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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전장에서 살아남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하우프
작품등록일 :
2020.05.11 19:23
최근연재일 :
2020.06.09 22:41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6,588
추천수 :
219
글자수 :
132,491

작성
20.05.2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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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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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13화 북부 공업도시 안달트

DUMMY

“거의 다 온 것 같군.”


안달트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은 쉽다. 퀘퀘한 냄새와 연기로 가득한 하늘을 따라가면, 언제나 도시 입구에 다다른다.


“안달트에 기어이 오는군요.”


맨스는 어지간히 오기 싫었지만, 필릭스가 대분쟁지역으로 가려면 필요한 것이 많다며 데려다 줄테니 좀만 조심하라고 말했다. 물론 맨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너는 얼굴이나 가리고 있어.”

“이미 붕대로 칭칭 감겨있는데 뭐가 더 필요합니까?”

“그게 더 수상하니까 그렇지.”


바인은 아직도 영 맨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 다친 팔과 없는 한 쪽 눈이 마음에 걸렸다. 저런 꼴로 분쟁지역을 간다는건 죽으러 가는 것과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 후드.”

“고..고맙습니다.”


필릭스는 바인에게 친절하게 후드를 건넸다. 그리고 바인의 말을 끊으며 맨스를 갈굼에서 살려주려했다.


“일단 화로 있는데 부터 가죠. 틀 좀 만들게.”

“그래 그럼 갔다와라.”

“응? 나 혼자가라고?”

“그래 혼자 다녀와라. 나는 이 친구랑 주점에 다녀와야겠구나.”

“네? 둘이?”


필릭스는 이제는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갈굼당할걸 생각하니 맨스가 안쓰러웠다. 본인은 2년간에 침묵기를 빼곤 언제나 당하던거라 별 감흥이 없지만, 처음 겪는 사람들은 꼭 화를 한번 낸다. 그런데 맨스는 그럴만한 상황도 아니라 얼마나 속이 타들어갈지 상상히 안갔다.


‘불쌍한 놈..’


애처럽게 바라보는 필릭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맨스는 후드를 둘러 입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왜 문제있어?”

“아니 쉬다 가나 해서.”

“아니. 관문 상황이 어떤지는 알아야 할거 아니냐.”

“관문이 왜?”

“열렸다 닫혔다 하니까.”


분쟁지역으로 가는 길은 산길과 관문길이 있다. 그런데 이 관문길은 국경수비대의 관할이다. 신성제국에 위협이 될 만하면 아예 교류를 막아버리니, 때에 따라서는 산길을 택해야 한다.


“그럼 산길로 가면 되잖아.”

“저 수레를 밀고? 말이 다 죽겠다 야.”

“가는 길 잘 모른다더니...”

“그걸 모르는 니가 더 이상한 놈이다 요놈아.”


쾅-


바인은 필릭스의 머리를 쎄게 쥐어박았다. 그간 짜증나게 굴었던 복수였다.


“아이 진짜 다 큰 아들을 이렇게 해도되?”

“아니 다 큰 아들이 아버지에게 대들어도 되?”

“이해가 안되 정말.”

“뭐가 말이냐?”


대한민국도 아니고 넘어 온 세계에서 예의 차리고 어른을 공경하라느니. 필릭스는 도대체 이 세계는 뭔가 싶었다.


“됐고 일단 각자 갈길 가요.”


필릭스는 상황을 정리했다. 바인도 이에 더 이상 말을 더 하지 않았다. 이미 그의 머리 한대 때린 걸로 마음이 풀린 모양이었다.


“저는 그냥 여기..”

“수상하다니까. 따로와. 네놈도 말 쳐 안들을라고?”

“아.. 알겠습니다.”


맨스는 용병대장이었던 지난날이 무색하게 바인에게 소리 한번 못내고 끌려갔다. 그런 모습을 보는 필릭스는 고개를 저었다.


‘부디 살아남길...’


***

“주인장 화로를 좀..”

“아니 당신이 누군줄 알고 화로를 빌려주나?”

“안달트 무기장인들은 원래 이렇게 배려가 없네 참.”

“배려는 무슨, 당신이 더 우릴 배려안하는거지. 오늘만 해도 만들어야할 양이 얼만데!!”


필릭스는 쫓겨나듯 밖으로 나왔다. 벌써 몇번째 쫓겨난 것인지 모른다. 무언가 번잡하고 바쁜 분위기. 보르테르가 그렇게 많은 무기를 만들 때에도 이렇게 급하고 바쁘게 움직이진 않았다.


“도대체가 여긴 왜이렇게 바쁜거야.”

“북부는 처음이신가 봅니다.”


밖으로 나온 필릭스에게 한 노인이 말을 붙였다.


“아 네.. 이렇게 바쁜 건 처음보네요.”

“이유가 뭐 있겠습니까? 하나라도 더 팔려고 저러는 것이지요.”

“전쟁이라도 일어 났습니까?”


필릭스는 전쟁터에서 온 것을 숨겼다. 굳이 도망치는 입장에서 흔적을 남길 필요는 없다.


“아니요. 전쟁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물자라도 팔아넘길 생각에 저러는 거지요.”

“무슨 소리입니까? 전쟁을 준비한다니요?”


전쟁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줄 알았던 필릭스는 ‘준비’라는 말에 당황했다.


“예. 아무래도 정규군이 만들어질거라고 하니, 너나 할 거 없이 나라에 납품하려고 미리 준비하는 중이랍니다.”


‘정규군? 그럴리가..’


정규군은 황제의 부대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용 때문이다. 군대를 유지 할 만큼의 수입은 황제에게 밖에 없다.


“정규군은 이미 있지않습니까?”

“아 황제가 떼어준 군대 말씀입니까?”

“네. 그게 정규군이지 뭡니까?”

“그건 황제의 군대이지 황자의 군대는 아니잖습니까.”

“허면 황자의 군대를 모집한다는 겁니까?”

“네 그렇다네요...”


신성제국의 군대가 아닌 개인의 군대는 특별한 재정적 지원 없이는 운용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황자의 난 이후에는 제1황자가 무서워서라도 그런 소규모 군대조차도 조직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 그리고 이미 모집은 끝났다고 합니다.”

“네? 아니.. 이게 가능합니까? 돈이 어디서 나서?”

“돈은 모르겠지만, 군대는 용병단 하나를 통째로 가져왔다던데.. 그 뭐였다더라. 대장 이름인데 그 볼턴 말고 누구였지..”


필릭스는 볼턴의 이름을 들었을 때, 그가 말하는 정규군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는 단번에 알았다.


“맨스 용병단 말입니까?”

“아아아 맞습니다. 맨스. 대장의 이름이 그거였지요? 그 용병대가 우리 안달트와는 친분이 있는지라. 모두들 확신하고 만드는겁니다.”


필릭스는 더 이상 이곳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나저나 화로를 찾고 계시던데..”

“네. 틀좀 주조하려고요.”

“아하하.. 그러시군요.. 제겐 안쓰는 화로가 하나 있는데..”

“혹시 쓸 수 있을까요?”

“네네 물론입니다.. 제가 총 만드는건 하지도 못해 최근에는 자리세만 받고 있거든요..”

“사례는 하겠습니다.”

“어이구 감사합니다..”


필릭스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 오지도 않은 불안감에 침식되기보다 가장 먼저 해야할 일 부터 차근차근 끝내기로 했다.


***

“뭔 주점에 사람이 이렇게 없지.”

“아직 용병들이 돌아오지 않은 모양입니다.”

“거 용병이 없다해도 안달트 인구가 이렇게 적단 말인가?”


주점안 테이블은 몇석 차지도 않고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주점 주인도 하나라도 더 팔 마음에 이 테이블 저 테이블 움직이고 있었다.


“누구 찾으러 왔나보오?”

“뭐 누굴 찾는건 아니고.. 요새 북쪽은 어찌 돌아가나 보려고 온 것이요.”

“아 상인이시군요.”

“어떻게 아셨소?”

“여기서 정보를 구하는 이가 누구겠소. 어차피 사람 왕래하는건 용병 아니면 상인이지.”

“이거 눈썰미가 좋구만.”


오랫동안 사랑받는 가게를 운영하려면 사람 보는 눈과 그 사람의 필요를 아는 센스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바인은 그런 점장일수록 까다롭다는 걸 알았다.


“뭐 그거는 그렇고 뭐가 알고싶은거요? 맛있고 비싼 음식을 시키면 내가 친절히 설명해 드리리이다.”

“에이 이 사람 돈을 너무 밝히면 못써. 허나 잘만 해준다면야 안낼 이유야 없지. 근데 맛없으면 나는 그냥 나갈거요.”

“이 주점에서 그렇게 말하고 그냥 나간 손님은 없다는 것만 알아두시오. 그럼 메뉴는 알아서 잘 해오리다.”


하나도 양보하지 않는 점장과 바인의 대화를 바라보는 맨스는 그저 넋을 놓고 볼 수 밖에 없었다. 누구도 양보없는 대화가 마치 전쟁과 같았다.


***

“얼마짜리를 내올 줄 알고요.”


맨스는 북부에 처음 왔을 때 바가지를 너무 많이 썼다. 그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점장 상인 할 것 없이 북부에서의 장사는 바가지가 기본 특성이었다. 얼마나 깎느냐가 관건이다.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놈이구만.”

“무슨 말씀이신지.”

“걱정 마라. 내가 알아서 할테니.”

“북부는 처음이시잖습니까..”

“장사가 북부 남부 따로 있나? 보기나 하게.”


맨스의 호의가 바인은 별로 탐탁치 않았다. 불과 몇일 전만해도 양아치 같은 본성을 보이던 사내 답지 않았다.


“거 참 안어울리게 걱정이나 하고 말이야.”

“여러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약해져가지고서는 그래가지고 분쟁지역 가겠냐? 팔도 그 모양에 눈알도 한쪽 날라간주제에.”


바인은 맨스를 향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이래나 저래나 분쟁지역에 가게된게 여간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전장에서는 장인님보다 나을겁니다.”

“어쭈..”


***

점원을 기다리며 바인은 맨스에게 말을 걸었다. 맨스는 생각보다 순종적으로 바인의 말에 답했다.


“그나저나 자네 이야기좀 해보게.”

“무슨 이야기 말입니까?”

“자네 분쟁지대에 있었다면 어느 소속에 있었나?”

“소속 같은건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놈이 거긴 왜가?”


바인은 진심으로 화가났다. 소속이나 연고도 없는 곳에서의 삶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동 상인으로 지내 온 경험이 있는 바인은 잘 알 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연고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놈을 따라가게 생겼으니 늙은 나이에 그 일을 또 경험한다 생각하니 짜증이 팍 났다.


“어르신.. 분쟁지대에는 소속 따위 없습니다.”

“소속이 없다니?”


맨스는 그런 바인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했다.


“분쟁지대는 오로지 힘 아래 욕망 아래 모입니다.”

“체계도 없이?”

“체계는 힘이 모집은 욕망이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되는 곳입니다.”

“뭐 그런게 가능한가?”

“그러니 아직도 세력이 없잖습니까?”

“아니 몇년전에 3개의 세력이 나눠가졌다던데.”


바인이 분쟁지역을 목적지로 정하기 전부터 염두해둔 지역 중에 하나였다. 계속해서 전쟁이 일어나는 곳이니 수입은 문제 될 것 없지만 누구에게 줄대야할지를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력이 없다니 더 황당한 노릇이었다.


“제일 쎈 놈이 세 명일 뿐입니다.”

“어허..”


맨스의 설명은 이랬다. 힘이 크면 담을 수 있는 욕망이 크고,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 편리한 세력을 택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보시니 제가 순식간에 용병단을 일으킨 것도 이해가 안되시겠네요?”

“뭔말인가? 이해를 못한다니?”

“사람은 욕망의 충족만 되면 어디든 갑니다.”

“거야 당연하지 내가 그것도 모르겠나?”

“저는 여기서 욕망을 최대한으로 풀어줬을 뿐입니다.”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맨스를 보고는 바인은 한심하다는듯 웃어보이곤 말을 꺼냈다.


“그래서 욕망을 채워준다고 약탈도 그렇게 시켰나?”

“뭐..”

“근본 없는 놈은 역시..”

“그곳에서는 근본따지다간 바로 뒷통수 맞습니다.”


누구라도 자기가 생각하기에 최고의 업적을 깔보면 화가 나는 법이다. 그러나 상대를 잘 보고 말하지 않으면 되로주고 말로 받는다.


“그런 방식이니 오합지졸이지.”

“...”


바인은 신나게 자신의 업적을 이야기하는 맨스의 기세를 한방에 꺾어버렸다.


“어쨌든 그렇게 하는게 분쟁지대입니다.”

“그럼 할만 하겠네.”

“뭘말입니까?”

“어차피 말해도 이해 안될거 아닌가?”


바인은 철저하게 되갚고 밟아줬다. 일말의 자존심 때문에 맨스가 조금이라도 자신의 견해를 반대하지 못하도록.


“여기 멧돼지 스테이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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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주르족 토벌(3) - 동쪽봉우리 +1 20.06.09 83 1 12쪽
23 23화 주르족 토벌(2) - 동쪽봉우리 +6 20.06.08 106 8 11쪽
22 22화 주르족 토벌(1) - 동쪽봉우리 +4 20.06.06 121 4 11쪽
21 21화 분쟁지역 길목에서 +2 20.06.06 118 3 12쪽
20 20화 산길전투(3) +2 20.06.04 154 8 12쪽
19 19화 산길전투(2) +5 20.06.04 165 6 12쪽
18 18화 산길전투(1) +2 20.06.03 152 4 12쪽
17 17화 분쟁지대로 가는길(3) +8 20.06.02 163 5 11쪽
16 16화 분쟁지대로 가는길(2) +3 20.06.01 166 7 14쪽
15 15화 분쟁지대로 가는길(1) +4 20.05.30 188 5 12쪽
14 14화 준비 +1 20.05.28 209 6 12쪽
» 13화 북부 공업도시 안달트 +3 20.05.27 213 5 11쪽
12 12화 도주 20.05.26 209 5 11쪽
11 11화 보르테르 능선 전투(5) +1 20.05.25 227 5 12쪽
10 10화 보르테르 능선 전투(4) +1 20.05.23 249 3 12쪽
9 9화 보르테르 능선 전투(3) +3 20.05.21 258 7 12쪽
8 8화 보르테르 능선 전투(2) 20.05.20 288 7 12쪽
7 7화 보르테르 능선 전투(1) +2 20.05.19 320 8 11쪽
6 6화 고귀함과 더러움 그 사이 +6 20.05.18 345 11 11쪽
5 5화 용병대장 맨스 +2 20.05.15 380 12 12쪽
4 4화 이동 상인 콜트 +2 20.05.14 451 19 11쪽
3 3화 북쪽으로 가는 길 +5 20.05.13 501 18 12쪽
2 2화 보르테르는 누구의 것인가? +7 20.05.12 555 21 13쪽
1 1화 김필구씨는 필릭스라는 이름으로 태어나셨습니다. +14 20.05.11 879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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