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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님의 서재입니다.

공략으로 무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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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탄지
작품등록일 :
2021.07.30 19:08
최근연재일 :
2021.08.26 07:15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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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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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글자수 :
14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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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9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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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화

DUMMY

벤치에 등을 쭉 기대고 앉아 있는 중년 남자.

앉아 있음에도 포쓰가 느껴지는 풍채.


현역 특수부대원이나 헤비급 운동선수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몸이었다.




그런 남자를 망원경으로 관찰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중년의 남자가 앉아 있는 벤치와는 꽤 멀리 떨어진 건물 안에서 망원경으로 중년 남자를 관찰하는 남자.



유성이었다.








“군주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낮은 저음에 유성의 가슴은 철렁하고 내려 앉았다.


‘그냥 떠 보는 건가?’


유성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군주님. 다음 주 수요일 3시 파에테르 공원 분수대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사내는 유성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할 말만 남기고는 전화를 끊었다.


주도권은 자신이 잡고 있다고 여기던 유성은 상대의 행동에 짜증이 났다.



“이 새끼 뭐야, 내가 군주가 아니면 어쩌려고 무작정 통보하고 끊어?”





“발신자 번호 표시제한 때문에 눈치 깐 건가?”


유성은 머리를 긁적였다.




“새끼가 싸가지 없게. 편지는 정중하게 보내 놓고, 지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리네. 내가 삔또 상해서 안한다고 하면 어쩌려고.”






“다음주 수요일이면 5일 정도 남았네.”








유성은 발을 옮겼다.




평소처럼 물지기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예. 바닐라 맛으로 하나 주세요.”



공원에 도착한 유성은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공원을 한 바퀴 크게 돌았다. 그러면서 조금씩 약속 장소이던 분수대로 차츰차츰 거리를 좁혀 들어갔다.



관심 없는 척 공원, 그리고 분수대를 탐색한 유성은 활동 반경을 조금 더 넓혔다.


공원 주변의 지형지물을 살피던 유성은 공원에서 조금 떨어진 건물을 찾았다.



공원에서는 유성을 보지 못하고, 유성은 공원을 볼 수 있는 곳.


딱 좋은 곳을 찾아냈다고 유성은 미소 지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그렇게 약속의 시간.




유성은 약속 시간 보다 빨리 건물에 자리 잡았다.

미리 몇 번이고 확인하고 예행연습까지 했던 그 자리에.



유성은 나름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 건물은 인적이 적다는 것을 확인했고, 특히 공실로 가득한 층을 골랐다.


그걸로 그치지 않고, 혹시 있을 상황에 대비해 본인이 있는 층을 봉쇄했다.



엘리베이터와 계단 앞에 측량중이니 이용이 불가하다는 팻말을 세워둔 것이다.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당연히 작업복도 갖춰 입었다.




유성은 연신 시계를 확인하며 공원의 상황을 예의 주시했다.




“여자는 아니고, 어린 애도 아니고, 당연히 할머니도 아니고.”


그 순간.



정장 차림을 한 중년의 남자가 등장했다.


3시 정각에 나타난 사내는 시계를 한 번 힐끔 확인하고는,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유성은 미소 지었다.


“바보. 파에테르 공원을 선택하다니.”



평일 파에테르 공원의 이용자는 두부류로 나뉘었다.

어린아이, 아니면 그들을 데리고 온 어머니.

그리고 마실 나온 할머니와 할아버지들로.


그랬으니 정장을 차려입은 풍채 좋은 남자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랑 진짜 잘 어울리네.”



유성은 망원경의 끝을 돌렸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웃음꽃이 활짝 핀 아이들의 뛰어 노는 모습.

삼삼오오 모여서 떠드는 그들의 어머니들.



그리고 벤치에 앉아 장기를 두는 할아버지와 구경하는 할아버지들을 차례로 확인했다.


“할머니들은 낮잠을 여기서 자네.”



이상한 모습은 없었다.



“함정은 아니네. 사람들을 숨겨 놓지는 않았으니까.”


확 트인 공원의 특성상 몸을 숨길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쩌면 결백을 증명하려고 약속 장소를 여기로 잡았을 수도 있겠네.”




-또각 또각


유성은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돌렸다.





금발의 긴 머리. 그리고 선글라스를 쓴 한 여성.


자신 쪽으로 걸어오는 여성이 유성의 눈에 들어왔다.



“저기 지금 측량중.”


유성은 하려던 말을 멈추고 생각했다.

그리고 금방 다시 말을 이었다.


“예. 측량 다 끝났습니다.”


-또각 또각



유성은 짐을 챙겼다.

어차피 더 이상 관찰할 필요도 없었기에.



망원경을 그냥 버릴까 생각했던 유성.


곧 생각을 바꿔, 우선 이 곳에 두었다가 테리를 만나고 난 뒤, 다시 가지고 돌아가기로 마음먹는다.



‘중고로 팔면 1푼이라도 건지니까.’



-또각 또각


멈춘 적 없던 하이힐 소리는 유성의 뒤에서 멈췄다.


“군주님.”


정리를 하던 유성의 손은 군주님이라는 소리를 듣고는 일순간 멈췄다.


유성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 정리를 마저 하고 몸을 돌렸다.




금발의 여성은 확신에 찬 채 재차 유성을 불렀다.

“군주님.”



그곳에는 유성과 금발의 여성 둘 밖에 없는 상황.


유성은 못들은 척 하고 발을 돌렸다.



“저기요! 군주님!”


금발의 여성이 재차 부르자 유성은,


“예?! 저요? 군주가 뭐에요?”


유성은 그제야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며 되물었다.



“군주님. 멀리서 약속장소를 지켜보시고 계시던 거 아니셨나요?”




유성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

유성은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거지?



미심쩍은 거래에서 뜬금없이 시간과 약속장소를 던져준다면, 응당 안전한지 확인하는 게 최우선이다.




나는 안전하면서 상대를 관찰할 수 있는 곳.

여기에 그런 곳은 단 한 곳 밖에 없었다.



내가 했던 과정을 역으로 쫓아온다면.


“아..”


유성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터트렸다.


그리고 주변을 스캔했다.


‘아직 아무도 없는 건가?’



유성은 고민했다.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며 자리를 떠 버릴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군주임을 인정하고, 어쩔 수 없는 확인 절차임을 설명하고, 제대로 된 약속 잡기를 제안한 뒤에 종적을 감춰버릴 것인가를.





선택의 순간.


‘얼굴을 드러냈다는 것은.. 이미 준비가 다 끝났다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 유성은, 모르쇠 작전으로 일관하기로 마음먹었다.


“죄송한데 사람을 착각하신 것 같네요. 저는 그냥 일당을 받고 측량하러 온 사람입니다.”



“아! 아까 그 사람을 말씀하신 건가? 그쪽 오기 전에 망원경으로 바깥을 보던 사람이 있었거든요. 다 버리고 갑자기 뛰어가던데. 그래서 신기해서 뭘 보고 있었는지 저도 망원경으로 한 번 본건데. 지금이라도 뛰어가면 그 사람 잡을 수 있을 걸요?”



“노란 티에 흰색 바지를 입었어요.”



유성의 말에 여성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유성을 바라볼 뿐.




“저는 측량일이 다 끝나서 가봐야겠네요. 찾으시는 분 꼭 찾길 바랄게요.”


유성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네가 어쩔 거야. 심증뿐이지 확증은 없잖아.’


유성은 자신이 우기면 어찌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이마빡에 자신의 아이디를 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니었기에.



유성의 심장은 미친 듯이 내달렸다.


유성은 자신의 심장처럼 내달리고 싶었다. 빠르게 벗어나고 싶었지만, 태연한 척 하기 위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도, 유성의 온신경은 뒤를 향했다.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찌익



핸드백 지퍼를 여는 소리가 들려왔고,


‘총?!’


유성은 째 빠르게 자리를 옮기며 몸을 돌렸다.

여성이 꺼낸 것은 총이 아니라 휴대폰.



총이 아님을 확인한 유성은,

“아이고 발이 미끄러졌네.”


멋쩍게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는 것을 유성 스스로 알고 있음에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유성은 다시 몸을 돌렸다.



-띠리리리리


전화벨이 울렸다.

유성의 오른 쪽 주머니 속에서.



-띠리리리리



유성은 휴대폰을 꺼냈다.


[000-0000-000-0000]


낯익은 번호.

한 번 듣거나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번호.


중개자 테리의 번호였다.


-또각 또각


청량하게 울려 퍼지는 하이힐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성이 고개를 돌렸을 때.


여성은 어느새 유성의 옆에 서있었다.



“어차피 옆에 있는데 휴대폰 끊을까요?”



여성은 유성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유성의 휴대폰을 뺏어 다시 유성의 바지 주머니 속으로 넣어 주었다.


‘어디서 꽃향기가.’


유성은 고개를 좌우로 세게 흔들었다.



“어?! 아... 그러니까 그 전화..”

“아! 아까 그 노란 바지 입은 사람이 떨어트린 거를 제가 주웠어요.”

“잘 됐네요. 그 사람 찾으시면 저 대신 전해주세요.”



유성은 그렇게 말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노란 바지가 아니라 노란 티라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유성은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태연한 척, 자신이 아닌 척 오리발을 내밀며 모르쇠로 일관할 수 없는 상황.


그런 행동은 아무 의미 없다는 걸 깨닫고는 유성은 최후의 수단을 사용한 것이다.



36계 줄행랑.



유성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내달리기 시작했다.






“헉... 헉...”



유성은 한 숨 돌렸다고 생각했다.

하이힐을 신은 여성이 자신을 쫓아오지 못할 거라 여겼기 때문.


“후우... 후우...”



-틱



-틱



-틱틱


유성이 연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지만,


“뭐야..”



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유성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엘리베이터에 응당 표시되어야 할 숫자가 표시되지 않는 다는 것을 확인했다.


-틱



-틱 틱틱틱틱


유성이 연신 버튼을 눌렀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시발. 고장. 아니, 일부러 멈춘 건가.”



-또각



-또각 또각



들려오는 하이힐 소리가 커지자 유성의 심장은 더욱 세차게 뛰었다.



유성은 하이힐 소리가 들려오는 쪽의 반대편.

즉 자신의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은 이미 사전에 확인했을 때부터 막혀있었다는 걸 알면서도 고개를 돌린 것이다.



-또각 또각



어떻게 하지?

어차피 하이힐을 신었으니까 정면 돌파를 할까?

계단 까지 달리면 될 것 같은데.



-또각



반대 쪽 계단까지 무작정 달리자는 생각이 들자,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유성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혼자 왔을까?

건물 입구에 진을 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랬으니 자신만만하게 여자를 올려 보냈을 테다.

그것도 하이힐을 신고.



오만가지 생각이 유성의 머리를 뒤덮었다.



-펑 펑



-쾅 쾅



유성은 주먹으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두들겼다.

그런 다고 엘리베이터가 열리지는 않았다.


유성의 주먹만 아플 뿐.


유성은 손톱을 물어뜯었다.




-또각 또각


-또각



하이힐 소리는 더 커졌고, 유성은 예감했다.

곧 모퉁이를 돌아 자신과 대면할 것이라는 걸.


“정면 돌파다.”


유성은 마음먹었다.


코너 모퉁이를 돌아 모습을 드러내고 자신의 앞까지 걸어왔을 때.

그녀를 밀치고 계단까지 내달리기로.



1층 입구에서 진을 치고 있다면, 역시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미친 사람처럼 돌파해 뒤도 보지 않고 달리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또각 또각




드디어 여성은 모습을 드러냈다.



-또각 또각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와라.’


“군주님. 저는 만나서 너무 반가운데. 왜 도망을 가세요. 무안하게.”



‘더 가까이 와라.’


여성은 유성의 속을 읽었다는 듯이 제자리에 자리 잡고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예?! 잘 안 들려요. 조금 더 가까이 와서 말해주세요.”


유성의 말에 여성은 웃었다.



“군주님! 군주님이 만전을 기하는 건 혹시 있을 사고에 대비해서 그러신 거 아닌가요?”


“사람을 잘못 보셨다니까요. 그리고 잘 안 들리니까 가까이 와서 말 해주세요.”


“군주님. 오늘 저 만나러 오신 거잖아요. 아! 자기소개가 늦었네요. 반가워요. 저는 테리에요.”







“테.... 테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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