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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공략으로 무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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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1.07.30 19:08
최근연재일 :
2021.08.2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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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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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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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글자수 :
145,523

작성
21.08.0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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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화

DUMMY

진하디 진한 피 냄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아주 새 뻘겋게.


‘무슨 일이지?’


바닥.


분명 조금 전까지 내 발 밑에 깔려있던 땅 바닥은,

어느새 내 볼을 차갑게 어루만졌고,


내 앞에 보이던 김창현 헌터를 비롯한 헌터들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오직 그들의 발과 다리의 일부분만 보일 뿐.

그것도 옆으로 뉘어진 채로.



‘어?! 왜?’


말을 하려고 하자

“풉!!”



무언가 깊은 곳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내 입을 뚫고 나온 그것은 공기 중에 흩뿌려졌다.


‘피?!’


피.

그건 흩날리는 핏방울이었다.



‘이게 왜?’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김창현 헌터에게 무언가 기술을 당해 쓰러졌다는 사실을.




진동하는 피 냄새의 발원지는 어쩌면 나일지 모른다는 것을.



온 사방에 피 냄새가 들끓었다.

얼마나 많은 피가 낭자한지 보지 않고 알 수 있을 정도로.



“으... 어... 왜....”



지금 내가 처해진 상황이 이해가 가지도 않았고, 믿기지도 않았다.



김창현 헌터 같은 사람이 날 공격할 리가 없잖아.

그래. 전부 내 착각이다.


어쩌면 미처 처리하지 못한 잔여 몬스터가 나를 공격한 걸지도.

아니, 분명히 그럴 것이다.



“자.. 자.. 잔여 몬.. 스터가..”



“사.. 사.. 살려... 사람.. 살..”



아무런 반응도


대답도 없었다.




김창현 헌터의 두 다리는 땅에 뿌리 내리고 어떠한 미동도 없었다.


그것이 땅 바닥에 쳐 박혀 있는 내가 알 수 있는 유일한 정보.


“히... 히.. 힐을.. 으..”


조금씩 내 안에서 무언가 빠져나갔다.

피보다 더 진한 무언가가.


이게 다 빠져나가기 전에 힐을 받아야 돼.

안 그러면 죽을 거야. 나는.



피곤해졌다. 그 어떠한 생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조금씩 어두워지던 세상은 곧 스위치가 꺼져버렸다.


내 의사와는 전혀 상관 없이.


말을 내 뱉으려 했지만.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신음조차 터지지 않았다.



어두워진 스위치를 켜보려고 했지만, 빛조차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보려는 듯 세상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 순간


“와. 이 새끼 대단한 새끼네. 헌터도 아닌 새끼가 도대체 이 돈을 어떻게 모았지?”


김창현 헌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발 살려달라고,

제발 치유 헌터에게 힐을 사용해달라고 외쳐보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내 몸의 모든 기관들이 활동을 중지했는지 내 명령을 단 하나도 따르지 않았다.


그저 김창현과 다른 헌터들의 소리만 흘러들어올 뿐이었다.


“와.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또 뽑아내셨습니까?”


“이거? 이미지지. 다 이미지 싸움이야. 내가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를 봐라. 노동자들에게도 소문난 화려한 인성의 소유자. 으하하. 그게 바로 나 아니냐?”


뒤이어 헌터들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아무 것도 없는 나에게로.


마치 아버지와 가족 그리고 내 인생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근데 신기합니다. 어떻게 일개 노동자 따위가 이렇게 많은 돈을 모아 올 수가 있는 거죠?”


“나는 모르지. 훔쳐서 오는지 아니면, 사기를 쳐서 오는 건지. 이상하게 다들 어떻게 내가 말한 액수를 잘 모아서 오더라고.”


“키햐아~ 역시 대단하십니다.”


“시발 넘아 뭘 대단해. 이게 다 내 이미지 값이라니까. 이미지 유지하기가 얼마나 힘든 지 아냐? 시발. 아랫 밥 헌터애들이랑 말 섞는 걸 넘어서, 저딴 더러운 노동자 새끼들이랑 눈을 마주치고 존대를 해주고. 어휴..”


“그럼 그냥 다른 헌터들처럼 하셔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 없으시지 않습니까?”


“야! 이게 되잖아!. 이거. 돈! 이만큼 돈 되는 사업이 없다니까. 이미지가 돈이야 돈.”




끝났다.

아버지가 이어준.

내 가족들이 뼈를 깎고 피를 모아 만들어준 기회가 끝나버렸다.





‘아직...’




‘아직 끝나지 않았어..’




돈.

그의 목적은 돈이다.


돈을 줄테니 목숨만,

목숨만 살려달라고 빌려고했다.


죽지만 않는다면.


살아만 있다면 기회는 다시 만들 수 있을 테니까.





“하하하하. 저 병신새끼.”

“야, 그러지 마라. 저런 병신새끼들이 있으니까 내가 돈 벌어먹고 사는 거 아니냐.”


그들의 비웃음 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저런 소리를 듣고서라도, 목숨을 구걸하고 싶었다.



살고 싶었으니까.



비굴하게라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고 싶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게 기회를 이어주고 모든 걸 맡기신 아버지를 위해서.


그리고 내 가족들을 위해서.

내 모든 돈을 다 줘서라도.



하지만...




하지만 여전히 내 입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안간힘을 써서 살려달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헌터들의 비웃음 소리만 내 귀로 계속 흘러들어올 뿐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이사님. 저런 병신들이 자주 나옵니까?”

“그렇게 자주는 아니고. 이 큰 돈을 구하기가 쉽겠냐? 그리고 그냥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예. 형님.”


“얼마에 왔지? 계산을 안 해봤네. 아마 두 달에 1명쯤 되려나?”


두 달에 한 명.

아마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일 터.


나처럼 온 가족의 지원을 받았을 테다.


‘그들은 어떻게 됐지?’


결과도 나와 같.


아니야.




살아야 해.


“으... 으....”



“어?! 형님 저 병신새끼 살아 있는 것 같은데요?”

“이야~ 그래? 정말? 헌터도 아니고 감히 노동자 새끼가 내 공격을 받고도 살아 있다고?”


뚜벅



뚜벅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사... 살려...






하지만 소리는 내 안에서만 멤돌 뿐.

입 밖으로는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오~ 진짜 살아있네? 이거 조금 헌터로서의 자질이 있는 거 같은데?”



김창현 헌터의 소리.

헌터로서 자질이 있다는 소리는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아버지와 우리 가족들은 틀리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니까.



병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내가 가진 돈을 다 줄 테니 살려달라고.

앞으로 더 큰 돈을 가져다 줄 것이니 살려달라고 외쳐야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S급 헌터인 내 공격을 받고 일개 노동자가 살아있네?”


“에이 형님. 설마요. 웬만한 헌터들도 골로 갈 텐데 설마 살아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닥쳐!!”



목소리가 바뀌었다.

김창현 헌터의 목소리가.



공기의 흐름마저 바꿀 정도로.



“죄송합니다.”


“야. 너 뭐냐? 왜 아직도 살아있냐? 응?”


-툭툭



소리가 들렸다.

발로 무언가를 차는 소리가.


그가 찬 건 아마 바닥에 비루하게 퍼져있던 내 몸뚱이 일 터.


하지만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저 살덩어리가 발에 차이는 소리만 들려올 뿐.


“야! 너 죽은 척 하냐?”


“야!!!”



펑하고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쩌면 내 몸이 터져버렸을 지도 모른다.


살려달라고.



외쳐야 해.



내가 죽으면.


내가 죽으면...



아버지가.



아버지가 진짜 죽게 돼.


내 가족들이...



“아!! 시발!! 기분 겁나 더럽네!!”


뚜벅 뚜벅 발자국이 멀어지는 소리와 김창현의 거친 외침이 들려왔다.



“시발!!!”


-탕창


돌을 찼나?


바닥의 무언가를 세게 찬 건가?



여태까지 김창현과 함께 나를 비웃던 헌터들의 숨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외쳐야 하는데. 살려달라고.

신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숨도 내 뱉어 지지가 않았다.


갇혀버렸다.


감옥에.


아무 것도 없는 새까만 암흑만이 존재하는 감옥에.


멀리서 자유를 가진 자들의 소리만 들려오는


“시발!!!!! 왜!!! 왜!! 꼽아?”


“아... 아닙니다.. 혀 아니. 이사님..”


-콰 퍼퍼퍼펑


“으헙”



굉음과 함께 들려오는 외마디 비명.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오는 김창현의 목소리.


“아 시발! 엿 같게! 야!! 이 새끼 시체 대충 저기 안 쪽 쓰레기 버려둔 곳에 집어 던지고 와라.”


“예.. 예.. 알겠습니다.”



대답하는 헌터의 목소리가 겁에 질린 듯 떨렸다.



속았다. 난 속았다.

김창현의 거짓 이미지에.


저게 진짜 김창현의 진짜 모습.


“야!!”

“예?! 예.. 죄송합니다.”


“시발 뭘 죄송해. 부르기만 했는데 병신아. 사고사로 처리해라.”

“예?!”


“아 시발 왜 말을 두 번 하게 해!! 게이트 안에서 몬스터한테 뒤졌다고 사고사 처리하라고.”


“예.. 예..”



“저.. 저기... 죄송한데... 혹시 그 보증인은...”


“아 시발 개새끼야 네가 알아서 해. 너네가 사망 목격 보증인을 하든 말든. 관심 없으니까.”

“예.. 예.. 죄송합니다.”



“야!!”

“예?!”


“시발 놈아. 뒷정리하다가 잔여 몬스터한테 사고당한 걸로 처리해라. 그래야지 아다리가 맞으니까. 그거 아니면 다른 헌터새끼들까지 입 맞춰야 되잖아. 번거롭게.”


“예. 알겠습니다.”


“어차피 그거 결제 내가 할 거니까 아다리 잘 맞춰 놔라.”

“예.”


“야! 시발 놈들아. 너네 셋은 쓰레기 더미에 집어던져놓고 오라니까 서서 뭐하고 있어!”

“죄. 죄송합니다.”



저런 인간이었다.

김창현은.


속았다. 완전하게.


완전히 속아버렸다.



“야 다 했냐?”

“예. 다 했습니다.”


“아 시발 엿 같네. 난 간다.”

“저.. 저기..”



“왜!! 왜 시발 놈아!! 너도 쓰레기 더미에 같이 파묻히고 싶다고?”



조용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모두가 지금의 나처럼 되어버린 것마냥.


“반항 하냐? 왜 불렀냐?”


느낄 수 있었다. 보이지 않았음에도.

김창현이 얼마나 분노했는지를.


다른 헌터들이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를.


“죄송합니다. 다른 게 아니라.. 저기 널브러져 있는 두 조각 난 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래서 어쩌라고요. 내가 저딴 새끼 신경 쓸 짬밥이냐? 알아서해. 저딴 천한 새끼 뒤지던 살던 신경 쓸 사람이 어디 있다고 십새가.”


“죄송합니다.”


두 조각?


몸이 두 조각나서 널브러져 있다고?


누가?


천한새끼.


나.


나 밖에 없잖아.


아니야.




아니야!!!!



“아 엿 됐다. 어떻게 하냐?”

“엄청 화나신 거 같은데.”


“시간 좀 뻐기다가 화 좀 가라앉으신 다음에 나가자.”

“그래. 괜히 지금 나갔다가 우리도 저 꼴 날지 모르잖아.”


“아 이 시발 엿 같은 새끼 천한 주제에 또 왜 한 방에 안 뒤져가지고 여러 사람 힘들게 하냐.”


“근데 개 신기하네. 어떻게 s급 랭커 공격을 받고 이딴 새끼가 살아있을 수 있지?”



“어쩌면 그냥 동굴 소리였을지도 몰라. 이 새끼 소리가 아니라.”

“괜히 이장훈만 죽었네.”


“그러게 천한 새끼가 주제를 알고 살아야지. 무슨 지가 헌터를 하겠다고.”

“헌터는 맞네. 자살헌터. 이장훈 이 새끼가 죽인 거니까. 자살 헌터네 이 새끼.”


“이제 가자.”


들렸다.


발자국이 멀어져가는 소리가.


나.



나 여기 있어.


아버지의 희망.

온 가족의 희망.


사...




살려줘..


제발...







아무도 내 외침을 듣지 못했다.


텅 빈 게이트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어떤 소리도.


이미지.

이미지에 속아서.


“후우. 그렇지. 김창현도 아웃.”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


누..


누구야?


“이 새끼 개 불쌍하네. 뭐 빠지게 모았을 텐데.”


살려줘.


“아니지. 난 고마워해야지. 김창현에 대해 알게 됐으니까.”



누군지는 모르지만

살려줘.




살아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헌터들 말대로 난 두 조각이 났을 것이다.


힐러.



하지만 힐러라면.


헌터들을 치료해주는.

오직 헌터에게만 허용 된 의술.



노동자인 우리는 대체의학, 미신이라고 불리는 기술로 수리를 받지만, 헌터들은 다르다.


그거라면.



어쩌면 그거라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라도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



“김창현은 재끼고. 그럼 또 누가 남았냐?”


살려줘!


제발 나 좀 살려줘!


제발..


아직 이르단 말이야.




들렸다.


멀어져 가는 소리가.




화려한 포장, 그리고 브랜드에 속았어.



제발..



제발..


제발 누가 나를 살려줘.




나는 오늘 세상에서 제일 비싼 가격을 지불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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