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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이안님의 서재입니다.

위대한 자(The Great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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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이안
작품등록일 :
2017.07.04 18:30
최근연재일 :
2017.07.25 13:47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098
추천수 :
8
글자수 :
138,994

작성
17.07.0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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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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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 난민 (1)

DUMMY

2. 난민


이제 막 어스름히 떠오르기 시작한 햇빛 너머로 거대한 성이 보인다. 곧게 펼쳐진 평야에는 시원하게 가로지른 자갈길이 드러나 있고, 길의 끝에는 성벽을 두른 거대한 문이 드러나 있다. 이제 막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지 둔탁한 종소리가 울리며 도개교가 내려오고 그 앞에는 허름한 옷을 입은 남자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으음. 여긴?”


“이제 정신을 차렸나? 절망의 기사나리.”


이제 막 깨어난 내 눈앞에서 바토 단장이 장난스레 물어왔다. 주변 풍경을 보니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보아 난 수레 위에 누워 있었던 것 같다.


“하루를 내리 잠만 잤네. 하긴 그럴만한 일격이었지. 내가 용병짓 해오며 별걸 다 겪어봤지만, 그런 건 진짜 듣도 보도 못했네.”


바토 단장의 말에 난 그저 빙그레 웃으며 넘어갔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좀 과한 면이 있었다. 내 마지막 기억이 맞으면 산을 완전히 날려버려 아예 협곡을 만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이제 길은 완전히 뚫렸나 보죠? 제가 이렇게 수레에 타고 가고 있는 것을 보면.”


“그래. 덕분에 완전히 뚫렸지. 얼마나 심하게 날려버렸는지 길까지 날려버려서 거꾸로 구덩이를 메워야 할 정도였지. 그래도 덕분에 순식간에 길을 뚫을 수 있었네.”


바토 단장이 내 손을 맞잡으면서 말하였다.


“정말 고맙네. 우릴 도와줘서.”


“뭘요. 저도 필요해서 한 일인데. 근대 지금 저기 보이는 성이 라리사인가요?”


“그렇다네. 자네가 길을 뚫어서 길이 완성되자마자 모든 용병들이 모여서 이렇게 라리사로 건너왔다네. 이제야 도착한 거지.”


성문 주위에는 허름하게 지어진 집들이 널려 있었다. 멀리서 봐도 빈민가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마을에는 사람이 산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적막하였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수레에서 내려 마을에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 몸은 아직 피로가 남아있는지 내 맘대로 움직이지 못했고 바토 단장이 날 부축해주었다. 멀리서나마 빈민촌을 바라보자 예상대로 집들은 기둥도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상태로 얼기설기 지은 상태였고, 사람들은 집안에서 가만히 외부인을 쳐다보기만 할 뿐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성인 남성들은 보이지 않는 것이 아까 성문 앞에 줄서있던 남자들이 이곳 출신인 듯싶다.


난 바토 단장에게 저기 있는 빈민촌에 대해서 아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바토 단장은 자세히 알려주었다. 정세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히 조사한 듯하다.


“크레아 전역에서 마족을 피해 도망쳐온 이들이라네. 자기 땅을 버리고 온 이들이지. 마왕에 의해서 점령된 땅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저들은 도망치기 시작했지. 근대 한 번 도망치기 시작하니까 결국 완전히 갈 데를 잃어버렸어. 그래서 지금은 전방 보급기지에 해당하는 그나마 안전한 곳에서 배급 받는 것에 의존하며 간간히 버틸 뿐이야.”


어느새 수레는 성문을 지나서 라리사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 바토 단장이 자신들은 이제 모험가 길드로 가볼 건데 나는 어쩔 것인지 물어보았다.


“일단 좀 둘러보려고요. 현재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으니까요.”


“그래. 혹시 우리가 필요하면 모험가 길드로 와라.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거라면 도와주마.”


난 수레에서 내려 용병들과 인사하고서는 도시의 중앙으로 향했다. 도시의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을테니, 이런저런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길드가 있는 중심가에는 모험가 길드가 있을 지도 모른다. 보통 한 도시의 중앙에 있는 모험가 길드에서는 그 도시의 기본적인 정보도 팔기 때문에 되도록 모험가 길드를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전에 일단 전체의 도시 분위기를 알아봐야겠다. 나는 회복된 오라를 순환시키며, 건물들의 지붕으로 뛰어올라, 지붕을 밟아가며 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알아보았다. 소문이 사실이었는지, 전체적으로 음울하고 절망에 빠진 분위기였다. 상점들은 열려 있지만, 이를 사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고, 간간히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피로와 절망만이 느껴졌다.


도시의 서쪽 외곽으로 가자 병기를 제조하는 대장간들과 생산시설들이 밀집되어 있었다. 여기서 주로 보급 받은 물품들을 가공하여 니키로 보내는 걸로 보이는데, 생각보다 그 규모가 컸다. 안에는 아낙네들이 주로 모여서 화살을 만들거나 대장장이로 보이는 이들이 검의 날을 세우는 등 다양한 물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도시의 동쪽 부근에는 아까 성문에서 봤던 남자들이 모여 있었다. 위에 적힌 간판을 보니 여기는 인력시장으로 보이는데, 조각조각 기워 입은 옷차림에 빼빼마른 모습을 보니 대부분이 난민들이다. 이런 북새통에 멀쩡한 옷차림을 하고서 사람들을 구분하여 몇 명씩 데리고 가는 사람들은 몇몇은 아까 봤던 동쪽으로 가고 몇몇은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도 아직 확인해보지 못한 북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붕 위에서 북쪽으로 걷고 있는 인력시장에서 나온 무리를 몰래 따라갔다.


북쪽 성문 바깥에 설치된 막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연합왕국 형태의 원기둥 모양의 막사들로 그 상단에는 연합왕국을 상징하는 오색기와 닐라우를 상징하는 황금 사자기가 걸려 있었다. 분명 크레아의 원군으로 온 닐라우의 황금사자 용병단일 것이다. 그런 용병단에서 난민들을 데려가다니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몰래 접근하는 정도로는 진상을 파악하기 힘들 것 같다.


역시 정확한 정보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중앙광장으로 돌아와 둘러보니 역시나 모험가 길드가 있었다.


나와 같이 왔던 용병들도 아마 여기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현재 전쟁 상황에서 용병들을 관리하는 것은 길드의 소임이고 새롭게 들어온 병력들을 재편하여 출병시키는 것 또한 길드에서 진행 될 것이다. 아마 방금 헤어진 이들을 다시 만날 것 같다.


모험가 길드로 들어가자 의외로 내부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의외의 차원을 넘어서 진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분명 용병들이 그렇게 많이 왔으면, 모험가 길드에 절차를 밟아서 현재 군 상황에 맞게 배치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들 어디 갔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어서오세요. 모험가 길드에. 저는 바제랄드라고 합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여인이 먼저 인사를 해왔다. 단정히 목선에 맞추어 다듬어진 갈색 머리에 처진 눈가에 작은 코와 주근깨가 자자한 활발한 인상의 여인이었다. 간편한 튜닉 차림으로 카운터보다는 실전에 어울리는 모습이다.


“기본적인 정보를 좀 사려고 왔는데요. 현재 정세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런 것이라면, 이미 정리된 매뉴얼이 있지요. 은화 2닢이면 되겠습니다.”


“연합왕국령 은화인데, 상관없죠?”


“크레아 왕국 화폐만 아니라면 뭐든 상관없지요.”


난 모험가 안내원의 말에 씁쓸함은 느낄 수밖에 없었다. 크레아 왕국에서 크레아의 화폐를 거부한다니. 확실히 망국의 화폐라서 그 가치는 떨어졌겠지만, 그렇다고 은이나 금의 함량이 바뀐 것은 아닐터인데.


난 받은 자료를 찬찬히 읽어 보았다. 닐라우로부터 사들여오는 구호물자는 모두 상태가 별로인 모양이다. 여기서 묘사되기로는 거의 모래가 뒤섞인 빵에 마치 진흙과 같아 정체를 알 수 없는 스프라니. 그런 것조차도 여기서는 귀한 구호물자 취급인 모양이다. 이것도 현재 크레아 왕국은 국채를 발행해가면서 지속적으로 빚을 져가며 들이는 형태다.


현재 전진기지인 니키는 막상막하로 현 국왕인 오스왈드 폰 크레아와 마왕군 언데드들의 사령관인 둠 나이트 칼립스와의 백중세로 전선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고정되어 버렸다. 현존하는 모든 크레아의 기사와 마법사들은 모두 니키 전선에 투입되었고, 크레아를 돕기 위해 파견 온 황금사자 용병단은 현재 모두 라리사에 거주중이다. 음? 라리사에 거주중? 난 이상한 사실에 안내원에게 다시 물어 보았다.


“저기 여기 자료에 보면 황금사자 용병단이 라리사에 있다는데, 어째서 아무도 니키 전선에 투입되지 않은거죠?”


내 말에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지휘상의 독립권을 인정받아서 현재는 후방 보호라는 명목으로 남아 있지요. 심지어 모든 보급은 연합왕국의 닐라우를 통해서 이루어지니, 실질적인 권한은 모두 그가 가지고 있죠.”


라리사에 오기 전, 용병들에게 소문으로 들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그때는 단지 소문일 뿐이라 생각했지만, 여기 와서 실제 사실을 알게 되니 그저 허탈해질 뿐이다. 난 무의식적으로 페이지를 넘겨가며 남은 자료들을 숙지했다.


그러면서 왜 여기에 용병이 아무도 없었는지 알게 되었는데, 현재 모험가 길드와 용병 길드는 독립되어 북문쪽에 용병길드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파병 온 황금사자 용병단 때문인데, 그들은 일단 용병단의 신분이기 때문에 길드의 간섭을 받을 수 있어서, 용사가 된 베르트람 폰 닐라우가 모험가 길드와의 분리를 위해서 따로 꼭두각시 길드를 세운 것이다.


그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자 현재 용사들의 상황이 나열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인증을 받은 용사는 총 3명. 이 중에서 단 한명이 그 위명을 울리고 있는데 이와 다른 용사 그리고 이 둘과 현재 전선에 있는 이들을 묶어서 총 세 개의 파벌이 현재 크레아에 현존하고 있다.


맨 처음으로 맹약파. 이들은 연합왕국의 닐라우 왕국에서 넘어 온 황금사자 용병단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는데, 용병단장이자 닐라우의 둘째 왕자인 베르트람이 이들을 이끄는 용사이다. 용사라는 위명에 걸맞게 뛰어난 무훈을 자랑하지만, 여기 크레아에 와서는 한 번도 전투에 나선 적이 없다.


그 다음은 탈환파. 이들은 크레아 출신의 기사나 마법사들로 마왕군과 직접적으로 싸우고 있는 이들로서 전선에서 활약하는 국왕 오스왈드를 중심으로 맺어진 이들이다. 크레아 출신의 귀족들과 용병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맹약파에 대항하여 결성된 파벌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그들의 활동은 전선에서의 전쟁에만 집중되어 있고, 다른 활동은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무도파. 이들은 나머지 용사들을 뭉뚱그려 부르는 말로, 나라를 구하겠다거나 영웅이 되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수 많은 언데드를 상대로 자신들의 무위를 시험하기 위해서 용사라는 수단을 쟁취한 자들이다. 용사가 되면 기본적으로 전쟁에서 독립적인 지휘권을 인정받기 때문에 그를 통한 자기들만의 제멋대로 전쟁을 치르는 이들이다.


현재 문서상으로 이 도시를 지배하는 자는 크레아 왕국의 마지막 공주 안나 폰 크레아다. 하지만 재력도 없어서 국채를 발행하며 구호물자를 인수하는 것도 그녀이고, 어떤 무력도 없어서 닐라우에 휘둘리는 것도 그녀이다. 결국 꼭두각시 인형 신세라는 것이다.


생각보다도 이 도시는 여러 이해관계가 꼬여 있는 상황이다. 무도파는 날뛰고 있고, 맹약파는 크레아 왕국의 남은 부분이라도 집어삼키기 위해서 어처구니없는 명목으로 라리사를 점거하고 있다. 유일한 희망인 탈환파는 마왕군에 발목이 잡혀서 이 도시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현재 이 도시를 지배하는 공주는 꼭두각시 신세이니까 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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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 귀향길 (3) 17.07.04 86 0 12쪽
3 1. 귀향길 (2) 17.07.04 117 0 12쪽
2 1. 귀향길 (1) 17.07.04 147 3 10쪽
1 0. 프롤로그 17.07.04 220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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