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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공략으로 무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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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1.07.30 19:08
최근연재일 :
2021.08.26 07:15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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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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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글자수 :
145,523

작성
21.08.0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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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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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10화

DUMMY

사기를 당한 사람을 가리켜 피해자라고 칭한다.

사람들은 가해자를 욕하기보다, 사기나 당하는 멍청한 놈이라고 피해자를 비난한다.


피해자의 상황은 알지도 못하면서 사기를 당하는 놈들은 멍청해서 당해도 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작은 욕심에 눈이 멀어, 더 큰 것을 잃는 멍청한 놈들이라고.


“그래. 제안을 들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안하면 그만이지.”


막상 눈앞에서 달콤한 사탕을 흔들어대고 있으니 마음이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게임은 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

그런 게임에서 꽤 오래 버티며 단련 되어있었으니, 나는 웬만한 사기에는 넘어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꽤나 잘 직조된 사기 수법도 내 앞에서는 헐렁하게 늘어져버린 고무줄과 같았다.



[육성 메이트가 뭘 말하는지 자세히 한 번 설명해 주세요.]


그의 대답은 꽤나 간결했다.

게임 캐릭터 육성을 함께 도와달라는 것.


“아 뭐야. 뭔가 있을 것처럼 말해놓고. 별 것도 아니잖아. 돈은 왜 달라는 만큼 준다고 한 거야? 가슴 떨리게.”


[그냥 제 공략집을 사세요.]


“돈 아끼려는 건 아닐 테고. 먹튀하려고 저러는 건가?”


[군주님 제가 말씀드린 의미는 그게 아닙니다.]


“그럼 뭔데 새끼야.”


[돈은 제가 원하는 데로 다 주신다고 했죠?]

[예. 그렇습니다.]


[그러면 돈 받고 버스 태워서 던전 깨주는 사람들 있으니까 그 사람들한테 돈 주고 하세요.]


“븅신이 어디 나를 벗겨 먹으려고.”


이미 나에게 사기 치려 시도했던 사람들이 한 트럭은 넘었다.

눈앞에 당근을 쥐고 흔든다고 유도한 데로 넘어갈 내가 아니었다.


이런 되도 않는 수법으로 나를 빨아먹으려고 하다니.


[군주님, 그런 의미가 아니라 직접 옆에서 캐릭터 육성을 지도 편달 해달라는 말입니다.]


“직접 옆에서? 과외를 하듯이?”


실소가 터졌다.

옆에서 게임을 가르쳐 주면 원하는 만큼 돈을 다 주겠다니.



달콤해도 너무 달콤한 제안이었다.


“이건 어린 애도 안 속겠다.”





사기의 밑바탕에는 큰 이득을 얻겠다는 욕망이 숨겨져 있다.

그래서 사기꾼들은 실제로 초기에 작은 이득을 주곤 했다.



처음부터 별 거 아닌 일에 큰 이득을 약속한다면, 바보 천치라도 사기가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게 정상적인 반응.



“처음에 내 공략을 사서 이득을 주긴 줬네.”




내가 재차 거절하자 본전 생각이 났는지 놈은 안달이 났고,


[군주님. 진짜 간단합니다. 옆에서 육성하는 것을 직접 지도만 해주시면 됩니다.]


[물론. 돈은 원하는 데로 드리겠습니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진짜 사기라면 더 치밀했어야 했다고.



“음...”



[고민하실 거 없습니다. 진짜 간단한 일입니다.]




나한테 무엇을 원하는 걸까?

이리도 집요하게 굴게 만드는 것은.



돈?



사기의 목적은 상대를 기망하여 금전적 이득을 얻는 것.


[이건 기회입니다. 저희가 보증금을 요구하거나 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단순히 지도 편달을 해서 만렙을 찍어주신다면 원하는 금액을 드리겠습니다.]


[간단하지 않습니까?]




금전적 이득이 아니라면 원한.



원한을 갖은 인물이 나를 불러내어 반신불수를 만들려는 것일 지도 모른다.



곰곰이 시간을 더듬어 기억을 찾아 헤맸지만, 나는 절대 누군가에게 원한 살 짓은 하지는 않았다.


현실 세계에서는 헌터 아닌 자가 늘 그러듯, 나 역시 존재하지 않는 사람 취급을 받았고, 게임 세계에서는 신뢰를 최우선으로 했기에 신망이 두터우면 두터웠지,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일은 없었다.


“내가 모아놓은 돈을 강탈하려는 건가?”


내가 공략왕으로 유명한 건 누구나 아는 주지의 사실.

그럼에도 내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정보의 특성과 내 거래 방식의 특이성이 합쳐져, 타인은 절대 그 규모를 추산조차 할 수 없을 터.



내 정보는 물건 사듯 이루어지지 않는다.

방문판매처럼 내가 상대를 찾아가서 판매하지도 않았다.



원하는 정보를 그들이 귓속말로 보내거나, 편지함에 편지를 남겨두면 나는 가격을 말한다.


그렇게 정보료를 선금으로 건네받으면 그제야 내 공략을 넘겨주었다.


“없는 것 같은데.. 나한테 사기 칠 이유가..”


설득 되고 있었다.

그의 화려한 언변이 아닌 내 스스로에게.


[저에게도, 군주님에게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제 착각이었나 봅니다.]



[어쩔 수 없네요. 다른 사람을 찾아야겠어요. 혹시라도 마음이 변하신다면 다른 지도교사를 구하기 전에 연락 좀 해주세요.]


[편지함에 연락처 남겨 놓을 테니 관심이 생기신다면 꼭 연락 부탁드릴게요.]





안달이 나있었는데 내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느꼈는지 상대는 그렇게 떠나갔다.



어쩌면 수법 중 하나일 지도 모른다.

도리어 내가 안달이 나게끔 하기 위한.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손해 볼 건 없는 거 같은데..”



돈.

진짜 내 돈을 빼앗으려는 목적이라면?


내가 공략왕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니, 당연히 돈이 많을 거라 여겼는지도 모른다.


내가 돈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어설픈 범죄자의 유괴나 납치일 지도.


“크흠...”






“그래. 찝찝하면 먹지 말아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게 내 철칙이었다.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그래도 찝찝하다면 그냥 하지 않는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철칙.


하지만 이상하게 자꾸 눈길이 갔다.


편지함에 그가 남긴 편지가 있었지만 읽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우지도 않았다.



“아.. 남는 장사 같은데..”




설령 내 몸 값을 노린 납치나 유괴라 할지라도 잘 둘러대고 빠져 나올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대충 약간의 돈을 넣어 놓은 통장을 보여준 뒤.

가진 건 이게 다라고 상대를 속이면 된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최악의 상황이 생긴다면, 앞으로 공략을 판매한 돈을 나눠 갖자는 핑계로 목숨 정도는 보장 받을 수 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최악을 가정해도 나쁘지 않은데... 혹시 모르니까 전화번호만 적어둘까?”





편지함을 열었다.





-----------------------------------

to 군주님


안녕하십니까. 군주님.

달랑 번호만 남겨 놓는 것은, 군주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몇 글자 남깁니다.


거래 성사시 돈을 원하는 만큼 주겠다고 제안한다면,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 상한선이 얼마인지 물어볼 것입니다. 하지만 군주님은 그러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거래 내용을 들어보겠다는 것은 거래에 약간이나마 관심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거래에 응하지 않으시려고 하는 것은, 다른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추론컨대, 그건 군주님의 실제 정체를 드러내는 것 때문 아닐 런지요?



군주님, 저는 만방에 군주님의 정체를 밝히라고 요청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캐릭 육성에 한해서 지도 편달을 부탁드린 겁니다.


물론 그동안 단 한 차례도 밝혀진 적이 없었던 군주님의 정체가 소수에게나마 밝혀진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라는 점은 저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군주님의 정체를 알게 되는 수는 정말 소수입니다. 끽 해야 3~4명.


절대 5명을 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소회를 늘어놓자면 솔직히 많이 놀랐습니다.

군주님의 실제 정보를 알아내어 직접 연락드리고 싶었으나, 신상정보 관리가 철저하셔서 군주님의 정보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랬기에 저도 부득이하게 다른 공략 구매자들처럼 게임 내에서 군주님에게 연락을 취하게 된 것입니다.


만약 이 점이 기분 상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방법이 없었고, 죄송하지만 정말 실력이 있으신 분인지 검증도 해야 했기에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군주님께서 신망과 신뢰를 쌓기 위해 꽤나 큰 노력을 기울이셨다는 것을 군주님을 조사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군주님 못지않게 저의 분야에서는 신망과 신뢰 그리고 실력을 쌓기 위해 피 흘리는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군주님 혹시 중개자 테리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제가 그 중개자 테리입니다.


먼저 제 소개를 하는 것이 예의이고, 또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기에 제 정체를 밝힙니다.


군주님 거래 조건은 아까 말씀드린 것과 같습니다.


물론 세부 내용은 조정해야 될 테지만요.



군주님 저의 연락처는 0000-000-0000-000입니다.


장난이 아니고 실제 제 연락처입니다.

0이 14개.

이게 저의 전화번호입니다.


마음이 바뀌시면 꼭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음이 바뀌시지 않더라도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추신: 저는 신세를 지면 무조건 갚습니다.

연락해주신다면 앞으로 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from 테리

-----------------------------------


“중개자 테리?”



중개자 테리.

게임 속 인물은 아니다.




중개자 테리라니.

더 말이 되지 않는 것은 그의 연락처.


0이 14개.

외우고 싶지 않아도, 연락처를 외워 버렸다.


0이 14개면 로얄 번호를 뛰어 넘는 수준.

심지어 존재 할 수 없는 숫자와 조합이었다.




연락처 하나로 대단한 인물임을 짐작케 하는 번호였다.

번호가 사실이라면.




중개자 테리.


그는 게임 속 공략왕인 나만큼이나 현실 세계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무엇이든 구해주는 사람.

거래에 있어서 스페셜 리스트.



그가 구하지 못하는 물건은 없다는 소문이 붙을 정도이다.




그는 무엇이든 중개한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누군가 나를 원한다는 소리.




세계적인 중개자를 구해 꼭 얻어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왜.. 도대체 왜?”




“중개자 테리를 구할 정도라면..”




소문은 지 스스로 살을 붙여 덩치를 키우는 놈.


세간의 중개자 테리에 대해 알려진 것은 어쩌면 과장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문에 반.

아니, 3분의 1만 믿더라도 중개자 테리가 대단한 사람임에는 변함없다.




내가 능력이 있었다면 제일 먼저 중개자 테리를 고용했을 것이다.


중개자 테리를 고용해서 헌터 도전 자격을 산다면 안심할 수 있을 테니.



하지만 중개자 테리에 접근할 방법은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극소수의 초 엘리트들만이 중개자 테리를 이용할 수 있다는 소문.


심지어 고 랭크의 헌터가 중개자 테리와의 거래에서 거래 조건을 어겨 암살당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내게 제안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이었으면 거절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헌터가 아닌 나조차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중개자 테리였기에 고민했다.



단순 사칭범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보기엔 그의 특별한 번호가 마음에 걸렸다.



고민했다.

몇 날 며칠을.



-뚜루루루루


신호음이 갔다.


-뚜루루루루루


그 이상한 번호를 누르자.


-뚜루루루루루


그냥 끊을까하는 생각이 들 찰나,




신호음이 멈췄다.






하지만 의례 들려야 했던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상대가 먼저 입을 열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다른 생각이 머리를 헤집었다.



‘그냥 끊을까?’



혹시 몰라 발신자 번호 표시 제한으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끊더라도 나와 직접적으로 연결 될 연결 고리는 없다.



노숙자 명의의 폰을 사용했으니, 나를 추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고민들을 하던 찰나,



“예. 테리입니다.”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



그가 결국 대답했지만 쉽게 내 입술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냥 끊을까?’


그러던 찰나,



“군주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화기 너머 확신을 가진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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