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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방의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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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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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 - 마무리, 그리고 새로운 시작

DUMMY

#025




경찰서에서 나올 때는 그저 의심이었다면, 박준영이 헐레벌떡 택시에 오르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거의 확신이었다.


물약이 담긴 캔은 여전히 차에 있었다.

혹시 몰라 버리지 않은 신중함에 찬사를 보내며 조용히 박준영의 뒤를 밟았다.


그리고 도착한 곳이 경기도의 어느 일식집.


딱 봐도 직장인이 올 만한 곳은 아니다.

일식집 문 앞에 서서 잠깐 머리를 굴렸다.


형사도, 재벌도 두려워하지 않던 태도.

강하윤에게 어떤 말을 듣더니 단번에 무너진 표정.

강원도를 벗어난 적도 없는 놈이 서울에 올라와서 헐레벌떡 만나러 가는 인물···.


“역시 뒷배밖에 없네.”


뒷배가 있다는 것을 달리 말하면 '사주한 사람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대체 왜?


인터넷에 거짓 글을 올려 사람들을 선동하고, 나를 대한민국에서 매장해버리고 싶을 만큼 원한이 깊은 인물이 있다고?


아니, 그런 게 있을 리가.


인간관계가 좁은 걸 떠나서, 그 정도로 원한 살 일이 있었다면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이건 원한에 의한 사주가 아니다.

바쁘게 굴러가던 머리가 멈췄다.


“원한이 아니면 돈 밖에 없잖아?”



< 25 >



“까불만했네?”


박준영이 나를 보더니 입을 뻐끔거렸다.

너무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안 나오는 모양이다.


“비켜.”


박준영을 옆으로 휙 치우고 방 앞에 섰다.

나이 지긋한 두 명은 모르는 얼굴이고, 다른 한 명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얼굴이었다.


미래 전자 사장, 강대현.

그는 미래 그룹의 후계자로 알려진 남자이기도 했다.


“사장님이 사주하신 겁니까?”

“젊은 친구가 무례하군.”


강대현의 옆에 앉아있던 노인이 눈을 찌푸렸다.

여기 끼어있는 것을 보면 미래 그룹에서 한 가닥 하는 양반인 듯했다.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방으로 성큼 다가갔다.


“대답을 들어야겠습니다. 정말 사장님이 그런 글을 올리라고 지시하신 겁니까?”

“나 아니야.”

“그게 아니면 박준영이 여길 왜···!”

“무슨 일입니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휙 돌렸다.

이번에는 웬 젊은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얇은 안경테 뒤로 보이는 눈매가 뱀처럼 차가우면서도 지적인 남자였다.


그가 나를 보더니 눈을 찌푸렸다.


“백현호 씨가 여길 어떻게 알고···.”

"이놈 따라왔습니다."


남자의 눈이 반사적으로 박준영을 향했다.

순간 섬뜩한 살기가 느껴졌고 박준영이 놀라서 남자의 눈을 피했다.


"···글쎄요, 저는 처음 보는 분이군요."


방금 죽일 듯이 노려보고도 우겨?

뻔뻔하기가 박준영보다 더 한 놈이다.


사내가 품에서 명함을 꺼냈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오늘은 우선 돌아가시고 내일 다시 연락 주십시오."


슬쩍 명함을 확인했다.

화랑 건설 대표···, 곽민준?

이름도, 얼굴도, 심지어 화랑 건설이라는 회사도 처음 들어본다.


"오해 같은 소리 하네. 그쪽한테는 볼일 없으니까···."

“씨발, 밥 맛 떨어지게.”


강대현이 대뜸 욕을 지껄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우물우물 씹고 있던 회를 식탁에 탁 뱉었다.


“뭐 이딴 식당을 예약해놨어?”

“죄송합니다, 사장님.”


곽민준이 정중히 허리를 굽혔다.

겉옷을 챙긴 강대현이 나를 흘끗 보더니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방송에 비치는 모습과 실제 모습이 너무 달라 인지 부조화가 올 지경이다.


완전 개망나니잖아?

나를 스쳐 지나가던 강대현이 대뜸 혀를 찼다.


“병신 같은 새끼.”


나보고 하는 말이 아니다.

거칠게 떨리는 곽민준의 눈동자만 봐도 욕설의 대상이 누구인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강대현이 그대로 식당을 나갔다.

따라 나가려는데 곽민준이 내 팔목을 잡았다.


“남은 얘기는 저랑 하시죠.”

“그쪽이랑 무슨 얘기를 해?”


곽민준의 팔을 휙 뿌리치고 나가려는데 놈의 힘이 더욱 세게 팔목을 틀어쥐었다.


곱상하게 생긴 것과 달리 힘이 장사다.

혹시 몰라 엄지손가락에 묻혀 놓았던 힘의 물약을 쪽 빨아먹었다.


혓바닥으로 얕은 달콤함이 퍼졌다.

갑자기 애처럼 손가락을 빨자 곽민준이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손가락은 왜 빨아요?”

“좋은 말로 할 때 놓으시죠.”


혹시나 해서 경고한 거였는데, 역시나 놓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


가볍게 손목을 비틀었다.

꽉 쥐고 있던 곽민준의 팔이 맥없이 풀렸다.

놈이 당황한 표정으로 손목을 바라봤고 그 틈에 얼른 몸을 돌렸다.


“나랑 얘기하자니까!”


곽민준이 이번엔 내 어깨를 덥석 잡았다.

짜증스럽게 곽민준의 팔을 치웠다.

딴에는 힘 조절을 한다고 했는데 곽민준의 몸이 우당탕 바닥을 굴렀다.


바닥을 구른 곽민준도, 바라보던 박준영도, 심지어 나조차도 당황해서 얼빠진 표정을 했다.


“아이고, 미안합니다. 그러게 놓으라니까.”


꾸벅 고개를 숙이고 급히 몸을 돌렸다.

밖으로 나가니 고급 세단에 올라타는 강대현의 뒷모습이 눈에 걸렸다.


“자, 잠깐만!”


똑똑-!


“저랑 얘기 좀 하자니까요?!”


강대현이 창문 밖의 나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운전 기사에게 출발하라는 손짓을 했다.


부웅-


세단이 신호도 없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깜짝 놀라서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하마터면 발등이 바퀴에 밟힐 뻔했다.


“저 새끼가···!”


식당에서 못 나가게 막았어야 했나?

잠깐 후회했지만, 역시 그건 아니다.

경찰도 아닌 주제에 강제로 막았더라면 폭력으로 몰려서 일이 복잡해졌을 수도 있다.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했다.


“저런 거물이 뒤를 봐주고 있을 줄 알았냐고···.”


머리를 쓸어 넘기며 핸드폰을 꺼냈다.

몇 번의 신호음 후에 강하윤이 전화를 받았다.


“예, 사장님. 잠깐 오셔야겠습니다.”


* * *


“백현호 씨, 흥신소 직원이었어요?”


뭔 소린가 싶어서 강하윤을 바라봤다.

강하윤이 불편한 표정으로 서 있는 곽민준과 덜덜 떠는 박준영을 바라봤다.


“사람을 너무 잘 찾길래.”

“···그냥 운이 좋았습니다.”


강하윤이 조용히 걸어가 곽민 앞에 섰다.


“오빠가···, 아니, 강대현 사장이 시키던가요? 백현호 씨랑 나랑 묶어서 매장해버리라고.”

“그러신 적 없습니다.”

“박준영이 여기 찾아온 이유는?”

“모릅니다.”


곽민준이 뻔뻔하게 답을 내놓았다.

화를 낼 줄 알았던 강하윤은 오히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박준영을 바라봤다.


“여긴 왜 왔어요?”

“그···, 그게···.”

“뒷감당이 두려워서 그러는 거라면 걱정하지 마요. 내가 보호해 줄 테니까.”


박준영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강하윤은 참을성 있게 대답을 기다렸다.

금붕어처럼 뻐끔거리기만 하던 박준영의 입이 열렸다.


“바···, 밥 먹으러 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물어보죠. 경찰 조사 끝나자마자 밥 먹으러 여기까지 온 게 맞아요?”


박준영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의미도 없는 거짓말이다.

박준영은 누가 봐도 거짓말하는 놈의 얼굴이었으며, 강하윤도 몰라서 물어보는 게 아니라 기회를 주고 있을 뿐이다.


곽민준이 담담하게 겉옷을 챙겼다.


“더 여쭤볼 게 없으시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강하윤은 나가는 곽민준을 잡지 않았다.

곽민준 나가자마자 박준영이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하, 한 번만 선처해주시면···.”

"태도가 많이 달라졌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경찰서에서 보여줬던 뻔뻔함은 어디에도 없었다.

믿고 있던 사람의 배신 때문인지, 박준영은 뱀 앞에 놓인 개구리가 되어 버렸다.


강하윤이 덜덜 떠는 박준영의 어깨를 두들겼다.


“박준영 씨는 인생 참 피곤해지겠다.”


식당 밖으로 나오자 강하윤이 가볍게 눈짓했다.

태워준다는 것 같은데 두 번씩이나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조용히 올라탔다.


최기현까지 조수석에 타자 세단이 부드럽게 출발했다.


창밖을 보던 강하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원한다면 박준영에게 청구할 손해배상 건은···, 없던 일로 할게요.”

“예? 왜요?”

“백현호 씨는 착한 사람이잖아요. 이번 사건의 제일 큰 피해자이기도 하고."


강하윤이 담담히 말을 이었다.


"거기다 이건 백현호 씨가 아니라 나를 노리고 저지른 짓이에요. 박준영도 돈을 받긴 했겠지만, 어떻게 보면 억울한···."

"억울하긴 개뿔이."


강하윤이 황당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이번엔 내가 무심히 창밖을 내다볼 차례였다.


“돈 받고 남의 인생 조지려 했던 놈입니다. 손해배상부터 명예 훼손까지, 때릴 수 있는 건 다 때려주세요. 선처는 절대 없습니다.”


강하윤이 픽 웃었다.

대답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차 속에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 강하윤과 달리,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피곤해 죽겠다.

집 가서 게임이나 하고 싶다.

진흙 덩어리 머리통 만지고 싶다.


그러다 문득 쇼핑몰에 생각이 닿았다.


“뉴스 나가면 쇼핑몰도 다시 잘 되겠죠?”

“아니요.”


강하윤이 단호하게 답했다.


“뮤지컬 배우 중에 로이 박이라고 알아요?”

“당연히 알죠. 무슨 논란 있었던 것 같은데.”

“거봐요.”

“네?”

“그 사람 성추행범으로 몰렸다가 작년에 무죄 판결 나왔잖아요. 그런데도 이미지 회복이 안 되는 거죠. 뮤지컬 하던 거 다 잘리고, 찾아주는 방송도 없고···.”


강하윤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지라는 게 참 중요하다니까요. 내가 괜히 시간 내서 서산까지 간 줄 알아요?”


하긴, 사장이 직접 오는 경우가 흔한 것도 아니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괜찮아요.”

“···뭐가?”

“까짓거 새 출발이라고 생각하죠, 뭐.”

“사람 참 단순하네.”


얼핏 타박하는 말처럼 들리기는 했지만, 강하윤은 미묘하게 웃고 있었다.


* * *


세상이 너무 빠르게 굴러가는 느낌이다.


국민 영웅이 된 것도, 타이틀을 반납하고 죽일 놈이 된 것도, 범인을 내 손으로 직접 잡아 설욕한 것도 모두 한순간의 꿈만 같았다.


작업실에 앉아 조용히 마우스 휠을 내렸다.

강하윤 측에서 손을 쓴 건지 아침부터 기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중이었다.


가장 위의 기사를 눌렀다.

기사 아래에는 벌써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려있었다.


“······.”


대부분이 그럴 줄 알았다느니, 세상이 미친 줄 알았다느니, 21세기에 웬 마녀사냥이냐느니 하는 댓글이었다.


이놈들 중에 절반은 악플 달던 놈이겠지.

이젠 이런 글을 봐도 별생각이 안 든다.


나도 모르게 들떠있긴 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영웅이라고 떠받들어주며 사진에 사인에, 연예인이 따로 없었으니까.


아무렇지도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인지도는 거품 같은 거고, 얻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훨씬 더 어렵다.


이제라도 알았으면 됐다.

앞으로는 주변 반응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쇼핑몰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쇼핑몰 홈페이지나···, 아니다.”


쇼핑몰에 들어가려다 인터넷을 껐다.


하루 정도는 푹 쉬기로 마음먹었기도 했고, 지금 들어가 봐야 할 수 있는 건 구매 후기를 보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평점은 그날 이후로 쭉 나락 행이었다.

백날 들여다본다고 달라질 건 없으니,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근데 뭐 하면서 쉬지?


고민하다가 결국 게임을 켰다.

취미라고 할만한 게 게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째깍째각-


모니터에 집중하며 마우스를 움직였다.

시끄럽게 굴던 둥둥도 무릎 위에서 잠든 참이었다.

오랜만에 즐기는, 오롯한 내 시간이었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하다 보니 어느덧 시계가 자정을 넘어가고 있었다.


뻐근한 팔을 쭉 펴며 하품을 했다.

정리하고 끄려다가 경매장을 눌렀다.

새로 올라온 제조법이 있나 확인하는데 낯설면서도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 탈진의 물약 (제조법) 】


"이건 또 무슨 물약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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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014 - 본방 사수 +12 24.07.28 9,372 219 12쪽
13 013 - 심청이들 +15 24.07.26 9,406 2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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