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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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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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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2,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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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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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로엘 클랜의 첫 번째 공연 -4-

DUMMY

86화. 로엘 클랜의 첫 번째 공연 -4-



“오늘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밤이 늦었으니 청소는 내일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공연을 하려면 객석을 청소해야 했다. 하지만 로엘 클랜에 그럴 여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객석과 무대가 자리를 차지해 오늘부터는 극장 안에서 야영을 할 수 없었다. 대신 저택이 수리되어 저택에서 잠을 자기로 햇다.


“이곳은 내 저택인데···.”


“명의는 제 것입니다. 서류에도 제가 임대인이고, 공작님은 임차인으로 되어 있습니다. 리치골드 저택을 다시 찾을 때까지만 조금 양해 부탁드립니다.”


“알았네.”


리치골드 공작은 결국 꼬리를 내렸다. 그는 싫은 기색을 팍팍 내며 로엘 클랜이 저택 동관을 임시 숙소로 사용하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로엘 클랜은 저택 북관에 잠시 두었던 짐을 동관으로 옮겼다.


“2층과 3층에 욕실이 있습니다. 위생 문제가 있으니 피곤하더라도 세면은 하고 취침하도록 하겠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온 류연은 자리에 누웠다. 엘리스와 텐시, 미네르바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류연은 침낭을 펴고 누워 오늘 공연을 복기해 보았다.


‘생각보다 호평이었어.’


‘단테와 마렐린’의 전체적인 내용은 ‘로미오와 줄리엣’과 비슷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현대까지도 꾸준히 인기 있던 고전 연극이지만 귀족들에게는 진부한 이야기일수도 있었다.


귀족들이 흥미를 느낀 것은 역시 마지막 부분이었을 듯 했다. 누구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산다. 안정적이지만 단조로운 생활을 하는 귀족들은 그 마음이 더할 것이었다. 사랑의 도피라는 단테와 마렐린의 결말은 그들에게 여운을 남기기 충분했다.


이제 다음에 할 공연인 ‘유랑극단의 가면신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유랑극단의 가면신사’의 내용은 ‘오페라의 유령’과 흡사했다.


차이점은 가면신사가 오페라의 유령처럼 극의 끝에서 자취를 감추지 않고, 짝사랑하던 무희 대신 조연 토끼 소녀와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류연은 이 스토리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복기를 마친 류연은 흡족해하며 잠이 들었다.


**


로엘 클랜은 성공적으로 한 달간의 공연 일정을 마쳤다. 단테와 마렐린처럼 유랑극단의 가면신사 또한 흥행했다.


자리는 매회 만석이었고, 정규 공연 일정이 끝나고도 예약 문의가 빗발쳤다.


“어서 오십시오. 환상극단 판타지아의 공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귀여운 녀석.’


아침 일찍 일어난 류연은 잠꼬대로 안내 멘트를 하는 엘리스의 머리를 정리해 주고는 리치골드 공작을 만나러 갔다.



“리치골드 공작님. 결산 보고서입니다.”


류연은 결산 보고서와 함께 금화 보따리를 이공간에서 꺼냈다. 그렇지만 리치골드 공작의 책상 위에 바로 올려놓지는 않았다.


“오. 이리 주시오.”


금화 보따리를 본 리치골드 공작은 안절부절못했다. 류연은 피식하고 웃었다.


“이 돈을 그냥 드릴 수는 없습니다. 쉽게 얻은 돈은 쉽게 써버리게 됩니다. 대신 환상극단 판타지아의 이름으로 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빌려 준다는 말에 리치골드 공작은 언짢아했다.


“에번스 경. 당신이 정말 우리 리치골드 가문의 후견인이 맞는 거요?”


“선대 리치골드 공작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제가 후견인이 아니라면 왜 힘들게 공연을 해서 번 돈을 공작님께 빌려 드립니까?”


“으음···. 그렇긴 하지. 그럼 이자는 얼마인가?”


“선이자 10프로, 월 이자 38프로입니다. 대신 파산 신청을 하시면 변제 의무는 없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리치골드 공작님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갚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류연이 책정한 이자율은 리치골드 공작가의 긴급 대출과 동일한 수치였다. 그렇지만 이정도 고액을 빌려줄 곳은 없었다. 리치골드 공작은 차용증에 서명을 했다.


“그런데 자네는 나를 뭘 믿고 그리 큰돈을 빌려주는가.”


“저는 리치골드 가문의 핏줄에 흐르는 금전 감각을 굳게 믿습니다.”


“그렇긴 하지. 그러면 내가 만약 도망가기라도 한다면 어쩌겠는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류연은 의회의 처단부대도 손쉽게 해치웠었다. 그 무력을 넘어서는 조력자를 고용하지 않는 이상 야반도주는 힘들 것이었다.


“흠흠···. 그냥 한 번 해본 소리였네. 신경 쓰지 말게나.”


“예. 믿겠습니다.”


류연은 묵례를 하고 리치골드 공작의 임시 집무실을 나왔다.


**


이번 달부터는 평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도 해야 했다. 주 6일 공연을 하려면 공연 외의 체력 소모를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었다.


“루엔. 객석 청소하는 사람을 고용하는 게 어때?”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도 고용해야 할 것 같아. 벌써 정화조가 절반이나 찼어. 다음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가득 찰지도 몰라.”


류연은 의견을 수용했다. 류연은 인력 사무소에 가 극장 청소를 할 인부 다섯 명을 한 달간 고용했다.



“루엔. 이번에는 암살자 안 섞여 들어왔지?”


“응.”


류연은 새로 온 인부들 중 암살자가 섞여 있는지 철저히 검사했다. 다행이 이번에는 암살자가 섞여 들어오지 않았다.


‘뭐. 괜찮겠지.’


화장실 청소 인부의 조금 눈빛이 이상하긴 했지만 암살자 같지는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그는 괴짜 같아 보였다.


류연은 인부들에게 해야 할 일을 알려주고는 로엘 클랜의 연극 연습을 진두지휘하러 갔다.


**


“일이 늘어나서 힘드시겠지만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


평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도 연일 만석이었다. 류연은 지친 인부들을 격려했다.


그리고 류연은 말로만 끝내지 않았다. 역시 인부들에게 가장 큰 격려는 돈이었다. 류연은 그들의 일당을 은화 일곱 개로 대폭 인상했다.


‘쳇.’


그러나 일당 인상에도 시큰둥한 인부가 한 명 있었다. 그는 바로 화장실 청소 담당 판이었다.


판은 은화 네 개던 일당이 은화 일곱 개가 되었음에도 전혀 기뻐하거나 하지 않았다.


‘역시 특이한 사람이야.’


판은 류연의 평가대로 인력 사무소에서도 괴짜로 유명했다. 동료 인부들은 어딘가의 왕이었느니 하면서 헛소리를 늘어놓는 판을 무시하거나 아예 미친놈 취급했다.


류연은 다시 한 번 판의 정체에 의심을 품었다. 하지만 극단 일이 너무 많아 판은 곧 류연의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그래도 판은 꾸준히 일을 나왔다. 더럽고 힘들었지만 이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서였다.


‘%@#$@#%’


인력 사무소에서 무상으로 제공해 준 허름한 작업복을 입자 한숨이 나왔다. 이 구질구질한 작업복을 입고 있으면 앞으로의 미래도 계속 이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저택 화장실은 수세식이었지만 극장 화장실은 변기 밑에 정화조가 있는 반 푸세식이었다. 판의 업무는 정화조를 청소하고, 퍼낸 오물을 수레에 실어 버리는 것이었다. 판은 청소도구함 바닥을 열고 정화조로 내려갔다.


“철퍽.”


정화조는 그저께 깨끗이 비우고 퇴근했음에도 벌써 무릎까지 차 있었다. 판은 욕을 하며 오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


오물을 퍼내던 판은 정화조 구석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판은 인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스릉-.”


시선을 돌리자마자 차가운 날의 감촉이 목에 닿았다. 정화조 내부는 매우 어두워 상대를 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움직이면 바로 목과 몸통이 분리될 것이라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오늘 네 운이 매우 나빴다. 죽어라.”


“잠깐만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싫다.”


“사형수도 마지막 유언은 하게 해 주지 않습니까? 들어주시지 않으신다면 크게 소리를 지르겠습니다.”


“하···. 그래. 말해봐라.”


암살자는 판의 목을 단칼에 날려버릴 실력이 있었다. 그러나 판의 목소리가 너무 처량했기에 그는 마음을 바꾸었다. 판은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저는 왕이었습니다.”


미친놈 취급당하기 딱 좋은 말이었다. 그렇지만 암살자는 판을 미친놈 취급하지 않았다.


최근 몇 년 새, 로렌시아 왕국의 정복전쟁으로 연합왕국 체제가 붕괴되고 수많은 군소 왕국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난세에는 왕족도 하루아침에 천한 신분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디 왕국의?”


“쟈렌 왕국의 왕이었습니다.”


“쟈렌 왕국이라면 연합왕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던 나라가 아닌가. 레헬른 공화국으로 왕과 귀족들이 망명했다고 들었는데···.”


암살자는 쟈렌 왕국이란 말에 약간 놀랐다. 그는 판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리 망명했더라도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나? 이런 일은 평민, 그중에서도 아주 형편이 안 좋은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지 않나?”


“바루스 공작. 아니 이제는 자작이군요. 그놈 때문입니다.”


“조용히 해.”


판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암살자는 판을 진정시켰다. 레헬른 공화국에서 귀족에 대한 불경죄는 중범죄였다. 판은 겨우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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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응징자 -1- 20.11.11 254 4 9쪽
» 로엘 클랜의 첫 번째 공연 -4- 20.11.05 262 5 9쪽
144 로엘 클랜의 첫 번째 공연 -3- 20.10.30 288 5 13쪽
143 로엘 클랜의 첫 번째 공연 –2- 20.10.25 284 4 11쪽
142 로엘 클랜의 첫 번째 공연 –1- 20.10.20 270 5 9쪽
141 리치골드 공작가의 후견인 -2- 20.10.14 287 4 10쪽
140 리치골드 공작가의 후견인 -1- 20.10.06 284 4 10쪽
139 드워프 마을 -2- 20.10.01 280 5 10쪽
138 드워프 마을 -1- 20.07.28 322 5 11쪽
137 북부 통일 -2- 20.07.25 285 5 9쪽
136 북부 통일 -1- 20.07.21 318 4 9쪽
135 재기 -2- 20.07.17 319 4 9쪽
134 재기 -1- 20.07.14 320 5 11쪽
133 류연의 일탈 -3- 20.07.10 320 4 9쪽
132 류연의 일탈 -2- 20.07.07 313 5 11쪽
131 류연의 일탈 -1- 20.07.03 297 5 11쪽
130 날개 꺾인 새 -2- 20.06.30 301 5 9쪽
129 날개 꺾인 새 -1- 20.06.26 281 5 10쪽
128 헬릭스 공작 -2- 20.06.23 298 4 10쪽
127 헬릭스 공작 -1- 20.06.19 291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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