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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조 님의 서재입니다.

곤수탄진: 퇴마하는 마법소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유권조
작품등록일 :
2022.04.11 17:14
최근연재일 :
2022.06.1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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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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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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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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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회

DUMMY

“이름이 뭔데?”


수진이 물었다. 그런 동안에도 나머지 네 명은 큰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다. 악마는 가벼운 웃음 뒤에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혼혈 악마 발사······.”

“발사자르?!”


말허리를 끊으면서 수진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말소리가 워낙 갑작스러워서 주변에 있던 네 사람은 물론이고 악마마저 깜짝 놀라 움찔했다.


“발사자르가 뭐야?”


영문을 몰라 두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수진은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영화 콘스탄틴을 만 17세에 17번이나 정주행한 나는 알고 있지. 저 녀석의 이름은 분명 발사자르야, 발사자르!”

“영화에 나와?”

“그럼! 생긴 건 다르지만 설정은 비슷해. 이럴 수가! 평소에 내 캐릭터가 너무 희미하고 개성이 없는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드디어 내 설정을 살릴 수 있는 상대가 나타난 거야.”

“설정은 뭐야, 또······.”


그리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악마가 난처한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수진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후후 웃으면서 손을 뻗었다.


“자, 그러면 어디 소개를 해 보실까? 혼혈 악마 발사자르!”

“내 이름은 그게 아닌데.”

“응? 아, 아하. 그럴 줄 알았어. 발음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조금 달라질 수도 있겠지. 그럼 네 이름은 바로 발타자르다!”

“그것도 아닌데요.”

“아아악! 그럼 도대체 뭔데?”


악마는 민망함을 달래려고 헛기침을 한 뒤에 조심조심 말했다.


“발사믹······.”

“장난하냐!!!”


수진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말허리를 끊었고 또 그 외침이 컸기에 발사믹이 움찔했다. 수진은 자신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을 보며 더욱 분한 마음이 끓었다.


“이제 겨우 콘스탄틴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거라 생각했는데!”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미안해.”


발사믹이 조심스럽게 사과했다.


“네가 사과하지 마! 더 이상해!”

“아무래도 그렇지?”

“이렇게 된 이상, 퇴치해 주겠어!”


수진이 목탁과 방망이를 꺼내 들었다. 가방 안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던 고길희는 잠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승객은 없는 찻간이 크게 흔들리고 앞에는 누가 보아도 사람이 아닌 악마가 서 있었다.


“뭐야, 아직 꿈이네.”


아무렇지 않게 고길희가 다시 가방 안으로 몸을 비집어 넣었다. 그리고 수진은 결연한 표정으로 목탁을 두드렸다.


통 통 통 통 통


목탁 소리와 함께 등장한 곤수탄진의 모습에 발사믹이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퇴마할 때는 거의 콘스탄······.”

“너도 엉망이잖아!”

“으, 응?”

“지금 악마하고 싸우면서 비구니 모습이 된다고?”

“비구니인 건 알아봤네.”


발사믹은 조금 전 수진과 같이 성을 내며 발을 굴렀다. 그렇다고 당장 위협이 큰 건 아니어서 다른 사람들은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지적을 받은 곤수탄진만 마른침을 삼킬 뿐이었다.


“날 봐! 누가 봐도 서양식 악마잖아.”

“서양식······? 지하철 캐릭터 같은데 그냥.”

“어쨌든!”

“아니, 그걸 그렇게 넘기기에는······.”

“아무튼 날 퇴치하겠다고 나설 생각이면 신부는 아니라도 최소한 성기사 정도의 모습은 갖춰야 할 거 아니야?”


그 말을 들은 엄순이 눈을 번쩍였다. 그와 곤수탄진이 눈짓을 주고받았다. 규리는 무슨 일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했고 두호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아기 천사들의 나팔 소리와 함께 가브리엘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발사믹은 가브리엘라의 정체를 분명하게 알아차릴 수 없어 눈을 가늘게 떴다.


“뭐야?”

“자, 어떠냐!”

“일단 지하철 무임승차 기준은 거뜬히 넘은 것 같은데.”

“네가 바라던 기사다!”

“······.”


발사믹이 눈을 비볐다. 그러고도 가브리엘라의 모습이 그대로여서 또 한 번 발사믹이 눈을 비볐다. 아무리 다시 보아도 가브리엘라는 중절모를 쓴, 허리가 굽은 노인의 모습이었다. 그것도 평범한 노인의 모습이 아니고 각종 화려한 장식으로 꾸민 조끼 따위를 걸친 차림이었다.


“기사······?”

“그래, 기사!”

“날 무시하는 거냐? 장난치지 말고 모두 전력으로 덤벼라! 급행열차처럼 상대해 주지!”

“뭔 소리인지는 모르겠네.”


그럼에도 곤수탄진과 가브리엘라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이 싸울 준비를 했다. 두호는 안젤라의 모습으로 변신했고 규리는 바닥에 떨어뜨린 귤을 주워 두 손에 쥐었다. 마지막으로 물리는 가방에서 꺼낸 레인저 슈트를 낑낑대며 입었다.


발사믹은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안젤라의 모습을 보고는 무언가 희망을 찾은 듯 미소를 지었다.


“그래! 바로 저거야! 마치 바티칸에서 막 입국해 공항철도를 탄 것처럼 보이는 저 이미지! 저 정도는 되어야······.”


철컥 소리를 내면서 소총을 장전하는 안젤라를 발견한 발사믹이 말끝을 흐렸다. 그는 귤을 쥔 규리와 슈트를 겨우겨우 입는 물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제대로 된 놈이 하나도 없군.”

“자, 간다!”


곤수탄진이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목탁 한 번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바닥을 굴렀다. 찻간이 다시금 크게 흔들렸는데 발사믹은 그 안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을 움직였다.


발사믹의 발차기가 빠르게 뻗어 곤수탄진을 걷어찼다. 곤수탄진이 찻간 끝에까지 날아가는 걸 본 엑소-레인저 블랙이 중얼거렸다.


“골치 아픈 상대야. 이럴 때일수록······.”

“합체 공격 같은 소리는 하지 마요.”


안젤라가 딱 잘라 말했다.


“잘 이해하고 있군. 평소 윤리 공부를 열심히 했어.”


주고받는 말 사이로 발사믹의 발차기가 또 한 번 날아 안젤라를 노렸다. 안젤라는 소총을 들어 직격을 피했으나 충격을 전부 막아내진 못했다.


안젤라가 뒤로 밀리는 동안 가브리엘라가 검을 휘둘렀으나 발사믹은 가볍게 피했다. 그러면서 발사믹이 규리에게서 귤을 낚아챘다.


“객차 안에서는 취식 금지야!”


당장 발사믹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건 엑소-레인저 블랙이 유일했다. 그러나 그의 커다란 덩치는 심하게 흔들리는 찻간 안에서 데굴데굴 구를 뿐이었다.


한편 찻간 뒤쪽에까지 떠밀렸던 곤수탄진이 힘껏 달리며 외쳤다.


“그런 이름으로 발차기하지 마! 발에서 식초 냄새가 나는 것 같단 말이야!”


곤수탄진의 목탁이 발사믹의 코끝을 스쳤다. 그러나 타격은 주지 못했고 발사믹이 올려 치는 무릎이 곤수탄진의 복부를 정확하게 맞췄다.


“커헉!”


그대로 찻간 천장에 부딪쳤다가 바닥에 떨어진 곤수탄진이 숨을 겨우 토했다. 발사믹은 잠깐 상황을 보다 뒤로 훌쩍 물러났다.


“겨우 이 정도인가? 고작 이런 실력을 가지고 그분의 계획을 막으려고 했단 말이야?”

“그, 그분?”


겨우 몸을 일으키면서 곤수탄진이 말했다. 그 옆에서는 언제라도 달려들 준비를 한 네 명이 있었다. 그러나 찻간이 계속 크게 흔들려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그분의 계획은 너희 따위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벌써 협상이 끝난 건가?”

“뭐?”

“네가 말한 그분이라는 게 매드 준호 아니야? 악귀 레이블의 수장이라는······.”


그 말에 발사믹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딴 녀석은 내 안중에도 없어. 음, 그렇군. 아무것도 모르면서 여기까지 오다니 더 상대할 가치도 없다.”


영문을 모른 채 멀뚱히 있는 다섯 사람을 향해 찻간이 찌그러졌다. 가만히 있으면 다섯 명을 짓누를 지경이었고 그 광경을 보며 발사믹이 흡족함을 감추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라!”


엑소-레인저 블랙이 두 팔을 쫙 벌렸다. 그는 학생 네 명을 지키려는 듯 몸으로 찻간을 막았다. 그럼에도 발사믹이 부리는 힘이 조금씩 앞서 막는 팔을 구부렸다.


그리고 낯선 목소리가 찻간에 울렸다.


“제법 괜찮네.”

“누구냐?”


발사믹이 고개를 휙휙 돌리며 주변을 살폈는데 누구의 모습도 비치질 않았다. 그리고 엑소-레인저 블랙이 겨우겨우 막고 있던 찻간이 도로 펴지며 이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뭐, 뭐야?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지하철이 급정거했다. 그 움직임에 곤수탄진을 포함한 다섯 명은 물론이고 발사믹까지 몸이 기울어 넘어졌다.


지하철이 완전히 멈춘 다음 출입문이 끼익 열렸고 바깥에서 누군가 걸어 들어왔다. 주황색 망토를 두르고 있는 남자였는데 한 손에 오렌지껍질을 들고 있었다.


“안 어웅 이아엉 잉오엉와 엉의 응앙엉의 웅오앙이아 오앵이 아엉의 잉잉아······. 오잉이아!”


입으로 오렌지 과육을 씹고 있었으므로 남자의 말은 분명하게 전해지지 않았다. 곤수탄진은 규리와 그 남자를 번갈아 보며 대강 상황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남자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궁금한 마음에 발사믹은 남자가 오렌지를 삼키고 다시 말하기까지 가만히 서서 기다렸다.


“난 서울 지하철 2호선과 경의 중앙선의 수호자이자 오렌지 마법의 일인자······. 오인지다!”


그 말에 먼저 반응한 건 규리나 발사믹이 아니었다. 곤수탄진이 펄쩍 뛰면서 옆에 선 안젤라를 툭툭 때렸다.


“왜, 왜 그러는데?”

“나 맞췄어.”

“뭘?”

“아까 어웅워웅하고 말할 때 있잖아. 무슨 뜻일지 속으로 생각했거든. 그런데 똑같아!”

“그래······ 지금 상황에 딱 맞고 적절한 말씀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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