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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복 님의 서재입니다.

코쟉 더 베가본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복복
작품등록일 :
2017.10.11 23:57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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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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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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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십자로 (6)

DUMMY

“또 다른 편지를 받았소. 그 편지의 주인이 이미 가까이 와 있는 것 같더군.”

파더 데블의 목소리는 음울하기 짝이 없었다. 시커멓게 물든 그의 얼굴은 악마라는 놈을 만나기도 전에 황천길로 갈 듯 위태해 보였다. 그의 앞엔 예의 그 다섯 명이 모여있었다.

“코르소, 자네가 주문한 물건들은 언제쯤 오지?”

“이제 곧 옵니다. 걱정 마시죠, 파더 데블. 이번 물건들의 영험함은 기존에 모아두었던 어떤 것보다도 뛰어납니다. 그 악마란 놈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분들의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소?”

“걱정 마십시오, 파더 데블.”

듀난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손가락을 흔들자 푸른 빛으로 빛나는 복잡한 문자열이 나타났다.

“이미 말씀 드렸을 겁니다. 놈은 그저 마법사일 뿐이라고. 어제 드디어 현장에 남긴 마력의 흔적을 발견해서 미로에 있는 마력 연구학회에 결과를 넘겼습니다. 일치되는 케이스가 있는 것 같다고 회신을 받았으니 곧 놈의 신분이 밝혀질 겁니다. 이제 그만 의심하십시오. 놈은 그저 인간, 그리고 마법사일 뿐입니다.”

“그런가?···”

“아니, 아니오이다.”

부정적인 의견을 낸 건 수부타이였다. 그는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수부타이는 어제 내내 명상하며 천지만물에 떠도는 조상님들의 영혼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수부타이에게 경고하셨습니다. 지금 다가오는 악귀는 실로 거대하고 강력한 존재이니 각별히, 각별히 주의하라고 수부타이에게 들려주셨습니다.”

“그런가?···”

“이 악귀의 정체는 꼬리 아홉 달린 여우! 동방에선 구미호라 부르는 대요괴입지요. 천 년을 살아온 괴물이며 인간을 유혹해 간을 빼먹는 게 목적이옵니다. 귀인(貴人)께 붙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 수부타이 생애에 이런 숙적을 만나게 되다니 실로 감개무량하기 이를 데-“

“뭐어~ 라고?”

듀난이 경멸하는 표정으로 사이에 끼어들었다.

“요괴? 천 년을 살아온 여우?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감히 미로의 마법사 앞에서 돌리오네씨를 현혹하려는 것인가? 네놈, 동방의 무엇무엇이라 떠드는 건 좋다만 귀하신 분 앞에 올 땐 최소한 목욕이라도 하고 오지 그러나? 냄새가 지독하다.”

“흐흐흐흐.”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던 수부타이가 자기 가슴팍을 열어 보였다. 종기 같은 혹이 우수수 나 있는 걸 보자 듀난은 입을 막으며 뒷걸음질 쳤다.

“우욱···”

“수부타이는 미안하게도 이런 몸이라서. 아마 물이 닿으면 더 썩어 들어갈 것이니.”

“병에 걸렸는가! 그런 더러운 몸으로 감히 돌리오네 씨 앞에-“

“병이 아니라 인간의 몸으로 감히 천기를 읽었기에 받은 대가일세. 모든 것엔 대가가 있을 따름이니··· 그리고 주제도 모른 채 하늘에 도전하려는 어리석은 서쪽 대륙의 무당들은 반드시 끔찍한 파멸을 맞고 말 것이니라.”

“닥쳐! 누가 무당이냐. 우리는 세계를, 아니 만물의 이치를 손에 넣고 흔드는 위대한 마법의 길을 걷는 자들이다. 위대한 지성의 상징이며 시공의 혁명가들이다!”

“이제 그만!”

듀난이 찔끔하며 입을 다물자 돌리오네는 피곤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수부타이, 너의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느냐.”

“네, 귀인이시여.”

수부타이가 고개를 숙이며 몸을 조아렸다.

“이 악귀가 어떤 힘을 가졌을진 모르나 함부로 범접하지 못하도록 귀인의 방과 저택에 동방의 신비한 진법을 펼쳐 놓았나이다. 이제 사악한 것들이 절대 귀인께 다가올 수 없을 것이오니 염려 놓으소서.”

“정말 바보 같은 소리군. 그렇다면 돌리오네씨께선 저택 밖으로 평생 못나가신단 거냐?”

“어쩔 수 없는 필요한 조치일 뿐이니라. 서쪽의 무당아.”

“시끄럽다! 동방의 신비한 퇴마사? 웃기고 있군! 좀 생각을 하고 일을 벌이시지?”

서로 비난을 퍼붓는 그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던 돌리오네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히죽대는 코쟉은 넘어가고 붉게 물든 사제복의 암브로시우스에게 말을 건넸다.

“암브로시우스. 그대는 어떠한가?”

“······”

“그간 식사도 수면도 하지 않고 무얼 했는가? 부하들의 얘기론 가져간 피로 지하실에 의미 모를 문자와 기호만 잔뜩 그렸다 하던데.”

듀난과 수부타이가 언쟁을 벌이는 가운데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의 암브로시우스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 손가락 두 개를 들어 보였다.

“지금 이곳에··· 와 있는 것은··· 둘이오···”

“뭐라고?”

“그리고 하나는 이미··· 이곳에 있소.”

“···그건 설마 미스터 블루스를 말하는 겐가?”

암브로시우스는 더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공허히 천장만 올려다 보았다. 몇 번의 질문에도 입을 열지 않자 두 손을 든 돌리오네는 결국 답답한 표정으로 코쟉을 쳐다보았다.

“혹시 그대는 뭐 할말 없소? 골치 아파하던 당신의 그 날카로운 몽둥이도 아무 반응이 없고?”

“모르오. 다시 말하지만 난 놈을 아주 싫어하오.”

“···알겠소. 뭔가 느껴지는 게 있다면 말해주시오.”

“거참 난 무당이나 점쟁이가 아니라니까 그러네. 이거 보쇼,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긴 뭣한데. 날 여기 끌어들인 건 정말 실수한 거요. 약은 의사에게 칼은 대장장이에게~ 이런 거 모르쇼?”

돌리오네가 미간을 찡그리며 혀를 찼을 때 밖으로 나갔던 부하들이 돌아왔다. 아까 미스터 블루스의 뒤를 쫓으려 달려 나갔던 자들이었다.

“죄송합니다, 파더 데블. 놈은··· 마치 증발한 듯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럴 거다. 놈을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다면 이미 십 년도 전에 벌써 찾아냈어.”

“말씀대로였습니다. 헌데··· 우리에게 편지를 전했던 남자 말입니다.”

“그 병약해 보이던 자? 그자는 왜?”

“혹시··· 파더 데블께선 그자가 누군지 아십니까?”

“내가 그런 볼품없는 자에게까지 신경 써야 하나? 전혀 모르는 자이다.”

“······”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자 돌리오네는 짜증스럽게 손을 휘저었다.

“대체 뭣 때문에 그렇게 있는 거냐. 그자가 자살이라도 했다더냐?”

“네··· 파더 데블.”

“우리 가족도 아닌데 신경 쓸 필요 있나? 평소엔 툭하면 무덤지기를 부르게 해, 내 골치를 썩이더니 지금은 왜이리 감상적이 됐는지 모르겠군.”

“파더 데블··· 그 자는··· 그자는 이미 죽었습니다.”

“그래, 너희가 지금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아닙니다, 파더 데블.”

대답하는 패거리들의 얼굴은 하나 같이 핼쑥해져 있었다.

“그자가 죽은 건··· 벌써 일년도 전의 일입니다.”

“···뭐라고?”

“검은 피부 남자의 흔적이 없어 편지를 전한 놈이 거짓말을 했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놈을 찾으려 하다 보니 ··· 그는 일년 전,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자살했던 남자라고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럼 아까 우리가 봤던 그자가 무덤에서 다시 돌아온 망자라도 된단 말이냐?!”

짜증스런 호통과 동시에 저택 안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저택에서 일하던 여성 하나가 혼이 빠질 것 같이 고함을 지른 것이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은 편지를 전했던 남자, 아니 적어도 무덤에서 일년은 썩었을 것 같은 부패한 시체 하나가 목을 매고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시체의 발 밑에 예의 그 편지가 또다시 놓여 있었다.


『『 나의 친구, 존 로버트 돌리오네.

저택을 더럽힐 것이니 미안하네. 허나 사업은 사업이지.

목을 맨 남자는 일년 전 자네 가족들에게 구타를 당한 후,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지. 그러면서 나의 고객이 되었네.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굴욕적인 죽음을 맞게 해달라더군.

겪어봐서 알겠지만 내 서비스는 품질이 높다네.

미스터 블루스 』』


“지, 지랄··· 개수작 떨지마!”

괴성을 지르며 달려든 건 돌리오네의 부하들이었다. 한결 같이 일그러진 얼굴로 그들은 시체에 대고 침을 튀기며 욕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뼈다귀가 된 놈이 어쩔 건데? 우리한테 맞아서 자살했어? 어쩌라고? 어쩌란 말이야?”

“쥐새끼 같은 놈. 살아있었으면 한번 더 죽여줬을 거다! 네놈 마누라랑 애새끼도 같이!”

“복수? 해봐! 해보라고 이 패배자야. 넌 죽었고 우린 살았어!”

그들의 얼굴에선 공포가 엿보였으나 그걸 애써 분노로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돌리오네는 창백해진 얼굴을 떨리는 손으로 가리며 중얼거렸다.

“멍청한 것들··· 너흰 이미 끝났어.”

“네? 무슨··· 어억!”

갑자기 돌리오네의 수하들이 비명을 질렀다. 새파랗다 못해 보라색이 된 얼굴로 그들은 가슴을 움켜잡고 허리를 굽혔다.

“어··· 어··· 으어어억!”

붉게 충혈된 눈알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그리고 괴이하게도 모두들 허리를 앞으로 굽히며 두 손을 자기 엉덩이로 가져갔다.

“으어··· 으어어··· 으어아아아아악!”

펑! 찌이익!

무시무시한 소리가 들렸으나 얄궂게도 그건 그들의 바지가 터져나가는 소리였다.

엉덩이를 통해 튀어나온 건 뼈, 즉 사람의 해골이었다. 돌리오네의 수하들은 서로의 해골이 항문을 찢고 바지를 파헤치며 튀어나오는 걸 두 눈으로 봐야만 했다. 피에 젖은 해골들이 깔깔대듯 턱뼈를 달그락거렸다.

딱딱딱딱딱~

살과 가죽을 헤집고 나온 뼈다귀들은 축제라도 하듯 겅중겅중 사방을 뛰놀다 저택의 바깥을 향해 몰려갔고 문을 나선 순간 그대로 무너져 한 무더기 해골의 산으로 변하고 말았다.

“히··· 히힛··· 이히히힛··· 깔깔깔깔!”

모든 걸 지켜보던 여성 하나가 실성한 듯 눈을 뒤집고 낄낄대기 시작했다.

산채로 몸 속의 뼈가 사라진 돌리오네의 수하들은 달팽이처럼 흐물대는 꼴로 바닥에 죽처럼 늘어졌고 비참하게 벌어진 항문 출혈 때문에 살아남은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크아아아악!”

돌리오네는 괴성을 지르며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땅에 내리쳤다. 파더 데블이라 불리던 이명에 어울리지 않게 그의 입에서 침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놈! 이 빌어먹을 노오오오옴!”

피와 오물로 난장판이 된 참극 가운데서 사람들은 숨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그저 미쳐버린 여자의 흐느낌과 파더 데블의 거친 숨소리만이 간간히 들려올 따름이었다.

한참 동안 씩씩대던 돌리오네는 뚱한 표정으로 이 모든 걸 바라보던 듀난에게 한마디 내뱉었다.

“그래··· 이래도 악마는 없다고 할 셈이오, 마법사 양반?”


******


“넌센스다.”

돌리오네가 사라진 뒤, 듀난 맬서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마법사가 아니라면 이해가 불가능하겠지만 이 따위 악취미짓, 마음만 먹으면 나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어떤 놈인지 모르겠지만 잡히기만 하면 내 이놈을 반드시-“

“그거 꼭 자신에게 다짐하려는 말 같은데.”

다분히 시비조의 코쟉을 보고 마법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냐, 네깟 놈이 마법의 심오함에 대해 뭘 안다고 나서지?”

“좀 알지, 극에 달한 마법도 세치 혓바닥 앞에선 속절없이 무너진다는 거. 내 손에 죽은 마법사들 모두 입에 기름칠하고 떠들어주면 정신을 못 차리더라고.”

“마법사를 죽여? 네놈이? 웃기지 마라, 원시인. 흉하게 부푼 그 근육이 네 자만심마저 비대하게 만든 모양인데 그걸로 마도(魔道)를 걷는 자의 털끝 하나 다치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털뿐 아니라 가죽까지 조져 봤다. 너 미로 출신이라고 했냐? 내가 전에 너네 동네 마법사 한 놈의 모가질 딴 적이 있거든. 그 새끼 목에 단검이 처박힐 때, 그 병신 같은 표정을 네가 봤어야 하는 건데.”

“원 빌어먹을! 파문 당한 사제에 동방의 무당에 근육으로 마법살 죽인단 미친놈까지! 정말 여긴 지긋지긋한 놈들만 모여들었군. 흥!”

코웃음 친 듀난은 꽤나 열이 받은 듯 옆을 지나가던 고양이 하나에게 손가락을 향했다.

캬아아아옹!~

찢어지는 듯한 괴성이 들리고 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등에서 척추가 뽑혀 나왔다. 피에 젖은 고양이의 뼈가 장난치듯 허공에서 맴돌았다.

“보았느냐? 굳이 하자면 아까 같은 일은 별 것도 아니다. 그건 그저 질 낮은 염력 마법의 응용일 뿐이야.”

“아, 그러셔? 술사가 눈앞에 있지도 않은 상황에 원격으로, 그것도 열명에 가까운 인원을 동시에 그 꼴로 만드는 게 지금 네가 고양이 하나 피곤죽으로 만든 거랑 같다고 생각해?”

“······흥!”

말없이 자리를 뜨는 그의 뒤로 코쟉은 대놓고 야유를 퍼부었다.

“잘난 마법 결계를 펴놨다면서 이딴 일이 벌어진 건 뭔데? 위대한 엘리트 코스의 마법사님도 별수 없으신가 보구만, 앙?”

“끌끌끌. 수부타이도 당신, 무뢰배와 같은 마음일지니.”

몸이 뒤틀린 노인은 기괴하게 웃음지었다.

“서쪽 대륙 무당들의 오만함은 반드시 징벌 받으리라. 왕후장상을 가리지 않고 업의 대가는 치러야 하는 법이니.”

“너는 뭐 다른 줄 아냐, 이 늙다리야? 퇴마사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저번에 너가 쓴 거 흑염미지?”

“···으응?”

눈썹 없는 수부타이의 눈꼬리가 뒤틀렸으나 코쟉의 혓바닥은 현란하게 휘돌았다.

“맞잖아, 임마. 소금 쳐 놓으면 점점 색깔이 검게 변하는 쌀. 그걸로 발자국이 저절로 생기게 해서 사기친 거잖아.”

“글쎄··· 난 도통 무슨 소린지.”

“얼씨구, 이젠 수부타이가 아니고 ‘난’ 이라고? 이거 봐, 동쪽 대륙의 퇴마사님. 우리 컨셉은 좀 동일하게 유지하자고.”

슬그머니 일어나 자리를 피하는 수부타이의 등에도 코쟉의 중지가 내질러졌다.

“저 영감의 손에 사지가 잘려 강에 던져지기 싫으면 빨리 튀는 게 좋을 거다. 작업을 걸려면 상대를 가늠해보고 해, 이 아마추어야.”

“하··· 거참. 댁은 진짜 무시무시하구만.”

코르소가 질렸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당신 무슨 사기꾼 감별사라도 되오? 마법사를 쪽 주더니 이젠 저 영감 정체까지 밝히는군. 저절로 색이 변하는 쌀이라··· 저런 괴상한 물건도 있었나?”

“동쪽 대륙 것이니 넌 모를 수 있어. 사실 저건 왕들도 속여넘기던 물건이라 지금은 방법 없지. 재수 없게 날 만난 걸 불행으로 여겨야 할 거다.”

“당신은 대체 그런 걸 어떻게 다 아슈?”

“저게 얼마나 유서 깊은 사기질인지 고발하는 기록이 있었거든. 아! 아직은 그 기록 안 생겼겠네. 앞으로 대충 백 년 정도 지나면 생길 거야, 킬킬킬.”

“백 년? 당신 대체 뭔 소릴 하는 건지··· 어휴.”

고개를 흔들며 코르소마저 사라져가자 홀에 남은 건 코쟉과 기이한 표정으로 연실 뭔가 중얼거리던 암브로시우스 사제뿐이었다.

“음침한 사제 양반. 댁은 또 어떤 종류의 사기꾼이야? 이제 보니 저 영감의 운빨이란 거 다 개뻥이네. 마법사놈 말마따나 여긴 사기꾼에 사기꾼만 드글드글해. 웃기지도 않아서 원.”

“······”

암브로시우스는 눈앞에 펼쳐진 참상에도 지금껏 손가락 하나 까닥 않고 자리에 서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사라지고 코쟉과 둘만 남게 되자 허공만 바라보던 그의 눈이 정면을 향했다.

“갑자기 뭘 그렇게 쳐다봐? 미안한데 난 그쪽 취미는 아니야. 옛날에 해봤는데 영 별로더라고.”

“······”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코쟉은 눈살을 찌푸리며 주먹을 그의 코앞으로 가져갔다.

“시펄, 말귀 못 알아들어? 전직 사제시라면서 취향이 너무 정반대로 튕겨나가셨구먼?”

“···눈이 없는 새.”

“뭐?”

“눈이 없는 새에게··· 반드시 주목하시오.”

“갑자기 뭔 희한한 소리야, 이 양반?”

떨떠름한 표정의 코쟉을 남겨두고 암브로시우스는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그의 뒷모습에서 알 수 없는 불쾌함을 느낀 코쟉은 피바다가 된 홀을 바라보다 한숨을 쉬었다.

“아, 귀찮아. 그 악마란 놈, 주먹으로 조질 수 있다면 그냥 내가 박살내버리고 끝내면 안될까? 응? 똥색 괴물아?”

그의 왼쪽 눈은 평소와 다름없이 침묵하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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