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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에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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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에프
작품등록일 :
2024.02.08 15:57
최근연재일 :
2024.02.25 10:04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594
추천수 :
21
글자수 :
79,835

작성
24.02.09 09:05
조회
111
추천
3
글자
12쪽

4. 수상한 506호 = 헤픈 여자?

DUMMY

4. 수상한 506호 = 헤픈 여자?



-똑똑


“그냥 들어오세요.”

“!”


이 험한 세상에 누군지 확인도 안 하고 여자 혼자 있는 방으로 냅다 들어오라니, 고시원의 방범을 너무 믿는 거 아닌가 싶다.


아니면

506호 = 쉬운 여자?


“...좀 전에 봤던 101호 총무입니다.”


방주인의 허락이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 매너 있게 신분을 밝혔다.


-딸깍


“헉!”

〔놀라긴.〕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서니

방바닥에 벌러덩 누워서 한쪽 무릎을 높이 세워, 발을 위로 포갠 채 빤히 쳐다보고 있는 506호였다.

치마가 아니라 바지여서 다행(진짜로?)이었지만.


506호 = 헤픈 여자??


판단이 오락가락했다.


〔침 흘리며 멀뚱하게 서 있지 말고, 앉아!〕


‘?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렇게 헤벌레~ 하고 있으면 방바닥에 침 떨어져.〕


자기 탓인 줄도 모르고 뭔 헛소리를 자꾸 하는지...


“저기... 좀 앉아주시면...”

〔에잇...〕


-벌떡


그제야 몸을 일으키는 506호였다.

그것도 매우 귀찮다는 표정으로.


〔빌어먹을! 배 아파서 좀 누웠더니만, 이놈이 아주 덮칠 표정이네.〕

“덮치다니! 이 아가씨가 날 뭐로 보고! ...??”


‘가만... 목소리가?’


난감한 처지에 빠지다 보니, 506호가 걸걸한 노인네 목소리인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변성기도 한참이나 지났는데 말이다.


〔허튼 생각 말고, 네놈도 이렇게 할 수 있으니 정신을 집중해 봐. 아직은 어렵겠지만.〕

“? ...다리를 꼬고 누워 보라고?”

〔뭔 헛소리를!〕

“...그럼? ...남자 목소리를 내보라고? 난 남자인데?”

〔이런 미친놈. 생각으로 말을 전달해 보라니까! 입 열지 말고.〕

“!!”


둘 다 잘못짚었네...


‘그런데 그게 말이 돼? 입 닥치고 말하라니!’


미친놈 취급하는 노인네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열 받아서일까?

수상한 506호가 여자인지 남자인지는 잠시 접어뒀다.


오늘 겪은 일에 비하면 목소리변조 정도야 별일도 아니니까.


일단 짜증이 났고, 왠지 꿀릴게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확실히 영체 사건이후 간덩이가 커져 심정에 변화가 생긴 듯하다.


그래 생각해 보자!

모니터 밖으로 나와서 원래의 육신으로 되돌아갈 때도 간절한 바람이 있었고, 결국은 성공했지?

지금은 그때처럼 불안에 쫓기지도 않는 상태니 훨씬 쉬울 것 같은데.


‘의지를 내세워 반드시 하고자 하면... 이렇게...... !! 맞네!’


〔되는구나! 하하하하!〕

〔어라? 이놈이...〕

〔그래, 여자도 남자도 아닌 노인네야. 나도 할 수 있다고!〕

〔이, 이럴 리가 없는데... 적어도 며칠은 걸릴 텐데...〕


탁성존자는 당황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차피 시간이 걸릴 것이니 맛보기만 보여주고, 원래의 육성으로 말하려 했는데

각성의 일환인 원감(텔레파시)이 통하다니...


이처럼 곧바로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영체를 가져서? 아니,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어린애에게 검을 쥐어줬다고 바로 상승의 검술을 펼치나? 그건 불가능.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절차와 단계가 필요한 것이기에.


〔머리 굴리는 것도 다 들리니까 그만하시지.〕

〔헉...〕


내친김에 강하게 나간 것인데 그것이 먹혀들었다.

506호의 동그란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자, 이제 더 뻐길게 없으면 그냥 말로 합시다. 귀신도 아닌데 입 다물고 이게 뭔 짓인지...쯧.”

“하... 정말 놀랄 일이네요.”


탁성존자, 정아란은 찔끔하며 수그러들었다.

지나치게 빠른 상대의 각성속도에 기가 죽은 것이다.


더 이상 밉보였다간 향후 관계에 득 될 게 없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오히려 저 거들먹거리는 성격에 질질 끌려 다닐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오늘 내가 겪은 일을 눈치 챈 것 같은데 맞습니까?”


스스럼없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이미 내게 벌어진 일을 아는 것 같았다.


“맞아요. 그래서 확인 차 찾아간 거예요.”

“인터넷이니 뭐니 한 건 몽땅 거짓말이군요.”

“...그건 미안해요.”


‘상냥하니 좋네.’


걸걸한 음성보다야 이 목소리가 훨씬 낫지.

그렇다면 실제로 아가씨든 노인네든 깡그리 무시하고!


“존칭은 좀 곤란할 것 같습니다... 액면이 이렇게 어린데... 요... 그냥 말 놓을...게.”

“예... 오, 오빠...”


내 말투가 연필심 깎아내듯 점점 짧아지더니 결국 반말이 튀어나왔고.

506호도 어쩔 수없는 현실을 수긍하는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받아들였다.


‘좋았어. 서열정리도 확실히 되었으니,’


“아란아, 말해 봐. 내가 왜 이런 일을 겪게 되었는지.”

〔이런! 새까맣게 어린놈이...〕


“어허! 영감님 다 들린다니까 그러시네. 이러면 정말로 화나는데...”

“죄, 죄송해요. 오빠.”


아차! 하며, 곧바로 꼬리를 내리는 탁성존자 정아란이었다.

10년을 기다렸는데 여기서 삐끗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기댈 곳이라곤 이놈밖에 없으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나와 관련된 중요한 것만, 알았지?”

“예. 그러니까... 이 세상으로 오기 전... 오악... 7/7술법서... 영체.........”


너무 장황히 늘어놓기에 중간에 두 번이나 말을 끊었지만, 다 듣고도 뭔가 덤덤했다.

현실과 괴리감이 너무 큰 것인가?


아니, 놀라긴 했다.

자기는 다른 세상에서 왔고

내가 인연이 있어서 영체를 가졌으니

언젠가 초월한 능력을 지니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그래도 이제는 인이 배였는지 그렇게 충격적이지도 않았다.


하루 만에 이런 급격한 심정적 변화라니

내가 정말 이런 사람이었나 싶기도 했다.


그리고

아란은 내가 이미 HTS를 드나들 수 있는 초월적 능력을 가진 것도 모르고

술법서에 발현된 글귀도 알지 못하는 눈치다.


하긴, 절박한 순간에 대사형이라는 사람이 한 번도 본적 없는 술법서를 건넸으니 그럴 만 했고.

나야 뭐, 남의 일 같은, 오악이니 뭐니 하는 이전 세상사는 관심 밖이라 HTS만 흥미로웠다.


‘결론은 ‘내손내잡’인가...’


그랬다.

HTS는 나한테 벌어진 일이고 오롯이 내가 알아서 해결할 문제였다.


“나는 갈게.”


의문이 풀렸으니 506호 볼일은 끝났지만...

한마디 덧붙였다.


“그런데 숙녀 방이 이게 뭐야. 오늘 이사 왔냐?”

“예? 오빠 그게 무슨?”

“아니 그렇잖아. 아무것도 없잖아. 그냥 고시원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것 말고는.”

“아, 예...”


그러고 보니

느닷없는 시공간 이동으로 여자로 탈바꿈한 지난 세월동안 탁성존자는 세상사에 무관심했다.

어차피 신분의 정체성도 없고, 어느 정도 섭생에서 자유롭고 세월도 비켜가 은둔자처럼 지냈으니, 컴퓨터, 핸드폰, 의류, 화장품 등 필수품과 사치품의 구분조차 없었다.

24권의 술법서를 찾아 팔보채의 신호를 추적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고생깨나 한 게 전부였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사람이든 뭐든 달라져야지.”

“예...”

“나도 도와줄 테니 힘내.”


사연을 듣고 보니 낙동강 오리알 같은 처지라 한편으론 측은했고.


“헤헤! 고마워요. 오빠.”


진심 어린 말에 탁성존자 정아란도 안심하고 기뻐했다.

꽤나 틱틱거렸는데 뒤끝이 없어서...


다행히 불상사 없는 해피엔딩이었다.


***


-벌러덩


노트북과 모니터의 전원을 켜고 방바닥에 잠시 누웠다.


폭 좁은 침상하나와 작은 책상과 의자.

그리고 미니 옷장이 가구의 전부인 2평 고시원이다.


지방에서 상경.

서울의 모 대학 졸업.

번듯한 증권회사에 취업.

모종의 사고로 3개월 만에 사표.

회계사시험 준비로 고시원에 들어온 것이 6년 전.

우연히 유료사이트를 통해 단타매매를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5년.


1년 만에 그만둔 회계사 시험에 대한 미련은 있었지만 홀가분했다.


첫 직장생활에 대한 염증이 남아 있어,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간섭도 없이 혼자서 분석, 판단하여 투자 결정하는 것에 묘한 매력을 느꼈다.


주식이나 회계에 대해 문외한은 아니었기에 남들보다 유리했고, 단타매매의 흐름을 잘 탔는지 수익도 좋았다.


그렇게 해서 한때 5천만 원에 가까운 돈을 모아,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하나뿐인 여동생의 결혼에 절반을 떼어줬고, 그 이후 점점 쪼그라들더니 지금의 7백만 원이 됐다.

시드머니가 1천만 원이었으니 따지고 보면 많이 번건데, 손해 본 것 같은 건 끝없는 욕심 때문이다.


몇만 원이면 삼시 세끼도 때울 수 있는데, 하루에 몇백만 원을 벌어도 가볍게 여기고, 다시 쉽게 잃어버리니...

소소한 행복을 잃어서는 안 되는데 말이다.

죽자고 매달리기만 하는 것보단 즐길 줄 아는 것이 단타매매의 롱런 비결임을 수시로 까먹는다.


***


짧은 회상을 끝내고

의자를 당겨, HTS 화면이 켜진 모니터를 지그시 응시하곤 깊게 숨을 들이켰다.


“후웁...”


지난번과 달리 의도적으로는 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약간 긴장됐다.


‘이제 저곳으로 들어가겠다는 마음으로 집중하면...’


“...?”


-썰렁~


“응? 뭐야?”


영체에서 본래의 육신으로 되돌아올 때도

탁성존자와 원감을 나눌 때도

일념으로 집중하면 되었는데, 이번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전원을 켜지 않았나?

그럴 리가!

노트북과 연결된 모니터에 HTS 화면이 멀쩡히 보이는데...


“그럼 다시...”


‘집중... 또 집중... 몰두... 몰입... 일념... ? ...?? ...???’


“뭐야! 안 되잖아! 에이 씨! 참깨! 들깨! 흰깨! 검은깨! 통깨! ...”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소리 지르고 또 질렀다.


그러곤 겁이 더럭 났다.

아니, 실망감이랄까.


설마? 일회용 소원 풀이였나?

...의심도 들고.

에이 그럴 리가, 영체도 생겼는데?

...우기기도 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안 되느냐~고~~오!

알리바바의 ‘열려라 참깨’주문도 안 되잖아!!


“!!!”


잠깐...

주문이라면?

혹시? 무협지 완결편의 사라진 문장?


“그럼!”


-번쩍


기억을 떠올리자 ‘노답’(도저히 의미를 알 수 없는 세 줄의 글귀를 이렇게 이름 지었다.)이, 머릿속에 새겨진 낙인처럼 선명하게 나타났고.

새로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마치 피아노의 건반을 두드리는 것처럼 13개의 글자가 차례로 빛을 발했다.


그러곤


-짜잔~


어느새 모니터안의 영체로 바뀌어 수면 상태에 빠진 본래의 육신과 마주하고 있었다.


“아하!”


바보 도(道) 터지는 소리?

아님!


막연한 집중이 아니라 노답을 떠올려야만, 그중 몇 개의 글자가 빛나고 그러면 영체로 분리되어 HTS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흐흐, 나, 개존잘?’


주체할 수 없는 자뻑이었다.

누구도 못 할 일을 해냈다는 자부심으로 어깨뽕이 한참이나 올라가며 용기가 솟았다.


“좋았어. 이제부터 여긴 내 구역이다!”


-퉤퉤!


동네 강아지처럼 한쪽 다리를 번쩍 쳐들 수는 없었기에, 더럽지만 침 한 번 뱉어주는 걸로 영역표시를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47 흑전사
    작성일
    24.02.19 17:20
    No. 1

    재미있습니다. 영역 안에서는 똥개도 몇점 먹고 들어가니 호랭이에게도 큰소리 한번 칠 수 있는 거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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