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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전장에서 살아남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하우프
작품등록일 :
2020.05.11 19:23
최근연재일 :
2020.06.09 22:41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6,587
추천수 :
219
글자수 :
132,491

작성
20.05.25 20:09
조회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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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11화 보르테르 능선 전투(5)

DUMMY

“그러니까 바라는건 복수 하나 뿐이지?”

“네 그렇습니다. 볼턴이 바라는 건 그것뿐이라고 하더군요.”

“좋은 재료가 있어 다행이네.”


제3황자 폴은 기분이 좋은지 마치 장난이 성공해서 기뻐하는 어린아이처럼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네. 그런데.. 그 복수심이 너무 강렬합니다.”

“강렬? 그렇다면 더 좋은거 아닌가?”

“너무 이용하시다간 몸을 돌릴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마음이 한쪽으로 너무 과도하게 치우쳐있으면 대개 반대쪽으로 갈 때는 그 힘이 더해진다는 사실을 후견인은 잘 알고 있기에 제3황자에게 말했다.


“그럼 확실하게 쏟아부을 대상을 주면 되는거 아닌가?”

“그것도 맞는 말씀이십니다. 허나.”

“허나?”

“원하시는 바가 한낮 유흥거리를 찾는게 아니시라면, 볼턴처럼 이용가치가 충분한 녀석은 오래 이용하실 수 있게 속도를 조절하시는게 좋습니다.”

“왜지? 얀트는 그렇게 버리라더니 이제보니 개인적 원한 때문에 그렇게 만든거 아니야?”


후견인은 얀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거친 성격탓이라고 사람들은 알고 있었지만, 폴은 정확히 그의 욕망을 알았다.


“아닙니다. 물론 얀트가 명예욕을 자극하면 다루기 쉬운 인물이기는 하나 그 성격이 거칠고 꼼꼼하지 못해 일을 그르칠 놈입니다. 그럴바에야 이렇게 죽어서 황자님을 돕는 것이 더 유익합니다.”

“거짓말 하고는 원수랑은 같이 지낼 수 없다는거 아니야?”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이 죽음을 계기로 롤랑과 협상하려고 하는데요?”

“또또 꼬리를 다보이고서는..”


그의 후견인은 언제나 황자의 일에 자신의 일도 껴넣는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폴은 그런 후견인이 싫지 않았다. 그가 그런 일을 할 때에도 폴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완벽히 달성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볼턴의 가치는 뭐길래?”

“북쪽에 상인 대부분이 맨스 용병단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용병단과 상인의 연결고리는 맨스가 아니라 볼턴입니다.”

“그래서 맨스를 궁지에 몰자고 한거였군. 아르망 이 간사한 친구.”

“과찬이십니다.”


폴의 후견인 아르망은 언제나처럼 폴에게 고개를 숙였다. 제2황자를 죽음으로 몰아 붙일 때처럼 그 둘은 그렇게 손에 피한방울 묻히지 않고 자신들의 세력을 늘려왔다.


“그럼 볼턴이 계속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인지 가볼까?”

“네 가시죠.”


***

제1황자군 소속으로 보이는 검은 무리들이 샛길 위 언덕에서 그들을 향해 총구를 들고 있었다.


“여기에 맨스라는 녀석이 있다던데”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는 이 말을 하자마자 다들 눈치를 보며 맨스 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지휘관은 그들을 보며 미소지었다.


“그녀석을 끌어 올리는 놈에겐 이 금과 안전을 보장하지.”


그 말과 동시에 용병대원들은 하나 둘 맨스를 지목하기 시작했고, 그를 붙잡기 위해 창과 검 그리고 총구를 그에게 들이밀기 시작했다.


“여.. 여기! 맨스가 있습니다!!”

“여기 여기입니다!”


제1황자군은 이렇게 순식간에 맨스를 가져다 바치려는 용병대원들을 보고 비웃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비웃음은 용병대에 들리지 않았다. 단지 살고자 하는 열망과 돈에 미친 욕망이 흘러 넘치기 시작했다.


“으으..윽!”

“이 더러운 자식들!!”


몇몇은 맨스를 배신하지 않았으나,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대부분은 맨스에게 등돌렸다.


“대장! 피하쇼. 여기는 우리가 맡을테니.”

“지체할 시간 없으니 떠나쇼.”


그래도 그 몇몇은 알짜배기였다. 맨스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들로 별동대 모집 초기부터 달려든 사람들이었다.


“이건은 내가 꼭 복수하마.”

맨스는 배신한 자들을 하나하나 눈으로 기억했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 뛰기 시작했다. 이러한 그를 향해 총성이 울렸다.


탕-


“윽.”


그 총알을 막아서며 맨스와 오랜 시간을 보낸 용병 한 명이 땅에 꺼꾸라졌다.


‘빌어먹을..’


그러나 맨스는 그의 죽음을 지켜보거나 애도할 수 없었다. 멈춘다면 그의 죽음도 헛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맨스의 친위대라 불릴만한 그들은 육탄으로 막아서며 배신한 그들을 저지하려 했으나 그들의 목숨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

“이제 출발할까요 부대장?”

“아니 조금 더 기다려.”

“네? 이미 별동대가 도착했을텐데요. 시선을 끌지 않으면..”

“아니 조금 더 기다려.”

“아니 부대장.. 이러면..”

“죽기 싫으면 그 입 다무는게 좋을거야.”


볼턴은 계속해서 지시를 기다리는 참모에게 칼을 들이 밀었다. 참모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자기 외에 대부분이 볼턴을 따르고 있음을 직감했다.


“전부 들어라. 나는 이 용병단을 위해 살았고 나는 너희 한명 한명을 형제로 여겼다. 그래서 너희와 뒹굴고 함께 했다. 이의 있나?!”

“이의 없소!”


이미 대부분의 용병대원들은 볼턴을 따를 준비가 되어있었다. 어느 누구도 반대의 말은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 형제 고트와 함께 간 우리의 형제가 죽었다.”

“뭐? 고트가 죽어?”


이미 포섭한 이들은 알고 있었으나, 그렇지 않은 이들은 이 사실을 처음 접했다.


“처참하게 찢기고 밟혀 죽었다. 누군가 내 동생과 우리의 형제들을 죽이고 늪지대에 발판으로 삼았다.”

“아니.. 누가 우리 용병단을 뭘로 알고!!”


시체를 함부로 대하는 것은 어느 세계나 동일한 감정을 유발시켰다.


“아무리 우리가 용병이지만, 함께해온 세월만큼 우리는 가족이 아니더냐!”

“맞소!”


“그런데 저 맨스라는 대장은 그런 죽음에 대해 한마디도 너희에게 알리지 말라 했다. 그저 숨기고 숨기라고. 우리의 전투가 그저 돈에 의한 것이면! 형제의 죽음을 외면하는 것이면, 나는 이 용병단을 버릴 것이다!”

“볼턴이 저렇게 말을 잘했었나..”


그의 외침에 몇몇은 의아해했다. 볼턴이 말재주가 없는 것은 아니나 연설은 언제나 맨스가 도맡아했다. 이유는 볼턴은 친근감이 넘칠 뿐 말하는 건 광대에 가까웠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맨스의 용병단을 버릴 것이지 너희들 함께해온 나의 형제들을 버릴 생각이 없다.”


볼턴은 담아두었던 모든 말을 계속해서 쏟아내자 모두들 그의 말솜씨에 충격이라도 받은 듯 침묵을 유지하며 그의 말에 경청했다.


“그러니 나와 함께 하지 않겠는가? 나와 함께 한다면, 우리는 용병단이 아니라 저기 저 언덕위에 휘날리는 깃발 아래 모일 것이다.”


볼턴이 가르키는 곳에 제3황자의 깃발이 나부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용병대원들의 시선이 그 깃발을 향했다.


“더이상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저 황제가 될 제3황자 폴의 깃발아래 우리는 나라의 군인으로 모두의 존경을 받는 자들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용병대원들의 가슴에 그 깃발이 꽂혔다. 그리고 모두 뜨거운 가슴으로 볼턴을 향했다.


짝짝짝-


침묵의 분위기 깨는 박수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좋은 연설이었소 볼턴. 내가 보는 눈이 틀리진 않았구만.”

“폴님.”



제3황자 폴은 자신의 얼굴을 가리던 후드를 넘기고는 볼턴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볼턴은 그에게 무릎꿇었고, 모두가 황자에게 무릎을 꿇었다.


“어어 이러지 마시게. 자네는 이 군대의 대장일세. 그리고 신성제국의 군대의 총대장 아닌가?”


폴은 무릎꿇은 볼턴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집중된 시선을 향해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신성제국의 군인으로 어디에서도 환대받는 분들이 될 것이니, 나는 그대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마다하지 않는 바요.”


다른 귀족과 왕족과 달리 자신들을 똑바로 같은 높이에서 바라보는 것은 그들에게 처음이었다. 보통은 얼굴조차 보지 못하는게 일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런..어떻게 황자님이..”

“이것은 자연스러운 것일세. 이 나라가 건국될 때에 그리고 우리가 황제와 왕을 세울때에 스스로 선자가 어디있었는가? 언제부터인가 관행처럼 되어온 이 더러운 통치를 끝내고 본디 우리 신성제국이 강했던 그 때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여러분들을 향한 나의 태도가 달라져야 할 것 아니겠는가? 다들 일어나시오.”


폴은 몇몇에 무릎꿇은 용병대원에게로 다가가 그들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황한 듯 황송한 듯 그들은 얼떨떨한 마음으로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모두가 일어나자 폴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이제부터 우리는 신성제국을 대표하는 군대이자 황자로 저 악에 쩌든 제1황자군에 대항하는 진정한 신의 군대로 행할 것이오. 이미 타락해버린 신성회를 처단하고 본래의 신성제국을 다시 회복시킵시다.”


폴의 선언은 가슴 깊이 꽂힌 그를 상징하는 깃발을 그들의 가슴 속에 완전히 새겨버렸고, 이에 화답하듯 용병대원들의 크고 거센 충성의 함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

“무슨 소린가?”

“숲 속에서는 진격을 시작하려나 봅니다.”


그러나 거대한 소리가 날 뿐 전혀 움직임이 감지 되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되어가는 것을 느낀 피터는 토른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 하겠습니다.”

“기분이 별로 안 좋군 토른.”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난 번처럼 잘 해결될 겁니다.”

“지난 번이라..”


피터는 지난 황자의 난을 기억했다. 폴의 악랄한 계략에 결국 동생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지난 날, 그런 폴을 아버지인 황제의 부탁 때문에 처단 할 수 없었던 일들.


피터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입술에서는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황자님 정신차리십시오.”


토른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피터의 마음을 이해했지만 후견인으로써 그를 위로하기보다는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했다.


***

용병대원들은 칼을 뽑아 맨스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맨스를 호위하던 병사들은 이미 바닥에 시체로 널부러져있었다. 이제 맨스 혼자 남았다.


“맨스 이제 그만 포기하시지.”

“닥쳐라”

“아직도 팔팔하네. 가자!”


용병대는 소리를 지르며 맨스에게 달려들었다. 맨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달려드는 용병대원들 중 몇몇은 맨스의 단도와 장검에 죽어나갔다. 그러나 한계는 명확했다. 그들이 휘두르는 검에 점점 몸에 상처가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미 온 몸은 망신창이가 되고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샥-


“윽!”


지쳐버린 몸은 감각마저도 둔해졌다. 잠시의 방심으로 적의 얇은 레이피어가 다가오는 것을 허용했고 그 레이피어는 맨스의 눈을 긁었다. 오른쪽 눈에서는 엄청난 양의 피가 흘렀다. 눈을 한쪽 손으로 가려서인지 아니면 더 이상 쓸수 없는 눈이 되어버렸는지 한쪽의 시야는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맨스대장. 이제 순순히 항복해.”

“닥쳐라 더러운 배신자녀석.”

“배신은 무슨 어차피 우릴 소모품으로밖에 생각안하던 인간이면서”

“배신자가 혀가 기네.”


맨스는 몸을 죽어가고 있지만 입은 아직 살아있었다. 그는 언제나 역센 상황 속에서도 마음만은 항상 꺾이지 않았다.


“참나 어이가 없네. 가족같이 여긴다면서 고트의 죽음에 대해 그리 다룰줄 몰랐어.”

“누구에게 들었지? 볼턴과 나외에는 알 방도가 없을텐데.”

“뭐.. 그런건 알거 없고.. 당신 끝이야.”


점점 의식이 흐려지며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눈으로 그들의 당황한 표정을 담아냈다. 분명 용병단을 뒤 흔든 배후가 있었다.


‘어떤 녀석이지.. 피터 일리는 없어.. 폴인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확실한건 지금 살아남지 못하면 누구인지 알아도 이 일을 되갚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맨스에게는 희망이 없었다. 이미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바닥에 누워있었고 자신의 몸은 도망칠 여력도 없었으며, 활로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젠장..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맨스는 지금 껏 참아왔던 일들을 떠올렸다. 단숨에 키우려는 목적 때문에 용인했던 모든 일들과 그들에게 준 자유들이 어떻게 돌아왔는지를.. 이미 깨달았을땐 죽음이 다가왔다.


“잘 가라고”


탕-

탕-


고요한 시내가 흐르는 샛길에서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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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주르족 토벌(4) - 동쪽봉우리 +2 20.06.09 80 4 12쪽
24 24화 주르족 토벌(3) - 동쪽봉우리 +1 20.06.09 83 1 12쪽
23 23화 주르족 토벌(2) - 동쪽봉우리 +6 20.06.08 106 8 11쪽
22 22화 주르족 토벌(1) - 동쪽봉우리 +4 20.06.06 121 4 11쪽
21 21화 분쟁지역 길목에서 +2 20.06.06 118 3 12쪽
20 20화 산길전투(3) +2 20.06.04 154 8 12쪽
19 19화 산길전투(2) +5 20.06.04 165 6 12쪽
18 18화 산길전투(1) +2 20.06.03 152 4 12쪽
17 17화 분쟁지대로 가는길(3) +8 20.06.02 163 5 11쪽
16 16화 분쟁지대로 가는길(2) +3 20.06.01 166 7 14쪽
15 15화 분쟁지대로 가는길(1) +4 20.05.30 188 5 12쪽
14 14화 준비 +1 20.05.28 209 6 12쪽
13 13화 북부 공업도시 안달트 +3 20.05.27 212 5 11쪽
12 12화 도주 20.05.26 209 5 11쪽
» 11화 보르테르 능선 전투(5) +1 20.05.25 227 5 12쪽
10 10화 보르테르 능선 전투(4) +1 20.05.23 249 3 12쪽
9 9화 보르테르 능선 전투(3) +3 20.05.21 258 7 12쪽
8 8화 보르테르 능선 전투(2) 20.05.20 288 7 12쪽
7 7화 보르테르 능선 전투(1) +2 20.05.19 320 8 11쪽
6 6화 고귀함과 더러움 그 사이 +6 20.05.18 345 11 11쪽
5 5화 용병대장 맨스 +2 20.05.15 380 12 12쪽
4 4화 이동 상인 콜트 +2 20.05.14 451 19 11쪽
3 3화 북쪽으로 가는 길 +5 20.05.13 501 18 12쪽
2 2화 보르테르는 누구의 것인가? +7 20.05.12 555 21 13쪽
1 1화 김필구씨는 필릭스라는 이름으로 태어나셨습니다. +14 20.05.11 879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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