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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
작품등록일 :
2021.05.27 11:54
최근연재일 :
2021.06.22 23:58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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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수 :
17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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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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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8화. 국선 모요랑.

DUMMY

드라마 ‘꽃을 든 화랑’에서 박민재가 맡은 역은 가공의 화랑의 국선 ‘김지랑’이었다.

그가 숲에서 수하 낭도 10명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방금 장보고 장군이 보낸 진상품을 습격하려는 무리들이 있다는 첩보가 입수되었다.

가뭄으로 인해 역도가 늘어 수도 서라벌 근처까지 이 모양이다.

지원군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우리 11명이 그들을 막아야 한다.

각오는 되어 있나?”

낭도들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임전무퇴!”

박민재가 내민 손위에 낭도들의 손이 포개졌다.

화면 속에서 박민재가 입술을 굳게 깨물며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이때야!”

지영의 외침과 함께 찹찹찹 입맛을 다시던 은정이 TV로 돌격해 들어갔다.

쪽쪽쪽쪽쪽.


드라마 촬영 현장.

입술 기습을 당한 박민재와 낭도역 배우들이 얼어붙었다.

“아, 꿀맛이야.”

박민재와 입을 맞춘 5명의 여자들의 눈은 몽롱해졌다.

이어 박민재의 입술 향기가 남은 자신들의 입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컷. NG, NG.

쟤네 누구야!

너희들 놀고 있엇냐?

숲에 사람 있는 거 확인 안 했어!

쟤네 빨리 쫓아내!”

PD의 불호령이 떨어지는 가운데.

쪽쪽쪽쪽쪽.

박민재의 입술을 습격했던 5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는 환한 빛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그저 과거의 일일 뿐이었다.


***


현실의 어느 고급 주택.

박민재는 ‘꽃을 든 화랑’의 다음 촬영분 대사를 외우며 소파에 앉아 있었다.

“지파도!

화랑이었던 네가 어찌 우리 신라를 배신 할 수 있단 말이냐!

흠흠. 느낌이 안 살아.”

곁에서 대사와 연기 연습을 봐주던 매니저가 고개를 저었다.

“야, 민재야.

그 정도면 훌륭하고만.

그만해라.

목소리 실감 나지, 표정은 분노가 끓어오르고.

애국심이 철철 넘쳐흐른다.

그만하고 나도 좀 쉬자.”

하지만 박민재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형.

뭔가 부족해요.

이 상태로는 이후 연기가 엉망이 돼요.”

한숨을 내쉬는 매니저였다.

매니저는 완벽을 추구하는 박민재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고의 배우가 멋진 외모로만 탄생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아는 그였다.

그리고 그만한 노력이 있기에 3년간 최고의 남자 배우 타이틀을 거머쥔 박민재였다.

“그래. 다시 가보자.”

고개를 끄덕인 박민재가 다시 연기 연습을 하려는데.

화아악.

그의 눈에 연기같은 희미한 영상이 아른거렸다.

그리고 입술에 와닿는 묘한 느낌이 있었다.

깜짝 놀란 박민재가 주춤하며 물었다.

“형, 방금 이거 뭐죠?”

하지만 그를 지켜보던 매니저는 고개만 갸웃할 뿐이었다.

“뭐가?

아무 일도 없는데 혼자 놀라고선.

결국 너도 지친 거다.

좀 쉬자.”

박민재는 매니저를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 말할 수도 없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그 느낌이 실제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이렇게 그는 길었던 연기 연습을 끝마쳤다.


***


청와대.

대통령과 국정원장이 독대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보는 대형 모니터에 은정과 그 일행들이 가져왔던 유물 사진들이 떠올라 있었다.

대통령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져 갔다.

“이게 실제로 과거로 가서 가져온 거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각하.

이미 경매에도 출품돼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

잠시 화면에 집중하는 대통령이었다.

국정원장의 말은 이어졌다.

“여자들과 함께하는 저희 요원이 제안한 게 있습니다.”

화면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대통령은 고갯짓으로 말을 재촉했다.

“역사의 진실 확인입니다.”

봉명훈이 제안한 프로젝트였다.

그제야 대통령의 시선이 돌려졌다.

“역사의 진실 확인이라.”

“역사를 바로 잡는 것은 무엇보다.”

대통령의 중얼거림이 국정원장의 말을 끊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뮐쌔.

역사의 중요성은 나도 잘 알고 있소, 원장.

왜곡된 역사가 나무를 기울게 하고 결국 쓰러지게 한다는 것도.

이들을 활용한다면 밝혀지지 않은 역사를 알아내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겠군.”

“그렇습니다. 각하.”

“좋소. 원장.

청와대 특별 예산을 지원하지.”

하지만 국정원장은 요청한 예산지원을 받았음에도 얼굴이 펴지지 않았다.

대통령의 표정이 궁금증으로 가득 찼다.

“문제가 더 있소?

“국회 정보위원회 감사가 문제입니다.

분명히 왜 청와대에서 예산을 지원했는지 물을 겁니다.

용도까지 따질 겁니다.”

“국회 정보위 감사라.

정보위 위원들만 기밀 서류를 볼 텐데.

아직 꼬리를 잡지 못했소?”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의 감사를 받을 때마다 기밀 정보가 새는 것이다.

오랫동안 추적했는데도 아직 12명의 국회 정보위 위원 중 누구에게서 흘러나갔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국정원의 제약이 너무 심해서.

비밀을 필요한 프로젝트이니 차라리 이걸 숨기는 게.”

그동안 행해온 수많은 불법 도청, 불법 사찰 문제로 국정원 요원들은 행동에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었다.

그래서 국정원장이 차선책을 내놓았지만 대통령은 고개를 저었다.

“숨기는 건 답이 될 수 없소.

다음에 정권이 바뀐다면 또 문제가 될 거요.

최선을 다해 잡아내시오.

그리고.

법에 따라 본연의 업무를 하는 정보위 위원들에게 사실을 숨길 수는 없는 일이오.”

“알겠습니다. 각하.”


대통령 집무실을 나오는 국정원장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그래도 잡아내야겠지.

여우 두더지.”

몰래 간첩 행위를 하는 그 국회 정보위 위원을 국정원에서는 ‘여우 두더지’라 부르고 있었다.

정보위 위원 12명 중 한 명은 확실했다.

하지만 도대체 꼬리가 잡히지 않는 여우 두더지였다.


***


통일 신라의 수도 서라벌 인근 야산.

드라마 ‘꽃을 든 화랑’ 스토리와 유사한 장면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었다.

움푹 팬 지형에 모인 화랑 모요랑과 낭도 10명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방금 장보고 장군이 보낸 진상품을 습격하려는 무리들이 있다는 첩보가 입수되었다.

가뭄으로 인해 역도가 늘어 수도 서라벌 근처까지 이 모양이다.

지원군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우리 11명이 그들을 막아야 한다.

각오는 되어 있나?”

낭도들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임전무퇴!”

모요랑이 내민 손위에 낭도들의 손이 포개졌다.

이어 모요랑의 고개가 돌려지는 찰나.

쪽쪽쪽쪽쪽.

환한 빛과 함께 다섯 번의 입맞춤 소리가 들려왔다.

1남 5녀가 등장한 것이다.

지영이 하트가 그려지는 눈으로 두 손을 모았다.

“아아, 민재 오빠 만한 외모야.

화장도 끝내줘.

나, 심 봤다.”

미모까지 가꾸는 화랑과 낭도들은 얼굴 화장기술 또한 대단했다.

“친구야, 나도 심 봤다.”

모요랑은 바로 뒤로 훌쩍 뛰었다.

그는 입술에 묻은 오염 물질을 닦아내며 소리쳤다.

“누구냐?

감히 화랑 중의 화랑, 국선인 나를 이렇게 기습하다니.”

그 말에 은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화랑이 원래 국가대표 선수였어?

국선이래.”

지영이 자신의 가슴을 탕탕 쳤다.

“무식한 내 친구야.

국선은 국가대표 선수란 뜻이 아니고.

화랑 중에 최고 지도자거든.

그러니 화랑 중의 화랑이라는 거지.”

“이게.

뭐가 무식하다는 거야?

그러니까 화랑 국가대표라는 거 아냐!”

“그, 그런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모로 젖히는 지영이었다.

챙챙챙.

이제야 정신 차린 주위 낭도들이 검을 빼 들었다.

“감히 우리도 범접하지 못하는 모요랑 님의 입술을 탐하다니.

너희들의 죄를 알렸다!”

그때.

모요랑의 이름을 확인한 봉명훈이 재빨리 모요랑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국선 화랑 모요랑 님을 뵙습니다.

저희는 그동안 모요랑님을 먼 발치에서만 보아왔습니다.

모요랑님의 풍모에 반해 어떻게 도와 드릴까 궁리해왔습니다.

무술을 익히고 예를 익혀 모요랑님을 모시고자 하는 일행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모요랑이 눈을 살짝 찡그렸다.

“무술을 익히고 예를 익혔다라.

그래 너희는 어떤 무술을 익혔느냐?”

그 소리에 낭도들이 하나같이 소리쳤다.

“아니 되옵니다. 모요랑님.

이자들의 말을 믿을 수 없사옵니다.”

하지만 모요랑은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감히 나와 10합을 겨룰만한 인물이 있다면 너희의 말을 믿어주마.”


모요랑이 든 검에서 엄청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은정의 시선이 아랑에게 향했다.

“언니, 실력을 보여줘.”

일행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최아랑이 앞으로 나서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정말 강자야. 기대 돼.”

말을 마친 아랑의 눈에 열기가 피어올랐다.

마주한 모요랑도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감히 여자에게서 이런 기운이라니.

좋다.

선수를 양보하지.”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최아랑은 달려 나갔다.

챙챙.

손에 땀을 쥐는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아랑이 밀리는 것이었다.

일행의 낯빛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중국과 동남아 10개국의 무술까지 경험한 최아랑이 밀릴 줄은 상상도 못 한 것이다.

10합을 넘어서자 검을 힘차게 내리친 모요랑은 뒤로 훌쩍 물러섰다.

간신히 마지막 공격을 특수 장갑으로 막아낸 아랑도 뒤로 물러섰다.

단 10합을 겨루었을 뿐이지만 그녀는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녀의 이마로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검을 집어넣은 모요랑이 소리쳤다.

“약속대로 너희의 말을 믿겠다.

너희를 낭도 후보로 정하겠다.”

“모요랑님! 아니되옵니다.

이자들의 정체도 알 수 없습니다.”

낭도들이 반대의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은정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그들에게 대들었다.

“흥. 안 되긴 뭐가 안돼!

당신들 낭도들은 국선 화랑이신 모요랑님이 자신의 말을 어겨도 된단 말이야!”

“맞아, 맞아.

내 친구 말은 다 맞아.”

입이 자크로 채워지는 낭도들이었다.

모요랑이 한 발 나서며 진정시켰다.

“너희들이 나를 따르겠다니 이제 힘든 전투를 치러야 한다.

낭두 파릉은 들어라.”

10명 낭도의 우두머리인 파릉이 앞으로 나섰다.

“하명하십시오.

국선이시여.”

“이 일행 중 남자는 낭도 후보로 삼고, 여자들은 신분이 확인할 때까지 유화로 삼는다.”

“명을 받듭니다.”


대화를 듣던 은정이 넌지시 세령에게 물었다.

“언니, 유화가 뭐야?”

“응. 화랑에게도 딸린 여자가 있어.

화랑 조직 중에 우두머리의 처가 화주,

낭두라는 낭도 우두머리의 딸이 봉화,

서민 여자 중에 뛰어난 인물들이 유화야.

낭도의 보조라고나 할까.”

은정의 인상이 단박에 찡그려졌다.

“헐, 또 서민이야.”

“그러게.

또 그럴 순 없어.”

주먹을 불끈 쥔 지영이 번쩍 손을 들었다.

“저, 화주 되고 싶어요.

저와 결혼해 주세요, 모요랑님.”

그 소리에 묘한 눈으로 지영을 보는 화랑들이었다.

“하하하, 하하하.”

그리고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지영이 뭔일인가 고개를 돌려보는데 모요랑의 답변이 들려왔다.

“그대의 말은 들어줄 수 없군.

내겐 미래를 언약한 여인이 있다.”

그 말에 다섯 여자의 얼굴에 실망감이 감돌았다.

“이, 이럴 수가.

나의 우상에게 여자가 있다니.”

하지만 바로 주먹을 쥐며 의욕을 불태우는 은정이었다.

“골키퍼가 있다고 골을 못 넣으리.

내가 모요랑과 짝짝궁 하고 화주되고 만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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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 진짜 꽃을 든 화랑, 모요랑! 21.06.20 8 0 13쪽
30 29화. 딤채! 21.06.20 7 0 11쪽
» 28화. 국선 모요랑. 21.06.20 11 0 11쪽
28 27. 신라의 보물을 털자. 21.06.19 12 0 11쪽
27 26. 우리가 잘못했어! 21.06.18 14 0 12쪽
26 25. 네 죄를 네가 알렸다! 21.06.17 13 0 11쪽
25 24. 이건 뭐지? 21.06.16 18 1 12쪽
24 23화. ‘고려의 부활’ 세트. 21.06.11 12 0 11쪽
23 22. 대박이다. 21.06.10 18 0 12쪽
22 21. 봉 제비, 최우의 아들이 되다. 21.06.09 19 0 14쪽
21 20. 최우를 만나다. 21.06.08 20 1 12쪽
20 19화. 분신술을 익힌 중? 21.06.07 24 0 16쪽
19 18화. 납치된 봉 제비? 21.06.06 20 1 12쪽
18 17화. 한여름밤의 꿈. 21.06.05 22 0 11쪽
17 16화. 숨 막히는 가격 레이스! 21.06.04 19 0 13쪽
16 15화. 이건 얼마에요? 21.06.03 18 0 13쪽
15 14화. 여자였다니! 21.06.02 34 1 12쪽
14 13화. 조선 최강 꽃중년의 등장 21.06.02 16 1 12쪽
13 12화. 진싸울아비 최아랑. 21.06.01 15 0 12쪽
12 11화. 봉 제비의 굴욕 21.06.01 20 1 12쪽
11 10화. 남자는 하나, 여자는 셋. 21.05.31 25 0 11쪽
10 9화. 내 옆집 미남. 21.05.31 18 0 13쪽
9 8화. 조선에서 낙오하다. 21.05.30 29 0 14쪽
8 7화. 국정원 감시망을 뚫은 세 여자. 21.05.29 27 0 13쪽
7 6화. 정신과 의사, 박세령. 21.05.28 21 0 12쪽
6 5장. 구사일생의 귀환. 21.05.28 19 0 12쪽
5 4장. 아! 호박잎이여! 21.05.27 25 0 12쪽
4 3장. 물레방앗간의 귀신들 21.05.27 29 0 12쪽
3 2화. 탄생! 초강력 입술 탈취단! 21.05.27 3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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