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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길헌 님의 서재입니다.

사귀, 돌아오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윤길헌
작품등록일 :
2020.10.05 07:33
최근연재일 :
2021.03.12 08:00
연재수 :
127 회
조회수 :
6,430
추천수 :
149
글자수 :
738,257

작성
20.11.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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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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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32. 백지수표 받다

DUMMY

32. 백지 수표 받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4층 건물 앞에 선 서철근은 한참동안 망설였다.


이런 건물에서 근무하는 사람을 믿어야 한단 말인가?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갔다가는 다시 돌아오기를 몇 차례.

그러나 결국 일단 올라가 보기로 했다.


서철근은 엘리베이터는 없는 4층을 걸어 올라가며 비서 없이 혼자 오기를 너무 잘 했다고 생각했다.

만약에 비서가 카이 회장이 이런 건물에 입주한 회사 사장 만나러 갔다고 입소문이라도 내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정말 개망신이다.


상호도 없이 닫힌 쇠문 앞에 선 서철근은 헛기침을 몇 번하여 심기를 다진 후 문을 노크하였다.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잘못 온 건가 하는 걱정이 된 서철근은 다시 노크를 하여도 응답이 없자 조심스레 문손잡이를 돌려보니 그대로 돌아가 열려졌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한 가운데에 기다란 회의용 테이블과 의자 몇 개와 구석에 아무도 앉은 적 없어 보이는 책상 두 개와 의자 두 개뿐이었다.


여기에 손님이 온단 말인가?

주위를 둘러 본 서철근은 한심하여 입을 쩝쩝 다질 때 회의용 테이블 끝에 설치된 칸막이 너머로 인기척이 나자 반가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칸막이 너머에는 통통하고 볼도 통통한 중년 남자가 책상 위에 발을 올려놓고 의자를 뒤로 젖힌 채 입을 벌리고 코를 킁킁 거리며 자고 있었다.


깨울까? 그냥 갈까?

만나봐야 뻔한 회사 분위기에 뻔한 사장에 실망하여 돌아갈 가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여기가지 온 게 아까워서 깨우기로 했다.


“여보세요?”


통통한 남자가 예의에 맞춰 부르는 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코를 골자 서철근은 목소리를 높였다.


“여보세요! 조양식 씨!”


그러나 커다란 목소리에도 통통한 남자가 계속 코를 골자 이에 화가 난 서철근은 본성을 들어내 책상을 걷어차며 부하 직원을 부르듯 불렀다.


“야! 조양식! 안 일어나?”


조양식은 놀라 책상에 올린 다리를 후다닥 내려놓으며 어리벙벙한 얼굴로 되물었다.


“누구세요?”



“당신이 조양식이야?”


부티가 나는 차림새에다 무례한 말투로 묻는 남자의 말에 조양식은 주눅이 들어 소심하게 대답했다.


“그런데요. 당신은 누구시죠?”

“그건 알거 없고. 여기가 레드 캡스 맞지?”

“네. 맞습니다. 혹시..”

“혹시 뭐?”

“뭐 제가 잘못한 게 있나요?”


바로 이거다.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은 서철근은 조양식의 이 익숙한 비굴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글쎄.. 뭐를 잘못한 건지 한 번 생각해보지그래?”


건방진 대답을 들은 조양식은 잠에서 깨어나 서철근의 얼굴을 차근히 노려 본 다음 슬며시 미소를 띠고는 조롱기 있는 답변을 던졌다.


“런던일로 오셨구나.”


조양식의 한마디에 놀란 서철근은 꼬았던 다리를 풀어 정자세로 앉으며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그걸 알았어?”

“우리요? 우리는 다 알아요.”

“누가? 도대체 어떤 놈이 얘기해 줬어?”

“얘기해 준 사람. 없어요. 그냥 알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회장님이 올 거란 것도 알고 있었어요.”

“뭐야?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바로 우리가 최고니까요.”


서철근은 혹시 딸을 찾을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에 조양식의 통통한 뺨 속에 묻힌 눈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이제 한민이는 제자리에서 높이뛰기를 3미터 정도는 한다.

뛰어오르며 차는 하이 킥은 큰 은행나무 가지를 쳐서 부러트릴 정도?

여기에다 니 킥과 스피닝 킥 파괴력은 장난이 아니어서 만약 사용했을 경우에는 상대방의 생존은 보장할 수 없다.

거기다 주먹은 또 어떤가.

어퍼컷, 스트레이트, 엘보우 치기. 맞고 견뎌 내는 자가 없다.

이게 다 연홍이가 부메라벨의 권법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올린 덕분이다.

그야말로 막강, 최강 백한민이다.


그러나 싸움은 주먹만 세다고 되지 않는 법. 맞지 않아야한다.

한민이는 쉴 새 없이 계속 되는 연홍이의 주먹세례와 발길질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피해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런 백한민이 지금 경안천을 앞에 두고 이미 건너간 연홍, 이찬, 그리고 이제는 친구가 된 돈희에게 놀림감이 되고 있었다.


“아빠. 뭐해? 빨리 와.”

“한민아. 괜찮아. 건너 와.”

“아저씨. 그냥 건너면 되요.”


아니 이 강을 어떻게 걸어 건넌단 말인가.

분명 빠져 허우적거릴 텐데.

더군다나 나는 수영도 하지 못한다.


“한민아! 뛰어! 뛰면 돼.”


이제는 돈희마저 나서서 웃는 바람에 창피해진 한민에게 연홍이가 힘을 줬다. 뛰라고. 뛰라고.


그래. 뛴다. 뛸 거야.


용기를 낸 한민이는 눈을 부릅뜨고 입을 꼭 다물고 가슴에 숨을 크게 들이마셔 힘껏 공기로 부풀린 다음 강물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찰랑. 찰랑.


한민이가 발을 디딜 때마다 강물 위에 작은 물결이 인다.

그리고 강물 위를 딛던 발이 점점 더 아래로 빠져 들어간다.


“어..어...어....”


발목까지 물에 빠지자 속도가 느려져 정강이까지 물에 빠지려 할 때 연홍이가 큰 목소리로 지르는 게 들려왔다.


“한민아! 안 돼! 너 그러면 빠져. 더 빨리 달려.”


이 목소리에 한민이는 다시 힘을 내 달리려 했으나 점점 더 발이 잠겨 속도가 느려지며 빠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 역시 안 되나 봐.


“한민아. 힘 내! 한민아. 한민아. 날 봐! 날 보란 말이야!”


균형을 잃어 몸의 중심을 잡으려 허우적대던 한민이는 고개를 들어 연홍을 보자 연홍의 눈길이 한민을 확 끌어당겼다.


달리자. 달려야 한다.


한민이는 다리에 힘을 팍 주어 강물 위로 튀어 오른 후 물 위를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뛰어! 뛰어! 계속 뛰어!”

“아빠. 힘 내!”

“아저씨! 달려요.”


한민이는 연홍이를 향해 달렸고 강물은 한민이가 디디들 때마다 찰랑거리기만 할 뿐 한민이가 지나간 물 위는 곧 조용해졌다.


“와아!!!”


한민이가 무사히 건너자 모두가 환호성을 울렸고 환호성이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긴장이 풀린 한민이는 연홍을 꼭 안았다가 곧 무릎을 꿇고 흘러내려 연홍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애들이 본다니까!”


한민의 뺨에는 연홍의 손바닥이 작렬했다.



“비 광!”

“맞았습니다.”


“똥 피!”

“틀렸습니다. 매화 띠입니다.”


연홍이는 방석 위에 놓인 앞으로 젖힌 화투 9장 옆에 아직 젖히지 않은 화투 1장을 가리키며 한민에게 주의를 환기시켰다.


“잘 해. 이번에 틀리면 8장만 맞춘 거야.

처음에 10장 중 9장 맞추면 내가 밥하고 못 맞추면 자기가 밥하기로 했으니까 이번에 틀리면 자기가 밥하는 거야. 알겠지?“

“알겠어.”


한민은 눈을 찌푸려 집중에 집중을 했으나 앞과 다르게 선명한 이미지가 나타나지 않았다.


“아빠. 그걸 뭐 그렇게 오래 생각해? 그대로 보이잖아.”


웃으며 참견하는 이찬이가 얄미워 흘겨 본 한민이는 희미한 이미지를 따라 찍었다.


“홍싸리. 띠.”

“틀림없지? 안 바꿔준다.”


이때는 자신 있게 말해야 그대로 된다.


“맞아. 홍싸리. 띠.”


연홍이는 다 알고 있다는 미소를 싸악~ 지은 다음 패를 젖히며 보기도 전에 소리를 크게 쳤다.


“틀렸습니다. 흑싸리 피입니다. 메롱~”


좌절하는 한민을 보며 크게 웃은 연홍은 한마디 충고를 하며 일어섰다.


“아직 안 되겠어.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

나 들어가 한 잠 잘 테니까 밥 되면 깨워. 알았지?“



한민이는 쌀을 씻으며 한없이 투덜거렸다.


“왜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그러지. 계속 보여야 하는데 말이야. 전번에도 8장 까지 맞췄는데 이번에도 똑 같이 됐어.

아이 씨발~

이찬이도 다 맞추었는데 창피하게.“


‘뜨르르륵~ 뜨르륵~’


스마트 폰이 울리자 젖은 손을 행주에 대강 씻은 후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세요는 뭐가 여보세요냐.”

“아! 팀장님.”

“야. 빨리 회사로 나와.”

“지금요?”

“그래. 지금.”

“번개 회식이에요?”

“회식? 야! 정신 차려. 일 시작이야. 너 빨리 안 나오면 우리끼리 간다.”

“아! 아! 기다려요. 지금 날아갑니다.”


안방 문을 열고 한민이는 자고 있는 연홍에게 환희에 찬 목소리로 외치고는 뛰어 나갔다.


“쌀 씻어 놨어. 나 급한 콜이 와서 회사 나간다.”



조 대표는 사무실 회의용 테이블에 앉아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E팀을 보며 미소로 말을 건넸다.


“자! 모두 잘 지냈지?”

“네.”


우렁찬 목소리을 들으며 조 대표는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


“모두 급하게 연락해서 놀랐을 거야. 그렇지만 급한 일이 생겼거든.”

“괜찮아요. 한 2주 쉬었으니 다시 일을 해야지요.”

“벌써 일 들어왔어요?”

“그럼. 들어왔지.”

“벌써? 야! 신난다.”

“며칠짜리 아니죠? 며칠짜리는 싫어요.”

“그건 몰라. 며칠 걸릴 수도 있고 몇 달 걸릴 수도 있고 어쩌면 해결 못 할 수도 있어.”


조 대표의 표정을 보고 심상치 않다고 느낀 철두가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물었다.


“만만치 않은 일인가 보죠?”

“쉬울 수도, 어려워 못 할 수도 있다는 얘기야.

그렇지만 우리는 레드 캡스 E팀이야.

우리는 의뢰인이 요구하는 건 무조건 다 해 와야 해.

설마 죽었다하더라도 살려 데려와야 한단 말이야. 알겠어?“


용성이가 심하다 싶어 투정을 부렸다.


“에이~ 대표님. 그게 말이 돼요?

죽은 사람을 살려 데려오라니.”


E팀 모두가 말도 안 된다며 피식 웃을 때 조 대표는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백지 수표를 받았거든.”


조 대표의 이 말에 E팀 모두가 충격을 받아 멍하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어느 누구도 이번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묻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수표의 액수는 써보지 않았지만 그 공백의 무게는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잘하면 나도 집을 살 수 있는 건가?”


기창이가 고요함을 깨고 혼자만의 소리를 내자 여기저기서 즐거운 소리가 막 나왔다.


“나는 그랜저 살 거야.”

“그랜저는 무슨.. 외제차 사야지. 국산차는 골았어.“

“무슨 소리야? 백지인데. 집사고 차 사야지.”

“야! 아무리 백지라도 정도껏 써야지 그렇게 막 쓰면 되냐?”


어려운 일 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백지 수표 앞에 사라지고 서로가 즐거운 공상을 막 퍼 나를 때 한민이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야! 한민아! 너는 뭐할래?”


용성이가 툭 던지는 질문에 조용하던 한민이가 작게 말했다.


“나는 다 필요 없어. 나는 연홍이가 하자는 대로 할 거야.”


여자가 없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가 아니면 사랑하는 여자가 있어 그 여자를 위해 내가 일한다는 게 좋은 가.

모든 남자가 가지고 있는 난제를 한민이가 해결하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그렇다. 내가 맞다 생각하는 게 지금 맞을 수는 있지만 그게 죽을 때까지 맞다 누가 확신 할 수 있을까.


테이블 위로 싸늘한 기운이 돌자 분위기를 바꿀 겸 조 대표가 말을 던졌다.


“자! 빨리 집에 가서 미리 준비해 둬. 여권 나오면 곧 출발한다.”

“여권이요?”

“그렇다.”

“우리 비행기 타요?”

“그렇다.”

“어디로 가요?”

“런던.”

“영국 런던에 간단 말이에요?‘

“그렇다.”



“어디로 간다고?”

“런던. 영국에 있는 도시야.”

“멀지 않아?”

“멀지.”

“한참 못 보겠네.”

“일 풀리는 거 따라서.”

“힘들 거 같아?”

“모르겠어. 전혀 감을 못 잡겠어.”

“기약이 없구나.”

“없어.”


침대에 누운 연홍이는 한민이를 한참동안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너무 기가 막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 할 때 어쩌면 비즈니스적인 말투로 한민이가 말을 건넸다.


“연홍아. 전 번에 하다 못 한 거 있잖아.

그거 가기 전에 마저 가르쳐 주면 안 될까?“


연홍이는 자기도 연홍이를 보고 싶을 거라고 말 할 줄 알았던 한민이가 그런 낭만적인 얘기는 하나 없이 자기가 할 말만 툭 뱉어 얘기하자 배신감마저 느껴 고개를 돌려 한민을 바라보니 한민은 연홍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 천장만을 보며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랬다. 여기 지구나 제트로메다에서나.

자기를 사랑했던 남자들은 다 그랬다.

그들은 성숙해 갈수록 여자보다는 더욱 자기 자신에 충실해져갔고 연홍은 그것이 불만이면서도 시간이 지나도 여자에게 계속 사랑을 호소하는 남자에게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연홍에게 남자는 매력적이면서도 지겨운 족속이었다.



다음 날. 연홍과 한민은 퇴촌에서부터 달려 천진암 성지를 지나 앵자봉 정상에 올랐다가 단숨에 양자산 정상까지 달려갔다.


양자산 정상 근처 외진 바위 아래에 숨은 연홍은 옆의 한민에게 자기가 알고 있는 장소 이동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잘 들어.

장소 이동하는 방법은 두 가지야.

하나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본능의 마법이야.

그건 부메라벨 사람들 중 소수에서 나타나.“

“부메라벨? 그게 뭐야?”

“한민아. 그건 알 거 없어. 너는 어차피 그런 본능이 없으니까. 그 다음에는 빨리 달리는 거야. 아주 빨리 달리다보면 순간이동이 되고 그게 더 빨라지면 다른 곳까지 시간의 흐름이 없이도 갈 수가 있는 거야. 알겠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한민을 보며 이걸 뭐 하러 얘기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던 얘기니까 마저 끝내기는 해야 했다.


“그런데 그건 여기서는 좁아서 연습하기 어려워.

또 오래 연습해야 되니까 시간도 많이 들어.

환경과 시간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돈희는?”

“걔는 특이하게도 인간에게는 없는 마법의 힘이 약간 있어.

그리고 워낙 극성이고.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 걔는 더 이상 못 가. 거기까지야.“

“이찬이는?”

“이찬이는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몰라.

그냥 꺼질지 아니면 시간과 공간을 우리 앞에서 비틀지.

어쩌면 죽지 않을 지도 몰라.“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됐어. 그건 그만해.

너는 시간도 없어. 환경도 안 좋아. 그러니까 장소 이동은 안 될 거야. 그렇지만 네가 지금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을 알려줄 게.“


한민이는 비장한 얼굴로 입을 꼭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나에게 접속하는 거야.

너의 머릿속 신경망과 나의 머릿속 신경망을 연결하는 거지.

알겠어?“


한민이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진지하게 말하는 연홍의 얘기를 끊을 수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접속하려는 거리가 멀수록 약하게 접속되고 갈 수 있는 이동 거리도 짧을 거야. 그렇지만 그것 말고는 네가 할 게 더 이상 없어.

그러니까 나에게 접속할 때는 상황을 잘 보고 결정해야 돼.

알겠지?“


알겠어? 알겠어? 알겠지?

한민이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나 같이 앉아봐.”


연홍이가 가부좌를 틀고 앉자 한민이도 이를 따라 연홍이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여기서는 우리 둘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쉽게 될 거야.

그렇지만 멀리 있을 때는 똑같이 안 돼.

훨씬 더 많은 집중과 에너지가 필요해. 알겠지?“


또 알겠지? 또 고개를 끄덕였다.


“자. 한민아. 이제부터 나 따라 하는 거야.

눈을 감고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그리고 힘을 빼는 거야.“


둘은 가부좌 자세로 마주보고 앉아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눈을 감았다.


“몸의 모든 근육의 힘을 빼. 단전에만 희미한 힘을 남기고.

그리고는.. 서서히.. 너 자신의 무의식으로 들어가.

천천히..“


무의식? 그게 뭐지?

한민이는 무의식이 뭔지 몰랐지만 힘은 빼려 노력했다.


“빼야지. 힘을 빼야지. 빼야.지.. 힘을 빼야..지...이....”


아~ 졸린 건가..

한민이가 힘을 빼 중심을 못 잡고 옆으로 쓰러지려할 때 희미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전에 약한 힘을 줘. 그리고 비워진 머리에 나를 채워 넣어.

그러면 나도 너를 나의 머릿속에 채울 거야.“


“머리를 비워어어.. 비..워...어....

아무 것도 없..게...에.... 없..게..에..에....

그게 너어...어...야....

진정하..한... 너..어...어....야....“


눈을 감고 입은 약간 벌어져 마치 침이 흘러나올 것 같은 표정으로 마주 앉은 둘은 어떻게 보면 다소 위험스럽게 보이기도 했다.


“머리가 비워지면 나로 너를 채워.

나는 너로 나를 채울 거..야...

알겠..지...이....“


한민이는 온 몸에 힘을 뺐다. 그리고 머릿속을 비우려 했고 연홍이로 채우려했다.

그리하려 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려..할...때...에...


“하..한...미..민...아..아...

내 본능이 너..어..에...게...들..들...어..간...다...아....“


진짜 한민이는 온 몸에 힘을 빼려하니 빼어졌고 머릿속을 비우려하니 비워져 몸과 마음이 깃털같이 가벼워졌을 때 갑자기 머릿속에 따뜻함이 확 밀려들며 전기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 같은 찌릿 하는 통증이 온 찰나 한민이와 연홍이는 동시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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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 아부 사야프 해적 20.11.20 31 1 15쪽
37 37. 과이우 2 20.11.19 30 1 13쪽
36 36. 과이우 1 20.11.18 33 1 13쪽
35 35. 조지를 찾다 20.11.17 35 1 13쪽
34 34. 홍콩 W 호텔 20.11.16 40 1 15쪽
33 33. 비행기 타고 런던으로 20.11.16 42 1 14쪽
» 32. 백지수표 받다 20.11.13 41 1 17쪽
31 31. 나는 홍콩의 릴리 20.11.12 38 1 15쪽
30 30. 아! 멕시코! 20.11.11 40 1 16쪽
29 29. LA 지하철 20.11.10 40 1 16쪽
28 28. 조셉의 죽음 20.11.10 39 1 13쪽
27 27. 그랜드 캐니언 20.11.09 37 1 14쪽
26 26. 아만다 20.11.09 42 2 13쪽
25 25. 비디치니 왕국 20.11.06 40 1 15쪽
24 24. 천진암에서의 혈투 20.11.05 42 1 13쪽
23 23. 돈희 납치되다 20.11.04 139 1 15쪽
22 22. 치킨과 콜라는 내가 책임질게 20.11.03 43 1 13쪽
21 21. 어서와요. 치킨 20.11.02 42 1 13쪽
20 20. 깨어나는 이찬의 본능 20.10.30 56 1 15쪽
19 19. 나는 아산탈 20.10.29 53 1 13쪽
18 18. 오돈희 20.10.28 48 1 12쪽
17 17. 야쿠자와의 마지막 대결 20.10.27 48 1 15쪽
16 16. 청평수목원 20.10.26 51 1 14쪽
15 15. 레드 캡스 E팀 20.10.23 51 1 14쪽
14 14. 이퀄 박사장 20.10.22 60 1 15쪽
13 13. 야쿠자 20.10.21 57 1 14쪽
12 12. 이해뜸 20.10.20 76 1 14쪽
11 11. 타나 호수에서의 격투 20.10.19 77 1 16쪽
10 10. 샤키라네의 죽음 20.10.16 62 1 14쪽
9 9. 에티오피아 20.10.15 8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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