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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전장에서 살아남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하우프
작품등록일 :
2020.05.11 19:23
최근연재일 :
2020.06.09 22:41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6,586
추천수 :
219
글자수 :
132,491

작성
20.05.30 18:42
조회
187
추천
5
글자
12쪽

15화 분쟁지대로 가는길(1)

DUMMY

“볼턴 돌아왔는가?”

“네 형님들.”


볼턴은 안달트에 들어오자 마자 장인회에 들렀다. 새로운 군대를 위한 물자 조달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동생을 죽인 상인을 잡기 위한 일이었다.


“아니 근데 대장은 어디가고?”

“이제 제가 대장입니다.”

“그새 죽었나 보군.”

“용병이 다 그렇지요.”


용병이 죽는 일은 일상다반사다. 어제 계약을 하러 온 사람과 오늘 계약을 하는 사람이 다른 경우가 태반이고, 어제와 오늘 총 고치러 오는 사람이 다른 경우는 더 많았다.


“그래도 대장이 죽는 건 좀..”


그러나 대장이 죽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애시당초 앞에 나서서 지휘하는 지휘관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대장이 죽으면 지휘체계가 무너지고 그렇게 되면 몰살 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대가 살아돌아왔다는건 보통 배신이거나 도망이다.


“분쟁지역 출신이 싸우는 방식을 알잖습니까?”

“아 그렇지 그 친구가 그 출신이구만. 힘자랑이라도 하다가 죽은겐가?”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분쟁지역 출신’ 하나면 설명이 끝난다. 북부든 남부든 그 출신이라 하면 그냥 정상이 아닌 인간들, 체계가 없는 인간들, 논리 사고가 없는 인간들 취급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보니 볼턴이 실질적인 거래 담당이 될 수밖에 없었다.


“참내 분쟁지역놈들은 다 비슷하구만. 저번에 보니까 애꾸에 팔 못쓰는 놈이 왔는데 아니 글쎄 그놈도.”

“분쟁지역 사람이 여기에 왔다고 하셨습니까?”


볼턴은 당혹스러웠다. 신성제국 내 분쟁지역 출신은 상당히 소수고 대부분이 아니라 전부 맨스 용병단에 있다.


“뭐 그 저기 피그주점있잖나?”

“멧돼지 스테이크 집 말입니까?”

“어어 거기 점장 놈이 이야기하던데?”


볼턴은 황급히 피그주점으로 향했다. 발걸음 하나마다 불안한 마음은 점차 커져갔다.


***

“아버지 굳이 다 팔아야 했어?”


바인과 필릭스 부자는 관문으로 향하는 길에서도 싸우기 시작했다. 맨스는 또 시작이냐는 듯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관문이라도 안열려있어봐라”

“어이쿠 그래서 이렇게 다 팔았어?”

“분쟁지역에 널리고 널린게 광물이야.”

“그나마 다행이네.”

“이자식 누굴 닮아서 이렇게 물어뜯는지 원.”


그러나 이 둘의 싸움은 언제나 허무하게 끝났다. 대화를 하다가 해결방안이라도 하나 나오면 그냥 끝나는 것이다. 토론이라기엔 감정이 앞서고 싸움이라기엔 대안이나 방법이 나오는 이 오묘한 대화는 그 둘만 가능한 일이다.


“...”


필릭스와 바인의 대화를 보던 맨스는 정확히 누굴 닮았는지 알았지만 침묵했다.


***

“와 이걸 어떻게 닫았지?”


거대하고 웅장한 문이 터널로 들어가는 길을 막았다. 평시에는 이 곳에 마차가 오고 갈 수 있도록 넓은 문이 열리지만, 현재는 닫혀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거대한 문은 교역 무역을 위한 문이라면 사람이 통행 할 수 잇는 작은 문도 있다. 그곳에는 언제나 경비병이 지키고 있다.


“분쟁지역으로 가려고 하네만.”

“지금은 길이 막혔습니다.”

“터널에 문제라도 생겼나?”

“아닙니다. 누구도 지나가게 하지 말라는 명이 있었습니다.”


굳게 닫힌 문만큼이나 단호한 경비병의 태도에 필릭스와 바인은 짜증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협상에서 좋은 일이 아니다.


“명령? 누구의 명령말인가?”

“안달트의 영주님이십니다.”

“안달트? 도대체 뭐때문에 막는단 말이오?”

“분쟁지역에서 넘어 온 자들이 약탈을 많이 하니 그런 것이지요..”

“다른 이유는 없소? 북부는 분쟁지역 자원으로 먹고 사는 걸로 아는데?”


계속된 질문에 경비병의 표정이 점차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거 참 질문이 많네. 어쨌든 못지나가니 돌아가시오.”


경비병은 태도를 바꿔 말을 짧게 하기 시작하자 필릭스도 그런 태도를 맞받아 쳤다.


“거 저기 병사들은 들락날락 하는 것 같은데?”


필릭스는 쪽문으로 수차례 들어가는 병사들에 대해 물었다. 무례하지 않았더라면 묻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내부 관리지.. 흠.. 그 터널이 사람 손을 안타면 금방 망가지니까 말이야.”


‘무슨 말같잖은 소리를.’


내부관리는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러나 그걸 인위적으로 하려면 분쟁지역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북쪽의 자원만으로 그 긴 터널을 보수할 자원을 구하기 어렵다. 안달트는 그만큼 자원이 문제지 생산력이나 구매력이 부족한 도시가 아니다.


경비병은 필릭스의 일행이 떠나가도록 이야기했고 여러번 설득하려고 했지만 그들은 단호했다.


“에이 그럼 근처 마을이라도 알려주시오. 날이 저물어서 잠이라도 청하고 움직여야 겠으니.”

“저기 오른쪽 능선길을 따라 가면 마을이 하나 나오니 거기에 있는 장미여관에 가서 관문경비대 소개받고 왔다고 하면 될꺼요.”


감정적인 대응과 달리 숙소를 소개해달란 말에는 친절하고 정확히 다 말하는 이상한 상황. 아무래도 소개비를 받는게 분명했다.


“알겠네.”


***

“뭐하러 여관 이름을 알려줬는지 모르겠네.”


필릭스 일행이 들어간 마을은 시골도 너무 시골이었다. 그리고 이 마을에 여관은 장미여관 하나 뿐이었다.


“자기 이름이라도 불러주라는거지 뭐.”


“어! 어서오십시오!”


장미여관 주인은 오랜만에 손님이라 그런지 어떤 점원보다 밝은 모습으로 필릭스 일행을 맞이했다. 그의 안내를 따라 들어간 여관은 너무나도 한산했다. 돌아다니는 사람은 드물고 외부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은 더더욱 보이지 않았다.


“거 사람이 이렇게 없소?”

“터널에서 오신거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필릭스의 답에 여관주인은 씁슬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보통 그런식입니다. 문이 닫혔을 때 아니면 여긴 오지도 않죠. 예전엔 바글바글 했는데 말이죠...”

“예전엔 꽤나 컸나봅니다?”

“그랬지요. 분쟁지역을 간다고 하면 무조건 장미마을로 왔소. 저 관문이 완전이 돌로 가려져 있었을 땐 저 산길 외에는 갈 방도가 없으니까.”


필릭스는 관문이 없던 시절을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분쟁지역에서 자원을 사기 시작한 초기 시점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사람들은 관문을 이용했다.


“그렇지. 관문이 뚫리고 요 근처 마을들이 다 피해보지 않았소.”

“휴. 그렇습니다. 제가 어렸을 땐 바글바글한 기억이 많았는데 어느새 이렇게 됐네요.”


장미마을이 번성하던 시점은 바인이 젊었던 때이니 이 작은 마을이 예전에 거대했다는 말은 필릭스에게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컸다는 말보다 산길이 근처에 있다는 말이 더 들어왔다.


“근데 산길이 이 근처입니까?”

“네.. 역시 이 마을에 분쟁지역으로 가는 산길이 있었다는 걸 모르셨군요. 이러니 마을이 망하지...으휴..”


뭔가 한서리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여관주인 때문에 갑자기 분위기는 엄숙해졌다. 불쌍한 여관 주인을 위해서라도 뭔가 시키기로 한 바인은 자신들을 제외하곤 손님이 하나도 없는 여관을 위해 음식과 음료를 시켰다.


***

“여기 와인이랑 구운 사슴고기요.”

“고맙네. 시간이 남으면 같이 먹지 않겠나?”


바인은 여관주인을 위로라도 해줄려는지 합석하기를 청했다. 그런 요청을 한번쯤은 거절할만도 한데 썰렁한 여관에서 너무나 외로웠었던지 주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합석했다.


“어르신 고맙습니다.”

“뭘 이런걸 가지고.”

바인은 여관주인의 잔에 와인을 따랐고, 그걸 주인은 그대로 받아 마셨다.


“캬아- 오랜만에 손님이 와서 좋은건 이 술뿐이 없네요 하하.”


본의아니게 오랜 숙성 기간을 겪게된 와인은 이전에 이 마을에서 만들었던 어떤 와인보다 깊은 맛이 느껴졌다.


“근데 관문 수수료가 많이 커지지 않았나?”

“그렇죠. 저기 너머에서는 얼마 되지도 않는 걸 여기서는 크게 받아먹는게 저 관문 때문입니다.”

“그럼 산길을 홍보하는게 어떤가?”

“산길은 어렵죠. 사람들이 안 다닌지 너무 오래되서 길도 다 망가졌을 겁니다.”

“지금 수수료면 여기 길만 있어도 올거 같은데 투자 좀 해보는게 어떤가? 마을 전체적으로 말이야”


오지랖 넓은 캐릭터가 아닌데 바인은 끝없이 여관주인에게 이야기했다. 필릭스는 그런 바인이 무슨 꿍꿍이가 있다고 여겼지만, 갈굼을 많이 당한 맨스는 어느 때처럼 침묵을 지키며 자기 앞에 밥이나 먹었다.


“그러기엔 너무 걸리는게 많습니다.”

“뭐가 말인가?”

“예전에 저 길을 다닐 때 길이 험한거 말고도 산적 때문에 힘들었거든요.”

“관문이 열린 동안 훔칠게 없어서 다 떠나지 않았겠나?”

“그렇긴 한데.. 관문이 닫히고 일주일 정도 넘어갔을 때 일인데요..”


여관주인은 관문이 오래 닫힌 때에 일을 일러주었다. 그 때 급한 나머지 몇몇 상인이 산길을 선택했다가 돌아오지 못한 일이 있었는데 죽은채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거 참 사람들이 많이 놀랐겠구만.”

“네 다들 충격이었죠. 가는 길이 험해졌을거라곤 생각했어도 산적이라니..”

“그런데 산적이 죽인 걸 어떻게 아나?”

“사슴 사냥꾼이 사냥하다가 버려진 수레위에 물건도 없고 죽은 사람들 중에 옷입은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걸 본겁니다. 딱 산적이지요.”

“분쟁지대도 아니고 산길에서 죽다니 어이가 없군. 그런데 그 산에도 사슴이 사나? 분쟁지역 쪽엔 없는 걸로 아는데.”

“뭐 사슴을 쫓다보니 관문쪽에서 거기까지 갔다고 하더군요.”

“거 참 몰랐으면 좋았을텐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져는 산적이면, 목숨으로 거래따윈 하지 않는 녀석들일테니 상인들은 뭐 다 생각을 접었겠구만.”

“네 그렇습니다.. 그 뒤로는 산길을 가는 사람은 커녕 묻는 사람도 하나도 없더군요.”

“참 내가 미안하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나무래서 말이야”

“아닙니다. 길이 망했으니 산적도 없다고 생각한 우리 마을의 오판이었지요.”


말을 마치고 기분이 좋지 않았는지 우울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바인은 그런 주인의 등을 두들기며 술 한잔을 더 따라주었다. 그 한자을 더 들이키더니 여관주인은 이어서 자신이 어렸을때부터 함께 해오던 친구들이 떠난 이야기를 했다.


진부하고 지루한 옛이야기로 가득차자 필릭스는 맨스를 데리고 숙소에 올라갔지만, 바인은 여관주인과 멈추지 않고 “나때는”으로 시작하는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

“뭔가 좀 이상합니다.”

“뭐가 말이야.”


숙소에 올라오자마자 맨스는 필릭스에게 말을 걸었다. 붕대를 감은 이후로는 먼저 이야기한 적이 거의 없었기에 필릭스는 좀 어색했다.


“분쟁지대 놈들은 그렇게 인내심이 깊지 않거든요.”

“그게 뭐?”

“산적질을 해도 사람이 안오는 길에 오래 머무는 경우가 있을리가 없거든요.”

“뭐 마침 산적질해볼까 했다가 운좋게 상인들을 만났겠지.”

“그럴리가요. 분쟁지대에선 이익이 없으면 안 뭉쳐요.”


필릭스는 분쟁지대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대해서 전혀 몰랐기 때문에 의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맨스는 엄청난 위화감을 가졌다. 무리를 짓고 정착한다는 건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 배후에 누가 있다는거야?”

“분명합니다. 오랫동안 머무는건 정말 말이 안됩니다.”


맨스의 말에 필릭스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가설을 세우기로 했다. 먼저 들은 이야기를 통해서 근거를 세우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 때 의도적으로 일을 한거라면, 인위적인 현상들을 발견할 수 있다.


길을 망가뜨리려 관문 비용을 감수하고 수수료를 받지 않았던 일.


이미 망한 길을 택한 이들을 가차없이 완벽하게 죽이는 산적.


그리고 그 시체를 뜬금없이 발견한 사냥꾼.


모든 단서를 종합해볼 때 이 일을 벌인 사람은 이 산길로 사람들이 가는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특히 상인들이 가는걸 싫어하는 사람들.


그 길로 사람들이 가기 시작했을 때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인간들이 누구일까. 답은 너무 심플하고 명확했다.


관문을 관리하는 인간들 뿐이다. 산적은 관문을 관리하는 사람들과 연결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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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주르족 토벌(3) - 동쪽봉우리 +1 20.06.09 83 1 12쪽
23 23화 주르족 토벌(2) - 동쪽봉우리 +6 20.06.08 106 8 11쪽
22 22화 주르족 토벌(1) - 동쪽봉우리 +4 20.06.06 121 4 11쪽
21 21화 분쟁지역 길목에서 +2 20.06.06 118 3 12쪽
20 20화 산길전투(3) +2 20.06.04 154 8 12쪽
19 19화 산길전투(2) +5 20.06.04 165 6 12쪽
18 18화 산길전투(1) +2 20.06.03 152 4 12쪽
17 17화 분쟁지대로 가는길(3) +8 20.06.02 163 5 11쪽
16 16화 분쟁지대로 가는길(2) +3 20.06.01 166 7 14쪽
» 15화 분쟁지대로 가는길(1) +4 20.05.30 188 5 12쪽
14 14화 준비 +1 20.05.28 209 6 12쪽
13 13화 북부 공업도시 안달트 +3 20.05.27 212 5 11쪽
12 12화 도주 20.05.26 209 5 11쪽
11 11화 보르테르 능선 전투(5) +1 20.05.25 226 5 12쪽
10 10화 보르테르 능선 전투(4) +1 20.05.23 249 3 12쪽
9 9화 보르테르 능선 전투(3) +3 20.05.21 258 7 12쪽
8 8화 보르테르 능선 전투(2) 20.05.20 288 7 12쪽
7 7화 보르테르 능선 전투(1) +2 20.05.19 320 8 11쪽
6 6화 고귀함과 더러움 그 사이 +6 20.05.18 345 11 11쪽
5 5화 용병대장 맨스 +2 20.05.15 380 12 12쪽
4 4화 이동 상인 콜트 +2 20.05.14 451 19 11쪽
3 3화 북쪽으로 가는 길 +5 20.05.13 501 18 12쪽
2 2화 보르테르는 누구의 것인가? +7 20.05.12 555 21 13쪽
1 1화 김필구씨는 필릭스라는 이름으로 태어나셨습니다. +14 20.05.11 879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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