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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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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
작품등록일 :
2021.05.27 11:54
최근연재일 :
2021.06.22 23:58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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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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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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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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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장. 아! 호박잎이여!

DUMMY

창고의 문이 열리자 은정과 지영은 기대감으로 벌어지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턱.

조준항이 의자를 끌어와 두 사람의 앞에 앉았다.

그리고 주위로 건장한 검은 옷의 사내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의 손엔 핏물이 묻은 각종 고문 도구들이 들려 있었다.

타닥타닥.

거기에 한 남자가 들고 온 숯불 화로에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로의 치솟는 불길에서 인두까지 시뻘겋게 달궈지고 있었다.

은정과 지영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표정까지 어색해졌다.

이들이 가져온 건 절대 촬영 소품이 아니었다.

“하. 하. 하.

지영아, 촬영 정말 실감 난다.

그런데 카메라는 어딨지?”

“하. 하. 하.

그러게.

첨단 카메라라 안 보이나 보네.

소품도 정말 리얼하네.

거기에 뜨겁기까지 해.”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동시에 외침이 튀어나왔다.

“우리 까메오 촬영 안 해!

PD 불러줘!

손가락 찔린 거 배상도 필요 없어.

그냥 조용히 돌아갈게!”

소리치며 무릎걸음으로 조준항에게 다가가던 두 사람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흑의의 인물들이 두 사람의 어깨를 짓누른 것이다.

압박에 고통스러워하는 은정과 지영을 향해 조준항이 입을 열었다.

“촬영, 카메라, 리얼, 까메오, 피디라.

너희는 조선의 백성이 아니구나!

어느 나라의 밀정이냐?”

무심한 듯 지켜만 보던 조준항의 눈빛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달궈진 인두가 다가오자, 기겁한 은정과 지영은 눈물 콧물을 쏟아내며 설명을 시작했다.

한참 설명하던 은정과 지영은 뜨거운 인두가 자신들의 등으로 다가오자 기절해 버렸다.


조선 정조 때 어느 날.

뭉게구름 떠가는 하늘에 태양이 높이 솟아 화창한 날씨였다.

기절하기 정말 좋은 날이었다.


두 사람이 다시 정신을 잃자 조준항은 흑의인들과 함께 창고 밖으로 나왔다.

“장 금위께선 어찌 보십니까?”

조준항이 옆에 있던 인물을 바라보았다.

파견된 금군 10명을 지휘하던 장 금위, 장대풍은 손으로 턱을 괴며 질문에 답했다.

“저렇게 사교에 깊이 빠진 여인들은 처음 봅니다.

조 감찰.

자신들이 미래에서 왔다니.

외국의 첩자라 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조준항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민간에 퍼진 정감록에 심취한 여인들 같습니다.”

정감록은 임진왜란이 지난 후 민간에 퍼진 예언서였다.

이씨 왕조가 무너지고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예견하여 조선에서는 금서로 지정되어 있었다.

장대풍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저 여인들로 인해 작전에 지장이 초래되었습니다.

상황이 정말 곤란하게 되었군요.”

조준항의 곱상한 얼굴에도 그늘이 드리웠다.

“김화연을 유혹해 증거 자료를 입수해야 했는데.”

후~.

조준항과 장대풍의 입에서 동시에 한숨이 흘러나왔다.


사건의 발단은 경기도에서 암행어사로 활약하던 정약용이었다.

정약용은 연천 현감이던 김양간의 비리 사실을 기록하고 증거를 모아 임금인 정조에게 고하려 하였다.

하지만 중간에 그 기록과 증거가 사라지고 오히려 김양간이 정약용을 모함하는 상소문을 올렸다.

한양으로 발송되던 그 모함 상소문을 정조의 지시를 받은 금군 한 명이 탈취했다.

그 상소문이 조정에 당도한다면 정약용에겐 치명적이었다.

이전에 천주교 교인이라는 이유로 탄핵까지 받았고 정적도 많던 정약용이었다.

정조는 일단 정약용에게는 활동 자제를 명했다.

그리고 특별 감찰을 지명하고 이를보좌할 금군 10명을 배정했다.

김양간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다시 모함 상소를 올리기 전에 김양간을 파직시키려는 것이었다.

이 건은 정조에게도 위험부담이 컸다.

왕을 호위해야 할 용호영의 금군을 10명이나 개인 구제를 위해 동원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금군이 동원된 걸 눈치채지 못하게 최대한 빨리 김양간을 파직시켜야 하는 고난도의 임무였다.

그러려면 잃어버린 김양간의 비리 관련 자료를 찾고 김양간이 꾸민 모함 음모를 밝혀내야 했다.

특별 감찰로 임명된 조준항이 택한 건 미남계였다.

김양간의 딸인 김화연을 유혹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도움을 받아 김양간의 비밀문서 보관함을 확인하려는 계획이었다.

일이 순조롭게 풀려가는 듯했다.

이상한 두 여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한숨을 내쉬던 조준항과 장 금위의 시선이 마주쳤다.

“저 두 여인을 이용하지요.

장 금위.”

“그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의외로 고문과 협박에 약한 듯하니 써먹기 좋을 듯합니다.

조 감찰.”


그렇게 은정과 지영은 본인들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위험한 임무에 합류하게 되었다.


***


조준항이 정신을 차린 은정과 지영을 취조하려는데.

꾸르르륵, 꾸륵.

지영과 은정의 뱃속에서 거대한 지진이 일어났다.

과도한 긴장에 신체가 제멋대로 반응하고 있었다.

“화장실! 나 뱃속 난리 났어.”

“우리 화장실, 아니 뒷간이 급해요.”

아우성을 치는 은정과 지영이었다.

조 감찰은 고개를 저으며 옆의 금군들에게 지시했다.

“이 둘을 뒷간으로 안내하시오.”

“예, 조 감찰.”

엉거주춤한 자세로 은정과 지영은 감시자 두 명과 함께 뒷간으로 향했다.

창고를 나서자 주위는 온통 호박밭이었다.

그 모습에 감탄사를 뱉는 은정이었다.

“여기 정말 호박 많이 키운다.”

“아우 배야.

호박이고 뭐고 난 뒷간이 급해.”

감시자들이 둘을 이끌고 호박밭을 지나 허름한 뒷간으로 향했다.

다가가자 바로 은은한 향기가 풍겨왔다.

둘은 바로 코를 틀어막았다.

“아, 이런 비위생 화장실이라니.”

“참, 참아야 하느니라, 친구야.

여기 좀 이상해.”

“그, 그런 거 같지.”

둘은 주춤주춤 뒷간을 가리는 거적때기를 젖혔다.

바로 두 사람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은정의 입에서 탄식이 새어 나왔다.

“오, 마이갓! 새끼줄이라니.”

대형 구덩이 위에 나무판자로 변을 보게 되어 있는 뒷간이었다.

그런데 판자 뒤쪽에 기다란 새끼줄이 흘러내려 있는 것이었다.

고개를 푹 숙이는 지영이었다.

“내 생각엔, 은정아.”

“지영아, 말하지 마!”

하지만 지영의 말은 이어졌다.

“우리 정말 조선 시대로 온 거 같아.”

“말하지 말래도!”

뒤에서 지켜보던 흑의인 둘이 검집으로 둘을 밀었다.

“잔말 말고 빨리 일을 보거라.”

눈빛을 마주한 은정과 지영은 갑자기 뒤로 휙 돌았다.

그 모습에 감시자들이 긴장하며 검을 뽑아들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은정과 지영은 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간절히 외치기 시작했다.

“오오오. 자애로운 무사님들이여.

불쌍한 여인들에게 호박잎을 내려 주시옵소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제발 호박잎의 은혜를 간절히 비나이다.”

은정과 지영에게 가장 급한 건 일을 보고 뒤처리를 할 호박잎이었다.


호박잎의 따사로운 은혜를 입고 한참 후 다시 조준항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자, 이제 그대들은 김화연의 여종으로 들어가 김양간의 비밀 문서 보관함을 찾아내야 하오.

알았소?”

조준항의 설득에 은정과 지영은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우리 그냥 돌아갈래.”

조준항은 옆에 선 흑의인을 돌아보았다.

“어이, 김 금위. 인두.”

지지지직.

“헉. 할게요. 할게.”

“맞아요. 우리 잘 할 수 있어요.”

“인두는 필요없겠군.”

조준항의 말에 김 금위라 불린 흑의인은 미소를 지으며 인두를 물통에 담갔다.

치이익.

그 소리에 공포에 쩌든 은정과 지영의 이마에선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김화연 낭자에게 그대들을 붙이는 작업은 3일쯤 후에 내가 할 거요.

그대들은 그동안 종으로서 해야 할 일과 작전 내용을 잘 숙지하시오.”

은정이 불만을 터뜨렸다.

“그런데 여종이 뭐예요, 종이.

양반으로 떳떳하게 침투해야지.

아우. 여기 화장실 보면 못 살겠다니까.

도대체 새끼줄로 뒤 닦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맞아, 맞아.

간신히 호박잎 뒤처리했잖아.

우리도 양반 자녀로 그 여자 조사하게 해줘요.

양반은 천 쪼가리 쓰겠지.”

후~.

한숨을 내쉬는 조준항이었다.

“양반이 되려면 족보가 있어야 하는 법.

그대들의 선조 중에 알 만한 사람이 누가 있소?”

은정이 어깨를 쭉 펴며 소리쳤다.

“나, 안동 김씨.

김시민 장군에 백범 김구 할아버지 있거든요.”

“임진왜란 때 돌아가신 김시민 장군이라.

두 안동 김씨 가문 중 그 김씨 가문이군.”

“맞아요.

우리 가문이 바로 원조 안동 김씨.

이웃 한 김씨는 안동에 살지만 다른 가문이거든요.”

“그런데 백범 김구란 이름은 처음 듣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는 조준항이었다.

은정이 눈에 쌍심지를 켰다.

“이봐요. 조 감찰님.

너무 무식한 거 아녜요?

임시 정부 주석이던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할아버지를 모르다니.

당신 역사 공부 안 했지!”

언성을 높이는 은정이었지만, 지영이 그녀의 허리를 꼬집었다.

“아얏. 왜?”

“지금 정조 시대다.

백범 김구 할아버지 없다.”

표정이 굳어지는 은정이었다.

“아, 아차. 그랬지.

그 외에는 음, 족보 모르는데.

하여간 난 안동 김씨.”

끝까지 강짜를 부리는 은정이었다.

한숨을 내뱉은 조준항이 이번엔 지영의 대답을 재촉했다.

“그대에게 알만한 조상은 누가 있소?”

지영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족보를 들춰본 기억이 없었다.

“안평대군이 우리 안씨 집안이었던가?”

후아~.

조준항은 결국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안평대군은 왕족인 전주 이씨요.

안평대군은 왕족에 대한 호고.

안씨 가문이 아니고~!”

지영은 머리를 긁적이며 은정을 보았다.

“야야, 누가 족보 물어보면 꽝이다.

그냥 천민 종으로 들어가자.”

은정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래야겠네.

에이씨.

계속 새끼줄하고 호박잎 써야겠네.

아, 더러워.

왜 ‘꺼져라’가 안 통하느냐고!”


조준항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아야 했다.

설득이 끝나자 은정과 지영에게 여자 교관 한 명이 배정되었다.

조선시대 천민 여자 종으로서의 소양과 양반에 대한 예절, 첩자로서의 자질 교육이 이어졌다.

은정과 지영은 정말 열과 성을 다해 교육을 받았다.

가끔 지지직거리며 물통에 담기는 벌게진 인두의 효과음 때문이었다.

삼 일 후, 두 사람은 조준항을 따라 김화연과 마주했다.


***


어느 외딴 건물의 뒤편에서 만남은 이루어졌다.

“화연 낭자, 머리는 괜찮아졌소?”

곱상한 얼굴의 김화연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도련님께서 걱정해 주셔서 이렇게 나아졌나 보옵니다.”

“다행이오. 화연 낭자.

내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도련님.”

김화연은 서서히 눈을 감으며 조준항의 품에 안겨들었다.


몇 걸음 떨어져 있던 은정과 지영은 인상을 팍팍 쓰며 그런 김화연을 노려보았다.

“아우, 내가 안겨야 하는 건데.

저 여우가 다 해 먹네.”

“그러게나 말이다.

우리 신세가 어쩌다 이리됐냐?”

둘은 자신들의 복장을 둘러보았다.

허름한 누런 저고리.

속바지가 보이는 짧은 치마.

새끼줄이 튀어나온 짚신.

거기다 머리는 볼품없이 말아 올려야 했다.

영락없는 조선시대 양반집 여종이였다.

둘은 연신 한숨을 뿜어냈다.


포옹을 끝낸 조준항이 뒤의 은정과 지영을 가리켰다.

“말했듯 저 여인들은 정감록을 믿던 사교도의 무리였소.

하지만 내가 잘 설득했으니 그대의 종으로 쓰기 편할 거요.”

“그런데 사교에 빠진 여자들을 제가 부려도 될지 걱정입니다.

도련님.”

조준항이 고개를 저었다.

“걱정 마시오.

다시 사교에 물든다면 죽음뿐임을 확실히 각인시켰소.

그리고 이 둘은 가족도 없는 노비요.

그대가 마음껏 부릴 수 있을 거요.

무슨 일이든.”

“무슨 일이든요?”

반짝.

마지막 말을 뱉는 김화연의 눈을 본 은정과 지영은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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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화. 봉 제비의 굴욕 21.06.01 20 1 12쪽
11 10화. 남자는 하나, 여자는 셋. 21.05.31 25 0 11쪽
10 9화. 내 옆집 미남. 21.05.31 18 0 13쪽
9 8화. 조선에서 낙오하다. 21.05.30 29 0 14쪽
8 7화. 국정원 감시망을 뚫은 세 여자. 21.05.29 27 0 13쪽
7 6화. 정신과 의사, 박세령. 21.05.28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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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장. 아! 호박잎이여! 21.05.27 26 0 12쪽
4 3장. 물레방앗간의 귀신들 21.05.27 29 0 12쪽
3 2화. 탄생! 초강력 입술 탈취단! 21.05.27 3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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