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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복 님의 서재입니다.

랜선을 타고 날리는 죽빵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복복
그림/삽화
타르
작품등록일 :
2017.06.26 17:00
최근연재일 :
2017.08.29 20:16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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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8,234

작성
17.07.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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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다이브 살인(3)

DUMMY

‘볼 때마다 이상한 거지만 이 [INFECTION] 이란 건 뭘 의미하는 거지?’


Net상에서 경찰의 연쇄살인에 관한 보고서를 엿보던 정의의 머리 속에 또 한번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NETMAN이 되어 관할 경찰서 기밀 자료에 접촉한 순간 이 감염(INFECTION)이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어떤 땐 뜨고 어떤 땐 뜨지 않는 묘한 단어였다.


“삘리뿌뿌 뿌잉삥.(내가 무슨 바이러스라는 거야 뭐야.)”


흔히 생각하는 컴퓨터 바이러스가 떠올랐으나 그래봐야 기분이 나빠지는 것 외에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정의는 다음 번엔 신아영에게 꼭 이것에 대해 물어보리라 생각하며 차분히 자료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그는 곧 이를 악물며 신음을 내뱉었다.


【【 XX동 연쇄 살인 사건 보고


현장 감식 결과


지문, 혈흔, 체모 등 피해자의 것을 제외한 그 어떤 것도 발견되지 않음.


현관 및 창문, 다용도실 등 사건 현장 그 어느 쪽에서도 침입 흔적 없음.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기타 이물질의 흔적 전혀 없음.


특이사항 – 현장 내부 곳곳에 강한 충격으로 파손된 부위가 있음. 파손 강도로 보아 특수한 도구를 사용한 것으로 보임. 】】


“뿌삡···(젠장···)”


정의는 단번에 불안감을 느꼈다.

민간인인 자신이 읽어봐도 이 보고서는 의문투성이에 범상치 않다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보고서는 계속 이어졌다.


【【 XX동 연쇄 살인 사건 보고


사체 검시 결과


피해자는 두부에 가해진 한번의 충격으로 인해 안면 분쇄로 사망. 가해진 충격은 최소 1.5톤으로 추정.


현장 곳곳을 파손한 도구를 이용해 피해자를 살해했을 것으로 추정됨. 】】


“빠빱삐뽀···(역시 다이버야···)”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이건 그냥 괴이한 사건으로만 보일 뿐이겠지만 G. O. D를 사용하는 다이버라면 얘기가 달랐다. 아마 한번에 감이 올 것이다.


게다가 정의는 이 녀석이 어떤 타입인지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프로 복서의 펀치력이 1톤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고정된 물체를 쳤을 때의 추정치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그것마저 훨씬 상회하는 이런 파워라면··· 이 녀석은 인남이처럼 근력이나 격투 기술을 주로 업그레이드한 전투형 NETMAN임에 틀림없어. 아니···’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변신한 상태였기에 실제로 몸에 땀이 흐르진 않았지만 그런 느낌이었다.


이 연쇄살인의 범인은 그저 랜선을 타고 날아가 뒤통수나 한번 갈겨주면 해결할 그런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들과 똑같은 능력. 똑같이 랜선을 타고 날며 랜선 콘센트만 있다면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예측이 불가능한 NETMAN이자 인간의 머리를 일격에 분쇄하는 엄청난 힘을 지닌 살인마였다.


그리고 아마 그 힘은 인남 이상일 것이었다···


**********


“최비서, 평소처럼 관리 좀 해줘요.”

“알겠습니다, 남이사님”


남신우 이사는 이사실의 문을 닫고 문을 잠궜다. 그러자 최비서가 문 앞에 명패를 바꿔 걸었다.


[Break Time]


청해물산에서 남신우 이사의 위치는 독보적이었다. 초기 공동 설립자이기도 했으며 회사가 커지기까지 많은 고비들을 성공적으로 넘긴 주역이 바로 그였다.


좀 우유부단하고 유약한 사장과 달리 남신우 이사는 매우 파워풀하고 카리스마 있는 리더였다.


그런 그의 오랜 버릇 중 하나가 점심 시간 이후 따로 한 시간 가량 개인 휴식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이때만큼은 그 어떤 전화도 방문도 심지어 사장조차 그를 만나지 못했다. 바쁜 회사 생활 중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는 자기만의 시간을 내는 것이 남신우 이사의 자기 관리법이었고 청해물산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흐음··· 골치야···”


평소 같으면 일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유운식품과의 트러블은 어쩌면 회사의 명운과도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남신우 이사는 컴퓨터에서 관련 서류 몇 개를 꺼내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최종적으로 유운식품과의 계약을 끝낸다는 문서였다.


“해야만 하는 일이지만··· 그 뒤에 들어올 보복을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문제군···”


청해물산은 남신우 이사가 유운식품과의 계약을 따내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변했고 계약을 따냈던 남이사의 손으로 다시 그 계약을 끊어내게 된 것이었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그는 서류창을 닫고 미간을 움켜쥐었다.


“응?”


그런데 그때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다


- 남신우 이사님이십니까? –


묘한 일이었다. 남이사는 원래 메신저를 잘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직접 만나 눈과 눈을 맞대고 말하는 타입이었고 그 특유의 카리스마로 대화의 기선을 잡는 데에 능숙했다.


그런 만큼 메신저 명을 남에게 잘 알려주지도 않아 그와 메신저로 대화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였다.


무엇보다··· 자신은 이런 메신저 명을 가진 사람을 등록한 적도 대화할 수 있게 허용한 적이 없었다.


[ [email protected] ]


- 미안한데 누구시죠? 난 그쪽과 대화하도록 승인한 적이 없는데요. –

- 승인은 필요 없습니다. 이 대화는 일방적으로 가는 거라서요. –


남신우 이사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소리지? 메신저 시스템이 그새 바뀌었나?’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메시지 받는 사람이 동의를 안 하는데 멋대로 대화를 걸 수 있으면 난장판이 될 것이 뻔한데···


그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져 까칠하게 반응했다.


- 누군지 모르겠지만 메신저에서 내 대화명을 삭제하세요. 이런 식으로 누군지 밝히지도 않고 대뜸 말 거는 거 굉장히 불쾌하군요 –

- 제가 누군지는 아실 텐데요. –

- 뭐라고요? 그쪽이 누굽니까? –

- 저 김사린입니다. 지난 번에 뵈었는데 기억력이 별로시군요. –

- 뭐가 어째요? –


남신우 이사는 갑자기 화악 열이 올랐다.

설마하니 유운식품은 고작 해야 과장급도 아닌 대리 따위에게 협력사 이사의 메신저 명을 떡하니 던져주고 일대일 교섭을 하게 만든단 말인가?


그러고서 나랑 메신저로 협의하라고? 사람을 우습게 봐도 유분수지!


그는 벌컥 화를 내었다.


- 정말이지 유운식품은 무례하기 짝이 없군요.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였습니까? –

- 왜 그리 화를 내십니까? –

- 난 청해물산의 이사요. 그런 내가 고작해야 유운식품의 대리와 이런 메신저로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중차대한 이야기를 할 것 같소? 아무리 양보해도 최소한 직접 찾아와 얘길 해야 하는 것 아니오! –

- 지금 뭔가 잘못 파악하고 있으신 모양이군요. 전 이사님과 그런 얘길 하려고 이 메신저를 사용한 것이 아닙니다. –

- 뭐라고요? –


그럼 대체 뭣 때문에 말을 걸었단 말인가? 얼굴까지 시뻘개진 남신우 이사가 거칠게 키보드를 두들겼다.


- 그럼 도대체 뭐 하러 말을 건 겁니까? –

- 당신이 있는 곳을 파악하려는 거지요. –

- 뭐라고? –


그 말을 끝으로 메시지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폭발한 남이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자들이 날 모욕하려고 작정을 한 건가! 이런 예의라곤 쥐뿔도 모르는 애송이를 시켜서-“

“당신은 곧 시체가 될 텐데, 고깃덩이에게 내가 왜 예의를 지키겠습니까?”

“뭣?!”


허공에서 그리고 그의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남이사가 잽싸게 고개를 돌린 바로 그 순간···


【콰직!!!】


남신우 이사의 건장한 몸이 밑으로 떨어지는 롤러코스터처럼 홱~ 하고 아래로 내리 꽂혔다. 그의 뒤통수가 책상을 부수고 키보드를 뚫으며 한 순간에 바닥까지 떨어져 내렸다.


하늘로 향한 그의 양 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시신이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체 불명의 습격자는 바닥에 처박힌 남이사의 얼굴 속에 들어간 것을 쑤욱 뽑아내었다. 붉은 피가 발려진 그것은 분명 인간의 손이었다.


“흥···”


코웃음을 친 그는 붉게 번들거리는 주먹을 허공에서 휘적휘적 놀려 보였다.


“킥···”


참고 있던 것이 터지려는 듯 묘한 숨소리도 들려왔다. 그런데 그때 밖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남이사님? 남이사님, 무슨 일 있으세요? 방금 엄청 큰 소리가 났는데 뭘 떨어뜨리셨나요?”

“······”


여성의 목소리에 대답해야 할 당사자는 지금 두 발을 하늘로 향한 채 나무 책상 속에 머리부터 처박혀 있었다. 대답해야 할 입은 이미 형체도 볼 수 없게 짓이겨진 뒤였다.


그러나 그 순간···


“아~ 내가 조금 화가 나서 뭘 좀 집어 던졌어요.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문 밖의 여성에게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걸 들은 그녀는 안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휴~ 그러셨군요. 네, 알겠습니다. 부서진 물건은 나중에 사람 불러서 치워놓을게요. 몸에 안 좋으니까 너무 성내지 마셔요, 이사님.”

“그래요, 고마워요~”


온화한 대답에 이어 문 밖에서 인기척이 사라지자 그와 함께 방안에 있던 습격자의 기척도 천천히 사라졌다.


우스꽝스럽게 공중으로 뻗친 남이사의 두 다리 사이에서 모니터 화면이 번쩍거렸다.


그리고 동시에 방금 있었던 두 명의 대화 내용이 천천히 지워지기 시작했다. 가장 마지막 대화부터 위로 거슬러 올라가며 천천히··· 하나, 둘, 셋···


그렇게 모든 대화 내용이 지워지자 마지막으로 남신우 이사의 메신저 목록에서 방금 대화하던 사람의 메신저 명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마치 원래부터 그런 인물은 없었다는 듯이···


**********


청해물산 본사에서 여성의 찢어지는, 소름끼치게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 것은 퇴근시간이 가까워서였다.


그것은 참으로 비참하고 끔찍한 비명이었다.


당연했다,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현실에선 있기 힘든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나··· 남이사님?···”


남신우 이사의 시체는 거꾸로 처박힌 허수아비처럼 그의 책상에서 물구나무를 서고 있었다.


나무 책상을 부수고 들어간 그의 안면부는 다진 고기처럼 완전히 분쇄된 상태였고 끔찍한 피비린내와 밖에서 들어와 식사중인 수많은 날파리들로 인해 그 방안은 지옥의 한 귀퉁이로 변해있었다.


남이사의 비서인 최비서는 특출날 것 없는 보통 여자였다. 그러나 그녀는 여자만의 감으로 그 광기 어린 장면의 본질을 정확히 표현하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살인이야아아아!!!~~~”




작가의말

뚜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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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다이브 살인(4) +5 17.07.14 776 19 12쪽
» 다이브 살인(3) +2 17.07.13 730 23 11쪽
22 다이브 살인(2) +1 17.07.12 836 29 14쪽
21 다이브 살인(1) 17.07.11 834 29 11쪽
20 Old soldiers Naver die(3) +8 17.07.10 946 28 14쪽
19 Old soldiers Naver die(2) +2 17.07.10 1,494 31 11쪽
18 Old soldiers Naver die(1) +1 17.07.07 1,082 31 11쪽
17 변수 +3 17.07.06 1,144 36 15쪽
16 제 2차 메인터넌스 +7 17.07.05 1,257 49 14쪽
15 너는 고자라니 +10 17.07.04 1,307 48 13쪽
14 이 남자가 사는 이유(5) +4 17.07.03 1,271 52 13쪽
13 이 남자가 사는 이유(4) 17.07.03 1,333 42 13쪽
12 이 남자가 사는 이유(3) +3 17.07.01 1,369 46 12쪽
11 이 남자가 사는 이유(2) +1 17.06.30 1,700 48 11쪽
10 이 남자가 사는 이유(1) +9 17.06.30 1,571 46 12쪽
9 제 1차 메인터넌스 +2 17.06.29 1,685 54 13쪽
8 등골 브레이커(3) +6 17.06.29 1,701 58 13쪽
7 등골 브레이커(2) +9 17.06.28 1,731 50 12쪽
6 등골 브레이커(1) +3 17.06.28 1,828 51 12쪽
5 그것이 손에 들어온 날(4) +5 17.06.27 1,785 64 15쪽
4 그것이 손에 들어온 날(3) +5 17.06.27 1,916 61 12쪽
3 그것이 손에 들어온 날(2) +8 17.06.26 2,178 55 13쪽
2 그것이 손에 들어온 날(1) +6 17.06.26 2,620 59 10쪽
1 프롤로그 +8 17.06.26 3,045 6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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