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견금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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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장소, 사건 등은 작가의 머리속에서 나오는 것들입니다. 실제가 아닙니다!
여자가 손님과 떠드는 걸 그대로 두고는 잔을 정리하며, 오늘 쓰게 될 술들을 선반에서 앞으로 내려놓았다.
' 나름 잘하고 있는 거 같네, 아는 사람이라 그런가. '
그리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딘이 과일 박스를 들고 오고 있었다.
" 쉬러 간 거 아니었어? "
" 오픈하자마자 쉬러 가는 사람이 어딨어요. 보스한테 호출당해서 끌려갔다 온 거라고요. "
" 저런 난 네가 쉬러 간 줄 알았는데. "
과일 냉장고 문을 열어주자 딘이 말했다.
" 어라, 벌써 손님 받게 해도 괜찮아요? "
" 전 직장 사장이래, 그래서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
" 내기는요? "
" 이 와중에도 시간은 가고 있지. "
" 형, 가끔 보면 진짜 사악한 거 알아요? "
" 그런 칭찬은 너무 많이 들어서. "
옅게 웃으며,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 보스는? "
" 형이 앞치마 부탁했다고 해서, 앞치마 사러 간다고 가셨어요. "
" 이 앞에서 사도 될 걸 어디까지 가신 거지. "
" 말씀하시기로는 우리 앞치마 맞춘 거처럼 맞춰줘야 한다며, 누군가를 찾아간다고 하시더라고요. "
" 그렇군, 꽤 맘에 들었나 보네 오래 다닐 거라고 생각하시기도 한 모양이고. "
슬쩍 돌아보니, 여전히 서로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모양이다. 들으려면 들을 수는 있겠지만, 크게 관심이 없으니 신경도 쓰지 않았다.
" 형은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
" 뭘? 저 여자? "
" 네, 오래 일 하실 거 같아요? "
" 나야 모르지, 내가 그걸 생각한다고 해서 저 여자가 더 오래 있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
딘은 물끄러미 날 한번 쳐다보더니,
" 그렇게 말하는 게 형 답네요. "
" 내가 결정 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 게 장점이지. "
" 형 그러고 보니, 내기 시간은 어떻게 할 거예요. 손님 계속 받게 둘 거에요? "
" 아, 슬슬 들여보내야지. "
여자가 돌아보자, 시선이 마주쳤다. 그러자 난 피식 웃으며, 내 손목의 시계를 두 번 톡톡 쳤다. 그러자 여자는 입으로 욕을 하고는 창고로 들어갔다. 못 본 척하고는 손님에게 갔다.
" 즐거우셨나요? "
" 저희 전 직원이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몰랐는걸요. 그리고 꽤 다들 저한테 서운할 만 하다고 생각도 다시금 하게 되었고요. "
" 그런가요? 이런 곳에서 전 직원을 만나는 것도 참 신기한 인연이 된 것 같네요. "
남자는 살짝 입가에 미소를 띠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외로운 자들의 쉼터라고 아까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공감하게 되네요. 회사를 접고 외국으로 떠나기 전에 꽤 외로웠었고, 가족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해받기 어렵다는 느낌만 가득했는데, 이런 곳을 만나기 전 직원과 대화하면서, 이해 아닌 이해를 받은 기분이네요. "
" 저희 가게에 오셔서, 외로움이 해소가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다른 손님 같으면, 자주 와달라고 말씀드리겠지만 이제 곧 떠나실 분께 그런 말씀을 드리는 건 실례겠죠. "
" 꽤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
" 그럼 한국에 다시 돌아오셨을 때, 한 번 와주시길 바랍니다. "
"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요. "
남자는 자신의 카드를 받아들고는 천천히 가게 밖으로 나갔다. 남자가 마신 술잔을 정리하며, 바 테이블을 닦을 무렵 여자가 다시 나왔다.
" 벌써 다 외웠을 리는 없고, 무슨 일이에요? "
" 술 이름 때문에요. 비슷한 게 많은데, 다 구분 가능한가 싶어서요. "
" 라벨을 보면 구분할 수 있지 않나? "
" 난 좀 더 명확한 차이를 알고 싶은 것 뿐이에요. "
" 굳이 내가 그걸 알려줘야 하는 이유는? "
앞의 여자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 같이 일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나 존중이 없네요. 당신이란 사람은. "
" 참 빨리도 파악하는군. 그래서 알려줘야 하는 이유는? "
" 서로 일을 편하게 하자는 거죠. "
" 편하게? 우리가 편하려면 각자 알아서 잘하면 되는 건데? "
" 각자 잘하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시죠. "
후, 한숨을 쉬고는 조목조목 술에 대한 몇 가지를 짚어 주었다.
" 이젠 알아서 하라고. "
여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화를 냈다.
" 뭐가 불만인 건데요? 당신이란 사람은 "
" 아, 그래 보이나? "
" 네, 그것도 엄청나게 티가 나요 당신. "
" 그렇군. 노골적으로 손 많이 가는 사람은 질색이라. "
" 하, 일하는 첫날은 당연히 그럴 수 있는 거 아니에요? "
" 보통 사람은 첫날부터 일에 과할 정도로 욕심내지는 않지. "
" 그게 불만이라는 거에요? "
" 그냥 시키고 가르치는 대로만 하는 게 싫은 건가, 그쪽은? "
" 빠르게 습득해서 업무를 수행하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
" 좋아, 마음대로 하라고. "
말싸움을 하는 우리를 보며 딘은 가운데에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 잠시 나갔다 오도록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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