 드는 감독.

그의 눈에 들어온 모습은 포수가 떨어진 공을 주우려 허둥대는 모습이었다.


“또 놓쳐?”


연습 투구 때도 몇 번 공을 놓친 적이 있었기에 믿고 쓰는 주원산도 옛말이라며 혀를 차는 동고 감독.

그리고 두 번째 공.

빠아악!!!


이번에는 놓치지 않고 잘 잡아낸 포수.

동고의 감독은 투구속도를 높이려고 조금 억지스럽게 던지지만 폼 자체는 부드럽다고 평가했다.


“음, 부드럽게 던지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던져진 3번째 공.

철컹!!


미트 상단을 맞고 공이 포수의 뒤쪽 철망을 강하게 때렸다.


“방금 공은 직구지? 몇키로야?”


동고 감독의 말에 스피드건을 들고 있던 코치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141KM요.”


그리고 코치의 말에 대답하는 건 동고 감독이 아닌 함동주 감독이었다.


“잘못 측정된 거 아니야?”

“다시 1구만 더 볼까요?”

“야! 1구만 더 던져봐 직구로.”


성태가 모자챙을 잡고 알겠다는 의사를 보냈으나 포수가 이에 반대했다.


“죄송한데, 못 잡겠습니다.”

“뭐? 인마!”


함동주 감독이 짜증을 내며 코치를 바라보자 코치 또한 당혹감을 표현했다.

그리고 시선을 돌리자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동고 감독.


“야야 누구 포수 좀 봐라.”


코치가 급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지만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감독의 눈치에 인상을 찌푸리며 장비를 착용하는 코치.

성태는 오히려 좋은지 자신감 있게 공을 뿌렸다.

쉬이이익!!

빠아악!!!


한가운데 꽂히는 직구.

그리고 정일이 들고 있던 스피드건에 찍힌 구속은 144KM.

동고 감독은 변화구는 볼 필요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타자 세워놓고도 그렇게 몸쪽으로 던질 수 있어?”

“해봐야 알죠.”


성태의 당돌한 말에 그가 외쳤다.


“여기서 빠따 제일 좋은 놈이 누구야?”

“정일입니다. 선배님.”

“정일아 너 한번 해볼래?”


정일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자리에서 일어나 배트를 들고 타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몇 번 허공에 배트를 휘두른 뒤 준비됐다는 사인을 보냈다.


“정일이 빠따도 한번 볼까?”


동고 감독의 말에 정일은 대꾸하지 않고 그저 목을 꺾을 뿐이었다.

마운드로 올라간 성태를 향해 코치가 몸쪽 직구를 요구했다.

하지만 고개를 젓는 성태.


“몸쪽 테스트 보는 거잖아? 변화구 던지려고?”


코치는 의아해하며 외쳤다.

성태는 말없이 오른팔을 들어 직구 그립을 보여줬다.


“한가운데로 던질게요.”

“뭐 인마?”


코치가 당황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동고 감독은 어이가 없어서인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 몸쪽 던지라니까 한가운데 직구 승부를 하겠다고? 자신 있어?”

“네, 뭐.”


한참 동안 웃던 동고 감독은 이번엔 조금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 있으면 해봐 만약 안타 맞으면 우리 학교로 올 생각은 하지 말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


몸쪽 승부를 하라는 반어법이었지만 성태는 전혀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정일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뭐하자는 거야?”

“한가운데로 던질 테니까 칠 테면 쳐보라고.”


성태의 말에 정일의 표정은 화난 모습이 아니었다.

그가 지은 표정은 비웃음.

마치 어린애가 어른에게 주먹을 휘두를 때 어른이 짓는 표정을 지었고 성태는 어깨를 으쓱한 채 투구판에 발을 갖다 붙였다.


“코치님,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주시죠.”


정일의 말에 코치는 투덜대며 자리를 잡았고 와인드업을 시작하는 성태.

쉬이익!!

따악!!!


한가운데 꽂힌 직구를 그대로 받아쳐 낸 정일.

동고 감독이 턱을 매만지며 공이 날아가는 방향을 바라봤다.

하지만 바람이 불어서인지 그리 멀리 뻗지 못하고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장타?”


함동주 감독이 동고 감독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바람이 부나? 그래도 이건 아웃이지 함 감독.”

“아, 그러네요.”


쉬이익!!!

따악!!


이번에도 역시 한가운데로 날아오는 직구를 그대로 받아치는 정일.

공이 나무배트 아래쪽에 맞으며 1루 쪽으로 향했다.


“흠···.”


동고 감독이 침음성을 흘렸다.


“이건 안타 같은데요. 그렇죠 감독님?”


함동주 감독의 말에 동고 감독은 대답하지 않았다.

1루수의 수비력이 좋았다면 아웃으로 처리될 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투아웃인가.’


어느새 동고 감독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태의 뒤로 향했고 성태는 불편한지 고개를 돌려 동고 감독을 쳐다봤다.


“...”

“나 없다고 생각하고 던져.”

“있는데 어떻게 없다고 생각합니까?”

“그럼 9회 말 투아웃 풀카운트라고 생각하고 던져 1구에 결정 나는 거야. 네가 맞으면 지는 거고 잡으면 이기는 거고.”


동고 감독의 말에 성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글러브를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성태의 손에서 빠져나온 공은 바람 가르는 소리를 내며 기분 좋게 포수의 미트를 향해 날아갔다.

부웅!!!

빠아악!!!


커다란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고 동고 감독이 뒤에서 성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됐어, 그만.”


동고 감독의 말에 성태는 고개만 돌린 뒤 말했다.


“마지막 한 개만 더 던져봐도 될까요?”

“볼 필요도 없어 합격이야.”

“그래도 한 개만요.”


성태의 말에 감독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 뒤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포수를 보고 있던 전 코치에게 글러브만 까딱 움직여 자세를 잡으라고 주문했다.

이미 크게 헛스윙해 얼굴이 벌게진 상태의 정일은 이번에야말로 치고 말겠다고 다짐하며 타석에 들어섰다.


“후우.”


숨을 깊게 내쉰 성태는 천천히 와인드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부웅!!!!

빠아악!!!


다시 한번 배트는 허공을 갈랐고 공은 정확하게 포수의 미트 안에 빨려 들어갔다.

크게 헛스윙한 정일이 배트를 집어 던지고 마운드로 향했다.


“야! 직구만 던진다며!”


하지만 화가 난 정일과는 정반대로 어깨를 으쓱하는 성태.


“그걸 믿냐?”


둘이 한바탕 싸움이 붙으려던 그때 뒤에 있던 동고의 감독이 다시 한번 성태의 어깨를 붙잡았다.


“방금 공 뭐야?”


동고 감독은 성태가 던진 공은 직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구처럼 날아가던 공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변화를 시작해 우타자 바깥쪽으로 휘어나갔다.

슬라이더보다는 변화가 적었지만, 확실히 횡 무브먼트가 눈에 보이는 강한 공.


“커터요.”

“커터? 네가 커터를 던져? 중3이?”


함 감독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초구를 던졌을 때도 그의 표정은 일그러져있었지만, 마지막 정일이 헛스윙한 공을 봤을 때는 숨도 쉬어지지 않았다.

성태가 표정 변화 없는 눈으로 정일을 보며 말했고 동고 감독은 입술로 혀를 핥았다.


“그렇게 됐네요. 어쩌다 보니.”

“너 나랑 야구 하자.”


동고 감독의 제안에 성태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싫어요.”

“뭐?”

“싫어요.”

“그럼 뭐하러 여기까지 테스트를 보러 온 거야?”


동고 감독은 어이없다는 눈으로 성태를 바라봤다.

하지만 성태의 눈동자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냥 보여주고 싶어서요.”


말을 마친 성태가 고개를 돌려 함 감독과 정일이를 번갈아 보며 작지만, 분명히 들릴 정도로 말했다.


“당신들의 좁디좁은 그물에 들어갈 사이즈가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어.”

“무슨 소리···.”


함 감독은 아직도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못했고 동고 감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태는 빠르게 마운드에서 내려와 미래를 향해 달려갔다.


“뭐라 했어? 뭐랬는데 저 사람들 표정이 저래?”

“물고기 크기 얘기했어.”

“그게 무슨 개소리야?”


말뜻을 설명하려 했지만, 그냥 한숨을 쉬고는 앞으로 걸어가는 성태.


“됐고 가자 오늘 점심 아주머니가 뭐해준대?”


뒤에서 들려오는 탄식과 경악을 뒤로 성태는 미래와 함께 앞으로 걸어갔다.

성태엄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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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불꽃놀이가 터져서 깜짝 놀라 삐끼약 소리를 냈다. (1)+ +1 24.03.28 453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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