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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
작품등록일 :
2021.05.27 11:54
최근연재일 :
2021.06.2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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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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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고려의 부활’ 세트.

DUMMY

국정원에 다시 불려온 진창만 박사는 다시 투덜대기 시작했다.

“이번엔 또 뭔가?

지난번에 희한한 술잔을 보여주더니.”

강창현은 머쓱해져 머리를 긁적였다.

“이번엔 서화를 좀 감정해 주시지요.”

강창현의 손짓에 뒤에 있던 봉명훈은 잘 접힌 그림 한 점을 꺼냈다.

최우가 직접 그린 청룡도였다.

테이블 위에 펼쳐진 그림을 보는 진 박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음. 대단한 그림이군.

태양을 품은 청룡이라.

이건 누구의 작품인가?”

음.

연신 신음을 뱉는 진 박사였다.

그는 결국 주머니에서 돋보기까지 꺼내들었다.

“한시도 적혀있군.

태양은 높이 떠 대지를 비추는데.

청룡 하나 날아올라 태양을 감싸네.

신령한 머리는 구름 위로 오르고

무자비한 꼬리는 대지를 휘젓누나.

그림과는 잘 맞는 시인 듯한대.

무슨 뜻일까?

관인이 진양후 최우라.”

그림을 살피며 중얼거리던 진 박사의 동작이 딱 멈춰졌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이럴 수는 없어.

그건 아닐 거야.”

그의 시선이 강창현과 봉명훈을 노려보았다.

“이제 그린 지 열흘도 안 된 작품이군.

누가 그린 것인가?”

봉명훈의 입이 무겁게 열렸다.

“신품 4현, 최우의 작품입니다.”

진 박사의 눈에 불길이 치솟았다.

“자네, 농담하나?

이건 겨우 열흘도 안 된 작품이야!”

하지만 소리쳤던 진 박사는 몸을 휘청였다.

“그랬었군, 그랬었어.

고려 무신 정권 진양후 최우의 낙인.

그리고 1600년대의 상감청자 그릇.”

그는 결국 뒤에 놓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늘졌던 그의 눈이 다시 불타올랐다.

“이제 진실을 말해주게나.

어떻게 시간을 거슬렀는지.”

결국 봉명훈은 진 박사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놔야 했다.

“그, 그렇다면 최우의 보물들이 현대로 넘어왔단 얘긴가?

어디?

어디 있나?”

다급히 소리치는 진박사였다.

봉명훈은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

그가 몰래 찍었던 사진들이 하나씩 넘어가기 시작했다.

“오오오. 역사서에서 추정만 하던 고려의 실상이라니.

엄, 엄청나군.

그리고 그 보물들.”

진 박사가 봉명훈에게서 폰을 빼앗았다.

그의 시선이 네 점의 청자 보물과 나전칠기 보석함, 신라의 왕관이 찍힌 사진에 고정되었다.

“이, 이게 최우가 선물한 거라고?

오오오.”

그의 불타는 시선이 다시 강창현과 봉명훈에게 향했다.

“전에도 말했지.

절대 저 국보들이 외국으로 넘어가면 안 된다고.”

봉명훈이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미 가져온 보물들이 경매소로 넘어가서 저희로서는.

저도 신분을 위장해 접근한 상태라 함께 경매에 맡겨야 했습니다.”

“무조건 구매해!”

“예상 낙찰가가 얼만지는 모르지만 저희 국정원 예산으로는 도저히.”

“문화재청 예산은 뒀다 뭐하나?

그런 거 구매하지 않고!”

화가나 빽 소리 지르는 진 박사였다.

결국 강창현은 다시 서진건 팀장에게 SOS를 날렸다.


문화재청장과 술자리를 갖는 서진건이었다.

“경매에 나온 국보 구매라.

내가 알기로 국보가 경매에 나온다는 소린 못 들었는데.

그런 일이 있다면 출품자나 거래자 모두 감옥에 갈 거요.”

서진건 팀장은 봉명훈이 찍어온 사진을 제시했다.

유심히 그걸 들여다보는 문화재청장이었다.

“음. 상감청자는 확실한데.

제작 연대가 오래 되진 않은 듯하고.

얼마나 되었소?”

서진건은 주저하다 입을 뗐다.

“한 50년쯤.”

그 소리에 문화재청장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서 팀장, 장난하오?

그것도 문화재라고 구매한다고 돈을 달라고?

한 200년쯤 후에나 다시 말해보시오.

그때도 내가 문화재청장 하고 있다면.

허, 나 참.

이제 국정원도 개그를 하는군.”

청와대에도 지원금을 요청하려던 서진건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


같은 시각.

세령 일행은 전에 들렀던 농가 창고에 모여 있었다.

잠시 후 전에 만났던 유물 사학과의 유태환 박사가 차를 몰아왔다.

“또 자네군.

이번엔 무슨 일로 날 불렀나?

지난번에는 내게 보물도 건네주지 않고. 헹.”

의자에 앉자마자 삐져버린 유 박사였다.

세령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왜 오셨어요?”

“흥, 감정할 거 있으면 말해.

거짓 하나도 안 보태고 감정가 말해 줄 테니.”

여전히 웃음을 머금은 채 세령은 말을 이었다.

“어제 한국경매소에 출품된 청자 5점 아세요?”

“뭐, 하루 만에 장안의 화제가 된 걸 내가 모를 리.”

말을 하던 유 박사의 눈이 커졌다.

“그, 그거도 설마 자네들?”

고개를 끄덕이는 세령을 보고는 유 박사의 눈이 커져 갔다.

“그거 어떻게 구한 건가?

시대도 맞지 않는 보물들을?”

이어 세령이 자세히 설명을 시작했다.

뒤에 선 은정, 지영, 아랑은 가끔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유 박사는 처음엔 호기심으로 듣더니 차츰 흥미를 잃는 듯했다.

“소설들 잘 쓰는군.

설마 자네.

내가 그 말을 믿으리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그 말에도 세령은 얼굴의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지영아, 사진.”

척.

지영이 폰을 꺼내 강화도에서 찍은 인증 사진을 들이밀었다.

그 중엔 짧은 동영상도 있었다.

“음, 음.

정말 실감 나는 영화 세트장이군.

음.

이런 드라마 세트장 꾸미려면 얼마나 돈이.”

하지만 산에서 찍은 드넓은 강화도 전경 사진을 보고는 말을 잃은 유 박사였다.

강화도 전역을 화려한 저택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눈이 커진 유박사는 떨리는 음성으로 세령을 보았다.

“그, 그 말 정말인가?

초능력으로 과거로 갔다는 게?”

세령은 생글생글 웃으며 유박사를 유혹했다.

“최우의 집 발굴해보지 않겠어요?

강화도 고려 왕궁하고.

수익은 반반.”

유박사의 고개는 세차게 끄덕이기 시작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에겐 고고학자로서의 명예를 회복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가 보는 유적 발굴 가능성은, 80% 이상이었다.


***


이튿날 오후.

3시가 가까워지자 다시 한국경매소 앞이 인산인해가 되었다.

“호호호. 이 선생님 또 만났네.”

“하하.

요즘 도 여사를 자주 뵙네요.”

미술관장 도 여사외 홍 회장의 대리인 이 선생이었다.

“흥. 그래서 싫으신가 보죠.”

“허허. 그럴 리가.

도여사.

우리 저녁때 근처 호텔에서 커피 한잔 어떻소?”

그제야 표정이 풀린 도 여사지만 새침하게 대꾸했다.

“흥, 커피만?”

화려한 원피스 연회복을 한 도 여사는 백에서 부채를 꺼내 들었다.

이어 팔락팔락 부채를 부치는 도 여사를 향해 이 선생이 생글 웃음을 지었다.

“내가 달빛 물드는 그대와 함께 밤새 이야기꽃을 피워드리리다.”

“호호호.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를 빗대 유혹을 하시네.

그래도 보물은 넘길 수 없어요.”

차갑게 말을 끊는 도 여사에게 이 선생은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하.

그거야 당연한 업무가 아니겠소?

내가 말한 건 업무가 아닌 개인사요.”

“호호호.

그러시구나.

그럼 저녁때 기대할게요.

이 선생님.

“어이쿠.

이거 너무 큰 기대하진 마시오, 도 여사.”

“기대에 못 미치면 삐질 거예요.”

두 사람은 애인인 듯 경쟁자인 듯 팔짱을 낀 채로 경매장으로 입장했다.

그 뒤를 세령이 회심의 미소를 지은 채 따르고 있었다.

세령의 뒤에는 변장한 서진건 팀장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드르륵.

진열대가 경매장 단상으로 올라왔다.

“오오오.”

쌍안경으로 진열대를 관찰한 경매 참가자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이번엔 무려 5점이었다.

네 개는 상감청자 작품이었다.

운학문 매병, 주전자, 등잔, 향로.

그리고 나전칠기 보석함이 하나 끼어 있었다.

사회자가 다시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했다.

“오오오.

여러분 상상이나 하셨습니까?

고려시대 상감청자 기술과 나전칠기 기술이 완벽히 복원된 다섯 가지 보물들을 보십시오.

그중에 운학문 매병은 국보 68호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문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도자기 예술의 정점이라 아니할 수 있습니다.

유일한 흠이라면 이 보물들이 탄소연대측정 결과 100년 이내의 작품뿐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에도 과거 상감청자 기술이 완벽히 유지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출품자께서는 이것들이 알려지지 않은 도요계의 거인, 번개거사 김오님의 작품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번개거사?”


“번개거사 김오래.”

웅성거림이 있었다.

세령이 네임드 도요 장인의 필요성을 내세우자 일행이 만들어낸 가공의 도요 장인이었다.

최우가 실제 제작자 김오 노인의 이름을 알려줬으니 거기에 번개거사 호칭을 덧씌운 것이다.


이번에는 일행이 얻은 각기 다른 물품들을 5개 세트로 경매에 붙였다.

세트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 노림수의 성공과 실패 여부는 이제부터 진행될 경매 레이스에 달려있었다.

사회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국보 68호와 동일한 운학문 매병과 세트 아이템들.

일명 ‘고려의 부활’ 세트아이템입니다.

이제 거대한 경매의 막이 오릅니다.

여러분, 리모컨을 누르시기 바랍니다!”

격앙된 사회자의 멘트에 10억부터 시작된 경매가가 가파른 상승선을 타기 시작했다.

박세령은 경매 참가 예치금을 4억이나 꼬라박은 상태였다.

이전 주상복합아파트 사태로 자금이 막혀 간신히 마련한 예치금이었다.

절대 져서는 안 되는 승부가 펼쳐지고 있었다.


“네, 다13, 250.

250억 나왔습니다.

더, 더 없습니까?

네, 나4번 255.

255억 나왔습니다.”

박세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국보 68호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운학문 매병 효과가 컸다.

연대는 짧아도 세트 효과까지 발휘되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인 서진건은 일찌감치 레이스를 포기했다.

경매를 지속할 국정원 예산이 없었다.

그는 기도하는 심정으로 상황을 살폈다.

이제 레이스는 4명이 주도하고 있었다.

이 선생, 도 여사, 중국인, 일본인.

모두 이전 술잔 경매에 참여했던 인물들이었다.

“네, 러 16번, 270.

270억 나왔습니다.”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중국인이 리모컨을 집어던졌다.

그걸 바라보는 일본인 참가자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전 경매에서 먼저 포기했던 복수를 완벽히 해냈다는 기쁨의 미소였다.

“더, 더, 없습니까?

없다면 카운트를 시작합니다.

10, 9,······.”

카운트다운을 하는 사회자를 보며 서진건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하지만.

사회자가 0을 외치기 직전.

주변 전광판 한 곳에 280이 찍혔다.

“네, 마 8번, 280.

280억 나왔습니다.

더, 더 없습니까?”

모두의 시선이 리모컨에서 손을 떼는 도 여사에게 쏠리고 있었다.

힘들다는 듯 부채를 부치는 도 여사였다.

그 옆에 있던 이 선생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젓고 있었다.


280억으로 최종 낙찰되는 순간.

메시지를 확인하는 서진건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그의 폰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떠 있었다.


[모를랑가 미술관장 도 여사.

본명 도홍연.

국내 고미술계 연합의 지원을 받아 모를랑가 미술관 운영 중.

보물 해외 유출 기록 없음.]


그렇게 낙찰이 확정되고 출품자 대기소에 있던 은정과 지영은 다시 서로를 얼싸 끌어안았다.

하지만 곁에 있던 아랑은 이번에도 한숨만을 내뱉었다.

“후. 역시 돈이 썪었어.”


다음날.

각 신문사와 방송사마다 이 경매 사건을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현대 도요장인 번개거사 김오, 고려의 예술을 완벽히 복원하다.>


<280억에 낙찰된 5점의 ‘고려의 부활’ 세트.

현대 보물 역사의 신기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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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8화. 국선 모요랑. 21.06.20 10 0 11쪽
28 27. 신라의 보물을 털자. 21.06.19 12 0 11쪽
27 26. 우리가 잘못했어! 21.06.18 14 0 12쪽
26 25. 네 죄를 네가 알렸다! 21.06.17 13 0 11쪽
25 24. 이건 뭐지? 21.06.16 17 1 12쪽
» 23화. ‘고려의 부활’ 세트. 21.06.11 12 0 11쪽
23 22. 대박이다. 21.06.10 18 0 12쪽
22 21. 봉 제비, 최우의 아들이 되다. 21.06.09 18 0 14쪽
21 20. 최우를 만나다. 21.06.08 20 1 12쪽
20 19화. 분신술을 익힌 중? 21.06.07 24 0 16쪽
19 18화. 납치된 봉 제비? 21.06.06 20 1 12쪽
18 17화. 한여름밤의 꿈. 21.06.05 22 0 11쪽
17 16화. 숨 막히는 가격 레이스! 21.06.04 19 0 13쪽
16 15화. 이건 얼마에요? 21.06.03 18 0 13쪽
15 14화. 여자였다니! 21.06.02 34 1 12쪽
14 13화. 조선 최강 꽃중년의 등장 21.06.02 16 1 12쪽
13 12화. 진싸울아비 최아랑. 21.06.01 15 0 12쪽
12 11화. 봉 제비의 굴욕 21.06.01 20 1 12쪽
11 10화. 남자는 하나, 여자는 셋. 21.05.31 25 0 11쪽
10 9화. 내 옆집 미남. 21.05.31 17 0 13쪽
9 8화. 조선에서 낙오하다. 21.05.30 29 0 14쪽
8 7화. 국정원 감시망을 뚫은 세 여자. 21.05.29 27 0 13쪽
7 6화. 정신과 의사, 박세령. 21.05.28 21 0 12쪽
6 5장. 구사일생의 귀환. 21.05.28 18 0 12쪽
5 4장. 아! 호박잎이여! 21.05.27 25 0 12쪽
4 3장. 물레방앗간의 귀신들 21.05.27 29 0 12쪽
3 2화. 탄생! 초강력 입술 탈취단! 21.05.27 3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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