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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1 님의 서재입니다.

타에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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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c61
작품등록일 :
2019.01.01 23:41
최근연재일 :
2019.04.16 21:00
연재수 :
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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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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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수 :
403,780

작성
19.04.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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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74화

DUMMY

대답은 하나뿐이었다.


“이딴 걸 어떻게 써요?? 당연히 안 되죠!”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역시 용사님이야.”


이슈타르가 상으로 꼭 안아주었다. 싱그러운 향기가 났다.


“이거 말고 다른 방법 없어요? 수도 입구를 밖에서 열기만 하면 되는데요.”

“그쪽은 헥스마스터가 매달려 있잖니. 우리 학자들도 돕고 있고. 침투하는 대로 수도가 전이마법을 쓰지 못하게 막아야 해. 설계도를 보여줄게.”


선인 수도는 전이 마법으로 행성 대기권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마력이 많이 들지만, 태양빛을 충분히 충전할 경우 연속으로 두세 번도 가능했다. 전이 장치는 최상층 통제실 바로 아래에 위치했다. 길은 아주 쉬웠다.


“예전에 리프레인 내면을 들여다보신 적 있잖아요. 어땠어요?”

“따뜻했지만 너무 캄캄했어. 결코 다른 색으로 물들지 않을 거야. 네 빛으로도······오히려 네가 빛나면 빛날수록 리프레인은 더욱 어두워지겠지.”


‘헐 진짜 여신같은 대사 치시네.’


“설득은 안 될까요?”

“차라리 죽이는 게 낫다고 봐.”

“그러긴 싫어요.”

“응. 어쩌면 영원히 가둬야 할지도 몰라. 우릴 위해······.”


여신은 용사를 축복해주었다. 우울했던 기분이 확 풀리면서 의욕이 샘솟았다.


일이 잘 풀리진 않았다. 영악하게도 리프레인은 장비가 다 준비됐을 즈음 멀리 이동해버렸다. 로소프의 연락마저 끊어졌다. 가까이 있다가 딸려간 듯했다. 그대로 있을 순 없으니 일단 다 챙겨 출발했다.


인공위성 감시망 덕택에 다시금 수도를 찾아냈다. 서쪽 먼 바다 위였다. 시간 상 그쪽에선 해가 막 뜨는 중이었다.


‘와 이러면 우리 가는동안 또 충전하는거 아니야? 개사기네 진짜.’


영대는 매직슈트로 앞서갔다. 다른 사람들은 여왕의 빗자루를 타고 따라왔다. 매직슈트가 의외로 다루기 어려운지 영대만큼 날아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현대문물을 잘 소화하는 편인 로소프도 제트팩을 고집했다.


날아가도 먼 거리였다. 한참 뒤, 구름에 감싸인 선인 수도가 눈에 들어왔다. 경탄할 규모이긴 했다. 영대는 확성기를 꺼냈다.


“그만하고 돌아와요! 리프레인 때문에 일이 계속 커지잖아요!!”

“내 시범은 잘 봤나?”


메아리 같은 소리였다. 대답하리란 기대는 없었는데 대답해주니 의욕이 끓어올랐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걸로 조종하려고 하면 안 돼요! 결국 터진다고 저번에도 말했잖아요!”

“아직도 이해를 못했군. 너희 상식은 너희한테만 통한다. 세상은 폭탄이 아니라 냄비지. 불 조절을 잘 해야 넘치지 않아. 불을 끄면 식는다.”

“개떡같은 비유로 넘어가려고 하지 마요! 세상을 그렇게 단순한 모습으로 치환하니까 심각성을 못 느끼는 거라고요!”

“실제로 얼마나 단순한지 알아봤나? 범죄율 말이다.”

“범죄율 하나 내린다고 다 해결되는 거 아니에요!”

“아무튼 샐리는 죽었지. 계속 죽을 거고.”

“말 그렇게 할래요? 저는 아무렇지도 않은 줄 알아요? 그래도 선을 그어놓고 행동해야 되는데 리프레인은 한참 넘었단 말이에요!!”

“정말 고집불통이군. 어쩔 수 없지. 너희의 공포가 되어주마. 그리고 변화를 똑똑히 마주봐라.”

“아니 씨발 그러지 말라니까요!!”


수도가 빛을 동반한 충격파를 방출한 뒤 사라졌다. 영대는 분노로 손에 너무 힘을 주는 바람에 확성기 손잡이를 부숴먹었다.


“너무 늦었잖아! 최영대, 접촉했어?”


헥스마스터가 다급히 물어왔다.


“말이 안 통해요. 공포가 되어주겠대요.”

“젠장, 위험한 발언이야. 다음 대책을 강구해야겠어. 돌아가자!”


이슈타르가 제안했을 때 결단을 내렸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리프레인의 의지는 확고했고 실행할 능력 또한 넉넉했다. 언제 누굴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덕민의 조언이 기억났다.


‘아직 막을 수 있겠지? 로소프먼저 빨리 찾아야돼.’


그나마 좋은 소식도 있었다. 예전에 헥스마스터가 핵심 부품을 빼두었기에 군중 제어 마법은 성역화 한 가지를 끄거나 켜는 것만 가능했다. 리프레인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될 테니 꺼두었을 가능성이 컸다.


로소프는 금방 연락이 닿았다. 휘말렸을 때 제트팩이 망가져 바다에 빠졌을 뿐 무사했다.


“히야~ 물 존나 차갑네! 추적기 붙여놨다고. 잘했지?”

“네. 근데 예상보다 마력 충전 속도가 훨씬 빨라요. 나뉘어서 움직여야 돼요.”

“좋아. 제트팩 남는 거 있어?”


알아들은 해피가 바로 꺼내주었다.


“저는 혼자 갈게요.”

“뭐? 농담이지?”

“아뇨.”


로소프는 두 번 묻지 않았다. 영대의 표정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난 헥스마스터랑 합류할게. 조심해.”


이번에 수도가 이동한 곳은 다름 아닌 내원이었다. 그것도 지나의 대도시인 양저 상공이었다. 그곳은 약 6시간 뒤 아침이 밝을 위치였다. 지모한테서 메시지가 왔는데, 공기가 희박해질 정도로 높은 곳까지 올라가면 훨씬 빠르게 날 수 있다고 했다.


“해피, 매직슈트 안으로 들어가.”


고고도 비행은 감각을 최대한 억제했는데도 끔찍한 경험이었다. 개미떼가 온몸을 파먹는 느낌이었다. 리프레인을 막겠다는 의지만 갖고 버텼다. 그 노력 덕분에 평소보다 두 배는 빨리 날아 새벽쯤 도착할 수 있었다.


견고한 수도 입구를 과학의 힘으로 돌파한 영대에게 망설임 따윈 없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드는 골렘 무리를 전자동 산탄총으로 쓸어버리며 전이 장치로 향했다. 수직으로 설계된 원통형 방이었는데 하얗게 빛나는 기둥이 규칙적인 파장을 방출하고 있었다.


영대는 폭탄 상자를 꺼냈다.


“그러지 않는 게 좋을걸.”

“······!”


리프레인이 바로 뒤에서 나타났다. 아무래도 무슨 수작을 벌여놓은 듯했다.


“수도가 추락하는 꼴을 보기 싫다면 말이야.”

“리프레인, 지금 환영이죠?”

“물론이지. 용사님께 사로잡힐 생각은 없으니까.”

“무고한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게 리프레인이 원하는 거예요?”

“후후후. 그걸 터뜨리지만 않는다면 안전할 거다.”

“어차피 제가 들어왔으니까 끝났어요.”


영대가 조작판에 손을 막 대려던 순간, 새카만 칼날이 쇄도해 손목을 날려버렸다. 뜨끔했다.


‘이씨발 구라였네! 타임스톱!’


왼손으로 칼을 빼들어 리프레인의 목을 쳤다. 그런데 잘리는 대신 연기를 훑은 것처럼 흩어졌다. 분명 시간은 멈춰 있었으나 손에 잡히질 않았다.


‘애미······뭐야이건?’


이제 보니 리프레인의 몸에서 흘러나온 옅은 안개가 바닥에 쫙 깔려있었다. 청소기라도 있어야 하나 싶었다. 포기하고 조작판을 들여다보았다. 역시 난감했다. 전이 장치가 멈추는 즉시 추락이었다.


‘아무것도 없는데로 보낸다음 떨구면 될텐데 아직 충전은 안됐고······이거 다 계산한거야?’


이대로 물러나기엔 너무 아까웠다. 하지만 옵션이 많지 않았다. 수도의 기능들은 대부분 각 구역에서 따로따로 조작하는 방식이라 통제실 하나만 망가뜨려봤자 소용없었다.


‘아니 근데 도대체 뭘 하려고 이러지? 왜 지나······아!’


안 그래도 요 3년 사이 지나진이 밴버타나와 함께 전쟁을 준비하고 있더라는 소식이 꾸준했었다.


‘에버글로우를 전쟁으로 몰아붙여서 강제로 움직이게 만들겠다 이거네!’


갈등, 투쟁, 혼란이 나라를 통째로 흔들면 어찌될지 상상이 갔다. 해유리 때와는 달랐다. 실체를 모르는 시민들에게 그녀는 재해나 마찬가지였지, 하나로 뭉쳐 싸울 의지를 샘솟게 만드는 ‘적대국’은 아니었다.


‘병력 못뽑게 하는게 제일 낫겠지?’


몹시 한국인다운 판단이었다. 영대는 설계도를 들고 골렘 생산 구역을 찾아 뛰었다. 수도는 엄청나게 크고 넓었다. 리프레인이 방해하지 못하도록 시간을 계속 멈추고 있었기에 남은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갔다. 그래도 생산 구역 전체를 완전히 못 쓰게 만들어줬다.


‘이제, 어-. 라베스로 가야겠다!’


상황을 파악했는지 빽 소리 지르는 리프레인을 버려둔 채 빠져나왔다.


라베스도, 지나도 왕이 있으며 군대도 갖췄으나 실세는 역시 무인들이었다. 현재 지속 중인 두 나라의 마찰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무인들이 합세하지 않는 탓이었다. 여기서 지나진이 움직일 경우 모든 게 달라질 터였다.


“영대 신령님! 어서 오세요!”

“아, 도리스! 좀 안 좋은 소식이 있어요. 아르마스 님 어디 계세요?”


아직 어느 편도 아닌 에버글로우 입장에선 지나를 막는 데 라베스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사실 영대는 정치적인 판단은 안 했고, 아르마스랑 말이 통하니 찾아갔을 따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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