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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그라토 서재

니그라토 시(詩)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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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그라토
작품등록일 :
2018.02.04 17:22
최근연재일 :
2021.11.18 15:08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8,758
추천수 :
113
글자수 :
31,226

작성
18.02.0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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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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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3쪽

악의 하인 - 2010

DUMMY

악의 하인





1.여검사


붉은 머리의 여검사는 사람들의 아우성을 들었네. 피붙이와 친구들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쓰레기처럼 버릴 수 있는 무수한 사람들의 죽음이, 한낱 치정을 둘러싼 전쟁에서 흩날리는 것을 보았다네. 계속되는 수탈로 벌거벗고 지내는 아이들이 끝내 굶주려 배만 나온 채 죽어가는 걸 보았다네. 탯줄도 안 끊긴 갓난아기를 노예시장에 내다파는 부모들의 원망 젖은 한탄과 가난에 대한 저주를 들었다네.



2.혁명


붉은 머리의 여검사는 칼을 들고 민중을 이끌었네. 한스러운 과거와 크나 큰 동정이 여검사의 동력이 되었다네. 오합지졸이 되어 버린 병사들을 무찌르고, 도망쳐 버린 가신들을 비웃었네. 모든 악의 근원인, 14세의 왕녀, 여검사를 눈앞에 두고 무례하다 말했다네. 여검사는 왕녀의 따귀를 올려붙이고 감옥에 가뒀다네.



3.반전


왕녀의 처형은 다음날 오후 3시. 음험한 복수심에 여검사, 감옥으로 들어갔네. 고문을 핑계 삼아 왕녀의 사타구니를 만졌다네. 순간 만져진 남자의 상징. 여검사는 당황했다네. 왕녀에게 쌍둥이 남자 시종이 있다는 작은 소문을 떠올렸네. 왕녀, 아니 14세 소년의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 왕녀에 대한 크나 큰 사랑으로 대신 죽겠다고 결심한 사내가 거기 있었네.



4.최후


다음날 오후 3시. 왕녀로 분장한 소년은 길로틴에 목을 늘이고 마지막 연기를 토해냈네. 오, 차 마실 시간이네. 사악하고 어리석은 왕녀의 이미지에 민중은 만족했네. 후드를 깊이 눌러쓴 진짜 왕녀, 속에서부터 이끌려 나오는 울음을 참았다네. 여검사, 소년의 죽음을 외면하고 뒤돌아서서 흐느꼈다네.



5.에필로그


왕녀는 태어날 때부터 지내던 궁전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났다네. 세상의 모든 것이 왕녀를 적으로 돌릴지라도, 왕녀가 자신의 애인을 죽이라고 명령했을지라도, 왕녀를 위해 대신 죽어 간 소년의 마음이 왕녀를 채웠다네. 왕녀, 어느 수도원에 정착해 한량없이 넓어진 마음으로 세상을 품으며 살아갔다네. 여검사는 나라를 유복하게 다스렸고 왕녀를 쫓지 않았다네.


========


일본에서 만든 보컬로이드의 노래 '악의 하인'에 필 받아서 끄적거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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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최종 악마의 시 2019 19.08.20 44 0 2쪽
61 일 잘 못 하면 지옥으로 간다 2019 19.07.30 42 0 2쪽
60 관창의 날 2019 19.06.11 55 0 1쪽
59 세상은 직관적이지 않다 2019 19.04.27 56 0 1쪽
58 갑질 올마이티 2019 19.04.09 49 0 1쪽
57 때때로 그 자는 보이며 2019 19.03.30 83 0 2쪽
56 불러도 대답 없을 신 2019 19.02.25 87 0 2쪽
55 김일곤을 위해서 2019 19.01.17 73 0 1쪽
54 종말과 말세의 시 2019 19.01.10 109 0 2쪽
53 실존 본질 폭력 2018 18.12.31 69 0 1쪽
52 부자는 스카이넷, 울트론 2018 18.12.13 87 1 2쪽
51 갑질러, 골룸, 블랙홀 2018 18.11.29 100 1 3쪽
50 악마부자의 운명 2018 18.09.14 92 1 1쪽
49 무한대의 부자 2018 18.05.27 89 1 2쪽
48 광주는 폭동인가 - 2018 18.04.24 127 1 2쪽
47 뮤뉴하렌의 깃발 아래 - 2018 18.04.16 119 1 1쪽
46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 2018 18.03.26 124 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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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태양왕 키루스 - 2017 18.02.10 127 2 1쪽
41 [제 글 패러디]닥치는대로 깨부숴야 한다 18.02.09 124 2 2쪽
40 자식을 짓는다는 것 - 2017 18.02.09 142 2 1쪽
39 엄마보다도 무생물이 편하다 - 2017 18.02.09 100 2 1쪽
38 김일곤 정남규 - 2017 18.02.09 113 2 1쪽
37 부자는 소꿉놀이한다. - 2017 18.02.09 122 2 2쪽
36 못 났으니까 도덕을 찾는다 - 2017 18.02.09 103 2 1쪽
35 나는 엄마의 간수 - 2017 18.02.08 105 2 1쪽
34 악이 바라는 것 - 2017 18.02.08 103 2 1쪽
33 부자를 인공지능이 닮으리라. - 2017 18.02.08 112 2 1쪽
32 [제 글 패러디]이중사고는 밑도 끝도 없다. 18.02.08 132 2 1쪽
31 부자오패스는 밑도 끝도 없다. - 2017 18.02.08 111 2 1쪽
30 키루스 대제 - 2017 18.02.08 155 2 2쪽
29 그는 모두를 죽였다. - 2017 18.02.07 107 2 2쪽
28 [제 글 패러디][하스스톤 패러디]하스판 자체가 쓰레기 18.02.07 108 2 1쪽
27 [제 글 패러디]닥치는대로 발라먹어버려야 한다 18.02.07 119 2 1쪽
26 [제 글 패러디][하스스톤 패러디]닥치는대로 처치해야 한다! 18.02.07 128 2 1쪽
25 닥치는대로 먹어버려야 한다! - 2015 18.02.07 115 2 1쪽
24 [제 글 패러디]커피아수랏자다람쥐 作 부자의 시 18.02.07 130 2 1쪽
23 노인들은 말하곤 한다 - 2016 18.02.07 139 2 1쪽
22 매일같이 희망없이 살아간다 - 2016 18.02.06 111 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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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 글 패러디]니그라토들로 가득한 세상 18.02.06 119 2 1쪽
19 이대로 가다가 인류 멸종이나 당하긋지 - 2016 18.02.06 110 2 1쪽
18 대우주 자체가 쓰레기 - 2016 18.02.05 130 2 1쪽
17 모든 것이 무(無)이고나 - 2016 18.02.05 120 2 1쪽
16 부자랏자 부붓자 신나는 노래 - 2016 18.02.05 330 3 1쪽
15 The one god - 2015 18.02.04 122 3 1쪽
14 특이점을 넘으면 인류는 - 2015 18.02.04 116 2 1쪽
13 존재하지 않던 별 18.02.04 121 3 1쪽
12 생명의 경전 18.02.04 134 3 1쪽
11 폭력배는 처벌받지 않는다. - 2013 18.02.04 116 3 1쪽
10 惡外無世 2차판 18.02.04 102 3 1쪽
9 까마귀 18.02.04 456 3 1쪽
» 악의 하인 - 2010 18.02.04 119 3 3쪽
7 천년영웅 징기스칸 18.02.04 120 3 1쪽
6 초존재 18.02.04 122 3 1쪽
5 만리장성 18.02.04 142 3 1쪽
4 오늘 18.02.04 279 3 1쪽
3 세계의 운명 18.02.04 177 4 1쪽
2 범족 이야기 18.02.04 179 3 2쪽
1 악외무세(惡外無世) +2 18.02.04 412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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