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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님의 서재입니다.

100일 후에 강해지는 히어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mensol
작품등록일 :
2024.06.22 20:16
최근연재일 :
2024.07.02 22:56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1,087
추천수 :
32
글자수 :
71,666

작성
24.06.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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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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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3쪽

11화. 휘청거리고 있지 않나?(5)

DUMMY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었다.

슬라임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지 이제 6일.

사람 인생이라는 게 6일 만에 이렇게 바뀔 수 있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준비됐으면 갈게요!”


곧 큐 사인이 나왔다.

이 드라마 촬영을 시작하고 처음 받은 대사 있는 배역.

내 역할은 피날레(결혼식) 씬에서 여자 주인공의 하객을 하는 것이었다. 여자 주인공 빛나의 훈훈한 소꿉친구로 나와 남자 주인공의 질투를 유발하는 역할.

뭐, 그런 설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지금 내게 제일 중요한 건 NG를 내지 않는 것이었다.


‘그 오디션 덕분인가? 전혀 긴장이 안 되네.’


이번에는 애드립도 할 필요가 없었기에 무난하게 대본대로 연기를 해낼 수 있었다.

혹시 연기력을 지적받으면 아찔했겠으나 컷 사인이 나자 작가님들이 활짝 웃는다.


“강연 씨 좋다!”

“응응! 너무 튀어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존재감이 없는 것도 아니고. 주문대로 정말 잘 했어.”


남주인공 서균이 형도 고개를 끄덕인다.


“자연스럽게 잘 했네. 딱히 훈수를 할 게 없을 정도야.”

“감사합니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최 실장님도 슬쩍 따봉을 올린다.

화기애애한 촬영장 분위기.

이런 분위기 속에 있어본 게 처음이었던 나는 붕 뜬 듯한 기분 좋은 감각을 느꼈다.

그렇게 촬영이 끝난 뒤엔 자연스럽게 곧 있을 종방연 대한 얘기가 나왔다.

일요일에는 촬영 종료 기념 회식. 그리고 그 2주 뒤에 마지막 회 방영을 기념하는 회식이 있었다.


전자는 촬영에 기여한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었고, 후자는 정해진 사람들만 참여하는 디너쇼 같은 것이었다.

나야 전자에 속했지만 작가님들 몇몇이 그 다음 디너쇼에도 참가를 하라며 권유를 해왔다.


“오늘 씬으로 강연 씨는 단역이라기 보단 특별 출연인 느낌이 됐으니까. 나와도 상관없어.”

“그거 괜찮네. 거기 종방연에 오는 사람들 중에 달그세 투자자도 있거든. 잘 보여 놓으면 좋을 걸?”


그렇게 말은 하지만 그쪽은 기자들이나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드는 부담스러운 자리였던지라 넌지시 거절을 하기로 했다.

나는 짧은 경험으로나마 알고 있었다.

호사다마라고, 일이 잘 풀릴 때야말로 경거망동해선 안 된다는 걸.

그러니 지금은 무리해서 다음 단계를 밟기 보단 찾아온 행복을 천천히 누리기로 했다.


###


그날 밤.

참새와 쥐를 흡수하는 작전은 조용하고, 은밀하게 이뤄졌다.

나는 우선 끈끈이 덫을 순회하며 쥐가 걸려있는지를 확인했다.


‘오늘도 없네. 왜지?’


경비원 아저씨가 필요 이상으로 성실할 리도 없을 테고.

혹시 끈끈이가 불량인지 확인을 해보기로 했다.


‘바싹 말라 있어. 설치한지 오래 됐나본데.’


그런데도 걸린 쥐가 없다는 건 이 경로로 쥐가 돌아다니지 않았던가, 그도 아니면 아예 쥐가 없다는 뜻이다.


‘이러면 계획을 바꿔야겠는걸.’


본래는 쥐를 먼저 흡수하여 그 쥐의 몸으로 참새를 습격할 생각이었다. 쥐의 체급과 힘이 있으면 무난하게 참새를 제압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끈끈이 덫으로 쥐를 날먹할 수 없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쥐를 찾아서 흡수할 순 있지만···.’


필히 전투가 일어날 터.

그렇게 되면 꽤나 힘든 싸움이 된다.

사마귀의 몸으로는 정면 대결이 힘들었고, 장수말벌의 몸으로 싸울 수 있긴 했지만 그렇게 되면 쥐는 응당 좁은 구멍으로 도망 가버릴 것이다.

아무리 기동력이 좋은 장수말벌이라도 그 구멍을 따라 들어가서 쥐를 잡기는 힘들다.


‘뭣보다 쥐는 야행성이고 말이지.’


지금 시간은 쥐의 주 무대라는 뜻.


‘반면 참새는 달라.’


주행성이며, 밤눈도 밝지 못하다. 벌레의 몸으로도 충분히 싸워볼 수 있다.

이쪽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감수할만한 리스크였다.


‘가볼까.’


눈여겨보던 참새 둥지는 아파트 내 정원 구석에 있었다.

거기에 있는 나뭇가지 위에 아담한 둥지 하나가 있었다. 그 주위에는 성체 참새들이 나란히 앉아 잠을 자고 있었다.


‘둥지에 새끼가 셋. 나머지 성체의 숫자는 9마리인가···.’


둥지에 새끼를 지키는 참새가 2마리 정도 있는 듯 했으나 굳이 그 녀석들을 노릴 필요는 없다.

나는 나뭇가지 위에서 수면을 취하고 있는 녀석 중 하나를 노리기로 했다.


장수말벌의 몸으로 태세를 갖춘 나는 가장자리에 있는 놈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

이 속도를 유지한 채 스킬 <회심의 찌르기>까지 발동을 한다면 엉덩이의 침으로 단번에 참새의 머리를 꿰뚫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충분히 뇌까지 찌를 수 있어.’


일격필살의 작전.

스텔스 비행 스킬을 통해 5초간 몸을 숨긴 상황이었기에 더더욱 피할 수 없을 거라 판단했다.

그러나 참새가 가진 위기감지 능력은 내 생각 이상으로 뛰어났다.

참새도 벌레를 잡아먹는 사냥꾼이긴 하나 전체적으로 보면 먹이 사슬 하위에 있는 종. 그 위기감지 능력은 조류 중에서도 특출났다.


“···!?”


놈은 내 날개소리에 반응했다.

10cm정도를 남기고 눈을 번쩍 뜨더니 다짜고짜 폴짝 날아올랐다.


‘이런···!’


그대로 찔러 바닥으로 추락시키려던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다른 놈들까지 잠에서 깨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인 건 밤이기도 하고, 스텔스 비행 스킬을 사용하고 있는 덕에 나를 발견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날개 소리가 들리니 장수말벌의 습격이 온 건 알았지만 어디 있는지를 알지는 못했다.


‘이러면 아직 괜찮아. 무리에서 떨어져나간 놈을 사냥하자.’


부우웅! 나는 수직으로 방향을 선회하여 날아오른 놈을 추격해 끝장내기로 했다.

그러나 참새 쪽도 내가 쫓고 있다는 걸 본능으로 감지했는지 전력으로 날갯짓을 해 속도를 붙여 고도를 높였다.


‘빨라!’


비행 기술 자체는 내 쪽이 위에 있었지만 직선적인 움직임에 한해선 참새가 우위였다.

놈은 나무 위를 빠져나가더니 유려하게 방향을 전환해 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


놈이 달빛에 드러난 내 몸을 소름 돋는 안광으로 노려보았다.

그리곤 내 쪽으로 급강하를 하기 시작했다.


‘온다!’


쐐에에엑! 날카로운 부리로 내 몸을 부수러 달려드는 참새.

놈은 내가 공격을 피할 경우 그대로 나무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길 생각이었다. 이후엔 동료 참새들에게 위기를 알려 경계 태세에 들어가겠지.

만약 여기서 놓친다면 오늘은 다시 사냥을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렇담 여기서 잡아주지!’


아까도 말했듯 비행 기술은 내 쪽이 압도적이다.

몸이 가볍고 골격이 없는 벌레의 특권이라고 할까? 나는 상하전후좌우의 방향 전환을 빠르게 할 수 있었다.

참새가 느끼기엔 제자리에서 방향을 전환하는 것처럼 느껴질 테지.


부우웅!

나는 참새의 진행 방향으로 날아 속도를 맞춘 다음 놈의 부리가 내 몸을 쪼기 전에 살짝 위로 떠올라 몸을 회전시켰다.

그 회전으로 부리를 피함과 동시에 엉덩이의 침을 참새의 목 부근에 박아버렸다.


“찍···!?”


놈은 쥐가 우는 듯한 소리를 내며 푸드득 거렸다.

충격이 컸는지 휘청거리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놈이 밸런스를 잃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놈의 등으로 날아든 나는 꾸르르륵! 몸을 사마귀의 형태로 바꾸며 그 목을 갈퀴에 걸어 보도 블럭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쿵! 이 낙하의 충격을 더 크게 받은 건 뼈가 있고 무게가 더 나가는 참새 쪽이었다.

녀석은 날개부터 바닥에 깔리며 비행 능력을 상실해 버렸다.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지만 머리를 물어 움직임을 잃게 만든 뒤 그 몸을 점액으로 뒤덮어 흡수를 시작했다.

여기까진 순조로웠지만 한 가지 착오가 있었다.

바로 흡수 속도였다.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리는데?’


벌레의 경우 표피를 녹이기만 하면 나머지는 금방이었고, 그것조차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이쪽은 달랐다.

깃털도 그렇고 피부가 빨리 녹질 않았다.

피부를 녹인 이후에도 뼈가 문제였다.

이 문제에 대해선 슬라임으로서의 본능이 해결법을 알려주었다.


‘흡수 속도를 높이려면 몸의 산성을 높여야 하겠네.’


그걸 위한 특성이나 스킬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도 지금 당장은 그런 것이 없으니 차근차근 흡수를 해야 했다.

그렇게 뼈까지 다 녹여 흡수를 완료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정도였다.

꾸르르륵! 형태를 갖춰가는 참새의 몸.

벌레를 흡수했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감각이었다.


‘근본적인 힘이 달라!’


골격을 가진다는 건 그런 의미였다. 몸이 둔해지고 유연함이 낮아지긴 하지만 그만큼 힘이 상승한다.

벌레는 추가 흡수를 통해 몸집을 키워도 다른 개체에 대비해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낼 순 없었지만 이쪽은 달랐다.

골격과 근육은 커지면 커질수록 정비례하여 힘이 상승한다.


‘좋아, 이대로 다른 놈들도 흡수를 해야겠어.’


똑같이 하나씩 물어서 바닥으로 추락시켜 흡수를 하는 거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나는 날개를 펼쳐 날아오르려 했으나 그때였다.


“···!”


깃털이 바짝 서는 오한.

푸드득! 나는 참새의 본능을 믿고 펄쩍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러기 무섭게 철푸덕! 내가 앉아있던 자리를 검은색의 무언가가 덮쳤다.


‘저건···!?’


검은 놈은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나를 노리고 펄쩍 뛰어올랐다.

그 민첩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세로로 찢어진 칼 같은 동공과 날이 바짝 선 발톱. 타고난 사냥꾼이 나를 먹잇감으로 포착했다.


‘고양이···!’


고양이가 마음먹고 한 점프는 참새의 도약을 따라잡았다.

녀석은 박수를 치듯 양 앞발로 나를 잡으려했다.


‘이대로는 잡히겠어!’


뿌드드득! 나는 장수말벌의 몸으로 의태하여 고양의의 앞발을 가까스로 회피.

이후 놈의 목덜미로 돌아가 벌침을 쏘았다.


‘꺼져!’


푹!


“메오오오오옹!?”


꼴사나운 비명을 지르며 허겁지겁 도망치는 고양이.

나는 그제야 볼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고양이의 눈을 말이다.


‘한 마리가 아니잖아?’


족히 5마리는 있는 것 같았다.


‘언제부터 우리 아파트에 길고양이가 이렇게나···. 설마 이놈들 때문에 쥐가 달아나버린 건가?’


어쨌든, 주의를 해야만 했다.

길고양이에게 참새는 사냥하기 딱 좋은 먹잇감이니까.

그런 반면 지금 내가 흡수한 종들로는 고양이에게 의미있는 반격을 가할 수가 없다.


‘그나마 장수말벌 하나 정도려나.’


그것도 지금처럼 쫓아내는 것에 불과하니 고양이를 상대하려면 개나 맹금류를 흡수하는 수밖에 없었다.

못해도 까마귀 정도는 돼야 했다.


‘새로운 고민거리가 나타났네.’


길고양이는 도시 먹이사슬의 상위 종.

무척 까다로운 강적이었다.

.

.

.

참새 사냥을 끝마친 뒤의 아침.

나는 조깅을 하며 고양이에 대한 정보를 모아보기로 했다.

이번에도 경비원 아저씨가 도움이 됐다.


“길고양이요? 아···.”


경비원 아저씨는 골치 아프다는 듯 표정을 찌푸린다.


“그게 요즘 우리 아파트 근처에서 고양이 밥을 주는 사람이 있거든요.”

“예? 그거 불법이잖아요.”

“불법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경비원 아저씨는 한 번 보라며 나를 아파트 한편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단지 옆에 난 개구멍으로 학생들의 등굣길을 위해 만든 곳이었다.

그곳 근처 수풀 쪽에 고양이 밥그릇 세 개가 놓여 있었는데 그 위에 ‘치우면 사유재산 침해로 고소합니다!’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었다.

경비원 아저씨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치우라고 하면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자기가 자기 돈으로 고양이 밥 주는데 왜 이래라 저래라 하냐면서요.”

“관리사무소에 부탁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쪽도 뭐라 못해요. 이게 다른 아파트는 지들끼리 규정을 만들어서 고양이 밥을 못 주게 할 수 있는데 주택공사 아파트는 그게 좀 힘들거든요. 근본적으로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거라···.”


그래서 손도 못 쓰고 방치를 하고 있다는 거다.


“오늘 새벽에도 고양이 우는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다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얼마나 앙칼지게 울었으면···. 어휴.”


내가 벌침을 쏜 고양이의 비명을 말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이놈들 덕분에 쥐새끼들이 없어진 것 같긴 한데요···. 고양이들은 차에도 들어가고 그래서 더 위험합니다.”

“그, 그렇습니까?”

“예, 그놈들이 본 네트에 들어간 걸 모른 채로 운전을 하면···. 다음은 말 안 해도 아시겠죠?”

“헉.”

“이게 진짜 머리 아픈 게. 이건 보험도 거의 안돼요.”


섬뜩하다. 오늘 당장 중고차를 뽑으러 갈 예정이었던 내게는 더더욱.

경비원 아저씨는 겨울이 되기 전에는 길고양이들을 쫓아내야 한다며 신음한다.


“아무튼,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볼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십시오.”

“예···. 수고하시네요.”


그러나 경비원 아저씨의 표정을 보니 딱히 돌파구는 없는 듯 했다. 법이 막아주질 않으니 어쩔 수 없는 거다.


‘그렇담 내가 나서는 수밖에.’


다음으로 흡수할 메인 타깃이 정해진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제목을 변경할 예정입니다.


흡수하는 배우님-> '100일 후에 강해지는 히어로'로 변경할 예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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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지니고 있는 힘(2) 24.07.02 22 2 12쪽
12 12화. 지니고 있는 힘 24.07.01 31 3 14쪽
» 11화. 휘청거리고 있지 않나?(5) 24.06.30 45 1 13쪽
10 10화. 휘청거리고 있지 않나?(4) 24.06.29 47 2 12쪽
9 9화. 휘청거리고 있지 않나?(3) 24.06.28 58 2 12쪽
8 8화. 휘청거리고 있지 않나?(2) 24.06.26 75 2 12쪽
7 7화. 휘청거리고 있지 않나? 24.06.25 86 2 14쪽
6 6화. 벌레의 삶을 살았다(5) 24.06.24 93 3 12쪽
5 5화. 벌레의 삶을 살았다(4) 24.06.23 97 2 13쪽
4 4화. 벌레의 삶을 살았다(3) 24.06.23 114 2 14쪽
3 3화. 벌레의 삶을 살았다(2) 24.06.22 123 5 12쪽
2 2화. 벌레의 삶을 살았다 24.06.22 138 3 12쪽
1 1화. Prologue +1 24.06.22 159 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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