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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으로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고인물이 메이저리그를 깨부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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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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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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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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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빅리거

DUMMY

24. 빅리거




#


내가 AAA에서 ‘숙제’를 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패배를 적립한 로키스의 현시점 성적은 16승 40패였다.


사실상 이미 반쯤은 지구 꼴찌를 예약했다고 할 수 있겠지.


[이번 시즌은 탱킹 시즌인 거지?]

- 그런데 왜 유망주가 안 보이는 거지? 내 눈에만 안 보이는 건가?

- 이봐. 눈 떠. 그래야 지옥을 제대로 맛보지.

- 벌써 20년째 탱킹중인 팀인데 뭐가 특별하겠어?

- 이번에 한 명 올라와. 걱정하지 마.

- 누군데?

- 19살짜리 포수.

- WHAT?


덕분에 팬들의 멘탈은 이미 가루가 되어 있었기에 내 콜업 소식이 그리 환영받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대체로 이제 와서 탱킹시즌인 척하려는 단장의 수작질이라고 하는 쪽과, 이제라도 데빈 올리버의 이름을 라인업에서 치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쪽이 다툼을 벌이고 있는 정도.


하지만.


“진짜 온 거야?”

“와우.”


그런 인터넷상의 반응과는 다르게,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은 편이라고 해야 하나.

뭔지는 몰라도 꽤 유행하던 노래로 기억하는 팝송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고, 선수들은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하면서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으니.


KBO에서 이랬으면 벌써 코치든 고참이든 누군가에게 집합이 걸렸을 텐데.


어딜 팀 성적이 이런데 노래나 흥얼거리고 있냐면서.


아무튼.


“19살에 메이저리거라니. 이거 최연소 기록 아니야?”

“아닐걸. 후안 소토 기록은 못 깼다던데.”

“아, 그 몇 년 전에 양키스에서 은퇴한? 차일디시 밤비노?”

“그 늙은이 맞아.”


그런 분위기라서 그런지, 아니면 캠프에서의 기억 때문인지 내게 향하는 시선들은 대체로 우호적인 편이었다.


대체로 ‘빨리 올라올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정도의 분위기였지.


“데빈, 긴장 좀 해야겠는데?”

“What? 내가?”


한 사람만 빼고.


‘견제가 될 만도 하지.’


그리고 그 한 사람이 나를 견제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데빈, 네가 안내해 줄 거야?”

“아니. 맥스 네가 끼고도는 친구 아냐?”

“그럼 뭐.”


파격적인 행보에는 늘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현재 주전 포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데빈 올리버 입장에서는 마냥 날 반길 수만은 없겠지.


사실 뭐, 캠프 때부터 교류가 별로 없기도 했고.


포수 훈련 세션을 같이 돌고, 불펜에서 공을 같이 받으면서도 딱히 나를 괴롭히거나 까탈스러운 짓을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호적으로 먼저 손을 내밀거나 한 것도 아니거든.


그냥 뭐, 누가 한 명 있구나 하는 정도?


또 그런 게 아예 이해 못 할 행동까지는 아니었다.

자의든 타의든 메이저리그 주전 자리가 눈앞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는데, 남을 신경 쓸 정신이 없었을 테니까.


같은 이치로 지금 저렇게 날 경계하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고.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그 기회를 자기 발로 뻥뻥 차내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누군가가 꽂아 넣었다고 해도 무방한 낙하산이 자기 자리를 노리고 있는 거 아냐?


나라도, 아니. 보통 사람이라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한 거지.


그러니 문제없었다.

문제는 경계하는 단계가 아닌 그 감정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 발생하는거거든.


질투, 시기 같은 것들.


“좋아. 친구. 특별히 덴버에서 가장 멋진 근육을 가진 남자가 투어를 시켜주지. 영광인 줄 알라고.”


뭐··· 그렇다고 해도 큰 영향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일단 우리가 가장 궁금한 곳부터 가볼까? 내가 지난 1년간 구단주의 목을 졸라 만든, ‘죽이는’ 트레이닝 룸을 안내해 주지.”

“좋은데요?”


그렇게 대충 인사를 마친 나는 맥스의 안내를 받아 본격적으로 쿠어스 필드 투어를 시작했다.


“와우. 맥스.”

“죽이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쿠어스 필드의 트레이닝 룸 투어였지만.


“여기 있는 보충제들은 모두 안전한 것들이니 골라 먹으면 돼. 보통은 각자 따로 챙겨 먹지만··· 이제 막 최저연봉을 받으면 보충제값도 부족한 것 아냐?”

“그렇죠?”

“하하하. 그렇지.”


맥스의 호언장담처럼 트레이닝룸은 넓고, 컸으며, 깔끔했고, 없는 기구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구성을 자랑했다.


우우우웅-


“맥스?”

“응?”

“이건 무슨 소리죠?”


원판이 파운드 단위인 것과 트레이닝 룸 안에 들어오자마자 귀를 울려대는 웬 소음을 제외한다면.


아니지.

그것 외에도 없는 게 있긴 했다.


“아. 그건 어쩔 수 없어. 귀가 좀 먹먹해도 참으라고. 저게 없으면 여기서 스쾃을 할 수가 없거든.”

“네?”

“여긴 마일-하이 시티야 친구. 파워리프터 친구들처럼 데드리프트와 스쾃을 하다 쓰러지는 ‘세례’를 너무나도 쉽게 받을 수 있는 곳이지. 특히 너와 나처럼 이곳 출신이 아니라면 더욱더.”

“아.”


산소가 없었다.


“쓰읍, 하.”

“그래. 많이 마셔 둬. 그라운드에는 이런 장비도 없으니까.”


아니, 없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부족했다.


“음. 온 김에 체험도 해볼 겸 한 세트씩만 하고 갈까?”


#


“인터뷰? 그라운드에서 한다고? 방금 안내해 줬지?”

“저쪽이 그라운드야. 한 거요?”

“그렇지. 기억하는군. 그쪽으로 가면 돼.”


그렇게 지나치게 한쪽 장르로 치우쳐진 맥스의 쿠어스 필드 투어가 끝나고.


“안녕하세요. 최호현 선수.”

“안녕하세요. 그, 포유···라고 불러드려야 하나요?”

“···제이현 스포츠의 신.정.식 입니다. 반갑습니다.”


나는 미리 계획된 대로 짧은 인터뷰를 위해 쿠어스 필드의 그라운드로 향했다.


“아유, 요즘 한국은 난리인데. 체감 안 되시죠?”

“네. 미국에 있다 보니. 조금 그렇네요.”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콜업됐다는 소리에 한국, 미국 할 것 없이 언론은 완전히 난리가 난 상태였다.


특히 한국 쪽 언론이.

미국이야 뭐, 내가 포수인 게 좀 특이하다 싶은 거지 기존에도 19살, 20살의 메이저리그 콜업이 없던 건 아니었으니까.


[‘19세’ 포수가 해냈다? 진출 2개월 만에 콜로라도 로키스 26인 로스터에 등록된 최호현!]

[NL 서부지구 꼴등, 콜로라도 로키스에 대하여 알아보자.]

[2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20홈런. 최호현의 콜업 비결?]

[‘그 정도 홈런 생산력이면 쿠어스 필드와도 아주 잘 맞을 겁니다.’ 최호현에 대해 극찬한 전(前) 메이저리거 서지완.]

[(칼럼) 로키스의 섣부른 승격이 의미하는 것.]


반면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과거에 한 번도 없다 보니 반응이 핫할 수밖에 없었고.


아주 예전, 그러니까 이제 막 ‘한국인 메이저리거’라는 타이틀이 생길 무렵에는 신인 투수가 개막전 로스터에 들기도 하고, 나처럼 3개월 만에 마이너리그를 폭파시킨 뒤에 콜업된 케이스가 있긴 했다지만 그 사람들은 대학교 졸업 뒤에 진출한 사례라 아무래도 나이가 조금 있긴 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나는 말 그대로 ‘국뽕’ 기사를 쏟아내기에 최적의 재료긴 했다.


이런 나조차 버티지 못할 것 같은 마음에 감히 유튜브 어플을 실행시키지도 못할 정도로.


“사실 그래서 저도 인터뷰 요청은 해 놨지만 이게 이뤄질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하하.”

“제일 먼저 연락을 주신 분이라. 원래 이런 건 선착순이지 않습니까.”


당연히 인터뷰 요청 역시 에이전시를 통해 물밀듯이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선착순이라. 그렇죠? 자, 마이크도 준비됐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해도 될까요?”

“네.”


아직 아시안게임도 2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굳이 그 인터뷰들을 다 받아줄 필요가 없다고 느껴 가장 먼저 인터뷰 요청을 한 눈앞의 신··· 신··· 아무튼 이 기자 하나만 불렀지만.


솔직한 마음으론 이런 인터뷰를 할 시간에 스윙 한 번 더 돌리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그걸 전부 다 거절했다가는 이런저런 채널을 통해 온갖 압박이 들어올 게 뻔해서.


그리고 그것조차 다 막아내다 보면 그들은 곧 나를 공격하기에 바쁘겠지.


내가 그런 상황을 한두 번 겪어본 것도 아니고.


“일단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야기를 해볼까요? 제가 조사해 온 바에 따르면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딱히 두각을 나타내지 않으셨다고 해요?”

“네. 그렇죠.”

“그럼 고3때 무언가 계기가 있던 건가요?”

“계기라면···”


그러니 현실적으로 이게 최선의 방법이긴 했다.

한 사람을 전담기자 비슷한 개념으로 두면서 이 사람이 내는 기사를 다른 기자들이 받아적게 만드는 것.


“다음 질문입니다. 현재 홈런은 물론이고 타격 성적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좋은데요. 비결이 있을까요?”

“철저한 분석과 많은 훈련이라고밖에는 없네요.”

“네. 그렇죠. 당연한 이야기죠.”


그렇게 서로서로 어느 정도 간을 보는듯한 인터뷰가 끝나가고.


“자.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슬슬 구단에 허가받은 시간이 다 되었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간단하게 묻겠습니다. 메이저리그. 자신 있으신가요?”

“자신이요?”

“네. 사실 일부 야구팬분들 중에서는 너무 어린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올라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내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아, 아예 이런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셔도 됩니다.”


나는 내게 자신을 묻는 기자를 가만히 바라보며 대답했다.


“한번이 안되면 두 번, 두 번이 안 되면 세 번, 세 번이 안 되면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부딪히면 되는 거니까요.”

“그렇...죠?”

“그래도. 저는 무조건 이 한 번의 기회를 반드시 잡고 싶습니다. 아니, 잡을 겁니다. 반드시.”

“하하하. 네. 저도 꼭 그러길 바랍니다.”


#


그렇게 인터뷰가 끝난 그날.


‘오늘 경기도 보시고 가신다고요?’

‘네. 여기까지 온 거 그래도 경기는 보고 가야 하지 않을까요? 다행히도 구단 측에서 티켓을 주셔서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겠네요. 하하. 오늘 홈런 한 방 쳐주시면 또 그것도 기막히게 찍어서 현장 분위기와 같이 기사에 넣겠습니다. 부탁드릴게요.’

‘음. 저도 방금 덴버에 도착한 거라. 오늘 경기에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오늘 필라델피아전이죠? 만약 나가셔서 역전 홈런이라도 치시면 우리나라는 당연하고 미국 커뮤니티까지 난리가 나겠는데요?’

‘···아. 필리건.’

‘네. 하하핫. 개인적으로는 그것도 보고 싶은 장면이긴 하네요.’


나는 인터뷰가 끝난 뒤 ‘역시, 기자라면 이 정도 설레발은 쳐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경기 준비에 들어갔다.


어린 유망주를 콜업 직후에, 그것도 한 줌이긴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악성 팬덤으로 유명한 원정팀을 상대로 바로 경기에 출전시킬 리가 있겠냐면서.


뻐억-


“아악-”

“힛 바이 피치!”


그런데 그게 되네?


우우우우우-


“엄살떨지 말고 일어나!”

“한 번만 더 홈플레이트에 그딴 식으로 붙었다가는 공이 아니라 내 총알이 네 대가리에 박힐- 아, 알겠어. 알겠다고.”


···나야 좋긴 좋은데.


“이봐. 동양인 형씨. 그쪽은 저기 저 핏덩어리 보러 온 거지? 근데 왜 여기서 봐? 어?”

“아, 아뇨. 저, 저는···”


저 양반은 왜 필리건들 사이에서 저러고 있는 거고?


작가의말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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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쓸만한데? +7 24.09.17 3,163 118 10쪽
32 32. 이 타구는 큽니다. +8 24.09.16 3,375 130 14쪽
31 31. STS +6 24.09.15 3,573 132 12쪽
30 30. 때와 장소 +9 24.09.14 3,743 118 13쪽
29 29. 모두 모여봐. +11 24.09.13 3,857 125 12쪽
28 28. 애송이 +4 24.09.12 4,156 1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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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Purchase the Contract +4 24.09.07 4,390 113 13쪽
22 22. 자네가 요즘 야구를 아주 잘한다지? +5 24.09.06 4,467 115 12쪽
21 21. 내가 뭘 해줄 수 있는 건 아니고 +4 24.09.05 4,486 112 14쪽
20 20. 모든 것은 부메랑 +2 24.09.04 4,593 108 14쪽
19 19. 고요한 밤 +5 24.09.03 4,631 110 15쪽
18 18. 선망의 대상 +1 24.09.02 4,691 109 12쪽
17 17. 만남은 쉽고 이별은 더 쉬운 +2 24.09.01 4,705 108 12쪽
16 16. one month +2 24.08.31 4,715 111 12쪽
15 15. 관계 +3 24.08.30 4,874 113 16쪽
14 14. He’s a Genius +5 24.08.29 5,060 115 16쪽
13 13. 저는 지금부터 적어도 3점은 더 낼 수 있는데. +2 24.08.28 5,222 122 14쪽
12 12. 미친놈(들) +8 24.08.27 5,507 116 13쪽
11 11. 스포케인 인디언스 +2 24.08.26 5,615 1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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