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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조 님의 서재입니다.

곤수탄진: 퇴마하는 마법소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유권조
작품등록일 :
2022.04.11 17:14
최근연재일 :
2022.06.1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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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232

작성
22.06.0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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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2회

DUMMY

둘의 대화와 상관없이 인지가 발사믹을 마주하고 섰다.


“오인지라고? 그런 이름의 마법사는 들어본 적 없다.”

“그렇겠지.”


인지가 피식 웃었다. 그 얼굴을 본 발사믹은 불길함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당장 물러나지 않았다.


“게다가 오렌지 마법이라고? 마법사들은 귤껍질만 사용하는 게 아니었나?”

“그렇게 알고 있었겠지.”

“······.”


어째서인지 긴장감이 떨어져 발사믹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다른 말은 할 줄 모르는 거 아니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놀리는 건가?”

“놀리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한숨을 내쉰 발사믹이 고개를 저으며 인지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인지는 주머니 속에서 커다란 오렌지를 꺼내 앞으로 쭉 내밀었다.


“뭐, 뭐야?”


깜짝 놀란 발사믹이 얼굴을 가리며 뒤로 물러났는데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인지는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 그의 두 손에 반으로 자른 오렌지가 한 쪽씩 쥐여져 있었다.


“놀랐겠지.”

“놀리는 건가?”

“그런 의심도 들 수 있겠지.”

“날 바보로 아는 건가?”


발사믹은 인지의 말투가 저를 놀리는 것만 같았는지 비슷하게 응수하고자 했다. 그런 동안에 곤수탄진은 수진의 모습으로 돌아와 규리에게 물었다.


“저 사람 알아?”

“처음 봐요.”

“오렌지 마법도 있어?”

“소설에는 나오는데······.”

“소설이라고?”


수진의 눈이 동그래졌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두호와 엄순도 그 이야기에 슬쩍 관심을 가졌다. 발사믹은 자신과 싸우던 다섯 명이 자신에게는 관심을 끊고 저들끼리 이야기하는 상황이 당황스러웠으나 그렇다고 인지에게서 눈을 뗄 수도 없었다. 어찌 되었든 찻간을 찌그러뜨리는 자신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낸 건 사실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진은 규리의 답을 기다리기만 했다.


“그럼요. 마법사 사회에만 유통되는 소설이 있거든요.”

“오오.”

“소설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거죠. 포장지를 뜯어 마법을 쓰는데 안에 담긴 선물의 시가가 높을수록 위력이 강력해진다거나 아니면 감자 칼로 감자껍질을 막 깎으면서 마법을 쓰는 그런 거요. 오렌지 마법도 그런 소설 중에서 본 적 있어요.”

“귤껍질 까는 것보다 그게 더 흥미진진한데.”

“그야 그건 소설이고 귤껍질 까서 마법 쓰는 건 현실이니까 그렇죠.”

“그, 그런가?”


그런 중에도 인지와 발사믹은 비슷한 말투를 쓰면서 소리를 높였다. 물러나기는커녕 점점 서로에게 다가들면서 그들은 결국 한두 걸음 정도의 거리에 놓였다.


“그래서 네 정체가 뭔데?”

“후후훗. 난 오랜 세월 오렌지를 활용한 마법의 가능성을 연구해 왔다. 그 덕분에 기존 귤껍질 마법보다 50배는 강력한 마법을 쓸 수 있게 되었지. 바로 오렌지를 사용해서 말이야.”

“설마 오렌지라서 오십 배야?”

“거기엔 대답하지 않겠다. 아무튼 내가 전력으로 마법을 쓰면 네놈은 곧장 가루가 될 거다!”


그 말과 함께 인지가 오렌지 두 쪽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음에도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발사믹이 화들짝 놀랐다.


“으으으으아!”


그러나 비명을 내지른 다음에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발사믹이 슬쩍 앞을 보니 오렌지 두 쪽이 가만히 있었다.


“뭐, 뭐야? 허풍이었······.”




인지가 오렌지를 움켜 그 안의 과즙을 앞으로 쏘았다. 그 과즙을 눈에 맞은 발사믹은 곧장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끄아아아악! 지나치게 시고 새콤하잖아!”


인지는 가볍게 웃으며 오렌지를 바닥에 툭 던졌다.


“멍청하긴. 오렌지로 마법을 쓸 수 있을 리가 없지.”


오렌지 과즙이 발사믹에게 큰 피해를 주긴 했으나 그렇다고 악마를 퇴치하는 수준의 공격력을 갖춘 건 아니었다. 인지는 느긋한 동작으로 주머니를 뒤적였다. 이번에는 거기서 귤이 나왔다.


그때에 물리의 짐 가방에 있던 천사채가 바깥으로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아무리 서울 지하철이라지만 이렇게까지 시끄러울 일이야?”


잠기운이 한참 남아 있던 천사채는 엉망진창이 된 주변과 발사믹을 보며 눈만 감빡였다. 그리고 발사믹이 그런 천사채를 봤다.


“악마?”

“어라? 바, 발사믹 님!”

“왜 거기 있는 거냐?”


겨우 정신을 차리면서, 그러나 두 눈은 분명하게 뜨지 못한 채로 발사믹이 말했다. 그는 몸을 일으키고도 한동안 비틀거렸다. 그리고 천사채는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이면서 발사믹 쪽으로 날았다.


“우하하하하! 멍청한 인간 놈들! 오늘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이분으로 말씀하실 것 같으면 차라리 식초로 이를 닦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시무시한 악마 가운데 한 분이시지!”


그 말과 함께 천사채가 발사믹의 어깨에 탁 내려앉았다.


“발사믹 님. 저는 지금까지 놈들을 가까이에서 미행하며 약점을 분석해 왔습니다. 이제 다 쓸어버릴 때······. 발사믹 님?”

“야야야야야, 잠깐. 눈에 또 뭐 들어간 거 같애. 잠깐만, 잠깐만.”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해 버둥거리면서 발사믹이 말했다. 그리고 천사채는 그의 그런 모습과 또 바닥에 떨어진 오렌지 과즙을 보았다. 이어서 인지와 그의 손에 쥔 오렌지까지 본 천사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된 거였어.”

“그렇긴 뭐가 그래?”


멀리서 수진이 팔짱을 낀 채 물었다. 천사채는 마른침을 삼키면서 발사믹 쪽을 가리켰다.


“이쪽이 불리한 거 맞지?”

“응, 맞아. 눈치가 빨라졌네.”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면서 천사채가 오렌지 조각을 쥐었다. 천사채는 발사믹의 눈을 노려 오렌지를 꽉 쥐었고 동시에 크게 외쳤다.


“죽어라 악마야!”

“끄아아아악!”


다시금 발사믹이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귤껍질을 재빠르게 깐 인지가 귤을 우물우물 씹었다.


“만다린······ 스톰핑!”


그 말과 함께 인지가 쓰러진 발사믹을 마구 밟았다. 수진의 눈에는 가소롭다못해 우습기까지 한 동작이었다. 그런데 인지의 발길이 닿을 때마다 발사믹의 몸에서 빛이 났다. 그러더니 점점 발사믹의 몸이 먼지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부, 분하다. 그렇지만 그분의 계회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절대로!”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발사믹의 몸이 흩어졌다. 발질을 멈춘 인지가 뒤를 돌아봤다. 그가 안심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니 수진이 물었다.


“악마는 퇴치된 거죠?”

“한동안은 돌아오지 못하겠지.”

“한동안? 잠깐, 그건 그렇고 우리한테도 그 말투를 쓴다고?”

“한 번 시작하니 제법 재밌고 멈출 수 없다는 게 믿기지 않겠지.”

“됐어요, 됐어. 그래서 한동안 돌아오지 못한다는 게 무슨 뜻이죠?”


그 말에 답한 건 인지가 아닌 규리였다.


“악마는 죽지 않아요.”

“엥.”

“최소한 지구권에서는.”

“그러면 내가 퇴치한 악마는······.”


문득 수진은 수학에 대한 자신의 태도로 사실상 도망친 악마를 떠올렸다.


“마법을 통해 할 수 있는 건 악마를 저승으로 내쫓는 게 전부죠.”

“흐음.”


설명이 끝난 걸 기다리던 인지가 손짓을 하니 찻간 문이 다시 열렸다. 인지가 바깥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무 늦기 전에 만나서 다행이야. 다들 기다리고 있으니 갑시다.”

“오, 평범한 말투. 그런데 다들 기다린다니 누구요? 혹시 악귀와 악마의 협상 장소를 알아낸 거예요?”


인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얼굴이 밝지 않았다. 영문을 몰라 수진이 눈만 깜빡이고 있으니 인지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위치는 알아냈지만 협상을 막진 못했다. 놈들은 이미 힘을 합쳤어. 그러니 우리 마법사들도 퇴마사들과 힘을 합치는 걸 고려하고 있지. 지금 가는 곳에는 위대한 마법사들이 계시다. 따라오기 전에 잘 알아두도록.”


* * *


세계 마법사 협회 서울지부의 원로 마법사들은 주저앉아서 손에 귤을 하나씩 쥐고 있었다. 장식이나 마법적인 효과 때문은 아니었고 틈틈이 귤을 한 조각씩 먹기 위함이었다.


그 앞에 수진 일행이 앉았다. 인지는 원로들 쪽에 앉았다.


“그래, 그래. 멀리서 왔다고?”


원로 마법사 한 명이 물었고 수진이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 것인가. 아주 뼈만 남았네, 뼈만 남았어.”


원로 마법사가 수진의 팔을 가리켜 말했다. 거기에 다른 원로 마법사들이 가세했고 대상 역시 늘어나 엄순과 두호 심지어 물리에게까지 같은 말을 했다.


“이것 좀 드시게.”


계속해서 이어진 원로 마법사들의 걱정 끝에 수진은 품 가득 귤을 안았다. 그는 인지에게 슬쩍 물었다.


“원로 마법사님들은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른데요.”

“뭐, 원로니까. 산전수전 다 겪고 지금은 느긋하게 귤을 먹는 게 일과의 대부분이지.”

“친근한 것까지는 좋은데······.”


말끝을 흐리는 수진을 두고 물리가 헛기침을 했다. 그 소리에 원로 마법사들의 시선이 조금씩 그를 향했다.


“원로 마법사님들을 이렇게 뵙게 된 건 최근 악마와 악귀의 연합 때문입니다. 이미 놈들이 협상을 마쳤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래. 그렇지. 객실 내에서 부대찌개를 끓여 먹는 것처럼 나쁜 놈들이었어.”

“꽤 구체적이네.”


대화를 듣고 있던 두호가 말했다. 그런데 그 말에 다른 원로 마법사가 헛기침을 크게 하며 반응을 보였다.


“으흠. 지금 상황에······. 객실 내에서 부대찌개를 끓여 먹는 것처럼 나쁜 놈들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두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지하네. 하긴 그렇지.”


그리고 방금 전 얘기했던 원로 마법사가 또 한 번 목청을 가다듬어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객실 내에서 생선을 구워 먹는 것처럼 나쁜 놈들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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