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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복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정유정의 종의 기원을 읽고

전 한국문학을 기피하는 편입니다. 그다지 감탄을 느낄만한 에너지를 느끼지 못했을 뿐더러 깊은 사유과 고찰이라면 훨씬 더 탁월한 외국소설이 넘치고 넘칩니다. 굳이 한국 소설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없죠.


그래도 어쩌다보니 일제 강점기 그리고 해방 직후 시대의 한국 문학 고전들을 읽게 되었죠. 적어도 20여편 이상의 중단편들을 읽고 내린 결론은 하나 였습니다.


‘한국 문학의 뿌리는 일제 강점기의 망령과 6.25의 외상후 스트레스에 매몰되어 있다.“


그렇게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을 끊고 살다가 글을 쓰는 사람이면 누구나 관심가질 그 사건을 보게 됩니다. 


[신경숙의 우국 표절사건]


바로 이때가 제가 문피아에 코쟉 시리즈의 프로토 타입을 올리고 있던 때였죠. 이 사건을 계기로 전 제 글쓰는 체질을 바꿔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같지도 않은 문체에 대한 집착. 

순수 문학이라는 금 테두리를 두르려 소설의 기초는 독자의 반응이라는 걸 망각한 채 별로 관심도 없는 심리 묘사에 온갖 수식어를 붙여가며 하루에도 몇번씩 문장을 고치고 바꾸고 뒤집고... 지금 생각해도 참 의미없는 일들이었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최근 정유정의 종의 기원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유명한 작가라고 하는데 별로 관심은 없었으나... 젊은 작가이고 과연 지금 한국 순문학 소설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생각에 보게 되었습니다.


결론은 이겁니다. 크게 변한 게 없다. 


젊은 그리고 변화한 시대의 감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소재가 싸이코 패스 그중에도 가장 위험하다는 프레데터라는 등급의 최상위 포식자를 다루고 있습니다. 장르 소설에선 수도 없이 다뤘겠으나 순문학에선 그리 자주 사용된 건 아닐 겁니다.


다 좋습니다. 싸이코패스인 그와 그가 어떤 심정으로 타인과 부모와 친지와 의형을 죽이는가... 이런 부분에 대해 충분히 설명되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때론 전율하게 만듭니다. 


흡입력이 있습니다. 흔히 문피아에서 중요하게 말하는 대중을 빨려들게하는 흡입력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 흡입력이 소설 페이지의 절반을 부채 부치듯 휘리릭 넘겨야 나온다는 겁니다. 심지어 인과관계에 대한 이해도 됩니다. 소설의 절반을 대충 휘리릭 넘겨봐도 말입니다. 


그럼 그 넘겨버린 절반은 대체 뭘로 이루어져 있냐고요? 

심리와 상황 묘사입니다. 그리고 문체에 대한 집착, 어떤 심리를 어떻게 어떤 단어로 얼마나 특색있게 묘사하느냐... 


이 소설의 절반은 다 그것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한국 순문학의 형태이죠.


그래서 아쉽습니다. 적어도 돈되는 대중의 다수는 문체가 아니라 플롯을 원합니다. 그래서 대체 네 책의 내용은 어떻게 진행되며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라는 것이죠.


순문학과 장르 문학은 이제 서로 그 간격을 좁혀야 합니다. 이대로 한국 문학 시장이 외국 문학에 먹히지 않고 그리고 너무도 가볍고 비슷하게 반복되는 웹소설의 한계도 뛰어넘어 질적 성장을 이룩하려면 말이죠.


그래서 너무 아쉽습니다. 

아직도... 아직도 한국의 진짜 [문학가]들은 이 낮은 곳으로 내려와 줄 생각이 없는가 하고 말입니다...








댓글 2

  • 001. Lv.34 Sohae

    17.01.25 18:38

    좋아하는 글의, 좋아하는 작가님의, 좋은 고찰인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식으로 글을 쓰다가 부질없다는 걸 최근에서야 느끼고 그냥 간단명료하고 서사중심의 문장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뭔가 훨씬 글이 매끄럽고 좋아진 느낌입니다. 심지어 그토록 공을 들였던 심리묘사에도 오히려 간단하게 쓰는 게 더 핵심을 찌르는 느낌을 주더군요.

  • 002. Lv.24 복복

    17.01.26 22:49

    소설을 쓸 결심을 하며 입문 느낌으로 읽었던 작법서에도 간단한 묘사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오더군요. 그때 당시엔 그럴수도 있겠다 했는데 실제로 쓰다보면 문체의 유혹에 빠져서...

    다만 그렇다고 모든 글에 직관적인 묘사만 하다보면 분명 언젠가 자신에게 회의가 들것이 분명하단 말입죠. 왜 내 글은 언제나 똑같냐구요...

    글이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에 같이 생각해 주시고 이렇게 덧글까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소님만의 색과 멋이 뚜렷하게 빛나는 문장을 손에 잡으실 시기가 어서 오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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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작성일
» 내 일상 | 정유정의 종의 기원을 읽고 *2 16-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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