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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공략으로 무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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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1.07.30 19:08
최근연재일 :
2021.08.26 07:15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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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5
추천수 :
181
글자수 :
145,523

작성
21.08.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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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5화

DUMMY

안전보장.

헌터를 맞상대 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단어이다.



테리가 있었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가식적인 모습이더라도 배불뚝이가 유지했던 모습 때문에 아주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은 나와 배불뚝이 그리고 그의 아들 뿐.



본모습을 보이더라도 누구 하나 그를 제지할 사람은 없었다.

애초에 이곳은 그의 집.


그가 어떤 모습을 보이더라도 그를 제지할 사람은 없다.





게이트는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상치 않은 곳.

헌터가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곳이었다.



그저 사고사 처리를 하고 끝내면 그만일 뿐.


그랬기에 헌터가 아닌 자들은 게이트 안에서 몸을 사려야 했다.



게이트 안에서 헌터가 아닌 자들에게 헌터는 저승사자.


물론 살인이라는 행위가 그리 쉽게 잃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종종 잃어나는 일이었고, 그 피해자는 대부분 헌터가 아닌 자들이었다.



지금 이곳은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는 게이트 안과 똑같은 상황.



“다른 뜻이 아니라, 조금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해봐도 되나요?”


완전한 거절이 아니라는 의사표현에 배불뚝이의 얼굴에는 다시 미소가 돌았다.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생각했는데, 조건이 마음에 안 드시나 보네요? 추가조건을 제시한다면 제가 참고해보겠습니다. 뭐가 마음에 드시지 않으셨나요?”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스러워서...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이것도 확실한 거절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배불뚝이의 얼굴에 있던 작은 웃음기는 사라져버렸다.



‘그냥 조건을 받아들이고, 바디모드에서 저 싹퉁머리 없는 새끼를 떨궈 버리고 내 살 길을 찾을까?’





헌터인 그가 아량을 베풀고 존댓말까지 써가며 제시한 조건을, 내가 냉큼 받아들이며 감사함을 표하지 않아서인지, 그의 얼굴은 조금씩 구겨져 갔다.


“그래서 시간은 얼마나 주면 되나?”


배불뚝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물었고,


“어.. 조금만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나는 말을 얼버무렸다.


배불뚝이의 차가운 표정에 불현듯 김창현을 몰래 훔쳐봤던 그날의 일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자.. 잠시만 화장실 좀..”



배불뚝이의 화는 시간이 지난다고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그는 당장 대답을 듣기 위해 나를 재촉할 것이고, 내가 결국 거절의 의사를 내비친 순간.



내 몸을 두 조각 낼 지도 모른다.



이곳은 게이트 안과 하등 다를 바 없는 곳이니까.










조용했다.



“후우...”


화장실 안은.


“예. 여보세요. 테리님이시죠?”






“예. 맞습니다. 장소요? 지금 너무 넓어서.. 예. 지금은 화장실이요. 예. 예. 알겠습니다.”





테리가 올 때까지 화장실에서 뻐기려고 마음먹었었다.

“뭐하고 계십니까?”


이 배불뚝이가 오기 전까지는.


“예. 이제 막 볼일을 다 봐서 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은 다 정리 되셨습니까?”

“어.. 그.. 그게..”



배불뚝이는 계속 대답을 종용했고, 그 순간.


“안녕하세요.”


나의 구세주, 중개자 테리가 등장했다.


“저만 빼놓고 화장실에서 뭐해요?”

“하하하. 안 그래도 중개를 부탁드리려고 했었는데.”


중개자 테리의 등장에 배불뚝이는 금세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시 자리를 옮겼다.





내 계획은 추후에 통보해주겠다고 한 뒤, 중개자 테리와 함께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


안전거리를 확보한 후에 못하겠다는 통보를 하려고 했었다.




중개자 테리는 내 거래 상대방이 아니다.

그저 중개를 해주는 도우미일 뿐.



지금 생각해보니 굳이 중개자 테리와 주도권 싸움을 할 필요는 없었다.




“아 귀찮아. 아빠 그냥 나 내 방에서 누워 있을 테니까. 다 끝나면 불러.”


하지만 저 싸가지 없는 새끼의 말투와 얼굴을 보니 그간의 일도 떠올랐고, 배알이 뒤틀렸다.


“더 제시할 조건이 있으십니까?”


배불뚝이는 아들을 힐끔 보고는 내게 눈치를 주듯 물었다.

그 물음에 나는 단호하게 답했다.



“죄송합니다. 못할 것 같습니다.”



물론 아무리 배알이 뒤틀렸더라도 중개자 테리가 없었다면 이렇게 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중개자 테리는 거래 양 당사자의 이익과 안전을 보호 한다.

특히 테리는 내게 특별히 안전을 보장해줄 것을 약속했다.



그랬기에 안심하고 말할 수 있었다.



배불뚝이의 거짓 미소는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미소가 사라진 자리를 구겨진 얼굴이 대신했다.



그걸로 그치지않고, 배불뚝이의 얼굴은 삽시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불안감이 밀려 들어왔다.



아무리 중개자 테리라고 하더라도 겉보기엔 그저 연약한 여자.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얼굴을 한 배불뚝이는 헌터일 것이다.



이 정도 규모의 집을 소유한 헌터라면 보통은 아닐 터.



배불뚝이가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재산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강한 헌터들을 직접 고용하거나, 용병 형식으로 상주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이거 안 되겠네. 오늘 시체 하나 치워야겠어.”





배불뚝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켓을 벗었고,



입고 있던 셔츠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전투태세를 준비한 배불뚝이는 그냥 동네 뚱뚱한 아저씨의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거대한 호랑이 같은 모습.



테리가 안전을 보장한다손 치더라도 그 상대가 테리보다 강하다면, 어떤 보장이라도 무용지물이었다.



만약 테리가 자신의 통제력을 벗어난 사람의 중개를 하고 있다면.



‘시발...’


“건방지게 말이야. 너 내가 누군지 몰라?”


헌터가 아닌 나를 극진히 대접해주고, 예의를 갖춰주었던 배불뚝이는 이제 없었다.



차가운 눈빛을 한 소름끼치도록 잔인한 사람만 있었을 뿐.



저 눈은 내가 이미 한 번 본 적이 있는 눈이다.



게이트 안에서.

잊혀 지지 않는 김창현의 눈빛.


그 멍청이가 한 방에 죽지 않자, 헌터 한 명을 무참하게 살해할 때의 그 눈빛이었다.




고개를 돌려 내 옆에 있는 중개자 테리의 낯빛을 살폈고,



“죄송한데, 그 쪽이야 말로 제가 누구인지 모르시나요?”


테리는 태연했고, 침착했다.

이미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내가 너무 잘 대해줬나? 아직도 분위기 파악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넌 지금 홀로 사자 우리에 던져진 거야 테리. 만약 네가 국가 급 병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곳에 당도하기 전에 넌 끝이다.”


“그게 지금 네가 처해진 상황이다. 알겠나 테리?”


다행인지 배불뚝이의 눈에 나는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아직 까지는.


“불러보세요. 그 쪽이 가용할 수 있는 병력 모두.”


테리의 말에 배불뚝이는 황당하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허허. 이거 참. 현실성 없는 사람이라 죽기 전까지 자기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네.”



“흥. 일국의 총리가 거래 내용을 지키지 않으려다가 어떻게 됐는지 아실 겁니다. 모르신다면 한 번 알아보세요. 옆 나라 총리가 어째서 그런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는지.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를 말입니다. 그쪽도 대외적으로 지병악화를 겪고 싶으시다면 지금 확실하게 말 해 주세요.”




배불뚝이는 아무런 대답 없이 오른손을 자신의 허리춤으로 옮겼다.



‘뭐지?’


그가 꺼내 든 것은 사탕.

그건 사탕이었다.


“하하하. 이거 민망하게. 놀란 척이라도 해주시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으시는 군요. 됐습니다. 어차피 육성 메이트는 많으니까요. 팀을 꾸리면 됩니다. 공략 왕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클리어 가능한 팀을요.”



“농담이고 장난이었으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십시오. 테리님. 저는 테리님을 존중합니다. 앞으로도 테리님에게 중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모두가 만족하는 거래를 지향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대저택의 문을 나서자 손과 등에 흘린 땀이 느껴졌다.


“후우..”

“걱정 했어요? 뭘 걱정까지 하세요? 저 중개자 테리가 있는데.”



겁먹은 것은 나뿐.

테리는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었나보다.



“약속했죠? 거래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가..”


“중개자 테리의 명성이 그리 쉽게 세워진 줄 아셨어요? 징수도 실력이에요.”



아니다.

테리는 처음부터 자신의 통제력을 벗어나는 인물들은 중개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통제력 안에 있는 사람이어야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 테니.



“수 없이 많은 거래를 중개했어요. 그 중에는 먹튀를 하려는 사람도 있었고, 별에 별 사람들이 다 있었죠. 중개자 테리가 유명한 이유는 쌍방 당사자의 이익을 도모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확실한 징수 때문이에요.”



주도권 싸움.

전부 무의미한 짓이었다.



거래내용을 교환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돌아서면 그만이었던 것을.



“집이 어디세요?”

“어... 그때 처음 만났던 그 건물 거기에 내려주세요. 아니면 파에테르 공원이나.”



내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던 것은 목숨을 보존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곳에서 안전을 보장한 테리라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작정 중개자 테리를 믿은 것 역시 아니었다.


만약 테리가 끔살당했다면, 나는 배불뚝이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 싹퉁머리 없는 놈의 육성 메이트를 했을 것이다.



그렇게 헌터가 되는 방법도 그리 나쁜 방법은 아니었으니.






안락한 테리의 리무진.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다.



나는 입을 열었다.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궁극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중개자 테리님을 중개인으로 두려면 자격 요건이 필요 한 가요?”

“음... 그때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거래 테이블에 앉아 주시면 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테리에게 100퍼센트 확실한 헌터 도전 자격을 사는 것은 꽤 많은 비용이 든다.



아무리 나라도 감당이 되지 않을 액수가.


“혹시 존재하는 물건이라면 어떤 종류라도 상관없나요?”

“쌍방 당사자의 합의만 이루어 진다면요.”


“그럼 정보도 포함이겠네요?”

“그렇죠. 실제 국가 기밀도 중개한 적이 있으니까요.”


내가 게임 세계에서 정보를 팔았던 것처럼 테리에게 현실 정보를 산다.



나는 이미 게임 세계에서 테리에게 정보를 팔았다.

그녀의 의도가 어쨌든 간에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누군가 무엇이든 건네준다면, 똑같이 갚아줘야 한다고 느끼는 게 인간이다.


테리는 무엇이든 판다고 말했다.



그랬으니 정보를 팔고 있지 않더라도 내게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중개자 테리는 신뢰나 약속 같은 걸 중요시 생각하는 사람이니.


“어떤 정보를 사고 싶은데요?”


천천히 준비했던 말을 꺼냈다.


“헌터 도전 자격. 진짜 헌터 도전 자격을 100퍼센트 파는 사람의 정보를 사고 싶습니다.”




테리는 웃었다.






“이해하시겠어요?”

“에?!”




심장이 벌렁 거렸고, 테리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마지막 이해하겠냐는 말을 빼놓고서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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