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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코코 님의 서재입니다.

온새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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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코코
작품등록일 :
2018.06.24 23:48
최근연재일 :
2018.07.22 00:54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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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0,739

작성
18.07.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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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8,, 악연

\여배우/




DUMMY

"그걸 믿으세요? 아니라니까요, 정말! 이거 미치겠네 ......!"

"이런 개자식들! 언제는 우리 가온이 못써서 안달복달 발광들이더니 ... 이제와서 ......! 믿을 인간들을 믿어야지 ... 나중에 돈싸들고 찾아와도 국물도 없을 줄 알라고! 개자식들아?"

종구는 계약 파기를 알리는 광고주의 전화를 받고 혼잣말로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그는 하루종일 가온의 기사를 막고 광고주들에게 손발이 닳도록 비느라 진을 다 빼고 있었다.

자신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반박하고도 남았을 상황이었음에도 가온이 아무말도 못한 것은 그것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종구 자신의 가온에 대한 감정을 가온이 모를 리가 없었고 그래서 그 때 그토록 독립을 부르짖었을 것이었다. 자신이 조금만 더 이성적이고 냉철한 사람이었다면 가온에게 몹쓸 마음을 갖지 않았을 텐데 ... 그랬다면 가온이 굳이 나가서 살 결심을 하지 않았을 테고 말이다.

종구는 울리는 전화를 받아들며 또 다시 고분고분 저자세가 되어 그들에게 비굴하게 사정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광고주인 모양이었다.

"혼인신고까지 했대, 글쎄!"

"그럼 결혼한 거나 마찬가지였잖아? 그런데 다른 남자랑 여행을 떠나? 팜므파탈이 따로 없네."

"나이도 어린 여자가 왜 그런 쪽으로 발달했대?"

"남자랑 자는 걸 천성적으로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들 하잖아? 그런 부류겠지!"

"남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색녀 말이지?"

"같이 작품했던 남자 배우들과도 다 잤다잖아, 글쎄?"

"그런데 박 소영 아들이라는 그 남자는 뭐가 아쉬워서 홍 가온과 결혼한다는 거야?"

"이불속에서 테크닉이 끝내주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너저분한 여자한테 매달리겠어?"

"남자들은 아무튼 ... 못말리는 짐승들이야!"

"짐승하고 놀아나는 홍 가온은 ... 그럼 뭐야?"

"그렇게 안봤는데 ... 똑똑하고 지적인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 정말 실망이다."

"똑똑하고 지적이라 침대속에서 더 잘할지도 모르잖아? 섹스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우리 남자친구가 그러더라구."

여기저기서 죄다 가온을 주전부리 군것질 삼아 또한 안주 삼아 씹어대느라 여념이 없었다. 여자들도 그러한데 거친 남자들 입에서는 오죽할까. 그들의 결론은 모조리 밤새 안고 뒹굴고 싶다는 말을 욕설과 음란패설을 곁들여 토해내고 있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이미 상상을 시작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세훈은 며칠째 자신의 아파트에 갇혀 기사들과 악플들을 읽으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보내고 있을 가온을 생각하니 매일매일이 지옥이고 일이 도통 손에 잡히지도 않았다. 오늘부터 새 작품의 대본 리딩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듣는 둥 마는 둥이었다. 게다가 부모님들은 맞선 볼 날짜를 잡아놓았다고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에다 대고 성화를 부리며 집으로 들어오기를 독촉했다.

오늘도 방송국에서 자야 할 것 같지만 세훈은 일찍 술자리를 빠져나올 계산을 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기필코 아파트로 가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감독님? 제 잔도 받으세요?"

이번에 같이 작품을 하는 신인 연기자인 정 소미가 술병을 들고 세훈 앞으로 와서 앉았다. 세훈은 빈 술잔을 손으로 막으며 냉정하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저는 여배우들의 술은 받지 않습니다. 대신 제가 부어 드리죠."

"어머 ......! 그렇게 안봤는데 우리 감독님 보기보다 엉큼하시다?"

소미는 술잔을 받으며 묘하게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의 귀에다 대고 속살거렸다.

"여배우들한테만 술을 먹여 취하게 한단 말이잖아요, 그렇죠? 그렇게 해서 몇 명을 쓰러뜨리셨어요? 네?"

"정 소미씨는 내일부터 대본 리딩에 안 나오셔도 됩니다. 오늘 부로 잘렸으니까요."

"뭐라구요?"

소미는 자리에서 일어서는 세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주변으로 고개를 돌렸다. 조연출 김 홍식이 소미에게 설명을 조곤조곤 해주었다.

"주 PD님은 회식이든 술자리든 여자들이 부어주는 술은 안 드셔. 연배가 있으신 선생님들은 예외지만 될 수 있으면 여자들 술은 안받는 분이시지. 그러니까 앞으로 조심해."

"나한테 잘렸다고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시던데 ... 어쩌죠?"

"주의를 주신 거니까 신경쓰지마. 그리고 나중에라도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알았지?"

"네에 ......."

소미는 홍식의 말을 들으면서 세훈이 나간 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바닥에도 저런 사람이 있구나 싶어 감동을 먹은 듯했다.

"자기, 뭐했어? 오늘은?"

"자기라는 말이 너무 자연스러우신데요, 감독님?"

"왜? 듣기 싫어? 하지말까?"

세훈은 세상 다정하게 가온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가온은 매일매일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악플과 호의적이지 못한 기사들을 읽어내느라 심신이 지저분해져 있었다. 그런데 세훈의 전화는 오늘도 잠깐일 테지만 공기청정기 노릇을 톡톡히 해주고 있었다.

"아뇨. 부르고 싶으신 대로 부르세요. 그게 뭐 힘든 일이라고?"

"그런데 왜 자기한테는 힘들까? 정말 결혼하고서도 그렇게 부를 거 아냐?"

"저는 좋은데 ... 그럼 뭐라고 불러 드릴까요?"

"으음 ... 내 사랑이란 말, 샌프란시스코에서 들었던 그 호칭이 제일 좋겠어. 해줘봐."

"지금요?"

가온은 흠짓하며 수줍게 웃었다.

"....... 감독님, 오늘도 방송국에서 주무실 거예요?"

"에휴 ....... 그게 그렇게 어려워서야 원! 사랑하는 사람한테 내 사랑 소리는 다들었다. 평생!"

세훈의 한숨소리를 듣고 가온은 킥킥거리며 통화를 마무리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그 때 여자 목소리가 세훈의 곁에서 들려왔다. 좀전에 세훈에게 훈계를 받은 신인 연기자 정 소미였다.

"감독님?"

"잠깐만?"

세훈은 가온을 전화기에 그대로 잡아둔 채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에요?"

"사과 드리고 싶어서요. 좀전에는 제가 잘 몰라서 감독님께 실수를 한 것 같아서 ... 앞으로는 조심할게요. 용서하세요."

"알았으니까 들어가봐요."

"다시 한번 더 사과 드릴게요. 정말 죄송해요, 감독님!"

"네에! 사과 받을 테니까 그만 들어가세요. 제가 지금 애인과 통화중이라서 말입니다."

"아아 ... 네에 ... 그러셨구나! 그럼 ......."

소미는 은근히 마음을 두고 있다가 애인이란 말에 실망한 얼굴로 일행들이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세훈은 사라지는 소미의 그림자까지 확인을 하고 나서야 다시 가온에게로 돌아왔다.

"자기야? 가온아?"

"여기 있어요. 바쁘신 것 같은데 그만 끊어요. 목소리 들었으니까 됐어요."

"싫어. 난 아직 안됐어."

"사람들이 기다려요. 그만 들어가세요. 감독님께서 자리를 너무 오래 비우면 안되잖아요. 끊을게요."

"자기야? 자기야?"

세훈은 끊어진 전화에 대고 공허하게 외쳤다.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마침 조연출 홍식이 나왔다. 세훈은 홍식을 불러 세웠다.

"홍식아? 나 먼저 가봐야 될 것 같아. 니가 뒷처리 좀 맡아라, 알았지?"

"무슨 일이신데요?"

"집안일이야!"

세훈은 멍하니 서서 지켜보고 있는 홍식에게 손을 내저으며 이미 달려가고 있었다.

가온은 세훈의 전화를 끊자마자 김 종구의 전화를 받았다.

"....... 그렇지만 별로 내키지가 않아요. 꼭 제가 그 자리에 가야만 계약이 유지된다는 것 자체가 뭔가 찜찜해요. 죄송해요, 대표님."

"아니다. 나는 그저 니가 너무 집에만 틀어박혀 있어서 ... 나와서 기분 전환이라도 하게 하려고. 그리고 기왕 한 계약, 하나라도 지키고 싶어서 해본 말이니까 신경쓰지 말고 쉬어."

"죄송해요. 대표님께서도 그만 들어가셔서 쉬세요. 그래도 대표님 마음 생각해서 한번 더 숙고해 볼게요. 제가 지금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잖아요."

"그래, 가온아. 꼭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내가 같이 갈 거니까 별 문제 없을 거다. 응?"

"네. 들어가세요."

가온은 종구의 마음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서라도 그의 뜻을 따라 줘야 할 것 같다. 그 말마따나 그가 따라갈 것인데 별 문제야 있겠는가. 가온은 베란다에 나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유일하게 바깥 공기를 맡을 수 있는 장소였다. 그리고 이 시간이면 이 장소에서 어둠도 만끽할 수 있다. 가온은 바깥을 내다보고 있다가 경악했다. 바로 아래에서 세훈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가온은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세훈은 부리나케 현관문을 통과해 들어왔다. 그리고는 베란다에서 마중 나온 가온을 끌어 안고 여기저기를 만지고 입을 맞추고 난리도 아니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무슨 일이에요, 감독님?"

한참 동안 가온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던 세훈은 대답 대신 가온의 입술을 깊숙이 삼켰다. 그리고 이내 가온을 안고 소파에 누웠다.

"보고 싶었어. 미치도록 보고 싶었어."

"미치진 않으셨네요?"

두 사람은 입술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오다가 가글하고 왔는데 술냄새 음식냄새 나지 않아?"

"냄새가 나도 좋아요. 감독님 냄새는 뭐든 다 좋아요, 저는."

"그건 냄새가 난다는 건데 ... 안되겠다, 좀 씻고 와야겠다. 예쁜 자기한테 냄새 다 배겠어."

세훈은 재빨리 몸을 일으켜 옷을 벗기 시작했다.

"같이 씻을까, 우리?"

"전 이미 씻었으니까 감독님만 씻으시면 돼요."

"눈치 없기는 ....... 욕실에서 자기랑 사랑을 나누고 싶어서 그런 것도 모르고."

"......."

세훈의 탈의를 피해 옆에 두었던 민법 교재를 펼치고 있던 가온은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추었다. 신선은 그대로 책장 안 수많은 잔 글자들 위에 멈춰둔 채 부끄럽고 민망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 결혼하면 해드릴게요."

"뭐라 그랬어?"

세훈은 뻔히 다 듣고도 거의 벌거벗은 몸으로 가온 앞으로 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못들었는데 ... 다시 한 번 말해봐."

"....... 결혼하면 해드린다구요."

"그럼 여기다 약속 도장 찍어줘."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가온에게 세훈은 너스레를 떨며 잎을 쭈욱 내밀었다.

"빨리 도장 찍으라구!"

"이럴 땐 감독님께선 ... 꼭 애기 같으세요."

"애기?"

"네. 애기."

"그래서 싫어? "

"아뇨. 싫은게 아니라 ... 그냥 좀 당황스럽고 민망해서 ......."

"그럼 ... 이건 어때?"

줄곧 누르고 있던 감정을 폭발시키듯 세훈은 가온을 소파에 쓰러뜨려 뜨겁게 그녀의 입술을 머금었다. 그리고는 거침없이 깊숙한 곳으로 파고 들었다. 세훈의 손길과 키스에 순응하던 가온은 그의 목을 끌어 안고 몰아치듯 그에게 열렬히 반응했다. 마치 오늘이 마지막이라도 되는 것처럼.

가온과 세훈은 식탁에 마주앉아 아침 식사를 하며 오늘 일과를 얘기하고 있었다.

"....... 그래서 오늘은 또 어떻게 보내려고? 드립다 또 책만 팔 거야?"

"아뇨. 오늘은 모처럼 꾸미고 바람도 좀 쐬고 ... 광고주와 미팅도 있어요."

"광고주와 미팅? 광고는 이미 다 파기된 거 아냐? 그런데 무슨 미팅이야? 대체 무슨 꿍꿍이 속이지?"

오랜만에 보는 가온의 생기넘치는 모습에 세훈은 마음이 아렸다. 마음껏 쏘다니기도 하고 활기차게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게 맞는데 쓰잘데기 없는 과거에 발목이 잡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있는 그녀였다. 수많은 견제와 시기를 받으면서도 담담하게 제 할일 하며 잘 이겨나온 그녀가 아닌가. 최후의 경우에 자신이 나서야 할지도 모르지만 이번에도 잘 견뎌내리라 믿을 수 밖에.

"조만간에 그렇게 되겠지만 아직은 아닌가 봐요."

가온은 끝장난 것처럼 말하는 세훈에 대한 섭섭함을 서툰 웃음으로 넘기고 있었다. 그가 악의없이 툭 건드린 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표님께서 그렇게 되기 전에 하나라도 잡자구요. 영화는 그냥 찍기로 결정났다니까 광고 하나만 잡고 그러면 크게 지장은 없다나 봐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 뭔가 계속 찜찜해. 아라 코즈매틱 홍보 이사가 대표 아들인데 소문이 더러워. 마약에도 손을 댄단 얘기도 있고. 물론 무혐의로 풀려나서 소문만 무성하지만 말야.

"괜찮을 거예요. 대표님께서 같이 가시니까. 게다가 밥 먹는 자리래요. 술 자리가 아니라."

"그렇긴 하지만 ... 장소가 어디랬지?"

"강남 미라보 레스토랑이요. 무리없는 장소죠? 지나친 걱정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으니까. 이제 제 얘긴 이쯤에서 접으시죠, 감독님?"

세훈은 천진하게 웃는 가온에게 억지로 웃어 주고는 있었지만 마음에 자꾸 걸리는 게 불안함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가온은 코디인 지은의 도움으로 과하지 않게 차려 입고 있었다.

"우리 가온이 아직 죽지 않았네. 뭘 입혀 놔도 고급지게 만드니 말야. 이 정도면 뭐 ... 지금 당장 화보 하나 찍어도 되겠다. 응?"

"언니 눈에나 그렇지 ... 아파트에만 갇혀 있으니까 왠지 10년도 더 늙어 버린 것 같아."

"아냐. 아직 생생하고 이쁘다."

지은은 가온의 얼굴을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위로했다.

"이렇게 이쁘니 미친 자식들이 탐을 내는 거고."

"......."

"미안. 하도 억장이 무너져서 그런다, 내가!"

"미안한 건 나지. 모든 게 나로부터 시작된 일이니까. 하지만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을 홍 가온이 아니란 거, 언니도 알지? 교수님, 선배님들께 두루두루 알아보고 있으니까 힘들어도 조금만 더 기다려 줘. 응?"

"나야 뭐 ... 대표님이 걱정이지 ....... "

지은의 얼굴에 수심이 스며들었다.

"라면만 드시고 전화기만 붙들고 여기저기 전화하고 전화 받고 ... 가온이 너 하나 살려 보겠다고 ... 내가 다 애처로워 못보겠다. 뭐가 다 자기 탓이고 자기 잘못인지 ... 입만 열면 그 소리다, 정말!"

"언니 ... 대표님 좋아하는구나? 그렇지?"

"티났니?"

"응. 많이! 그 눈빛을 알거든, 내가."

가온은 지은을 감싸 안으며 이번에는 자신이 다독였다. 자기가 세훈을 바라보는 눈빛을 가진 지은이 남 같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가온은 광고주 만나기로 결정하길 잘했다고 마음속으로나마 모처럼 스스로를 칭찬하고 있었다.

광고주를 만난다는 사실이 이렇게까지 떨릴 일은 아닌데, 가온은 새삼 떨리고 침이 말랐다. 깔끔한 유니폼을 차려 입은 차분한 직원에 의해 VIP룸으로 안내되어 가면서 손에 땀이 차올라 몇 번이고 쥐락펴락 했는지 모른다.

"잠깐만요."

가온은 문을 열려는 직원을 붙잡아두고 종구에게 살짝 눈으로 위로를 받은 다음 길게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나서야 문을 열라고 직원에게 고개짓 했다. 직원은 얕은 미소를 지으며 짧게 노크를 한 후 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김 대표님!"

아라 코즈매틱 홍보 이사 최 민욱은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두 사람을 맞았다. 종구가 민욱의 악수를 고개 숙여 받아들이고 있는 동안 가온은 정중하게 절을 올렸다. 종구의 손을 잡고도 가온에게 시선을 꽂아놓고 있던 민욱은 일행에게 고개를 돌리며 흡족하게 웃었다.

"자네 말보다 훨씬 더 요염한데? TV 화면과는 천지 차야!"

가온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민욱의 눈길이 돌아본 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대경한 가온은 저도 모르게 한 발자욱 물러섰다. 민욱의 손을 잡고 있던 종구는 뒤늦게야 가온의 핏기없는 창백한 얼굴을 발견하고 테이블 앞에 있는 인물에게 관심을 돌렸다. 가온이 기절 안한게 천만다행이었다. 테이블 앞에는 윤 한결이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두 사람을 향해 물잔을 들어보이고 있었다.

"자아 ... 앉아요."

민욱은 그 상황을 즐기는 관객처럼 자리로 되돌아갔다. 종구는 급히 가온을 돌아보았다. 넋을 놓고 있는 가온은 금방이라도 연기처럼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종구는 또 다시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을 누르며 가온의 손을 붙잡았다.

"일행이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저희는 이만 ......."

"앉으시죠!

민욱은 종구의 말을 냉정하게 자르고 인상을 쓰며 엄중하게 부탁했다. 그것은 명령과도 같은 무게였다. 하지만 이내 또 부드럽게 청했다.

"피차 ... 다 아시는 사이잖습니까! 이 친구가 하도 홍 가온씨를 만나게 해달라고 성화를 부려서 어쩔 수 없이 데려나온 겁니다. 앉으세요."

"내 전화는 도통 받질 않으니 연락이 되는 인맥이라도 동원을 해야 했어. 앉아, 홍 가온! 아니, 내 와이프!"

"정말 죄송합니다. 광고는 이사님 마음대로 하십시오. 저희는 ......."

"앉으라구!"

이번엔 한결이 종구의 말을 가로챘다. 그는 대놓고 명령을 하며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이대로 나가면 내일 아침엔 주 세훈이 너랑 같이 1면 기사를 장식하게 될 거야. 그럼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재밌지 않아, 홍 가온? 아니 여보?"

"미친 자식 ......!"

종구는 하얗게 질려 파르라니 떨고 있는 가온을 대신해 한결을 노려보며 욕을 내뱉았다.

"개자식 ......! 지옥에나 떨어져 버릴 자식!"

가온은 자신이 지옥으로 떨어져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는 것처럼 어지럽고 메스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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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사랑의 한계 18.07.16 58 0 20쪽
22 22,, 남은 자의 몫 18.07.14 69 0 17쪽
21 21,, 부정(아버지의 사랑) 18.07.13 55 0 18쪽
20 20,, 가족 18.07.12 64 0 17쪽
19 19,, 작별 18.07.11 69 0 18쪽
» 18,, 악연 18.07.10 62 0 18쪽
17 17,, 거짓은 거짓을 낳다 18.07.09 68 0 18쪽
16 16,, 터져버린 거짓 18.07.09 61 0 18쪽
15 15,, 파괴의 시작 18.07.07 70 0 17쪽
14 14,, 사랑이 무섭다 18.07.06 302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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