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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복 님의 서재입니다.

랜선을 타고 날리는 죽빵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복복
그림/삽화
타르
작품등록일 :
2017.06.26 17:00
최근연재일 :
2017.08.29 20:16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51,223
추천수 :
1,499
글자수 :
268,234

작성
17.06.26 18:00
조회
2,619
추천
59
글자
10쪽

그것이 손에 들어온 날(1)

DUMMY

“그러니까 말입니다. 이렇게 게임을 만들면 좋지 않겠어요? [재밌다구리~ 이거 하면 좋다구리~ 가서 몬스터 100마리 죽여와라구리~] 어때요? 으하하하!”

“아··· 네···”


낙하산···

사장의 사촌인지 뭔지 하는 저 배 나온 남자는 ‘개발 이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오늘 갑자기 회사에 나타났다.


그러더니 자기에게 기막힌 게임 아이디어가 있다고 이거대로 하면 대박 터질 거라고 개발팀 전원을 불러온 것이었다.


이미 일년 반이 넘게 개발하던 게임이 있었는데 그걸 전부 다 뒤집자고 하면서 말이다···


“진짜 좋은 아이디어 같네요!”


조금 위로 올라간 팀장의 입꼬리가 슬쩍 떨렸지만 보신(保身)에 능한 그는 곧 빠르게 태세 전환해서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아부를 시작했다.


“저희는 너무 업계 관행에만 물들어서 이런 참신한 생각을 못합니다. 이사님 진짜 놀라운 혜안을 가지셨네요. 부럽습니다.”

“으허허허!~ 뭐 이런 걸 가지고 다~”


안정의는 뿌득하고 이를 갈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그간 치료비로 얼마가 깨졌는데··· 치과 치료는 이제 그만 사양이다.


‘시이바아르···’


욕이 목구멍까지 튀어 나왔다.


팀장이라면 이럴 때 나서서 막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 게임 개발의 ABC도 모르는 어중이 떠중이가 와서 한마디 한다고 2년 가깝게 피땀 흘려 만든 걸 모조리 날려버릴 셈인가?


이대론 참을 수가 없다. 도저히···


“이사님 그런데요.”

“······네?”


이사란 작자의 얼굴에 슬쩍 경련이 일었다.


평사원이랑은 말도 섞기 싫은가 보지? 그래도 할말은 해야겠다. 이게 대체 뭐야? 구리? 구리구리? 도대체 그게 무슨 개그 코드야?


“그럼 이 게임은 어떤 플레이 요소를 가지고 있나요?”

“어··· 네?··· 어··· 그것은?···”

“그리고 기존에 개발하던 게임은 15~30세 사이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하드코어 액션 PVP 장르인데 이제 MMORPG로 변경되는 건가요?”

“어··· 하딩코딩? 엠멤모? 어··· 그게 뭐지 그게···”


주변 팀원들이 눈치를 주고 있었다. 이사의 얼굴에 당황과 함께 불쾌감이 묻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아까 말씀하신 그 대사 말인데···”

“아! 그래요~ 구리! 구리구리구리!!!~ 얼마나 웃겨요 으허허허!~ 대박 나겠죠?”

“아뇨, 그건 그냥 게임 대사구요··· 원래 유저들은 게임 내 대사 같은 건 잘 읽지 않거든요. 잘해봐야 한 5% 정도가 스토리나 대사에 관심을 둘까요? 그래서 말씀 드리는 건데 이 게임은 어떤 성공 요소를 가지고 있는 건가요?”

“어··· 음··· 그게···”

“쉽게 말씀 드리면 어떤 부분을 어떻게 만들면 재미 요소를 구현할 수 있는지 질문 드리는 겁니다.”

“이미 말했을 텐데요? 대사를 웃기게, 그리고 스토리를 재미있게 쓰면···”

“···저기요, 이사님.”


양손에 얼굴을 묻고 후우하고 한숨을 지었다.


누군 간 이런 날 예의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만 이건 정말 아니잖아···


18개월이 넘게 피와 땀과 눈물 그리고 정말 재미있는, 좋은 게임 만들어 보겠다고 쏟아 부은 내 청춘, 내 열정. 그걸 한방에 날려버리라고?


“대사나 스토리 재미있게 써서 성공하는 건 게임이 아니라 소설이구요··· 게임은 뭔가 재미있게 ‘할’ 것이 있어야죠···”


침묵이 흘렀다.

날리지 말아야 할 결정타를 날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동료들의 눈빛이 따가웠지만 그냥 무시했다. 그러자 의자에 풀썩 등을 기댄 ‘이사’라는 작자가 재수없게 목소리를 깔았다.


“안정의 씨라고 했죠?”


그리고 결국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말이 나왔다.


“거 참··· 똑똑하시네에?~”


**********


“야··· 넌 대체 성격이 왜 그 모양이냐?”


팀장은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성질을 부렸다.

안정의는 회사 건물 옥상에 끌려가 쪼인트를 까이는 중이었다.


“아~ 진짜 너 개념 없네. 세상 그렇게 살아서 어떡할래? 너만 성질 있어? 너만 성격 있냐고?”

“팀장님, 이건 정말 아니잖습니다. 우리 2년 가까이 개발한 게임이에요. 진짜 피땀을 쏟아서 개발한 건데···”

“난 피땀 흘린 적 없거든?”


그렇지··· 맞아. 팀장은 피땀 흘린 적이 없지.

맨날 처 앉아서 다른 겜 조금 뒤적거리다가 주식 사이트나 처 보다가 마누라한테 전화오면 꽥꽥대면서 싸우기나 했지.


피땀은 나랑 몇몇 마음 맞는 동료들만 흘렸지. 나 빼곤 이미 다 나갔지만···


“피따암~ 난 뭐 그런 단어 안 좋아해. 너 진짜 게임 개발하다가 피 나왔냐? 땀 나왔어?”


정의는 다크서클 충만한 눈으로 팀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코피는 몇 번 흘렸는데요··· 눈 밑에 기미 안보이세요?···’


그걸 본 팀장도 조금은 면목이 없는지 뻑뻑대며 담배를 빨아들이다 다시 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내가 열 받은 이사 달래느라 얼마나 고생이었는지 아냐? 좀 성질 좀 죽이고 살아라 좀. 너 당장 자르라는 거 극구 말렸어 임마.”


해고 협박에도 정의는 내심 힘없이 헤죽 웃었다.


‘말은 똑바로 하지··· 날 내쫓으면 실업 수당 줘야 하잖아. 그리고 내 이력도 좀 팔아 먹으셔야지?’


그렇다, 회사는 안정의가 제법 필요했다.


그의 첫 회사는 지금은 거대 기업 산하에 들어가 있는 ‘알파 플레이’라는 게임 회사였다. 당시에도 엄청난 다크호스로 유명했고 5년이 넘은 지금도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는 굴지의 개발사다.


안정의의 게임 개발에 대한 열정과 의욕을 높게 사 알파 플레이는 전혀 경력이 없던 그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했고 거기서 그는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맛보았다.


성공한 회사의 분위기, 도전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패기, 그리고 계속 발전하려는 의지의 조직 개편은 그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능력 부족으로 정규직 전환에 실패했다.


조금 서러웠지만 자신의 능력이 부족한 것이니 정의는 알파 플레이에 다른 감정은 없었다. 오히려 그곳에서 일한 경력 덕에 그는 다른 중소 기업에서 끝도 없는 러브콜을 받았다.


그리고 그 알파 플레이의 명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지금, 안정의가 그곳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중소 기업들 사이에선 투자자를 끌어들이기에 매력적인 구실 중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저희 팀엔 무려 알파 플레이 출신 개발자도 있지요~ 와하하하!”


사장은 항상 이런 말을 꺼내며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그렇기에 그가 나가버리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었다.


아부도 못하고 줄서기에도 관심 없는 안정의가 지금껏 잘리지 않고 있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물론··· 밀고 당기기에 능숙한 회사에선 정의에게 무슨 직책이나 보상을 준 적은 없었다.


[기르던 개에게 너무 잘해주면 기어올라 코를 깨문다] 라는 것이 사장의 모토였다.


그리고 아직 세상살이가 어리숙한 정의의 게임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사장에게 그를 묶어둘 아주 좋은 먹잇감이었다.


정의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회사를 그만두려 하면 사장은 꼭 이런 방식으로 그를 붙잡았다.


“너 우리 게임에 대한 애정이 그것뿐이었어? 너 나가고 난 다음에 게임 망가지는 거 눈뜨고 볼 자신 있어? 실망이다 너?···”

“······”

“좀 힘든 모양인데 휴가 하루 줄 테니 내일 쉬어. 너 땐 다 그런 거야. 좀 쉬면 나아져.”


누군가는 그에게 좀 굽히고 살라고, 그러다간 손해만 본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그는 그 말 해주던 사람의 꼴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을 뿐이었다.


그는 언제나 잔머리만 굴리고 남을 이용할 생각에 거짓말을 일상처럼 주르르 늘어놓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너처럼 되라는 건가? 그래 놓고도 자식들에겐 착하게 살라고 가르치나? 정의는 그것이 용납되질 않았다.


“하여간 우리 좀 적당히 몸 수그리면서 살자, 응?”

“팀장님은 그럼··· 우리가 2년 넘게 만든 게임이 이렇게 한 순간에 엎어지는 거 열 받지도 않으세요?”

“응, 안 받는데? 나 게임 별로 안 좋아해. 이건 그냥 돈 벌려고 하는 일인데 뭘 그렇게 애를 쓰냐?”

“······”

“왜? 너처럼 게임을 사랑하지 않아서 충격 먹었냐? 뭐 어쩌라고~ 난 그냥 어떻게 하다 보니 이쪽으로 흘러 들어와서 팀장자리 꿰차고 급여만 받는 거야. 나도 너만할 땐 존나 바닥에서 굴렀다고오~”

“···예?···”

“내가 윗사람들 애널서킹 얼마나 해댔는지 아냐? 그 덕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지. 넌 그런 거 못하잖아? 그러니까 아직도 그냥 평사원이지.”


정의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눈 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지? 이 팀장이란 작자는 도대체 뭘 하러 게임 개발의 세계에 들어온 건가?


지금 왜 나는 이딴 작자 밑에서 이런 헛소리나 듣고 있어야 하는 건가?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어떻게 유저들에겐 ‘재미있는 게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따위의 거짓말을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늘어놓을 수 있는 건가? 부끄럽지도 않나?


“야, 그리고 솔직히 말하는 건데··· 넌 나잇살 먹고 아직도 게임이나 하냐? 졸업할 때 안됐어?”


[툭!~]


이성이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입을 삐죽거리는 팀장의 면상이 눈에 들어왔다.


“휴우··· 그러니까 니가 지금껏 결혼할 생각조차 못하는 거다. 철 좀 들어라 철 좀. 고작해야 애새끼나 인생패배자가 하는 놀이 따위에 그렇게 목숨을 걸고 있으니 그 모양이지. 시펄, 나도 이쪽 업계에 돈만 안 몰렸어도 이딴 수준 낮은 짓거리 진작에 때려 치웠어. 쯧쯧 한심하다, 한심해.”


콰당하고 옥상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안정의··· 게임도 영화나 소설처럼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예술의 경지로 나갈 수 있다 믿으며 노력하던 이 28살의 청년은 그렇게 멍청한 얼굴로 팀장이 나가버린 옥상 문을 멍하니 쳐다만 보고 말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의 집에 소포가 하나 도착했다.


그걸 보낸 사람의 이름은 정말이지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 G. O. D -




작가의말

반쯤 실화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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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다이브 살인(2) +1 17.07.12 835 29 14쪽
21 다이브 살인(1) 17.07.11 834 29 11쪽
20 Old soldiers Naver die(3) +8 17.07.10 946 28 14쪽
19 Old soldiers Naver die(2) +2 17.07.10 1,494 31 11쪽
18 Old soldiers Naver die(1) +1 17.07.07 1,082 31 11쪽
17 변수 +3 17.07.06 1,144 36 15쪽
16 제 2차 메인터넌스 +7 17.07.05 1,257 49 14쪽
15 너는 고자라니 +10 17.07.04 1,307 48 13쪽
14 이 남자가 사는 이유(5) +4 17.07.03 1,271 52 13쪽
13 이 남자가 사는 이유(4) 17.07.03 1,333 42 13쪽
12 이 남자가 사는 이유(3) +3 17.07.01 1,369 46 12쪽
11 이 남자가 사는 이유(2) +1 17.06.30 1,700 48 11쪽
10 이 남자가 사는 이유(1) +9 17.06.30 1,571 46 12쪽
9 제 1차 메인터넌스 +2 17.06.29 1,685 54 13쪽
8 등골 브레이커(3) +6 17.06.29 1,701 58 13쪽
7 등골 브레이커(2) +9 17.06.28 1,731 50 12쪽
6 등골 브레이커(1) +3 17.06.28 1,828 51 12쪽
5 그것이 손에 들어온 날(4) +5 17.06.27 1,785 64 15쪽
4 그것이 손에 들어온 날(3) +5 17.06.27 1,916 61 12쪽
3 그것이 손에 들어온 날(2) +8 17.06.26 2,178 55 13쪽
» 그것이 손에 들어온 날(1) +6 17.06.26 2,620 59 10쪽
1 프롤로그 +8 17.06.26 3,045 6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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