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디카이안님의 서재입니다.

위대한 자(The Great One)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디카이안
작품등록일 :
2017.07.04 18:30
최근연재일 :
2017.07.25 13:47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149
추천수 :
8
글자수 :
138,994

작성
17.07.05 17:46
조회
85
추천
0
글자
11쪽

1. 귀향길 (4)

DUMMY

“지금 전장은 분명 관문요새 니키일텐데 왜 용병들이 여기 있나요?”


그런 내 궁금증은 벽에 기대어 맥주를 마시고 있던 용병이 대답해 주었다. 우락부락한 인상에 얼굴을 가로지르는 긴 흉터가 마치 백전노장의 경험을 가진 것처럼 보였고, 거대한 덩치에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하고 있으니, 그 덩치가 훨씬 거대해 보였다. 거기다 그에 어울리는 대검을 등에 차고 있는 모습이었다.


“여기 있고 싶어서 있는 게 아니다, 꼬마야.”


종업원과 같이 쌓던 벽돌들로 간신히 기둥은 고쳐졌다. 종업원이 나에게 고맙단 인사를 하고서는 다시 카운터로 돌아갔고 난 말을 건넨 용병에게 다가갔다.


“그게 무슨 말이죠?”


“말 그대로다.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여기 머무르는 거다. 지금 라리사로 가는 모든 길이 막혀 있거든.”


나는 황당한 얼굴로 되물었다. 현재 전쟁 중인 나라가 모든 보급로가 막혀 있다면 어떻게 전쟁을 한단 말인가?


“모든 길이 막혀 있다니. 마왕군은 분명 니키쪽 방면에만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겁니까?”


“우리도 정확한 이유는 몰라. 하지만 어느 순간 여기 크레아 왕국 내부에서 라리사로 향하는 모든 길이 막혀 버렸다. 거대한 지진의 흔적으로 길이 끊어진 곳도 있고, 산사태로 길이 막힌 곳도 있지. 심지어는 호수가 터져나가 길이 침수된 곳도 있다. 다만 이게 마법사의 짓이라고만 예측하고 있다.”


용병은 남은 맥주를 모두 마셔버리고서는 말을 이었는데, 그 모습이 왠지 처량해 보였다. 용병의 말이 사실이라면 여기 남아 있는 용병들은 크레아를 구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소속마저 던져버리고 의용군으로서 마왕과의 전쟁에 참여하였다는 말이다. 하지만 길이 막혀서 정작 전쟁에는 가보지도 못하다니.


“아마도 리치들이 뭔가 수를 써서 길을 막아버린 거라고 하지만, 마왕군이 여기까지 진격하기 전에 이미 길이 막혀 있었으니 진실은 알 수 없지. 리치들도 전선을 니키 한 곳으로 모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하는데. 사실 나는 닐라우에서 일으킨 짓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네. 현재 남은 저항군은 모두 닐라우에 종속된 꼴이거든. 왜냐면 현재 저항군과 통하는 길은 닐라우에만 있기 때문이지.”


말하던 도중에 싸움을 일으킨 용병들 중 한쪽이 우리 쪽으로 날려 왔다. 그는 날아오는 이들을 그대로 걷어차서 반대편으로 날려 벌렸다. 동시에 뭐라고 소리 지르는데, 아마 싸우던 이들은 남자가 그들에게 명령조로 얘기하는 것을 보면 같은 용병단에 소속된 이들 같았다.


“근대 이게 또 문제가 있지. 닐라우에서 크레아로 통하는 모든 문을 틀어쥐고서 놓아주지 않거든.”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죠?”


“어떻게냐면, 모든 검문소에서는 닐라우 가문에서 자체적으로 선별한 인원만 갈 수 있거든.”


“닐라우에서 선별한 인원만 갈 수 있다니. 그게 무슨...”


“황당하지. 하지만 위험지역을 아무에게나 개방할 순 없다며 모든 통행인을 검열하거든.”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막혀버렸다. 물리적으로 길이 막혀버리다니.


그 사이에 또 용병들의 싸움은 다시 벌어져 멈출 기미가 안보이고 지속되었다. 옆에 서있던 용병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여명의 횃불 단장인 바토다. 꽤나 실력이 있어 보이는데, 어디에서 오는 길인가?”


지금 다시 보니 새삼 이 여관의 투숙객들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용병들이 너무 많다. 모험가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직업은 꽤 많지만 용병은 전투만을 위해서 일하는 직종이다. 이 도시로 들어올 때부터 느끼던 위화감의 정체는 이것이었나.


“연합왕국에서 왔습니다. 아카데미를 졸업하고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마왕군에 대항하기 위해서 작지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길이었죠.”


“이런, 아카데미 출신이었나. 거기다 그 아카데미를 졸업했다니. 이거 꼬마라 불러서 미안하구만. 그렇다면 트리아 클래스의 능력자로군? 혹시 마법사인가?”


“아뇨. 레펠 마테리얼을 계승하고 있는 검사입니다.”


“이거, 아쉽구만. 혹시나 마법사면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했는데.”


“도움이라니, 무슨?”


“현재 우리는 뚫리지 않는 길 중 하나인 레이븐로드를 뚫고 있네. 지진으로 지대가 무너지고 돌이 솟아올랐는데 심지어 그 앞의 협곡은 산사태로 무너져 길이 막혀버렸지. 조금씩이나마 길을 뚫고 있는데, 아마 10m 정도만 더 뚫으면 될 텐데, 땅속 깊은 곳에서 올라온 돌들인지 요즘 들어서는 영 길이 뚫리지가 않네.”


“길을 뚫다니. 설마, 지진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협곡을 뚫는다는 말입니까? 그런 어처구니 없는.”


“하하하! 어처구니 없다니, 전쟁이 벌어지고 우리가 계속 해온 일이 이건데.”


“그럼 마왕전쟁이 발발한지 거의 1년 가까이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길을 뚫고 있었다고요?”


“물론, 그건 아니지. 하지만 현재 국면에서는 협소한 병참에 적은 언데드란 특성으로 지속적으로 군세가 불어나고 있지. 아, 그렇다고 우리가 길만 뚫고 있던 건 아니야. 우리도 물론 처음에는 양동작전의 의미에서 남쪽의 세바지방으로 내려가서 언데드 놈들의 뒤를 기습해봤네.”


“계속 뒤를 공격한다면 분명 라리사에 도움이 될 텐데. 왜 쓸데없이 여기서 길을 뚫고 있나요?”


나는 이들의 행동이 단순한 우행인지 아니면 어떤 심모원려가 있는 것인지, 진심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어떻게 멸망해가는 조국을 목전에 놓고서 다른 일을 할 수 있었겠는가.


“우리가 아무리 뒤를 기습해도 우리 용병들 수준으로는 적의 머리를 칠 수 없다는 것이네. 심지어 적의 언데드 생산플랜트 하나 부수지 못하고 물러났다네.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지휘관이 없는 용병들의 전쟁은 결국 패전으로 이어졌지. 그 때는 말 그대로 참패하였네.”


“이후에 우리 여명의 횃불을 중심으로 용병들이 모여서 하나의 계획을 세우기로 했네. 병참선이 협소하고 양동작전이 통하지 않는다면, 좁은 병참선을 늘리자고. 우리가 길을 뚫는다면, 비록 당장은 큰 도움은 되지 않더라도 나중에는 승리를 위한 한 수가 될 거야.”


바토의 장광설에 나는 탄식하였다. 과연 이런 방법도 존재하고 이렇게 조국을 위해 헌신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이 단순무식하기 그지없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토굴공사에 전문가도 아닌 이들이 어떻게 지진으로 융기한 바닥과 산사태로 무너진 협곡을 정리한단 말인가.


“그래서 지금 10m정도 남았으면, 앞으로 며칠이면 뚫을 수 있나요?”


“적게 잡아도 일주일이면 끝날 거다. 우린 산맥을 뚫는 데는 문외한이니까 무식하게 힘으로 밀어붙이는 방법밖에 모르거든. 모든 잔해를 다 부숴버리고, 오직 전진만 있을 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들은 정말 단순무식하다. 오직 전진뿐이라니. 그래도 그들의 의외로 전략적으로 쓸모 있을 수도 있다. 현재 병참선에 그런 문제가 있다면 병참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과제. 보급이 없으면 어디와 싸우든 전쟁은 물 건너 간 거다.


“이렇게나 들었는데 거절하면, 예의가 아니죠. 돕도록 하죠, 남은 10m.”


“그럼, 내일 아침에 보지. 레펠가의 크리스. 당신의 협조에 거듭 말하지만 감사한다.”


서로 팔목을 잡으며 악수하고서 바토는 다시 술을 받으러 카운터로 향하였다. 나는 그런 모습을 천천히 지켜보다가 주변의 용병들을 둘러보았다. 이 여관 밖을 돌아다니는 용병들의 수도 분명 적지 않은 양이다. 과연 여기에서 바보같이 길을 뚫는 용병들은 얼마나 있을까.


#


약속했듯이 아침에 여관 아래로 내려가니 바토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아무도 없는 것을 보니 모두 그 착굴현장으로 간듯하다. 나도 바토를 따라서 간 그곳의 광경은 참으로 거대했다. 말 그대로 그냥 거대했다. 작은 산처럼 우뚝 솟아 있는 산을 향해 수십 명의 사내들이 웃통을 벗어재끼고 곡괭이를 휘두르는 모습은 일견 끔찍해 보일 정도였다.


“이건 길을 뚫는 게 아니라 산을 옮기는 것 아닌가요?”


“처음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고 진짜 잔해들을 치우는 정도였네. 근대 어느 순간부터 점차 잔해들이 커지더니 지금에 와서는 그냥 산을 깎아내고 있다네. 생각해보게. 우리 같은 용병들이 몇 백 명 달려들어서 일주일이나 걸린다면 그게 평범한 길일 거라 생각하기 힘들지 않겠나?”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하다. 세상에 산을 깎아 내다니 진짜로 일주일이 아니라 그 보다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곡괭이질하고 있던 용병들은 곡괭이에 스피릿을 둘러서 바위를 깨고 있는데, 저 바위는 뭐로 만들었는지 그 스피릿에 견디고 있다. 곡괭이질을 안 하는 이들은 아래 깨부순 잔해들을 멀리 나르고 있고, 마법사로 보이는 몇몇은 산의 일부에 마법진을 그리며 산의 일부분을 폭발시키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마법사들이 산을 폭발시키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용병들이 곡괭이에 스피릿을 둘러서 곡질을 하고 있는 이 기괴한 광경에 대충 돕고서 얼른 가자는 처음 계획은 깨끗이 날아갔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야 할 일이 생긴 것 같다.


“바토 단장. 한 가지 제안할 게 있는데요.”


“뭔가? 역시 너무 암담한가? 지금이라도 돌아간다고 해도 뭐라 하지 않겠네.”


난 바토 단장의 말에 정색하며 대답했다. 이런 단순무식하다 못해 멍청한 방식으로 일 처리를 할 줄은 상상도 못했고, 심지어 마법사들도 이런 방식으로 산을 깎아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차라리 마법사들이 암석을 분석하여 효율적인 곳만 파내거나 아니면 마법사들의 화력만 잘 모아도 이 산을 무너뜨리는 것은 가능해 보였다.


“아뇨.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단순무식한 방식으로 길을 뚫고 있나요?”


“그건 우리도 어쩔 수 없네. 일단 첫째로,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일반 수련마법사 신분에다가 보조마법사야. 워메이지는 모두 더해봤자 단 일곱 명 뿐이지. 그런 상황에서 저 산을 무너뜨릴 화력은 못나와. 심지어 마법사들의 수준이 딸려서 어딜 때려야 하는지 조사하는 것도 무리지. 그러니까 그냥 한 쪽 면에서 계속 미약하나마 폭발마법이나 하게 내버려 두는 게 최고지.”


“그래서 이런 웃긴 광경이 나온 거군요.”


생각보다 공사현장은 엉망이었다. 사람은 모자라고 상황도 암담하고 진척되지는 않고, 총체적 난국이다. 무엇보다 마법사가 모자란 게 타격이 크며 거기다 워메이지가 단 일곱 명밖에 안되니 저런 국소적 폭발마법 밖에 못하는 상황인거다.

크게 나설 생각은 없었지만, 여기서 몇 주일을 막혀있는 것도 문제고, 그냥 혼자 넘어가기에는 바토 단장에게 들었던 보급선의 확보에 대한 중요성이 걸리니.


역시 내가 한 번 나서봐야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위대한 자(The Great On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11. 용사 -1권끝 +1 17.07.25 52 0 9쪽
27 10. 우크로드 (2) 17.07.24 49 0 11쪽
26 10. 우크로드 (1) 17.07.23 55 0 8쪽
25 9. 승리와 실패 (5) +2 17.07.22 70 1 7쪽
24 9. 승리와 실패 (4) +2 17.07.21 73 1 12쪽
23 9. 승리와 실패 (3) 17.07.20 62 0 9쪽
22 9. 승리와 실패 (2) 17.07.19 44 0 9쪽
21 9. 승리와 실패 (1) +2 17.07.18 65 1 10쪽
20 8. 교전 (3) 17.07.17 52 0 9쪽
19 8. 교전 (2) 17.07.16 51 0 7쪽
18 8. 교전 (1) 17.07.15 71 0 12쪽
17 7. 작전회의 (2) 17.07.14 51 0 18쪽
16 7. 작전회의 (1) 17.07.14 81 0 13쪽
15 6. 결투 (3) 17.07.13 90 0 17쪽
14 6. 결투 (2) 17.07.12 78 0 14쪽
13 6. 결투 (1) 17.07.12 64 0 13쪽
12 5. 용사의 증명 17.07.11 50 0 11쪽
11 4. 아낌없이 주는 소녀 17.07.11 66 0 15쪽
10 3. 용병노예 17.07.10 62 0 9쪽
9 2. 난민 (3) 17.07.09 67 0 9쪽
8 2. 난민 (2) 17.07.08 87 0 14쪽
7 2. 난민 (1) 17.07.07 59 0 12쪽
6 1. 귀향길 (5) 17.07.06 86 0 14쪽
» 1. 귀향길 (4) 17.07.05 86 0 11쪽
4 1. 귀향길 (3) 17.07.04 87 0 12쪽
3 1. 귀향길 (2) 17.07.04 120 0 12쪽
2 1. 귀향길 (1) 17.07.04 148 3 10쪽
1 0. 프롤로그 17.07.04 224 2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