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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복 님의 서재입니다.

코쟉 더 베가본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복복
작품등록일 :
2017.10.11 23:57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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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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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6쪽

십자로 (2)

DUMMY

“내 이름은 존 로버트 돌리오네. 대략 50년 전쯤 이 성에 왔지. 무일푼에 열정만 넘치는 애송이였어.”

“누구나 그럴 거요. 그 나이 때엔.”

말을 하면서도 코쟉은 상에 차려진 음식을 꾸역꾸역 입에 밀어 넣었다. 옆에 있던 자들 중 불쾌한 얼굴로 입술을 씹는 이가 있었으나 존 로버트 돌리오네도 그리고 코쟉도 전혀 신경 쓰질 않았다.

“하지만 난 그 ‘누구나’에 속하지 않았소. 꾸준히 힘을 기르고 친구들을 만들고 자금을 모으며 연줄을 댔지. 불과 오년 만에 난 이 성에서 제일가는 세력을 가지게 되었소.”

“그거 놀랍군. 여긴 꽤나 크고 오래된 성으로 알고 있는데··· 고작 오년 만에 무일푼 애송이가 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지 않소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난 별로 평범한 축에 속하지 않았거든.”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하는 건 좋지 않지. 뭐··· 이건 직접 겪지 않으면 생각이 바뀌질 않을 테니 말해봐야 소용이 없나.”

“하하하.”

파더 데블은 유쾌한 듯 웃고는 옆에 있는 작은 술잔을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성에 몇 개의 ‘가족’들이 있을 것 같소?”

“가족이란 패거리를 말하는 거겠지?”

“당신이 있던 곳에선 그렇게 부르나 보군. 당신도 그 중 하나에 속했겠지?”

“뭐 대충···”

눈앞의 황금색 메추리 고기를 포크로 찍어 올린 코쟉은 그걸로 눈앞의 늙은이를 가리켰다.

“보아하니 내가 당신과 동류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맞소. 아마 당신도 나처럼 위에서 내려다보는 쪽이었을 거요. 그렇지 않나?”

“······”

“맞는 모양이군. 그것도 아주 강력한 위치에 있었을 테지. 젊은이, 당신은 패자(覇者)의 자리에 올라본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눈빛을 하고 있어.”

“난 이미 젊은이가 아니오.”

“내게 비하면 아직 젊은이야. 아까의 질문을 다시 하지. 이 성에 몇 개의 가족이, 패거리가 있을 것 같소?”

“글쎄··· 그렇게나 오만한 태도로 말하는 자라면 벌써 이 동네를 접수하고 경쟁자는 싹 쓸어버리지 않았을까?”

“물론 난 그럴 수 있었소. 하지만 그러지 않았지. 당신처럼 말이야.”

코쟉이 씹던 입을 멈추고 멍하니 쳐다보자 파더 데블, 존 로버트 돌리오네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이제 이 늙은이의 혜안을 인정하겠나? 오해 마시게. 난 자네가 누군지 뭘 하던 자인지 아무것도 몰라. 그저 직감으로 자네가 나 같은 위치에서 나와 같은 방법을 썼을 거라 추측했을 뿐이지.”

“···내가 뭘 그러지 않았단 말이지?”

“아직도 숨기고 싶나 보군? 좋아, 말해주지. 경쟁자를 모두 제거하고 홀로 유아독존하는 건 짐짓 진정한 승리로 보일 수도 있어. 허나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아.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것들은 끝도 없을 테고 그걸 모두 막는 건 불가능해. 심지어 내 자식이 적이 될 수도 있지. 그래서 난 적당히 방패를 만드는 쪽을 선택했소.”

“······”

“자네도 이 방법을 쓰지 않았을까? 어중간한 무리들을 대충 살려두는 거야. 내 자릴 넘보며 서로 협력도 하고 견제도 하고 새로 나타난 신출내기들 밟아주는 짓도 하지. 하지만 녀석들의 목숨 줄은 내 손안에 있고 게임은 이미 끝났지. 가끔 왕국의 입김이 다가올 때, 난 몇 구역 슬쩍 내주면서 구석에 몰린 척하지. 그럼 놈들이 좋다고 날뛰는데 바로 그때 왕국군의 눈에 보이는 건 녀석들 아니겠소?”

코쟉은 한참 동안 말없이 그를 쳐다보다 천천히 다시 음식을 씹었다.

“정확하시군. 반박할 생각조차 안 드는구려.”

“하하하하.”

“그러나 여기엔 한가지 조건이 있소. 당신도 알 테지만.”

“뭔가 그게?”

“그 방패막이들에게 그 어떤 때라도 절대 패배하지 않을 것. 그럴 수 있소?”

“자넨 어떻게 그럴 수 있었지?”

“나는···”

다시 한번 씹던 입을 멈췄던 코쟉은 잠시 후 입에서 메추리 뼈다귀를 뱉어냈다.

“난 운이 내 쪽을 향하도록 움직일 강력한 힘이 있었소.”

“나도 비슷하네. 다른 건 하나. 운이란 놈은 원래부터 내 편이었단 거지.”

“뭐요 그게?”

“파더 데블이라는 이름이 내게 왜 붙었는지 알고 있나, 젊은이?”

“저택 입구에 늘어서 있던 그 귀여운 석상들 때문 아니오?”

“그렇게 생각하나? 후후후.”

존 로버트 돌리오네의 걸걸한 웃음소리가 귀에 거슬리기 시작할 때쯤 밖에서 그의 부하 한 명이 들어왔다.

“파더 데블. 손님입니다.”

“누구지?”

“돈 살리도 씨입니다.”

“···흠.”

그의 얼굴에 잠깐 미소가 떠올랐다 다시 평소의 퉁명스런 삐죽턱으로 돌아갔다.

“잠시 같이 가겠소? 내게 붙은 이 별명의 유래를 말해주지.”

“······”

응접실을 나와 다시 그 괴이한 돌왕좌에 돌리오네가 몸을 기대자 한 남자가 홀을 건너 그에게 다가왔다.

“이게 누구야? 나의 어린 시절의 벗. 돈 살리도 아닌가?”

“파더 데블···“

“그만!”

돌리오네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올라갔다.

“비록 우리 관계는 열 살이 넘고 나서 끊어졌지만 함께 이 성읍을 바라보며 언젠가 배곯지 않는 부유한 사람이 되자 굳게 약속하던 게 생생하네. 그 약속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있고 날 이끌어준 원동력 중 하나였어. 그러니 이름으로 불러주게. 파더 데블 같이 다른 자들이 날 부르는 식으로 대하지 말아.”

“알겠···습니다. 돌리오네 씨.”

“흠.”

‘’씨’라고 하는 건 별로 안 거슬리나 보네’ 라 생각하며 코쟉은 슬쩍 혀를 찼다.

“그럼 내 어린 시절의 벗, 돈 살리도. 무슨 일로 내게 찾아왔나?”

“······”

“부담 없이 말해보게. 이곳에선 그 어떤 말도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아. 책임을 묻지도 않지.”

“그렇다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돌리오네 씨. 성읍 동쪽에 있는 바벨트 가문을 알고 계십니까?”

“왜 모르겠나. 거래를 좀 터본다고 세달 전쯤 우리 성에 들어온 자들이잖나. 그들의 작위가···”

“가주가 남작입니다. 그리고 그의 친척 중 한 명이 왕도에서 후작 작위를 가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흔해빠진 이야기지.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건가?”

눈을 바닥으로 내리깐 살리도의 주먹이 알게 모르게 떨리고 있었다.

“돌리오네 씨. 나는··· 나는···”

“진정하게. 어이, 살리도씨에게 마실 거라도 하나 가져다 드려라.”

“고··· 고맙습니다.”

“그거 한잔 들이키고 찬찬히 말해보게. 듣는 것이야 뭐가 어렵겠나?”

한숨을 쉰 살리도가 드디어 얼굴을 들고 눈에서 불을 튀겼다.

“놈들이··· 내 가게에 와 불을 질렀습니다. 평생 일구었던 터전이 한 순간에 재가 되었습니다.”

“그들이 그랬다는 증거는?”

“증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정황상 그들이 분명합니다. 바벨트 가문의 후계자란 어린 놈이 얼마 전부터 계속해서 내게 가게를 팔 것을 요구했거든요. 몇 번이나 위협과 협박을 퍼붓곤 했습니다. 화재 전날엔··· 이 가게가 어떻게 되나 보라고 비웃듯 말하고 갔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다음날에···”

“흐음··· 그렇군.”

그리고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결국 침묵 속에서 조바심이 난 살리도가 애원하며 소리쳤다.

“돌리오네 씨. 난··· 그 가게가 전부입니다. 아시잖습니까?”

“물론 알고 있지. 그리고 난 이런 일에 대해 한번인가 경고한적이 있네. 자네의 그 대쪽 같은 성미는 높게 치지만 이 성에서 보호자 없이 일하는 건 아주 고되고 위험할 거라고.”

“······”

“그럼에도 자네가 지금껏 무사했던 이유가 뭔 줄 아나? 내가 가끔 자네 얘길 꺼냈거든. 그리고 그걸 들은 내 부하들이 알아서 움직인 모양이야. 그래서 누구도 자네를 건드리지 못한 거지.”

“그런 줄은··· 몰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넨 나와의 우정을 다시 이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어. 왜 그랬을까? 분명 나 같은 부류와 얽히기 싫다는 말이겠지.”

살리도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돌리오네의 표정이 더욱 뿌루퉁하게 변했다. 그의 턱이 배는 앞으로 튀어나왔다.

“왜 내게 먼저 오지 않았지?”

“네?”

“날 속일 생각 말게. 일이 터진 후 자넨 분명 영주에게 먼저 갔을 게야.”

“그건··· 그거야 당연히 이런 일이 생기면 영주님께-“

“살리도, 살리도. 이 순수한 친구야. 우리 성이 그런 것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던가? 여보게, 여긴 왕도가 아니야. 법과 질서가 굳건히 서기엔 국왕의 군대는 너무 멀리 있다고.”

“······”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보나마나 영주의 재판이 열렸겠지? 공개 재판도 아닌 소규모 약식의··· 그리고 놈들은 증거가 없어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겠지. 오히려 자네가 역으로 고소당하지 않았나?”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는···”

“후우~ 돈 살리도. 자넨 옛날엔 나보다 총명했지만 이젠 아닌 것 같군. 이건 나라도 그렇게 했을 사안이네. 상대는 후작의 친척이야. 지방 영주 따위가 뭘 어떻게 하겠나?”

“버, 법은··· 정의는···”

“그딴 건 왕도에나 있지, 여긴 없네. 그리고 아나? 법과 정의는 사람을 가려서 찾아와. 평민들의 구린내 앞에서 정의의 신은 코를 막고 도망친다네. 돈 냄새가 조금은 그들을 끌어당기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야.”

“······도와주십시오.”

침묵 끝에 나온 가느다란 목소리였다. 그러나 파더 데블, 존 로버트 돌리오네는 못마땅한 듯 턱을 괴었다.

“나보고 뭘 어쩌란 말이지?”

“놈들을··· 벌해 주십시오.”

“대체 어떻게? 상대는 후작의 친척이야. 나 같은 건 뭐 하나 할 수 없네.”

“난 당신이 할 수 있다는 걸 압니다.”

“아니, 내가 뭐라고.”

“파더 데블!”

돈 살리도가 울부짖으며 무릎을 꿇었다.

“당신은··· 당신은 파더 데블이 아닙니까? 당신 일을 가로막는 자는 그 어떤 누구라도 무사하지 못한-“

“이 친구야. 누굴 무슨 재앙신으로 아나? 그런 건 다 헛소리일세.”

“그럴 리가 없어요! 여태껏 당신에게 방해가 됐던 자들은 지위를 막론하고 모두 파멸했습니다. 제발 날 도와주십시오. 이대론 난··· 난 절대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을 겁니다.”

“······”

“파더 데블!”

살리도의 애원에도 파더 데블이라 불리는 존 로버트 돌리오네는 그저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괴던 손만 위치를 바꿨다.

“돈이라면 가진 걸 모조리 드릴 테니 제발 날 도와주십시오.”

“무례하군. 지금 날 돈으로 사려고 하는 겐가? 돈만으로 살 수 있는 도움을 원한다면 다른 가족들을 찾아가보게. 어쩌면 암살자라도 한 명 내어 주겠지.”

“안 된다는 걸 아시잖습니까? 그자는 후작의 친척이고 자신도 작위를 가진 귀족입니다. 내 전 재산의 열 배는 넘게 주지 않는 한, 귀족을 해할 일에 뛰어들 자들은 없습니다.”

“그럼 난 그들보다 싸구려라는 뜻?”

“아닙니다!”

홀 안엔 살리도의 흐느끼는 소리가 가득 찼다. 한동안 듣고만 있던 돌리오네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가락을 흔들었다.

“이 친구야. 비록 수십 년이 넘게 나와의 우정을 거절해 왔음에도 결국 자넨 내 덕을 보며 살아왔어. 그 사실을 모른 건 상관없지만 이제와 내게 금화를 들이밀며 이러는 게 아니지. 고작 금전 거래 관계나 되자고? 아니야 그게 아니야.”

“···그럼 무엇을?”

“자네와 미래를 함께하게 해줘. 그거라면 내 얼어붙은 마음도 풀어질 수 있겠네.“

“지, 지금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난 알고 있지, 자네의 비밀을. 거지에 고아에 무일푼이었던 자네가 어떻게 상인들의 세계에서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

살리도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음에도 돌리오네는 무심히 말을 이어갔다.

“그 옛날, 자네가 손에 넣었던 조각상. 행운을 가져다 주는 그 신비한 조각상을 내게 준다면 우리의 일은 잘 해결될 수 있네. 미래를 함께 공유하는 건··· 그래, 그것이야말로 가족이 아닐까? 바로 나와 가족이 되는 거지.”

“그, 그건···”

“잘 생각하게. 내 가족이 된다면 자네의 적은 곧 내 적이 되는 거야. 바벨트 가문은 파더 데블의 식구를 건드린 셈이 되는 거지. 그럼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

한참 시간이 지난 뒤, 돈 살리도는 품 안에 차고 있던 작은 목걸이를 꺼냈다. 거기엔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무언가가 매달려 있었는데 살리도가 ‘보물’이라는 시동어를 말하자 순식간에 커져 손바닥만한 매의 조각상으로 변했다.

살리도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들어 돌리오네에게 바쳤다.

“파더 데블··· 이것을··· 우리 우정의 증표로 받아주십시오.”

“좋아.”

검붉은 매의 조각상을 받아 부하들에게 넘긴 돌리오네는 살리도의 어깨를 끌어안고 나직하게 말했다.

“아마 자네가 집에 도착할 때쯤이면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을 걸세. 앞으론 내 가족들과 함께 장사하게 될 테니 그런 줄 알고.”

“알겠습니다. 파더··· 데블.”

살리도가 사라지자 코쟉은 뚱한 표정으로 돌왕좌 앞에 섰다.

“일 벌일 자신 있소? 후작의 친척이라니, 나라면 괜히 쳐다봤다 탈이나 날까 눈깔도 그쪽에 돌리기 싫은데.”

“일이라니? 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건데. 상대가 너무 위험하잖소.”

“뭐요? 그럼 방금 당신 불알친구였다는 저 사람한테 사기를 친 건가?”

“자네 발언은 고쳐야 할 필요가 있군. 불알친구가 아니라 머리가 텅 빈 코흘리개 시절, 잠시 어울려 놀던 여럿 중 하나일 뿐이지. 하지만 그간 내가 탐내던 것을 가지고 있었다네.”

“하··· 그렇다면 저 친군 내일쯤 자살하겠군. 너무 순진한 탓에 당신한테까지 당하고 말았으니.”

“이런 이런. 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라고 했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곤 안 했어.”

‘아까부터 대체 뭔 소리야, 이 양반.’

바로 그때, 찡그린 얼굴로 툴툴대던 코쟉의 옆으로 파더 데블의 부하 하나가 빠르게 달려들어왔다. 살리도가 나간 뒤, 돌리오네의 손짓과 동시에 밖으로 뛰어나갔던 자였다.

“어떻게 되었지?”

“바벨트 가문의 후계자가··· 2층에서 거꾸로 떨어져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곳에선 치료가 불가능해 왕도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여기 사업을 전부 포기하고 돌아가 금전적 손해가 막대할 모양입니다.”

“잘됐군. 우리 친구 돈 살리도에게 전해. 일은 잘 마무리되었고 가족이 된 걸 환영한다고.”

부하가 사라진 뒤, 코쟉은 멍한 표정으로 돌왕좌에 앉은 노인을 바라보았다. 살리도가 여기서 나간 지 십 분도 되지 않았는데 일을 마무리 지은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진 코쟉이었다.

“거 일솜씨 한번 귀신 같군. 설마 마법사를 부리는 건 아닐 테고. 혹시 저 살리도라는 자가 오늘 올 걸 예상하고 미리 일을 준비해 둔 거요? 심지어 후작의 친척에게 손까지 대고?”

“날 뭘로 보는 겐가. 난 점쟁이가 아니네. 게다가 지체 높은 귀족에게 손을 댄다니, 내 아무리 왕도에 연줄이 많다 해도 작위가 있는 후작가의 일원을 건드릴 순 없다네.”

“그럼 뭐란 말이요? 남에 가게에 불이나 지르는, 세상 무서울 것 없는 귀족가 도련님이 정말 운 없게도 알아서 발을 헛디뎌 떨어지기라도 했단 소린가?”

그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기분 나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코쟉은 점차 등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설마··· 정말로 아무것도 안 했단 말이오? 정말로 이 모든 게 우연이라고? 그리고 그 우연은-“

“나의 편이지. 내가 필요로 할 때, 운은 반드시 내 편이 되어 등 뒤에 서 있는다네. 이제 내게 그 이름이 붙은 이유를 알겠나?”

황당한 표정으로 코쟉은 돌왕좌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유난히 턱이 앞으로 삐져 나온 그의 얼굴이 이젠 점점 두렵게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그래서··· 당신이 데블이라 불리는 거였군. 파더··· 데블.”


작가의말

로버트 존슨에 대해 알고 계시다면 조금 더 흥미가 생길지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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