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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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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
작품등록일 :
2021.05.27 11:54
최근연재일 :
2021.06.22 23:5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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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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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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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장. 구사일생의 귀환.

DUMMY

김화연은 조준항과 헤어지자마자 태도가 돌변했다.

“호호호.

내 맘껏 부릴 수 있는 종이라.

이것들을 어디다 쓰지.”

부끄럼타던 요조숙녀 이미지에서 악녀로 대변신을 한 것이다.

굽신거리며 김화연의 뒤를 따르는 은정과 지영은 입이 댓 발이나 튀어나왔다.


앞서던 김화연이 뒤로 돌았다.

“그런데 너희는 품에 무엇을 안고 있는 것이냐?”

그 말에 흠칫하던 두 사람은 결국 품에 있던 걸 꺼내들었다.

호박잎을 가득 담은 보퉁이였다.

절대 새끼줄로 뒤처리를 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호박잎이옵니다.

화연 아가씨.”

고개를 갸웃하는 김화연이었다.

“호박잎을 왜 그리 잔뜩 싸 왔느냐?”

은정이 자신있게 대답했다.

“호박잎은 자고로 요리 재료로도 쓰이고,

면적이 넓어 비가 오면 비를 막을 수 있으며,

뒷일을 보게 하는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서.”

탁.

손을 내밀어 말을 중지시키는 김화연이었다.

“흥, 사교에 물들었던 천한 것들이라 이상한 말을 쓰는구나.

다시 그런 말을 썼다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니라.”

은정과 지영은 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조심하겠습니다.

화연 아가씨.”

고개를 끄덕인 김화연은 손가락으로 은정을 가리켰다.

“너, 엎드려.

잠시 쉬어야겠다.”

“예, 화연 아가씨.”

속으로 투덜대면서도 은정은 한적한 길가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턱.

김화연이 그녀의 등에 걸터앉았다.

인간 의자 취급이었다.

은정은 아려오는 무릎에 입술을 꼭 깨물었다.

은정의 눈길에서 치솟는 불길을 발견한 지영이 제발 참으라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

은정의 머리에 복수라는 단어가 각인된 순간이었다.


김화연은 그런 줄도 모르고 혼자 궁상을 떨고 있었다.

“이것들을 심심풀이 회초리용으로 쓸까?

머리끄덩이를 잡고 휘두르면 속이 시원하려나?

발바닥에 바늘을 쑤시면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

김화연이 말을 꺼낼 때마다 둘은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흠, 그래도 아무나 종으로 들이면 문제가 되는데.

아버지한테 상의해 봐야겠네.

바로 관아로 돌아가야겠다.”

김화연이 다시 일어서자 지영이 식은땀을 닦으며 잽싸게 다가와 물었다.

“저, 화연 아가씨.

저희 아가씨 댁으로 가는 거 아니었어요?”

김화연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냐?

무식한 것들.

관아의 내아가 지방관의 가족이 지내는 곳이거늘.

내 아버님이 연천 현감이시니 당연히 나도 관아의 내아에 살고 있지.

잔말 말고 따라오너라.

너희를 어떻게 쓸지 아버님과 상의 해야 하니.”

은정과 지영은 불안한 눈빛을 나누었다.

김양간을 직접 만나는 건 작전 계획에는 없던 일이었다.

하지만 일단 종으로서 따라야 하니 김화연의 뒤를 졸졸 쫓아갔다.


연천 관아는 이리저리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관아 앞에서 통곡을 하는 사람,

물건을 나르는 사람,

분주히 움직이는 육방들.

창을 들고 있는 관병들까지.

“아이고. 원님.

우리 아들 살려 주소.

우리 아들 순하디순한 놈이오.

그놈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잡아 가두오~.

아이고.

우리 아들 좀 살려주소.”

관아 앞에 주저앉은 어떤 할머니의 통곡 소리가 구슬프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김화연은 인상을 찡그리며 관아 앞을 메운 사람들을 지나쳤다.

그러자 관아 정문을 지키던 관병들이 양옆으로 갈라섰다.

“아가씨 오셨습니까?”

“그래. 아버님은 계시느냐?”

“예. 좀 전에 정무를 처리하시고 후원의 팔각정으로 향하셨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김화연은 마치 입구 경비병의 상관인 듯 명령조로 말했다.

“여기 두 계집은 내가 부릴 종이니라.

아버님과 상의할 동안 동헌 구석에서 잘 감시하고 있거라.”

“예, 아가씨.”

김화연이 동헌의 뒤쪽으로 사라지자

창을 든 관병이 은정과 지영을 이끌었다.

“따라오너라.”

“예.”

터벅터벅.

관병은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지나쳐 동헌 한쪽 구석에서 멈추었다.

“너희도 지질이 복이 없구나.

어찌 저런 악, 음, 선녀같은 화연 아가씨의 종이 되었는지.”

말을 하는 관병의 목소리는 작았다.

은정도 목소리를 작게 해 물었다.

“아저씨. 자상하신 아저씨.

화연 아가씨가 얼마나 선녀 같은데요?”

“말하면 무엇하리.

불난 집에 부채질은 기본이요, 불쌍한 백성 삥 뜯기, 애꿎은 젊은 남자 애간장 녹이기 등.

헙, 내가 무슨 말을.

그냥 선녀지, 선녀.

너희도 모시다 보면 알 거다.”

“아, 그렇군요.

정말 선녀네요.”


잠시 관병과 잡담하는 사이,

김화연이 한 중년 남자를 데려왔다.

고위관리나 입는 구군복에 전립을 차고 있어 한가락 하는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연천 현감인 김양간이었다.

김양간은 배가 조금 나오긴 했지만 치밀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부리부리한 눈빛이 그 느낌을 더하고 있었다.

은정과 지영은 잽싸게 양손을 포개며 허리를 굽혔다.

“미천한 것들이 현감 나으리를 뵙습니다.”

3일간 교육 효과가 확실히 있었다.

인사를 듣는 둥 마는 둥 김양간은 딸 김화연을 돌아보았다.

“저 둘이 네가 말한 그 계집들이냐?”

“예, 아버님.

사교를 믿던 계집들인데.

조준항 도련님이 잘 교육시켰다더라고요.”

하지만 김양간에게서는 코웃음이 터져 나왔다.

“흥. 이 조선 왕조가 망한다는 정감록을 믿던 사교도들이 과연 얼마나 바뀌었을까.

너희 두 계집, 몇 년 생이냐?”

은정이 먼저 읍을 하며 입을 열었다.

“예이, 1998년이옵니다. 허걱.”

대답하다 제풀에 놀란 은정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가관이 되었다.

그런데 오히려 김양간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럼 그렇지.

혹세무민하던 정감록을 믿는 사교도들의 뿌리가 바뀔까.

양이들의 역법에도 지금이 1700년대인데 1998년 태생이라니.

여봐라!”

김양간이 험악해진 눈으로 둘러보자 주변에 있던 관원들이 허겁지겁 허리를 굽혔다.

“예이, 현감 어르신.”

“저 둘은 이 조선이 망한다는 정감록을 믿는 사교도.

국법으로 금서로 지정되었음에도 그걸 읽고 믿었으니 마땅히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하리라.

죽여라!

살려두면 주변의 사람들까지 사교에 물들 것이다.”

놀란 은정과 지영은 입만 뻐끔거렸다.

놀라기는 김화연과 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김양간의 시선이 지영의 옆에 있던 관병에게 향했다.

둘을 안내한 그 관병이었다.

그를 보는 김양간의 눈빛이 점점 분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쩔 줄 몰라 당황하던 관병은 급히 허리를 숙였다.

“명을 받드나이다.”

척.

결국 관병은 창끝을 지영에게 향했다.

“안돼, 안돼! 이럴 수는 없어!”

놀란 지영은 발악하며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눈빛을 하던 관병은 지영을 향해 창을 들이밀었다.

그 순간.

“안돼! 다 꺼져버려!”

지켜보던 은정이 분노에 차 소리를 질렀다.

파아앗.

순간 갑자기 환한 빛이 터지며 은정과 지영은 현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


우당탕탕.

TV에서 튀어나온 은정과 지영은 거실을 데굴데굴 구르다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휴, 살았다.”

“그러게. 돌아왔다.”

두 사람이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이것들이.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왔어!

너희 나한테 매 좀 맞자.”

놀라 돌아본 두 사람의 눈에 은정의 어머니가 도끼눈을 뜨고 노려보고 있었다.

이어 손에 들린 빗자루를 휘두르며 달려왔다.

“어, 엄마.

엄마가 왜 여기에?”

“이것들이.

하나밖에 없는 딸이라고 아파트까지 구해 줬더니.

5일씩이나 소식도 없고.

거기다 술 퍼먹다 남긴 음식은 다 썩어버리고.

핸드폰은 아주 맛이 가 있고.

네가 아주 이 어미 속을 박박 긁어라, 긁어.”

퍽퍽퍽.

빗자루의 솔이 은정의 몸을 마구 때렸다.

“엄마,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찌릿.

두 손 모아 싹싹 비는 은정에게서 시선을 돌린 은정 어머니의 눈에 지영이 들어왔다.

지영은 잽싸게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았다.

싹싹싹.

“은정 어머니.

잘못했어요.

앞으로 제가 은정이 잘 잡을게요.”

그제야 화가 풀린 은정 어머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도대체 계집애 둘만 지내게 하니 집 꼴이 말이 아니네.

너희 TV는 또 어떻게 된 거야?

사준지 석 달밖에 안 된 게.”

“TV요?”

은정과 지영의 눈이 마주쳤다.

“청소하다 하도 지직거리길래 코드 뽑았다.

그때 너희들이 돌아온 거고.

빨리 수리점에 맡겨.

그리고.”

은정 어머니의 시선이 두 사람의 복장으로 향했다.

“옷 꼴은 그게 뭐냐?

너희가 무슨 조선 시대 종이냐?

그 허름하고 누런 치마와 저고리는 뭐야!”

자신들이 걸친 복장을 돌아보는 은정과 지영에게 한참 동안 잔소리가 쏟아졌다.

쾅.

은정의 어머니는 씩씩거리며 현관을 닫고 나갔다.

후아~.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한숨이 튀어나왔다.

“박 여사님 잔소리는 정말.”

“우리 엄마 정말 대단하시지.

그런데 우리가 돌아온 게 엄마가 고장난 TV 코드 뽑아서인가?”

다시 두 사람은 심각한 표정으로 눈을 마주쳤다.

이어.

“꺄아.

멋있었어.

스릴 만점이야.

오늘 죽을 뻔했지만 짜릿했거든.”

“캬하하.

정말이라니까.

조선시대 연천 관아도 구경하고.

마치 우리가 스파이가 된 거 같은 느낌.

완전 짱이야!”

바닥을 뒹굴며 두 사람은 새로운 모험의 짜릿함을 만끽했다.


***


“자, 분석하자, 분석.”

지영이 노트를 꺼내 필기에 들어가자 은정은 투덜대기 시작했다.

“분석은 뭔 분석?

초능력으로 과거 여행하고 일 잘 풀렸는데.”

슥슥.

지영은 필기를 계속하며 대꾸했다.

“무식한 것.

지금 문제가 한두 개인 줄 알아?

벌써 5일 지났거든.

과거 경험이 실제 시간하고 똑같이 흐르는 거야.

나 이틀 후에 바로 오지 탐사 프로그램 참가해야 해.”

은정의 눈이 동그래졌다.

“헐, 정말 그러네.”

“거기다 멀쩡하던 TV가 고장났어.

그 결과 네 ‘꺼져라’는 명령어가 안 통했고.

네 어머니가 전원 코드 뽑아서야 돌아왔잖아.”

“헐. 그거도 그러네.

그럼 안전한 과거 여행을 하려면.”

둘의 눈이 다시 마주쳤다.

“TV를 고치거나 코드 뽑아줄 사람이 필요해.”

슥삭슥삭.

지영은 필기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우리 복장.

과거의 물건이 우리를 따라 현재로 왔어.”

다시 둘의 눈이 부딪쳤다.

“대박!

보물 가져오면 바로 국보급!

우리 떼돈 벌었다.”

짝.

손뼉까지 치고 흥분이 가라앉자 지영은 은정을 한심한 듯 쳐다보았다.

“그런데 너 입술은 왜 그 모양이야!

점점 더 빨개져.

요녀같아.”

그 소리에 은정은 재빨리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녀의 표정도 굳어졌다.

“아, 망했다.

초능력 쓸수록 더 빨개져.

남자 입술이 더 땅기고.”

“치료 좀 받아라.

나 일주일은 프로그램 찍어야 하니까 그동안 병원 가봐.”

“알았어. 마이 프렌드.

초능력을 더 쓰려면 건강 관리도 중요한 법.

이제 내 몸을 소중히 다룰 거야.

그런데 우리 이번에 얻은 옷하고 장신구 경매로 팔면 얼마나 받을까?”

다시 둘의 시선이 부딪혔다.


세 시간 후.

두 사람이 올린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 도리도리: 저거 순 거짓뿌렁.

240년 된 옷이라더니 저렇게 멀쩡할 수 없음.

- 엘레나스: 저 더러운 구리 비녀 100원 주고도 안 삼.

관광지에 가면 깔끔한 은도금 비녀 만원.

-옴마니판매홈: 판매자 순 사기꾼.

조선 정조 때 물건이라는 것들이 순 저질 물건들.

진짜라면 정말 리얼하겠는데.

난 절대 안 믿는다.

사기꾼 판매자를 퇴출시키자!

경매에도 정도가 있는 법!


두 사람은 도배된 악플에 충격을 먹고 슬그머니 경매 물품을 내렸다.

하지만 그 경매 상황을 인터넷으로 주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걸 두 사람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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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화. 봉 제비의 굴욕 21.06.01 21 1 12쪽
11 10화. 남자는 하나, 여자는 셋. 21.05.31 26 0 11쪽
10 9화. 내 옆집 미남. 21.05.31 19 0 13쪽
9 8화. 조선에서 낙오하다. 21.05.30 30 0 14쪽
8 7화. 국정원 감시망을 뚫은 세 여자. 21.05.29 28 0 13쪽
7 6화. 정신과 의사, 박세령. 21.05.28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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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화. 탄생! 초강력 입술 탈취단! 21.05.27 3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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