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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님의 서재입니다.

100일 후에 강해지는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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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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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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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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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화. 지니고 있는 힘(2)

DUMMY

행사장을 둘러싼 스탠드에 천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있었다.

어린이날 직전 주말이라 그런지 걸려 있는 상품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1등 상품은 최신형 콘솔 게임기, 혹은 한정판 인형의 집이었다.

이를 본 애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부모를 졸라대고 있었다.


“아빠! 나 저거! 저거 갖고 싶어! 저걸로 게임 할래! 준영이랑 호종이도 저거 갖고 있대!”

“엄마! 저기에 세미 인형도 같이 들어있어! 레미 인형도!”


그러나 아빠들은 쉽게 참여를 결정하지 못했다.

0에서 49까지의 투력이라는 참가 제한 때문이었다. 그 이상부터는 차이가 너무 벌어지는 만큼 제한을 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제한이 사람들의 참여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자신 있게 앞으로 나선 사람들이 못해도 20~30이상의 투력을 가진 잠재 각성자들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


‘거기에···.’


참가자 중 몇몇은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몸에 문신까지 드러내고 있었다. 힘 좀 쓴다고 광고를 하는 꼴이라고 할까.


‘결과는 안 봐도 뻔하겠네. 이 틈에 동물원이나 가야지.’


이쪽에 인파가 몰리면 다른 쪽은 한산해질 테니까.

그러나.


“우와···.”


소율이는 행사장에 전시돼 있는 인형의 집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추며 물었다.


“저거 갖고 싶어?”


그러자 소율이는 도리도리 고개를 흔든다.


“솔직하게.”

“···저거 엄청 비쌀 것 같아.”

“그러면 경품으로 따면 되잖아.”

“응?”

“자, 여기 앉아서 오빠 하는 거 보고 있어.”


나는 손을 들며 앞으로 나섰다.

진행자는 반색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오! 멋쟁이 아버님이 나타나셨군요! 빨리 오세요! 아버님이 마지막입니다!”


참가를 희망한 나는 우선 투력 측정기로 검사를 받아야 했다. 수치는 오늘 아침에 쟀던 16이 그대로 나왔다.

이걸로 20명이 완성되자 사회자는 한 명씩 인터뷰를 진행했다.


“예!? 마흔둘이라고요!? 이야아! 동안이십니다! 피부 관리 비법을 좀 알려주십시오! 다른 사모님들도 궁금해 하실 것 같아요.”


라든지.


“지켜보고 있는 따님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윤서야 사랑한다!!”


라든지.


“아내분이 게임기 팔아서 명품 백을 사고 싶다고 하면 판다! 예스 오어 노!”

“노! ···아, 아니. 예스!”


라든지.

나는 가장 마지막 순서였다.

사회자는 나에 대한 멘트를 아까부터 준비했다는 듯 막힘없이 말한다.


“진짜 잘생기셨어요! 키도 비율도 모델 같으십니다! 지금 다른 사모님들이 여기만 보고 있는 거 아세요?”

“아하하···. 감사합니다.”

“이런 멋진 남편 분을 쟁취한 아내 분은 지금 어디 계실까요?”

“저는 미혼입니다. 오늘은 여동생이랑 왔습니다.”

“자상한 오빠군요! 혹시 솔로이십니까?”

“예? 아, 예. 그렇습니다.”

“이야아! 이게 지금 어린이날 주간만 아니었으면 행사 끝나고 번호 따가려는 여성분들이 줄을 섰을 겁니다!”


그래도 오늘은 다들 임자있는 몸이니 실수로라도 플러팅같은 건 하지 말라며 너스레를 떠는 사회자.

그렇게 인터뷰가 끝난 뒤엔 인터뷰 진행 순서대로 펀치 머신을 때리게 됐다.


“그럼 성렬이 아버님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성렬이 아버님을 응원하시는 분들은 소리 질러 주세요!”


우와아아!!

호명된 동안의 아저씨는 중형 승용차 크기의 펀치 머신 앞에 서서 자세를 잡았다.

말이 펀치 머신이지 이건 각성자의 힘을 측정하기 위한 일종의 투사력 측정기였다.

투력이 가지고 있는 힘의 근원이라고 하면 투사력은 그걸 발산한 수치를 말하는 것이다.


“하아아아앗!”


동안 아저씨는 찢어지는 기합과 함께 전력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힘을 발현하는 방법은 모르고 있었으나 이렇게 온 사력을 다해 힘을 쥐어짜면 무의식적으로 투력이 발산된다.

통! 다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큰 의미가 있진 않았다.


“440점! 현재 1등인 거니까요! 당당히 가슴 펴세요!”


동안 아저씨는 멋쩍은 얼굴로 물러난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도 얼굴을 붉히고 핏대를 세우며 펀치를 휘둘러 400점대를 기록했다.

이게 말이 400점대지 일반 펀치 머신을 때렸다면 999점이 나올 정도의 파워였다. 투력이 가미된 펀치는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이 투력을 조금이라도 많이 사용할 수 있다면 더 높은 점수를 낼 수 있었다.

운동 좀 한 문신 아저씨들이 그랬다.


“흐어업!”


통! 꾸준한 운동을 통해 무의식적인 투력 발현을 여러 번 경험해봤던 그들은 다른 이들에 비해 더 많은 투력을 담아냈다.


“최고 기록입니다! 570점! 대단하네요!”


문신 아저씨는 근육맨 포즈를 취하며 거들먹거리고, 그 아들로 보이는 아이는 괴성을 지르며 펄쩍 뛴다.

그 다음 차례의 문신 아저씨도 경쟁심을 불태우며 쩌렁쩌렁 울리는 기합성과 함께 머신의 쿠션을 때렸으나 점수는 560점.

10점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다들 1, 2위는 이미 나왔다는 듯 다음 차례인 나에 대해선 안중 밖이었다.

사회자도 별 기대 없이 나를 호명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소율 양의 오빠 분! 과연 우리 잘생긴 오빠가 570점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나는 머신 앞에 서서 자세를 잡았다.


“자, 소율 양의 오빠에게 응원을 보내주십시오!”

-꺄아아아아!

“잠깐만요, 잠깐만요! 사모님들, 조금 전이랑 너무 다르지 않습니까! 돌아가는 길에 신랑이랑 싸우셔도 저는 모릅니다?”

-하하하하!


그런 주위의 토크도 이젠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장갑을 낀 오른 주먹을 꽉 쥐고 눈을 감은 채 집중했다.


‘투력을 끌어올려서···.’


아직은 그 힘이 뚜렷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이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힘을 발현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감지하기에는 투력의 양이 너무 미미하기 때문이다.

설령 투력이 높아진다고 해도 신체 내의 투력을 감지하고 사용하는 건 쉬운 게 아니었다.

투력 100이상의 정식 각성자들도 제대로 된 훈련을 받아야만 원활하게 힘을 발현할 수 있게 될 정도.


다만 나는 과거 힘을 발현했었던 감각이 남아있었다.

나는 그 감각을 떠올리며 투력이 있다고 믿고 그것을 주먹으로 집중했다.

그 다음엔 증폭시킨다.

이게 내 특질계로서의 힘이었다.

모아놓은 투력을 증폭시키는 것.

쉽게 말해 2제곱의 능력이다.


‘한 번 더 증폭···!’


2배, 4배, 8배, 16배. 계속해서 커져가는 힘.

물론 무한대로 강해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힘이 커질수록 내 몸에 부하가 가해지기 때문이다.

움찔! 32배로 증폭한 순간 팔이 저리기 시작했다.


‘됐다!’


이제야 확실하게 느껴지는 투력의 기운.


‘한 번 더 증폭해도 될 것 같긴 한데.’


힘을 발현할 수 있다는 건 확인했으니 굳이 무리하진 않기로 했다.

찌릿거리는 주먹.


‘역시, 내 힘은 착실하게 돌아오고 있어.’


그런 만족감과 함께 주먹을 내질렀다.


“흐읍···!”


올곧게 내지른 주먹.

그 주먹이 쿠션의 중심부를 정확하게 타격했다.

팡! 기분 좋은 타격음이 울리고.


“···?”


사회자가 말을 잃었다.

주변에서도 웅성임이 일었다.


“6300점···!?”


다른 참가자들과는 자릿수를 달리하는 높은 점수.

곧 문신 아저씨들이 아우성을 친다.


“잠깐만요! 진짜 히어로를 데리고 오면 어떡합니까!?”

“기합도 안 지르고 저러는 거 보면 딱 봐도 각성자네!”


사회자는 당황하여 손사래를 친다.


“아닙니다! 투력은 정확하게 측정을 했습니다! 아, 아마 기계 오류일 겁니다! 예! 죄송하지만 소율이 오빠 분. 한 번만 다시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괜한 잡음을 일으키는 것보다야 내가 알아서 조절을 하는 게 편했다.

그렇게 기계를 재조정한 뒤에는 투력의 양과 증폭의 정도를 조절했다.

문신 아저씨들이 원하는 거 같으니 쓸데없는 기합성도 내질러주기로 했다.


“흐아아아앗!”


처절한 함성과 함께 내지른 주먹.

실제로는 별 거 아닌 주먹질이긴 했으나 배우인 나에게 이런 연기는 일도 아니었다.

통!

620점.

1등이 바뀌는 순간이자 인형의 집이 소율이의 것이 되는 순간이었다.


“620점! 최고 점수입니다! 조금 전의 점수는 오류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높은 점수입니다!”


문신 아저씨들은 자기들이 졌다는 사실에 이번에도 미심쩍어 했다. 짜고 치는 행사가 아니냐며 따지려 들었다.

사회자는 그런 불만이 터져 나오지 않게끔 재빨리 상황을 정리해버렸다.


“그럼 시상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우리 소율 양의 오빠 분! 상품을 선택해주십시오!”


나는 게임기와 인형의 집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가격은 게임기 쪽이 더 비싸긴 한데···.’


게임기를 중고로 팔고 인형의 집을 사도 남는 장사이긴 했지만 인형의 집은 한정판이었다.

뭣보다 애를 위한 선물인데 그렇게 타산적으로 굴고 싶지 않았다.

인형의 집을 고른 나는 소율이에게 손짓했다.


“소율아! 빨리 와! 기념사진 찍어야 된대!”


아까부터 눈을 크게 뜨고 보고 있던 소율이는 헐레벌떡 뛰어왔다.

설치돼 있던 인형의 집 옆에 서더니 황홀한 얼굴로 그것들을 바라본다.


“이거 우리 집에 가져가는 거야!?”

“이건 전시용이고, 우리 집에 갈 때 안 뜯은 새 거로 주신대.”

“그럼 빨리 집에 가자!”

“무슨 소리야. 란바오 보고 싶다며.”

“그럼 란바오 보고 가자!”

“나 참. 그렇게 좋아?”

“응! 진짜 좋아!”


소율이는 꿈에서도 탐내지 못했던 초고급 인형의 집을 갖게 되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동물원을 돌아보는 내내 인형의 집 얘기만 재잘댈 정도였다.

나로서도 최고의 어린이날 선물을 준 셈이었으니 이보다 만족스러울 수 없었다.


###


펀치 머신 행사가 끝나고.

퍼레이드 소품 창고로 돌아온 이벤트 사회자 김주훈은 차가운 물을 마시며 목을 축였다.


“휴우! 거 사람 졸라게 많네. 다들 이런 날에 놀이공원에 오고 싶나? 사람 많을 거 뻔히 알면서.”


생수병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그는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창고 직원에게 소리쳤다.


“저기요 병준 씨! 펀치 머신 좀 잘 좀 점검해놔요. 이거 오늘 오류났어요!”

“오류요?”


엔지니어 병준은 그럴 리 없다며 다가온다.


“이거 올 초에 들여놓은 새삥인데요? 그럼 불량이 났다는 건데 이거 각성자 전용이라고 몇 번이나 품질검사를 하는 거라 불량률도 거의 없어요. 그렇게 복잡한 기계도 아니고요.”

“아이 난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어쨌든 잘못 나왔다니까요. 한 번 분해해서 검사라도 해봐요. 아니면 다른 걸로 바꿔주든가. 막상 오류나면 욕먹으면서 상황 수습해야하는 건 저라고요!”

“흐음.”


그때 마침 병준의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아! 세형 씨! 잠깐만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놀이공원이 고용한 안전 요원이었다.

D급 히어로 김세형.

그는 병준의 부름에 귀찮다는 듯 뒷머리를 긁으며 다가온다.


“왜 그러십니까?”

“이것 좀 한 번 해보시겠어요? 체크를 좀 해보게요.”

“투사력 측정이요? 쩝, 알겠슴다.”


병준은 기계 뒤를 뜯어 계기판을 들춰낸 뒤 신호를 보냈다.


“지금 쳐봐요.”

“제대로 해요?”

“전력으로 해요!”


세형은 힘을 집중했다. 보유 투력 463이었던 그는 힘의 발현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었다.

투력을 주먹에 모은 그는 간결하게 쿠션을 때렸다.


“헛!”


팡! 출렁이는 쿠션.

나온 점수는 6140점이었다.

이를 본 김주훈은 그러면 그렇지 라며 비웃는다.


“오류 맞잖아요! 아까 투력 16인 사람이 6300점을 찍었는데, 그럼 그 사람이 세형 씨랑 동급이란 겁니까?”

“그렇습니까···? 확실히 그건 말이 안 되긴 하는데···.”


병준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게 아무리 봐도 기계에는 문제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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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휘청거리고 있지 않나?(3) 24.06.28 102 4 12쪽
8 8화. 휘청거리고 있지 않나?(2) 24.06.26 119 4 12쪽
7 7화. 휘청거리고 있지 않나? 24.06.25 135 3 14쪽
6 6화. 벌레의 삶을 살았다(5) 24.06.24 144 4 12쪽
5 5화. 벌레의 삶을 살았다(4) 24.06.23 149 4 13쪽
4 4화. 벌레의 삶을 살았다(3) 24.06.23 168 4 14쪽
3 3화. 벌레의 삶을 살았다(2) 24.06.22 176 6 12쪽
2 2화. 벌레의 삶을 살았다 24.06.22 201 6 12쪽
1 1화. Prologue +1 24.06.22 229 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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