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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후에 강해지는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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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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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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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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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휘청거리고 있지 않나?(3)

DUMMY

내 오디션은 예상보다 더 길어졌다.

심사위원들이 5번 씬이 끝난 뒤에도 3번, 6번 씬을 연달아 더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쪽은 백덤블링 같은 큰 거 한 방을 준비하진 못했지만 잡아놓은 캐릭터 설정을 잘 지키며 연기를 하니 무던하게 좋은 반응을 얻어낼 수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내 프로필 용지에 무언가를 적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오디션 시간이 30분을 넘어갈 무렵, 도재훈 디렉터가 시간을 본 뒤 정리를 한다.


“정말 수고했어요. 소식 기다려요.”

“예, 이강연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디션장을 빠져나오는 내 뒤로 도란도란 담소가 들려온다. 연기가 어땠느니, 요즘 배우들은 창의력이 좋다느니.

밖으로 나온 나는 몇 걸음 가지 못해 벽에 등을 기댄 채 주저앉았다.


“후우···!”


오디션을 보는 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반응이 좋은 적은 없었다.

그리고 도재훈 디렉터가 남긴 마지막 말.


‘소식을 기다리라니? 소식을 기다리라니! 어떤 소식을 기다리라는 거지!?’


그건 대체 무슨 의미였을까. 좋은 의미였을까, 나쁜 의미였을까. 끊임없이 머리를 맴돌았다.


‘분명 좋은 의미일 거야! 틀림 없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오디션 합격 이루를 떠올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어마어마한 출연료, 팬 미팅, 주연으로의 캐스팅, 홍보를 위한 예능 출연···.

평소 꿈만 꾸던 것들이 이젠 현실이 될 수 있었으니까.


‘이것도 전부 슬라임의 덕이야.’


오디션의 내용을 미리 알 수 있었기 때문에 킬링 포인트를 만들 수 있었고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나도 다른 오디션 참가자와 똑같이 틀에 박힌 캐릭터 해석을 내놓았겠지.

만약 오디션에 붙는다면 슬라임의 공이 못해도 절반 이상은 됐다.


‘녀석의 덕에 히어로의 힘도 되찾을 수 있게 됐고 말이지.’


굴러들어온 복덩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더없이 가벼웠다.

집에 돌아와서도 콧노래가 멈추질 않았다. 소율이도 이상하게 느낀 모양이다.


“오빠 왜 그래?”

“그냥, 기분 좋은 일이 있어서.”

“뭔데? 나도 알려줘.”

“지금은 안 돼. 결과가 나오면 제일 먼저 알려줄게.”

“이잉, 지금 알려줘!”

“나중에 알려준다니까. 빨리 양치질하고 자자.”


그렇게 소율이가 10시를 넘어 잠에 든 뒤엔 나도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낮에 푹 잔 게 영향을 줬는지, 그도 아니면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눈이 말똥말똥했다.

부푼 상상으로 인해 좀처럼 잠에 들 수가 없었다.

겨우 잠든 시간은 새벽 4시.

머지않아 해가 뜨는 시간이었던 만큼 밖에서 활동하기가 애매했기에 오늘은 얌전히 있기로 했다.


###


어제의 흥분도 잠시.

잠에서 깨니 올라왔던 텐션이 거짓말처럼 축 가라앉았다.

잠은 새벽 4시에 잤지만 습관처럼 새벽 6시 30분에 일어난 탓이다.

한숨 더 자고 싶었지만 소율이 등교 준비를 해줘야 했기에 졸린 몸을 억지로 채찍질하며 아침을 차렸다.


“잘 갔다 와. 학교 끝나면 전화하는 거 잊지 말고.”

“응, 오빠도 일 열심히 해!”


8시 30분에 소율이를 학교까지 보내준 뒤엔 나도 출근 준비를 했다.

오늘은 방송국 세트장에서 하는 촬영인지라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러시아워를 피해 지하철로 향하니 어느덧 10시 가까이가 돼 있었다.


‘구석자리 확보!’


오랜만에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어 솔솔 졸음이 몰려왔지만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그 내용을 확인하자 순간 졸음이 확 달아났다.


[안녕하십니까, JRM 스튜디오입니다. 달과 그대의 세레나데(가제) 기화령 역 캐스팅 관련하여 연락드립니다.]


합격. 그리고 출연계약을 위한 안내가 온 것이다.


“허업···!?”


서둘러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안 그랬으면 괴성을 내질러서 지하철 민폐남으로 커뮤니티에 조롱을 당했을 테니까.

두근! 두근! 두근!

나는 다음 정거장에 내린 뒤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했다. 번호를 누르는 손이 계속 떨려 몇 번이나 입력했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해야 했다.

그렇게 전화를 받은 스튜디오 직원은 어제 심사를 본 캐스팅 디렉터 도재훈에게 전화를 돌렸다.


[아, 이강연 씨? 어제는 잘 들어갔어요?]

“예, 안녕하십니까. 잘 들어갔습니다!”

[하하,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간 그는 출연 계약서를 쓰자며 빈 시간을 물어왔다.


[오늘은 어때요? 내일부턴 내가 좀 바빠서요. 아 물론, 내일 해도 다른 직원이 알아서 잘 해줄 겁니다.]

“오늘 가겠습니다.”

[그럼 5시 전까지 올 수 있어요?]

“늦지 않게 가겠습니다!”


여긴 어떻게 이렇게 일처리가 빠른지 모르겠다.

발표 바로 다음날에 오디션을 보질 않나. 또 그 다음 날에 곧장 출연계약을 맺자니.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이때부턴 피로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 같아선 당장 전력질주를 하며 환호성을 내지르고 싶었다. 내가 제작비 150억짜리 드라마 오디션에 붙었다고 말이다.


‘아니야, 진정하자. 진정해. 계약서에 사인을 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야.’


하여 촬영장에 도착해서도 내색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자 최 실장님은 결과가 좋지 않다고 지레짐작한 모양이었다.


“오디션이 잘 안됐냐? 뭐, 실수 같은 거라도 했어?”

“예? 아···. 아니요,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준비한대로 무난하게 한 것 같습니다.”

“뭐야, 잘한 거네 그러면.”


그때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끼어들어온다.

송우석이었다.


“무난하게 해? 새끼가 꼴에 자존심을 있어가지고.”


최 실장님은 또 시작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넌 또 왜 그러냐? 네가 오디션 망친 거면 망친 거지 왜 강연이까지 붙잡고 늘어져?”

“구라치는 게 딱 보여서 그러는 겁니다. 어제 오디션이 어떤 오디션이었는 줄 아세요? 대놓고 신인 배우들 말려 죽이는 오디션이었다고요! 아니, 애초에 JRM 그 새끼들은 거기서 뽑을 생각이 없었어요. 내정자가 있는데 그냥 보여 주기 식 오디션을 한 게 분명하다고요.”

“아니 뭐, 현수랑 태호도 빡센 오디션이었다고 말하긴 했는데···.”

“좆나 빡셌어요. 그런데 뭐, 무난하게 했다고? 에라이 븅신 새끼.”


우석은 내게 경멸 섞인 비웃음을 보냈다.

예전이었다면 약간이나마 긁혔을 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그 웃음이 무척 귀엽게 느껴졌다.


“푸훕···!”


웃음을 참아보려 했지만 살짝 터져버리고 말았다.

우석은 눈을 부라린다.


“웃냐?”

“풉···! 아, 아닙니다. 사례가 좀 들려서요. 풉···!!”

“뭐야, 이 새끼.”


그때 최 실장님은 마침 잘 됐다며 말한다.


“오늘 너네 술이나 한 잔 하는 건 어떠냐? 술 좀 마시면서 동변상련의 정이라는 걸 나눠봐. 내가 살 테니까.”

“사주시는 거면 갑니다.”


우석은 공짜 술은 환영이라며 즉답했지만, 나는 거절해야 했다.


“죄송합니다. 전 약속이 있어가지고요.”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다음 주에 종방연 회식이 있으니까···. 그때 마시자.”


나는 촬영이 끝나길 애타게 기다렸다.

만약 촬영이 길어지면 감독님에게만 사정을 설명하고 빠져나오려 했지만 다행히 촬영은 3시경에 끝났다.

이후엔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JRM 스튜디오로 향했다.

도착한 시각은 3시 35분. 거기서 20분을 더 기다리자 캐스팅 디렉터 도재훈, 그리고 보조 작가 김영지와 면담을 할 수 있었다.

도재훈은 싱긋 미소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이젠 말 좀 편하게 할게?”

“당연히 그러셔도 됩니다.”

“여기는 김영지 작가. 기억나지?”

“예.”


출연계약을 진행하기 전에 김영지 작가가 배역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오디션에선 간단한 설정과 쪽대본 밖에 없었기에 제대로 된 설정을 듣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고증 문제로 시대 설정이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데, 일단 기화령이란 캐릭터는 엘리트 화랑이라는 설정이거든? 화랑 알지? 신라 시대.”


별 기대 없이 물은 듯 했지만 나는 좋은 대답을 돌려줄 수 있었다.


“그래서 기화령인 거군요? 기파랑에서 모티브를 얻어서요.”

“알아요? 이여얼, 고등학교 때 공부 열심히 했나보네?”

“찬기파랑가는 기본이니까요.”


김영지 작가는 그 설정을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배역에 대한 설명을 했다.

그 내용을 들은 나는 이 배역이 생각 이상의 대박임을 알 수 있었다.


‘비중이 거의 주연 급이잖아?’


여주인공 측의 핵심 조연이라고 할까.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1화 당 7~10분을 출연하는 그런 배역이었다.

이러한 극중 비중은 출연료에서도 알 수 있었다.

배역 설명이 끝난 뒤에 디렉터 도재훈이 계약서를 내밀며 말한다.


“출연료는 회차 당 250만원이야.”

“···!?”


입이 떡 벌어지는 금액이었다. 회차 당 수천만 원에서 수억씩 가져가는 주연 배우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긴 했지만 신인이나 무명 배우들의 입장에선 이것도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나도 그랬다.

내가 지금껏 출연료로 받은 최고 금액은 20만원이었으니까. 평균으로 치면 10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


‘250이면 짬 있는 조연 배우가 받는 금액이잖아!’


내가 놀라고 있자 도재훈은 이해한다며 말을 이어간다.


“생각보다 많지? 근데 이것도 후려치는 거야. 이렇게 주는 대신 OTT쪽 인센티브는 없으니까.”


국내 수익보다 OTT 수익이 훨씬 크다는 건 익히 알려진 바였다. 그걸 주지 않는다면 이 금액도 이해가 갔다.


“그럼 출연료는 이거면 됐다고 치고. 계약금 필요해? 당장 생활비 부족하면 출연료 땡겨서 계약금으로 줄게.”

“그래도 되나요?”

“얼마로 할까? 천? 이천?”

“이천으로 주십시오.”

“그러면 10회차까지 출연료 50만으로 하고 계약금 2천 오늘 바로 쏴줄게. 됐지?”


그때 김영지 작가가 인상을 찌푸리며 지적을 한다.


“디렉터님. 배우가 소속사 없다고 그런 꼼수를 쓰시면 안 되죠.”


왜 그러나 했더니 이렇게 계약을 하면 재방송 때 들어오는 출연료가 대폭 깎인다고 한다. 재방송의 출연료는 비율로 정해지기 때문.

계약금 2천을 받는 대신 재방 출연료를 크게 손해 보는 격이라고 할까.

김영지 작가는 내 에이전트라도 되는 듯 계약서를 수정해줬다.

10회차까지 출연료 50을 받아도 재방 출연료는 깎이지 않게끔 말이다.


‘우와, 눈 뜨고 코 베일 뻔 했네.’


도재훈 디렉터는 멋쩍은 얼굴로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며 사과를 했지만 그 말을 이제 와서 믿을 수도 없었다.

나는 계약서를 한 글자, 한 글자 꼼꼼히 체크하며 김영지 작가님에게도 조언을 구한 뒤 최종적으로 사인을 했다.

출연료는 10회 까지 50만원, 11회 부턴 다시 250만원으로 높아지고 시청률에 따른 인센티브, 홍보 매체 출연료 등등.

그것들을 전부 합하니 최대 6천만 원에 달하는 계약이 완료됐다.


“다 됐어, 계약금은 1시간 내로 쏴줄게.”

“예, 감사합니다!”

“그래, 열심히 해보자. 뭐, 신인 배우니 어련히 열심히 하겠냐만.”


서류를 정리하는 도재훈.

나는 나가려는 그를 붙잡고 물었다.


“디렉터님, 마지막으로 하나만 여쭤보고 싶습니다만. 혹시 계약을 한 걸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고 다녀도 괜찮을까요?”


이에 도재훈은 신인 배우답다며 피식 웃었다.


“말하고 다녀도 돼. 동네방네 소문을 내도 괜찮아.”


리미트 해제.

내가 가장 먼저 전화를 건 상대는 다름이 아니었다.

건물을 나온 나는 곧장 소율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율아! 오빠가 치킨이랑 아이스크림 케이크 사갈 거니까 저녁 먹지 말고 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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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벌레의 삶을 살았다(2) 24.06.22 106 3 12쪽
2 2화. 벌레의 삶을 살았다 24.06.22 118 1 12쪽
1 1화. Prologue 24.06.22 135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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