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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물망초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되어 이계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안녕물망초
작품등록일 :
2020.05.15 16:01
최근연재일 :
2021.09.17 20:07
연재수 :
411 회
조회수 :
150,224
추천수 :
1,768
글자수 :
1,842,031

작성
20.05.15 16:16
조회
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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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글자
8쪽

신이되어 이계로 -03.이계로-(수정)

DUMMY

서울을 굳건히 지킬 것 같던 겨울도 봄을 이기진 못했다.

산이며 공원은 헐벗은 몸에 초록빛깔의 옷을 입기 시작했으며 사람들은 벚꽃을 보기위해 거리를 활보하였다.

개미떼처럼 많은 인파들 속 이제 막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두 소녀가 눈에 띄었다.

소녀들의 손에는 예쁘게 꾸며진 달걀하나가 각각 쥐어져있었다.


“진주야! 네 달걀 내 거랑 바꾸자!”


“안 돼! 이건 우리 오빠 줄거란 말이야”


“치이! 그놈의 오빠는... 요즘엔 너랑 잘 놀아주지도 않는다며?”


“그래도...”


진주에게는 이제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친오빠가 있다.

이름은 최은성으로 훤칠한 키에 반듯한 이목구비를 가진 미소년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오빠랑 사이가 좋아 학교며 집이며 늘 붙어 다녀서 친구들로부터 ‘접착제 남매’라는 별명까지 있을 정도였다.

은성이는 늘 진주를 살갑게 챙겼으며 그런 오빠를 둔 진주는 마냥 행복했다.

작년 여름.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 사건 이후로 오빠는 변했다.

따스하던 눈빛은 냉기만이 감돌았으며 온화하던 미소는 더이상 찾아볼수 없었다.

행동도 점점 삐뚤어졌으며 급기야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주위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늘 차가웠으며 특히 진주에게는 유독 원망스런 눈빛을 보태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오빠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진주는 오빠를 포기할 수 없었다.

예전에 온화하던 오빠로 빨리 돌아오길 바랄 뿐이었다.


“어? 저기 너희 오빠 아냐?”


진주 친구인 세영의 말에 진주가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은성이를 비롯한 불량배로 보이는 또래 몇몇이 시시덕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곧 은성이도 진주를 발견했는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진주일행을 자연스레 지나치려 했다.


“오..오빠”


진주가 조심스레 은성이를 불렀다.

하지만 은성이는 이를 무시하듯 그냥 지나쳤다.

은성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진주는 용기내어 다시 한 번 오빠를 불렀다.


“오빠!”


은성의 발걸음이 우뚝 멈추었다.

지그시 두 눈을 감은 채 굳게 닫힌 입으로 크게 심호흡을 한 은성이 발걸음을 돌려 진주에게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리곤 진주의 코앞에서 낮게 으르렁거렸다.


“다신 내게 아는 척 하지 말랬지?”


“오..오빠! 이거...”


은성의 살기에 잠시 주춤거리던 진주는 용기내어 양손에 고이 간직했던 달걀을 내밀었다.


“이게 뭐냐?”


“오빠 달걀 좋아하잖아. 이거 오늘 낮에 교회에서 나눠줬는데 오빠 생각나서 제일 큰 걸로 골라왔어.”


“누가 이깟 달걀 좋아한대? 필요 없으니까 그거 가지고 내 눈에서 꺼져!”


은성의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맛이라도 봐. 다들 맛있다고 하던데...”


“이딴 달걀도 보기 싫고 네 얼굴도 더 이상 보기 싫으니까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 집에서도 밖에서도 네 얼굴만 보면 화나고 짜증나니깐 제발 좀 사라지란 말이야!!!”


급기야 목에 핏대까지 선 은성은 진주의 손에 들린 달걀을 빼앗아 있는 힘껏 던져버렸다.


“오...빠?”


은성의 갑작스런 행동으로 인해 넋을 놓은 진주의 눈에 은성의 다정했던 과거와 지금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 했다.

이내 진주의 눈에 아련했던 추억과 함께 눈물이 흘러내렸다.

은성은 그런 진주를 외면한 채 다시 멀어지기 시작했다.

눈물로 인해 뿌옇게 변한 진주의 시야로 내동댕이쳐진 달걀이 겨우 눈에 들어왔다.

진주는 실성한 사람처럼 터덜터덜 달걀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곤 한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반대편 손으로 달걀을 주웠다.

그 때 무언가 강한 충격으로 진주의 눈에 세상이 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안돼~~!!!”


세영의 비명같은 처절한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멀어져가던 은성이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으로 자신에게로 미친 듯이 뛰어오고 있었다.


‘아아.. 오빠가 오고 있어. 오빠가 다시 내게로...’


그게 진주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는 윤씨는 오늘따라 유난히 불만이 많았다.


“에휴! 남들은 기분좋게 벚꽃놀이나 하고있는데 주말에 이러고 있으니...”


“이사가 평일이고 주말이고 가려서 하진 않잖은가? 이렇게라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자고”


조수석에 타고 있던 박씨가 달랬다.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 우리만 일하는 것 같아 배가 꼬이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쩝”


윤씨가 입맛을 다실 법도 한 것이 도로 양쪽으로 가족과 커플들이 벚꽃을 보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허허 자네도 참. 그렇게 벚꽃구경이 하고 싶으면 일을 빨리 끝내고 보러 가자고. 이삿짐 빨리 옮기면 자네도 해지기전에 가족들과 벚꽃구경 할 수 있을걸세.”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좀 더 빨리 가겠습니다”


기분이 풀렸는지 운전중인 윤씨의 오른발에 힘이 들어갔다.

그 순간 저 멀리 한 소녀가 힘없이 도로로 걸어왔다.


“어어? 저기 앞에 사람! 사람!!”


박씨의 외침에도 이삿짐트럭은 멈출 줄을 몰랐다.


“브..브레이크가 말을 안들어요”


윤씨의 발은 연신 브레이크를 밟아대고 있었지만 푸쉭푸쉭 소리만 낼뿐 제 기능을 발휘하진 못했다.

경적을 울려도 소용이 없었다.

소녀는 귀머거리마냥 우두커니 무언가를 줍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 윤씨가 할 수 있는 건 인도쪽으로 방향을 틀어 소녀를 피하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윤씨는 두 눈을 찔끔 감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인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벚꽃놀이를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고를 피할 수 없다면 최악의 상황은 면해야만 했다.

트럭은 그대로 소녀를 쳤고 소녀는 허공을 한차례 붕~ 뜬 후 거칠게 내동댕이 쳐졌다.

저 멀리서 소녀와 닮은 듯한 소년이 다급히 뛰어왔고 곧이어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소녀의 주위를 뺑 둘러왔다.

그 위로 벚꽃 잎이 하늘하늘 그들을 덮어왔다.







서울의 한 병원.

얼마나 울었던지 눈이 토끼 눈처럼 시뻘게진 은성이 한쪽 벽에 기댄 채 진주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길래 누가 그깟 달걀 먹는대?”


진주가 웃어보였다.


“내가 내 눈앞에서 사라지랬다고 그런곳으로 가면 어떻게 해?”


하지만 진주는 오빠가 옆에 있는게 좋은지 그저 웃기만 할뿐 말이 없었다.

이제는 흐르지 않을 것 같던 은성의 눈물이 다시 흘러내렸다.


“이제는 사라지라고도 안할게. 작년여름 일도 용서해줄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라고 말좀 해보라고.. 말좀해보란 말이야!”


그렇게 한참을 흐느끼던 은성이 주머니에서 달걀을 꺼내 보였다.

진주가 자신에게 주려고 했던 달걀이었다.

은성은 후회했다.

그 때 먹었어야만 했다.

진주가 처음 달걀을 내밀었을 때...아니 최소한 달걀을 던지지는 말았어야 했다.


“이깟 달걀이 뭐라고...이깟 달걀이...”


은성이 달걀을 통째로 입에 우겨 넣었다.


‘네 말대로 달걀 먹고 있잖아. 그러니 제발 뭐라고 말이라도 해보라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었지만 이렇게라도 해야만 직성이 풀릴것같아 달걀을 곱씹으며 먹어댔다.

은성이 달걀을 거의 다 먹을 때 쯤 갑자기 하얀 빛 무리가 은성을 감싸왔다.

아니 은성의 몸에서 새하얀 빛이 새어 나온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흐느끼며 달걀만 곱씹고 있었다.


잠시 후.

은성은 점점 커지던 빛덩이와 함께 조용히 자취를 감추었고 그런 황홀한 장면을 목격하고도 진주는 마냥 웃기만 할 뿐이었다.

서울의 어느 병원 장례식장 검은 액자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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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되어 이계로 -03.이계로-(수정) +2 20.05.15 2,731 3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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