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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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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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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2,531

작성
20.10.30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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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로엘 클랜의 첫 번째 공연 -3-

DUMMY

85화. 로엘 클랜의 첫 번째 공연 -3-



로엘 클랜은 아직 극장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래서 극장 중앙에는 모닥불이 피워져 있었다.


“으음.”


린은 모닥불의 온기를 느끼며 눈을 떴다. 옆에는 시드미안 백작과 오로라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앉아 있었다.


“일어났어? 몸은 좀 괜찮아?”


“언니. 일어났어요?”


린을 자신을 해독시켜준 사람이 오로라라는 것을 알아챘다. 린은 모기만한 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오로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는데요 뭘. 린 언니 앞으로 친하게 지내 봐요.”


“그래···.”


“미안 린. 앞으로는 내가 더 신경 쓸게.”


“몰라요.”


시드미안 백작은 침낭 통째로 린을 안았다. 린은 새침한 표정으로 시드미안 백작의 품에 가만히 안겨 있었다.


잘생긴 얼굴은 시드미안 백작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시드미안 백작의 얼굴을 보자 린은 그동안 서러웠던 감정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린은 슬금슬금 겉옷을 벗기 시작했다.


“오로라. 너도 와.”


“네···.”


린은 잠시 저쪽으로 가 있으려는 오로라를 불렀다. 오로라도 린을 따라 겉옷을 벗었다.


**


류연은 오늘 저녁으로 포크 커틀릿을 주문했다. 프렐리아 대륙에는 돈가스가 없으니 왠지 비슷한 포크 커틀릿이라도 먹어야 될 듯해서였다.


일행 대부분 술을 시키지 않았고 시키더라도 와인이나 맥주 한 잔만 시켜 저녁 식사는 일찍 끝이 났다. 류연은 시간을 조금 더 끌어야 했다.


“카페에서 차 한 잔 하고 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류연은 일행을 식당 앞 카페로 인솔했다. 하지만 메뉴판을 본 류연의 얼굴이 굳었다.


식당 영수증 지참 시 모든 메뉴 10프로 할인

엘프차 있음


‘엘프차 있음’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엘프차는 레헬른 공화국의 귀족들이 마시는 사치품이었는데, 류연은 엘프차의 제조 과정이 담긴 책을 전에 우연찮게 서재에서 읽었었다.


“루엔. 나 엘프차 마셔 봐도 돼?”


텐시를 포함해 로엘 클랜원들은 전부 엘프차의 제조 과정을 모르는 듯 했다. 류연은 일축했다.


“엘프차의 주문은 받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엘프차에는 레헬른 공화국에 붙잡힌 엘프들의 눈물이 배어 있습니다.”


류연의 얼굴이 심각했기에 아무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로엘 클랜원들은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극장으로 돌아갔다. 환기를 시켜 놓았지만 극장에서는 진득한 냄새가 희미하게 나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린과 오로라는 잠들어 있었다. 시드미안 백작이 나와 류연을 맞이했다. 시드미안 백작은 샤워를 했는지 말끔했다. 시드미안 백작의 말에 따르면 저택의 욕실이 고쳐졌다 했다.


“데미안. 왜 말 안했어. 내부 수리 담당은 너였잖아.”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 까먹었다.”


“뭐가 안 중요해.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거의 일 주일을 안 씻었는데. 찝찝하지도 않아?”


“그닥. 나는 한 달 안 씻어도 괜찮다.”


“···. 일단 조별로 샤워를 하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홍보를 하려면 아무래도 말끔한 모습이 좋을 테니까요.”


**


다음날 아침, 로엘 클랜은 광고지와 초대장을 챙겨 극장을 나섰다. 홍보에 투입된 인원은 11개조 44명이었다. 나머지는 저택과 극장을 지키기로 했다.


“각자 맡은 위치에서 홍보를 하다 저녁때 다시 모이도록 하겠습니다.”


로엘 클랜은 조별로 흩어졌다. 광고 게재를 허가받은 장소는 중앙 광장 두 곳, 번화가 세 곳, 고급 주택가 세 곳, 일반 주택가 세 곳, 총 열한 곳이었다.


“환상극단 판타지아 분들이시군요. 의회에서 연락 받았습니다.”


불친절하기로 악명 높은 헬라이드의 경비병이었지만 극단의 명성이 있었기에 그들은 로엘 클랜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로엘 클랜은 광고지를 정해진 벽면에 붙이는 것으로 홍보를 시작했다.


고급 주택가에서는 지나가는 귀족들에게 초대장을 나눠 주기만 하면 되었다. 반면 중앙 광장과 번화가, 일반 주택가에서는 헬라이드의 다른 극단도 많이 나와 있었기에 끊임없이 행인들의 시선을 끌어야 했다.


이곳에 배치 받은 조원들은 극장으로 돌아갈 시간쯤에는 완전 녹초가 되었다.



“홍보는 다들 잘 하셨습니까?”


“예.”


고급 주택가에 파견된 세 개 조만 대답을 했다. 나머지는 대답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래선 안 되겠어.’


로엘 클랜원들은 공연의 배우이기도 했다. 이대로 가면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배우들이 퍼져버릴 것이었다.


“인원을 다시 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일단 충분히 휴식을 취해 주십시오.”


로엘 클랜원들은 침낭을 피고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류연은 종이를 펴고 인원 배치를 새로 했다.


**


인원 재배치를 통해 로엘 클랜은 배우들이 공연 전에 퍼지는 사태 없이 극단 홍보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공연은 주 3회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첫 한 달은 귀족을 대상으로만 공연하기로 했다.


“내일은 본 공연입니다. 다들 긴장하지 않고 잘 할 수 있겠습니까?”


“예!!!”


리허설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홍보를 하며 계속해서 소규모 야외 공연을 하다 보니 로엘 클랜의 공연 실력은 로렌에서 출발할 때보다 더 좋아져 있었다.


리허설을 마치자 밖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저녁을 먹은 로엘 클랜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이 되자 로엘 클랜은 두 패로 나뉘어 공연 준비를 시작했다. 한 패는 야영 흔적을 치우고 객석을 설치했다. 다른 한 패는 무대 조명과 커튼을 설치하고 소품과 의상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했다.


점심을 먹고는 귀족들이 공연을 보며 먹을 간식과 음료를 준비했다. 준비가 끝나자 어느덧 공연 시간이 되었다.


“어서 오십시오. 환상극단 판타지아의 공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류연은 가면신사의 복장을 하고 귀족들을 맞이했다. 엘리스와 텐시는 가면 신사의 조수 토끼 소녀의 복장을 하고 명부를 확인했다. 안에서는 엘프들이 좌석을 안내하고 간식과 음료를 나누어주었다.


500석이나 되는 객석은 만석이었다. 공연 시간이 되자 무대 위의 조명이 꺼졌다. 조명이 다시 켜졌을 때는 류연이 무대에 올라와 있었다.


“오늘 밤 헬라이드의 고귀하신 분들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의 공연 ‘단테와 마렐린’에서는 가면신사와 토끼 소녀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류연은 짧은 무대 인사를 마치고 내레이션 자리로 갔다. 맞은편의 보조 내레이션 자리에는 엘리스가 있었다.


**


막이 오르자 류연은 극의 배경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백일 밤낮을 걸어도 갈 수 없는 머나먼 곳에 위치한 왕국에 잘생긴 청년과 예쁜 아가씨가 살았습니다. 청년의 이름은 단테, 아가씨의 이름은 마렐린이었습니다. 그들은 왕궁에서 열린 가면무도회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배경은 파티장의 불빛이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왕궁 뒤편의 복도였다.


“춤 잘 추시네요. 이름이 뭐에요?”


“제 이름은 단테입니다. 그쪽은요?”


“어머. 나 그렇게 쉬운 여자 아닌데. 그래도 단테님이니까 말씀드릴게요. 제 이름은 마렐린이에요. 사는 곳은 어디에요?”


“가면무도회에서 성을 밝히는 것은 반칙이니까 안 돼요.”


“그럼 오늘 밤이 지나면 우리 인연은 끝인가요? 그렇다면 전 파티장으로 돌아갈게요.”


“마렐린. 저기 저 보름달에 두고 맹세하겠소. 왕국 전체를 뒤져서라도 당신을 찾아낼 테요.”


“저 변덕스러운 달을 두고 맹세하지 마세요. 맹세를 하시려거든 자기 자신을 두고 하세요.”


단테는 품속에서 주먹만한 보석을 꺼냈다. 보석은 달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이 났다. 단테가 손에 힘을 주자 보석은 정확히 이등분 되었다.


“이 보석은 우리 가문에 내려오는 보물이오. 보석의 반쪽을 잘 간직하고 있으면 언젠간 찾아 가겠소.”


단테는 마렐린에게 보석을 주고 떠났다. 달빛이 보석 반쪽을 들고 있는 마렐린을 비추었다. 이윽고 막이 내렸다.



“가면무도회가 끝나고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가주에게 불려가게 되었습니다.”


다시 막이 올랐을 때는 내레이션이 엘리스로 바뀌었다. 배경 또한 달빛이 비치는 왕궁 복도에서 가주의 집무실로 바뀌어 있었다. 조명이 하트시커 가문의 가주와 단테를 비추었다.


“네가 보석을 준 아가씨가 누구인 줄 아느냐? 우리 가문의 원수 브로큰하트 가문의 삼녀 마렐린이다. 항상 신중하라 그랬거늘, 이렇게 감정적으로 행동하다니. 내가 너를 잘못 봤구나, 잘못 봤어.”


하트시커 가문의 가주는 단테를 질책했다. 그러나 지금 단테의 생각은 오직 마렐린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단테는 바닥으로 시선을 향한 채 가주의 질책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이번에는 조명이 브로큰하트 가문의 가주와 마렐린을 비추었다. 마렐린 또한 가주에게 혼이 나고 있었다.


“너는 지금까지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공부면 공부, 사교만 사교 모든 일을 잘 해냈었다. 그러나 오늘 너는 나를 크게 실망시키는구나.”


마렐린의 생각 또한 오직 단테에게 가 있었다. 마렐린을 비추던 조명이 꺼지고 막이 내렸다.



“그날 이후 단테와 마렐린은 번민했습니다. 어떤 일을 해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맛있지 않았습니다.”


3막의 내레이션은 다시 류연으로 바뀌었다.


‘전에 담장 너머로 봤던 소녀가 마렐린이었어.’


하트시커 저택과 브로큰하트 저택의 사이에는 높은 담이 쌓여 있었다. 하트시커 저택에서 브로큰하트 저택을 볼 수 있는 곳은 다락방이 유일했다. 단테는 아주 오래 전 그곳에 올라갔다 먼발치에서 마렐린을 본 적이 있었다.


‘그 소년이 단테였어.’


마렐린은 어느 맑고 더운 여름 날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다락방의 소년과 눈이 마주친 적이 있었다. 너무 오래 전의 일이라 희미해진 기억이었지만 이제는 다시 선명해졌다.


“다시 보름달이 뜬 날 밤, 단테와 마렐린은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꼈습니다. 두 남녀는 저택 밖으로 나와 담을 마주보고 섰습니다.”


‘이 담 바로 너머에 마렐린이 있을 것 같아.’


먼저 용기를 낸 것은 단테였다. 단테는 간절하게 외쳤다.


“마렐린. 그대가 거기 있다면 대답해 주시오.”


“예. 저 여기 있어요.”


둘은 담을 등지고 앉아 동이 틀 때까지 대화를 나누었다. 저택의 하인들이 일어날 시간이 되자 단테와 마렐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는 언제 볼 수 있을까요.”


“내일 이 시간에 다시 만납시다.”


그러나 둘의 만남은 곧 가주들의 귀에 들어갔다. 노한 가주들은 담에 병사들을 배치했다. 그렇지만 단테와 마렐린은 이미 이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조명이 집을 떠날 준비를 하는 단테와 마렐린을 비추고는 꺼졌다.



“둘은 병사들의 감시가 느슨해지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그믐달이 뜬 날 밤, 저택을 몰래 빠져 나왔습니다.”


“단테!”


“마렐린!”


이제 최종막이었다. 단테와 마렐린은 한눈에 서로를 알아보았다. 한참을 포옹한 둘은 보석을 맞춰보았다.


“근데 우리 어디로 떠나야 할까요?”


“발이 닿는 곳까지 가 봅시다.”


단테와 마렐린은 머나먼 길을 나섰다. 하트시커 가문과 브로큰하트 가문의 가주는 아침이 돼서야 둘이 없어진 것을 알아차렸다. 가주들은 당장 기사를 보냈다. 말을 탄 기사들은 금세 둘을 따라잡았다.


“저택으로 돌아가시지요.”


“마렐린. 내 뒤에 서시오.”


단테와 기사들은 검을 나누었다. 배우들이 전부 소드 엑스퍼트 급이다 보니 단테와 기사들의 대결은 한 편의 검무처럼 아름다웠다. 단테는 마침내 기사들을 쓰러뜨렸다.


“저희는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가주님들께는 그렇게 말씀드려 주세요.”


“단테와 마렐린은 걷고 또 걸어 바다가 보이는 아늑한 오두막집에 도착했습니다. 둘은 거기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


다시 조명이 켜졌을 때는 배우들이 모두 무대 위에 올라와 있었다.


“공연은 어떠셨는지요?”


귀족들은 박수로 대답했다. 류연을 필두로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단체로 인사를 했다.


“즐거우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그럼 가시는 목적지까지 안녕히 가시길 바랍니다.”


데이지가 220번지는 219번지와도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귀족들은 대부분 호위 기사가 있긴 했지만 류연은 219번지까지 귀족들을 데려다 주었다.


‘후.’


귀족들을 다 돌려보내고 나니 피로가 몰려왔다. 이마를 훔친 류연은 극장으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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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응징자 -4- 20.12.04 270 4 11쪽
148 응징자 -3- 20.11.25 286 5 12쪽
147 응징자 -2- 20.11.17 309 5 11쪽
146 응징자 -1- 20.11.11 254 4 9쪽
145 로엘 클랜의 첫 번째 공연 -4- 20.11.05 261 5 9쪽
» 로엘 클랜의 첫 번째 공연 -3- 20.10.30 288 5 13쪽
143 로엘 클랜의 첫 번째 공연 –2- 20.10.25 284 4 11쪽
142 로엘 클랜의 첫 번째 공연 –1- 20.10.20 270 5 9쪽
141 리치골드 공작가의 후견인 -2- 20.10.14 287 4 10쪽
140 리치골드 공작가의 후견인 -1- 20.10.06 284 4 10쪽
139 드워프 마을 -2- 20.10.01 280 5 10쪽
138 드워프 마을 -1- 20.07.28 322 5 11쪽
137 북부 통일 -2- 20.07.25 285 5 9쪽
136 북부 통일 -1- 20.07.21 318 4 9쪽
135 재기 -2- 20.07.17 319 4 9쪽
134 재기 -1- 20.07.14 320 5 11쪽
133 류연의 일탈 -3- 20.07.10 320 4 9쪽
132 류연의 일탈 -2- 20.07.07 313 5 11쪽
131 류연의 일탈 -1- 20.07.03 297 5 11쪽
130 날개 꺾인 새 -2- 20.06.30 301 5 9쪽
129 날개 꺾인 새 -1- 20.06.26 281 5 10쪽
128 헬릭스 공작 -2- 20.06.23 298 4 10쪽
127 헬릭스 공작 -1- 20.06.19 291 5 11쪽
126 풍요의 성배 -2- +2 20.06.16 321 5 10쪽
125 풍요의 성배 -1- 20.06.12 303 5 10쪽
124 디바인 공방전 -2- 20.06.09 289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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