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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조 님의 서재입니다.

곤수탄진: 퇴마하는 마법소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유권조
작품등록일 :
2022.04.11 17:14
최근연재일 :
2022.06.12 06:1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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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0
추천수 :
61
글자수 :
252,232

작성
22.05.1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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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8회

DUMMY

“그래, 10세부터 15세까지를 겨냥해 귀여운 목소리에 집중했지.”

“귀엽다는 게 상대적이지. 상대적이긴 한데······.”

“어쨌든 너희가 날 보러 왔으니 효과는 있다는 거겠지.”


기분이 좋은지 라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알파카가 또 한 번 곤수탄진의 뒤에서 고개를 옆으로 빼꼼 내밀어 말했다.


“그런데 여기 사람 되게 없어.”

“뭐?”

“한 달에 100명도 안 올 걸.”

“그럴 리가? 안데스식 농담이 지나친걸. 동물원이잖아, 동물원. 심지어 라마의 울음이 들리는 동물원이라고. 한 달에 못해도 4만 5천명은 입장하겠지.”

“묘하게 구체적이네.”

“내가 숫자 중에 4와 5를 좋아하거든. 한국어 공부하면서 알게 된 건데 가나다 순서에 숫자를 붙이면 라마는 4랑 5잖아?”


해맑게 얘기하는 라마를 두고 곤수탄진은 괜히 마음이 저렸다. 그러나 가브리엘라가 가슴 아파하는 것에는 댈 수가 없었다.


가브리엘라는 아예 땅에 무릎을 꿇고 땅을 짚으면서 울먹였다.


“불쌍해, 라마가 너무 불쌍해!”

“얘 원래 이런 성격이었어?”


안젤라가 물으니 곤수탄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변신하면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거 아닐까?”


그리고 가브리엘라의 모습을 본 라마가 뒤로 한두 걸음을 물러났다.


“서, 설마! 사람이 없다는 게 사실인 것인가?”

“그래! 이 동물원은 망하기 직전이라고!”


가브리엘라가 절규하듯 말했다. 그러니 뒤에 있던 알파카가 인상을 썼다.


“왜 멋대로 남의 직장 겸 터전을 망했다고 얘기해?”

“이럴 수가······.”


라마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미 알파카의 말이나 주변의 다른 소리는 라마에게 들리지 않았다. 연기처럼 불투명하던 라마의 몸이 점점 커졌다. 놀란 세 사람과 알파카가 뒤로 물러났다. 울타리 바깥에서 상황을 보던 서포터들은 흥미진진하게 그 광경을 지켜봤다.


“그럴 수는 없어. 내가 비극적인 라생을 겪고 절치부심하며 안데스 산맥을 떠나 태평양을 건너 여기까지 왔는데!”

“쓸데없이 우리말 어휘에 능숙하잖아?”

“라마를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니. 그런 세상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분노한 라마의 발 구르기가 땅을 흔들었다. 알파카는 전처럼 울타리 근처까지 달아났고 세 사람은 라마와 거리를 두며 싸움을 준비했다.


“진정해, 라마라마!”

“라마가 없는 동물원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라마를 보러 오지 않는 동물원은 존재할 수 없다!”


라마는 거의 인도코끼리에 가까운 수준으로 몸집을 불렸다. 그러면서 눈은 붉게 빛을 냈고 부드럽게 찰랑이던 털이 거칠어졌다.


탕 소리와 함께 총알이 라마를 때렸다. 안젤라가 총구로 라마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구를 번뜩이며 한바탕 사격이 이어져 라마의 몸이 슬쩍 기울었다. 그러나 당장 흩어지거나 쓰러지지는 않았다.


“라, 라마에게 총을 쏘다니 이렇게까지 폭력적일 수가!”

“겉모양은 총이고 총알이지만 이건 영물이라서 해치는 용도라기보다는 그러니까 어······ 영혼을 편하게······.”

“설마! 네 녀석은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을 멋대로 총으로 사냥하면서 밀거래하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건가!”

“아니, 아니야. 진짜로 비약이 너무 심각하잖아.”


그러나 대답과 관계없이 옆에 있는 곤수탄진과 가브리엘라는 안젤라를 보며 혀를 찼다.


“기사도가 없는 줄은 알았지만······.”

“쓰레기네, 쓰레기야.”

“장난칠 때가 아니야. 빨리 쓰러뜨려야 한다고.”


안젤라가 내렸던 총구를 다시 들었다. 그러니 라마가 펄쩍 뛰면서 말했다.


“쓰러뜨려야 한다고? 어째서? 설마 너는 총을 들었고 나는 네 발로 걷는 짐승이기 때문인가?”

“네가 동물원을 무너뜨리려고 해서 그런 거잖아.”

“어차피 라마를 보러 오지도 않는 동물원은 무너져도 괜찮아! 이 동물원에서 날 바라는 건 아무도 없잖아!”


라마는 목을 뻗어 안젤라에게서 총을 낚아채 물었다. 그 총을 멀리 내던진 뒤에 라마가 앞발로 안젤라를 밀쳤다. 안젤라가 뒤로 구르는 동안 곤수탄진과 가브리엘라가 몸을 던졌다. 그러나 두 사람은 라마의 발짓에 맞아 제각기 다른 곳으로 나가떨어졌다.


곧 라마는 울타리를 향해 내달렸다. 거대한 몸집으로 부딪치니 울타리가 단번에 휘었다. 그 굉음에 서포터들이 뒤로 물러났다. 가장 먼저 달아날 준비를 한 건 고길희였다.


“그래도 세 명이 덤비면 이길 줄 알았는데! 일단 도망치자!”

“자, 잠깐. 안젤라를 두고 갈 수는 없어. 너 서포터면서 네 담당 퇴마사를 두고 가겠다는 거야?”

“기사님이 있는 곳에 이 유니콘도 있습니다!”


그런 사이에 간신히 몸을 일으킨 곤수탄진이 제 목탁을 내려다봤다. 숨을 고르고 천천히 한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회색 재킷을 당겨 매무새를 다듬었다.


“라마!”


계속해서 울타리에 머리를 부딪치던 라마가 멈추었다. 고개를 돌리니 곤수탄진이 목탁을 앞으로 내밀면서 결연하게 말했다.


“지금 이 동물원에는 널 보러 온 사람이 없지만! 내가 앞으로 널 기억할게!”

“뭐라고? 그게 무슨 뜻이지?”

“이 목탁에······ 라마 스티커를 붙이겠어!”


곤수탄진과 라마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통증으로 몸을 제대로 일으키지 못하고 있던 안젤라가 중얼거렸다.


“역시. 변신했다고 머리가 좋아지는 건 아니었어.”


그러나 라마가 울먹였다.


“뭐?”


이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라마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러니 곤수탄진이 안심해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앞으로 걸었다.


“괜찮아. 내가 널 언제까지고 기억할 테니까 이제 안심하고······ 크헉!”


곤수탄진이 뒤로 또 한 번 넘어졌다. 라마가 머리로 들이받은 때문이었다.


“날 이렇게까지 무시하다니! 분노로 눈물이 치미는구나!”

“역시.”


고개를 저으면서 안젤라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서 라마를 겨누었는데 울타리 바깥에서 들린 말소리에 손을 멈추었다.


“여기인가?”


울타리 바깥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 안젤라가 슬쩍 고개를 돌려서 보니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녀였다. 소녀는 반짝이는 눈으로 방사장 가까이 설치된 안내판을 보고 있었다.


“에이, 아니잖아.”


실망감을 담아 소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이나 소리를 모두가 알아차리고 몸이 굳었다. 그러나 소녀는 안내판만을 보느라 울타리 안쪽을 보지 못했다.


“여기 오면 라마를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알파카였네.”

“웨에에에엥!”


갑자기 라마가 소리를 질렀다. 동시에 소녀를 향해 내달렸다. 그 소리에 고개를 든 소녀는 제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지 못했다.


“어, 어?”


알파카 사진이 붙은 안내판 너머, 울타리 안쪽에서 코끼리 크기의 라마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 근처에는 수녀복을 입고 총을 든 여자가 있었고 목탁을 쥔 대머리 여자가 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또 구석에는 장검을 쥐고 화려하게 옷을 입은 노인이 있었다.


당황한 소녀가 짧은 사이에 중얼거렸다.


“설마 주, 주마등? 그런데 주마등이 이따위야?”


라마가 울타리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소녀를 깔아뭉갤 기세로 네 다리를 펼쳤다.


“위험해!”


곤수탄진이 라마를 쫓아 몸을 던졌다. 곤수탄진이 소녀를 안아 바닥을 굴렀고 라마는 땅바닥에 쿵 떨어졌다.


바닥을 몇 바퀴 구른 뒤에 곤수탄진이 소녀를 살폈다.


“괘, 괜찮아?”

“예? 어, 어라. 네, 괜찮은데······. 뭐지? 꿈인가? 꿈이 왜 이따위?”

“웨에에에엥!”


곤수탄진이 상황을 설명하기도 전에 다시금 라마가 울었다. 곤수탄진은 일어나 소녀를 제 뒤에 두고서 자세를 갖추었다. 라마가 달려든다면 몸으로라도 막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라마의 영혼은 곤수탄진의 몸을 그대로 통과하면서 작아졌다. 그 작아지는 속도가 빨라서 소녀에게 닿을 때에는 고길희 정도의 크기가 되었다.


심지어 흐릿하던 몸체가 뚜렷해져서는 그야말로 라마 인형이 된 라마가 소녀의 품에 툭 닿았다.


“날 이렇게까지 바란 건 네가 처음이야! 고마워, 네 덕분에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었어!”


외침과 함께 라마의 몸체가 연기처럼 흩어졌고 그 있던 자리에 검은 구슬이 톡 떨어졌다. 그리고 그 광경과 소리를 들은 소녀는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그대로 주저앉아 정신을 잃었다.


* * *


D구역에서의 일을 들은 H구역의 인도코끼리는 기다란 코를 축 늘어뜨렸다.


“그런 일이······. 그러면 내가 들었던 건 알파카가 아니라 한 많은 라마의 울부짖음이었군.”

“뭐, 따지자면 그런 셈이지.”

“역시 허망하군. 사랑이란 것은. 종과 성을 뛰어넘은 플라토닉 러브 씬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기분은 알 것도 같지만,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이 Hㅓ망한 마음을 달랠 것은 오직 HㅣP합 밖에 없는 것인가?”

“응? 뭐라고?”

“Hㅏ늘 아래 Hㅏ나밖에 없는 내 사랑. 이제 HㅐO복하게 떠나. Hㅜ회, Hㅜ회, 후, 후······.”

“아, 절었다.”


상황을 대충 무마하기 위해 인도코끼리가 뿌우 소리를 냈다. 그리고 팔짱을 낀 채 인도코끼리에게 물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줄 선물은 뭐야?”

“응? 선물?”

“그래, 사정이 어쨌든 우리는 알파카에게 네 랩을 전했잖아. 그러면 너도 약속한 선물을 줘야지.”

“음, 그래. 맞는 말이야. 약속은 중요하지. 그럼 내 비장의 플로우와 랩을 전수해 주지.”

“필요 없어······.”


수진과 두호, 엄순이 인도코끼리와 얘기하는 동안에 거기서부터 멀리 떨어진 동물원 관리사무소에서 예의 소녀가 눈을 떴다.


“여, 여기는?”

“어머, 학생 일어났어요?”


동물원 직원이 다가와 소녀를 살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제가 왜 여기에······.”

“빈혈이 있었는지 쓰러진 걸 지나가던 다른 학생들이 데려와줬어요. 구급차 불렀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빈혈? 아······.”


소녀는 조금 전의 일을 떠올렸다. 그저 꿈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벌어진 일인지 소녀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거대한 라마와 알 수 없는 기이한 현상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므로 소녀는 그저 꿈이었구나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소녀는 저를 안고 바닥을 굴렀던 곤수탄진의 얼굴을 떠올렸다. 가만히 그 생김을 되새기던 소녀는 뜨거워진 제 뺨을 손으로 짚었다.


“멋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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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회 22.05.27 17 1 10쪽
44 44회 22.05.26 17 1 11쪽
43 43회 22.05.25 15 1 10쪽
42 42회 22.05.24 15 1 10쪽
41 41회 22.05.23 2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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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회 22.05.19 14 1 11쪽
» 38회 22.05.18 1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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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회 22.05.13 2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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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회 22.05.11 23 1 10쪽
32 32회 22.05.10 21 1 10쪽
31 31회 22.05.09 2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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