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견금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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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장소, 사건 등은 작가의 머리속에서 나오는 것들입니다. 실제가 아닙니다!
담배를 피우고 돌아오니 여자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아, 딘에게 물었다.
" 어디 갔어? 일 못 하겠다고 나갔나? "
" 그럴 리가요, 기분은 좀 가라앉았어요? "
" 딱히 진정할만한 일은 아니었는데, 왜? "
" 형답지 않아서요. 귀찮은 거 싫어하는 건 아는데, 이번엔 좀 과한 거 같아서요. "
" 그런가? 난 평소 성격대로 한 건데. "
" 전에 2일 만에 관둔 직원한테 교육할 때도 형은 안 이랬는걸요. "
딘의 말을 잘 생각해보면서 말을 꺼냈다.
" 아무래도 첫 만남이 썩 좋지 못해서 그랬던 거 같네. "
" 어제 손님으로 봤을 때는 괜찮아 보이던데, 첫 만남이 어땠길래 그래요? "
" 당하는 입장에선 좀 황당한 일이었지, 기껏 챙겨줬는데, 뒤통수 맞은 기분이랄까. "
다시금 그 말도 안 되는 기억을 되새기며 딘에게 있었던 일을 알려주었다. 딘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 확실히 베푼 선의가 그런 식으로 돌아오면 좀 황당하긴 하겠네요. 형 이름을 알고 있고, 출퇴근 패턴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도, 형 입장에선 수상하다고 느낄 만도 하구요. "
" 이건 내가 아니라, 누가 당해도 기분 나쁠 일이야. 물론 빨래 문제야 요즘 세상에 다른 의미로 위험한 사람들이 있으니, 그럴 수 있다고 친다지만, 그 이후에 남의 정보를 아무렇지 않게 알고 있다는 게 더 기분 나빠. "
" 누가 보면 누나가 탐정이나, 흥신소 직원쯤 되는 거로 오해했겠네요. "
" 난 경찰 계열로 오해했어, 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범죄에 연루 된 거로 오해했다고. "
" 그야, 이 도시가 워낙 범죄율이 높잖아요. "
" 여기만 그런 게 아니긴 하지, 하여튼 아무리 그래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 그런데 밤에 손님으로 나타났으니, 일단 형식적으로 사과를 했을 뿐이야. 술 마시고 온 사람을 감정적으로 자극해봐야 좋아질게 없잖아? "
" 확실히 귀찮은 거 싫어하는 형 성격상 그랬을 거 같긴 해요. "
" 그랬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일하기로 했다며, 낮에 문을 두드리며 면접을 보재, 그래서 보스가 알아서 쳐내겠거니 했는데, 오늘부터 일하라고 하네? 그래서 기본부터 시키려고 했더니, 3시간 만에 숙지하면 어쩔 거냐고 너무 당당하게 물어보더라. 이 일을 만만하게 본 건지 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어이가 없더라고. "
" 그래서 일부러 까칠하게 그런 거에요? "
" 그냥 왠지 지금 그렇게 안 하면, 계속 나한테 참견할 거 같아. 이거는 이래라저래라. "
" 그건 가봐야 아는 거 아니에요? 아직 누나에 대해 우린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
딘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 확실히 그게 맞는 거 같네, 그럼 네가 가서 도와줘. 마침 술도 가져와야 하니까. "
" 제가요? "
" 응 네가, 아직도 규칙 파악 못 하고 새내기처럼 창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을 테니, 네가 가서 알려줘 가는 김에 레벨락도 가져오고. "
" 끙... 알겠어요. "
딘은 뭔가 할 말이 더 있지만 차마 꺼내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창고로 향했다.
딘이 창고에서 나오면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왜? "
" 제가 실수 한 거 같아서요. "
" 뭘? "
" 형이 그렇게까지, 해놓은 지 몰랐죠... "
" 아, 패드 설정 이야기하는 건가. "
" 네, 그거 때문에 실수로 있는 그대로 말해버렸어요. "
" 뭐 어때, 잘했어. "
딘은 내 말에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 잘 했다고. 어차피 네가 말 안 했으면, 내가 직접 했을 말이야. 틀린 말도 아니고. "
" 이따가 또 나와서 싸우시는 거 아니죠? "
" 글쎄, 그건 내가 뭐라고 확답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닌 거 같다. "
그러자 딘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 전 몰라요, 오늘 가게 일하는 데 문제만 없게 해주세요. 레벨락은 왜 가지고 오라고 한 거에요? "
" 맥주의 콜드브루화를 해보려고. "
" 그러려면 커피처럼 로스팅하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
"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빨간 돌이 있잖아. 우린 원재료로 만들 수 없으니까. 있는 맥주로 최대한 근접하게 만들어 보려는 거지. "
" 맛은 반짝 유행했던, 살얼음 맥주 맛 같지 않을까요? "
" 그걸 모르겠단 말이지. 그냥 생각만 해본 거라, 한번 연구 해보려는 거지. "
" 근데 왜 레벨락이에요? "
" 가장 전통적인 맥주 재료니까. "
딘은 이해를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올해도 대회는 안 나가시는 거예요? "
" 퍼포먼스 쇼 객원으로 초청받았어. 평가는 안 받을 거니까 그런 거라도 해야지. "
" 형이라면 나가서 상도 충분히 받을 텐데. "
" 곤란한걸, 이유는 너도 알잖아. "
" 아무리 가족이... "
" 그만, 거기까지. 쓸데없는 말이 많아. 그냥 우린 우리끼리 이 가게를 보스한테 폐 끼치지 않게 잘 운영하면 되는 거야. "
딘은 할 말이 많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 충분해. 이 정도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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