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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님의 서재입니다.

100일 후에 강해지는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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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sol
작품등록일 :
2024.06.22 20:16
최근연재일 :
2024.07.01 23:33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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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5
추천수 :
21
글자수 :
66,068

작성
24.06.22 20:18
조회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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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6쪽

1화. Prologue

DUMMY

나는 각성자였다.

초월적인 힘을 사용해 세상을 게이트 아포칼립스에서 구해낸 히어로.

내가 주먹을 휘두르면 돌풍이 불었고, 발을 구르면 땅이 갈라졌다.

조무래기들은 내 앞에서 도망치기 바빠 내 상대가 될 수 있는 괴물은 몇 안됐다.


“그때 그 몇 안 되는 괴물을 만난 거죠! 막 서울로 상경하던 도중에 마주쳐버리고 만 겁니다.”


억지로 비장한 분위기를 잡으며 이야기를 풀어갔지만 내 말을 진지하게 듣는 사람은 없었다.


“그놈이랑은 하루 종일 먹지도 싸지도 않고 계속 싸웠어요. 결국 제가 그놈을 처치하긴 했지만···. 그 탓에 저도 힘을 잃어버리고 만 겁니다. 만약 제가 그놈을 막지 못했다면 그때 수만 명은 더 죽었을 걸요?”

“됐고! 잔 빈 거 안보이냐!? 빨리 따라!”

“아 옙.”


쪼르르! 나는 다급히 소맥을 말아주었다.

오늘은 드라마 촬영 팀의 회식자리.

시청률이 괜찮은 드라마였던지라 단역이었던 나도 한 구석에 자리를 받을 수 있었다.

이런 회식 자리에서 나 같은 핏덩이 엑스트라의 역할은 썰을 풀고, 된통 깨지며 흥을 돋아주는 것이었다.

마침 그 타이밍이 됐는지 잔뜩 취기가 오른 현장 반장이 꺼드럭거리는 얼굴로 트집을 잡는다.


“네가 히어로오? 핫! 그래서 능력이 뭐였는데?”

“힘을 증폭시키는 능력이었슴다. 거기에 투력 장갑이랑 검 형태의 보구도 사용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투력 장갑을 갖춘 채로 힘을 모으면 어떤 놈이라도···.”

“특질계랑 장갑계, 보구계 전부 사용할 수 있었다고? 에라이 씨! 뻥을 쳐도 말이 되는 뻥을 쳐라 븅신아.”


푸하핫하는 회식장소 특유의 웃음소리가 흘러간다.

반장은 자신이 이곳의 주인공이 된 분위기가 기분 좋았는지 계속해서 나를 몰아붙인다.

정확히 어디서 싸웠느냐, 그 괴물의 능력은 뭐였냐, 왜 혼자 싸운 거냐 등등.

내가 그 질문 전부를 막힘없이 즉답하자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신경질적으로 호통친다.


“그럼 힘은 왜 잃은 건데!?”

“그건···.”


나도 모른다. 왜 내 힘이 사라져버리고 만 걸까.

그렇게 내가 머뭇거리자 반장은 이때다 하며 쏘아붙인다.


“애초에 힘이 없었으니까 그런 거겠지! 새끼가 뻥을 치려고 소설까지 만들어놨네. 히어로들이 방송에서 연예인처럼 나오니까 뭐 진짜로 별 거 아닌 거라 생각하냐? 걔들은 목숨 걸고 싸우는 놈들이야! 너처럼 풍둔 아가리술이나 쓰는 놈들이 아니라고!”


비웃음이 흐른다. 뭐, 그걸로 회식 장소의 분위기가 고조됐으니 내 역할은 제대로 해낸 셈이다.

내 과거는 이런 용도에 불과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허풍, 망상, 소설.

8년이 지난 지금에 와선 나도 그게 진정 현실이었는가 가물가물 해질 정도다.


“하여간 요즘 애새끼들은 헛바람이 너무 들었다니까. 저번에 뭐냐, 초딩들이 각성자 놀이 하다가 게이트 들어가서 죽었잖아. 그게 이런 얼빠진 새끼들이 지들도 각성자였다느니, 몬스터도 별 거 아니라느니 개소리를 지껄이니까 그런 거 아니겠냐고.”


내게 온갖 욕설을 내뱉으며 모욕을 주는 반장.

그로 인해 분위기가 싸해지려 하자 보다 못한 최 실장님이 그를 만류한다.


“그만 하시고요. 건배나 합시다!”


다시 돌아가는 술잔.

회식은 최 실장님이 다음 촬영 장소를 공지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


나는 취기를 애써 추스르며 집으로 향했다.

돌아가는 발걸음은 취기와 맞물려 무척 위태로웠다.

심야 버스에 겨우 탑승한 뒤엔 축 늘어져버렸다.

그런 내 시야에 버스 내 TV가 들어왔다.


[오늘도, 내일도 상쾌하게! 리얼 프루츠로 시작하세요!]


그 음료수를 들고 있는 건 현역 SS급 히어로 김서윤. 광고계는 물론이고 드라마와 영화계에까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인기 절정의 히어로였다.

1년에 벌어들이는 돈이 집계된 것만 300억은 넘는다고 했었나.

그녀를 필두로 연예계는 그야말로 히어로들의 전성시대였다.

이어지는 스킨로션 광고도, 심지어 생리대 광고까지 히어로들이 맡고 있었다.


‘나도 힘을 잃지 않았다면···.’


저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보단 더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을 거다.

배우의 꿈도 자연스럽게 이뤄졌을 테고, 소율이도 기를 펴고 학교를 다닐 수 있었을 테지.


‘이럴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힘을 주지 말지.’


그랬다면 후회라도 안할 텐데.


“하, 인생···.”


한탄을 하며 도착한 집은 위례에 있는 11평짜리 아파트였다.

월세 15만 원짜리 행복 주택.

기척을 죽이며 집에 들어온 뒤엔 방을 슬쩍 열어 소율이가 자고 있는 걸 확인하고 내 침대가 있는 거실로 향했다.


“내일도 일찍 나가야 되니···. 일어나서 씻지 뭐.”


옷도 벗지 않고 바로 잘 생각이었으나 문득 서랍장 위에 보라색 액체가 든 작은 병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필사적으로 싸워 처치한 그 괴물의 일부분이었다.

전리품이자, 내가 그 괴물을 처치했다는 증거.

그러나 이걸 본 정부에선 시중에 유통되는 액체 괴물 장난감과 다른 게 없다며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내가 힘을 가지고 있다가 잃어버렸다는 것도, 그 괴물을 처치했다는 것도.


“···.”


언젠가는 인정을 받겠지, 가지고 있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라며 계속 보관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막연한 기대도 사라졌다.

병을 꽉 쥔 나는 베란다 문을 열어 병을 밖으로 던져버렸다.

취기로 인해 홧김에 벌인 일이었지만 별 후회는 없었다.

그보단 유리병인데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였다.


‘뭐 괜찮겠지.’


취기가 심해 오래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대로 침대에 몸을 맡겨 잠을 청했다.

그리고.


‘···어?’


나는 슬라임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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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휘청거리고 있지 않나?(3) 24.06.28 43 2 12쪽
8 8화. 휘청거리고 있지 않나?(2) 24.06.26 62 2 12쪽
7 7화. 휘청거리고 있지 않나? 24.06.25 73 2 14쪽
6 6화. 벌레의 삶을 살았다(5) 24.06.24 79 3 12쪽
5 5화. 벌레의 삶을 살았다(4) 24.06.23 82 2 13쪽
4 4화. 벌레의 삶을 살았다(3) 24.06.23 98 2 14쪽
3 3화. 벌레의 삶을 살았다(2) 24.06.22 106 3 12쪽
2 2화. 벌레의 삶을 살았다 24.06.22 118 1 12쪽
» 1화. Prologue 24.06.22 137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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