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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되는 자의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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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
작품등록일 :
2017.05.26 20:21
최근연재일 :
2017.08.24 08:14
연재수 :
6 회
조회수 :
322
추천수 :
1
글자수 :
27,076

작성
17.06.09 05:59
조회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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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0쪽

가장 멋지게 빛나는 것

DUMMY

**********************


일단은··· 선생님이기에 이엘의 아침은 웬만한 학생들 보다 빠르다. 잠을 잘 필요도 거의 없는 몸이고, 잠을 자기도 힘든 몸이기 때문도 있다.

타오르는 때가 시작될 즈음에 일어나서 마찬가지로 비슷한 시간대에 일어나 단련을 시작하는 그루드와 만나 인사한다.


"그루드. 잘 잤어?"

"후우··· 어. 이엘. 너는 잘··· 잤냐고 물어볼 수는 없겠네."


이엘의 몸 상태를 알고 있는 그루드는 이엘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엘을 동정하지 않는다. 걱정하지도 않는다. 신경은 쓰지만 이엘에 관한 걱정,근심은 일체 가지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이엘 선생님."

"응···? 이 아이는?"

"리켈 맥 하든. 날 가장 귀찮게 하는 녀석이다. 어제 새벽 단련하는 걸 들켰더니 오늘부터 따라오기로 했어."

"헤에··· 리켈군이라고 하나. 기억해둘게."

"영광입니다."


리켈은 단련을 멈춘 채 이엘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무뚝뚝 하지만 심지가 있는 아이라는 인식을 받은 이엘이 계속 단련해도 괜찮다는 뜻을 담아 손을 저었다.

그 뜻을 알아들은 리켈은 다시 몸을 돌려 단련을 시작했다.


"그보다··· 설마 연습 메뉴가 너랑 똑같은 건 아니겠지? 그루드."

"날 바보로 아는 거냐?"


그루드의 연습 메뉴는 웬만한 실력자들도 학을 뗄 정도로 고되고 힘들다. 우선은 무거운 짐을 들고 나르다가 몸을 망치지 않기 위한 -그루드 입장에서-가벼운 스트레칭을 한다.

그리고 한 시간 안에 오늘 하루 학교에서 쓸 물을 3000보 밖의 강에서 떠온다. 떠오는 물동이는 성인 어른 크기. 그것도 양손에 하나 씩. 마력에 의한 신체 강화는 하지 않는다. 그나마도 수십 내지는 수백 번을 왕복해야 다 채울 수 있다. 부족할 경우를 대비해서 같은 양을 한 번 더 채운다.

물을 다 채우고 나면 검을 다루는 훈련. 장정 4명이 늘어선 길이의 기다란 에스틸-고강도 광물 중 하나- 봉의 양 끝에 물을 떠올 때 사용하는 물동이를 매달고 물을 가득 채운다. 그 상태로 봉을 어깨에 올린 채 스쿼트 500~1000회.

여기까지만 해도 초인 내지는 괴물의 영역이다. 학생에게 같은 짓을 시키면 그날 그 학생의 결석은 따 놓은 당상이다.


"아 맞아. 그루드 너는 제법 상식인이었지···? 니가 하는 짓이 가끔 너무 비정상이라서 자꾸 까먹네···"

"뭐가 비정상이라는 거냐? 난 원래 상식인이라고."

"니가 하는 연습 메뉴부터 상식과는 동 떨어졌어. 벌써 2년이나 지나서 잊은 거냐? 학교 뒷산이 한 시간 만에 공터가 된 사건."

"···."

"6년 쯤 전에는 마족이 인근에서 날뛰기 시작하자 잡아오겠다며 내게 텔레포트보다 달리는 게 빠르다고 하더니 창문 틀을 밟고 도약해서 그 도약의 충격파로만 학교 건물을 반쯤 아작냈었지."

"··· 그렇게 말하면 나도 할 말은 없긴 하지만··· 그건 어디 까지나 내가 가능한 일이니까 하는 거잖아? 나 말고 다른 녀석들에게는 강요 안 해"

"니가 그런 행동을 하니까 도저히 상식인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 어쩔 수 없는 거잖아? 평소 자기 행동을 돌아 보라고."

"야. 나라서 그 정도지 리라이아나 이리스면 어떻게 될 거 같냐?"

"···."


이엘은 잠시 진지하게 생각했다. 일단, 정식으로 싸운다면··· 이엘이 판단하기에 전 용사 파티의 최강은 틀림없이 그루드다.

문제는 앞선 두 명이 광역 파괴의 스페셜 리스트라는 점.

부순다, 섬멸한다에 관해서는 오히려 그루드 보다 이리스나 리라이아가 더 뛰어나다. 2년 전 뒷산 정리를 그루드가 아니라 둘 중 한 명이 맡았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그렇지?"

"···."


그루드와 이엘이 대화하는 사이 리켈은 묵묵히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뭐 잡담은 이쯤하자고. 리켈. 물동이 들고 따라와라."

"네."

"말 잘 듣는 제자가 있어서 좋겠네. 난 첫날부터 안 좋은 예감만 들던데."

"말만 잘 들어서 문제다. 그럼 간다."

"그래. 물 열심히 채워라."

"니 방에 가는 목욕물에는 오줌을 부어주마."

"···."


쓴 웃음을 지은 이엘이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그런데··· 나한테 무슨 볼일 있니?"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렇게 말한 이엘이 몸을 돌려 한쪽을 바라보았다.

이엘이 나왔던 기숙사 방향. 다만 눈에 보이는 한도 내에선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는 이 말도 안되는 학교에서 교사를 하고 있을 정도의 초인이다. 분명 예전 같은 힘은 없지만 감각 만큼은 아직도 살아있다.


"기척을 숨기는 게 능숙하구나. 공주님 답지 않은 특기야. 라일양."

"··· 기척으로 개인을 지목할 수 있다는 걸 지금 처음 알았습니다."

"굉장히 아름답고 우아한 느낌의 은신이라서 찍어 봤을 뿐이야. 맞아서 기쁜 걸?"

"···."


이엘의 말에 대답하지 않으며 흐릿한 눈으로 살짝 옆 쪽을 살핀 라일이 한숨을 쉬었다.


"선생님."

"응?"

"선생님도··· 새벽 단련 같은 걸 하십니까?"


이윽고 라일의 고개가 향한 곳이 그루드가 사라진 곳이라는 걸 눈치 챈 이엘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뭐 가끔 그루드가 하는 걸 같이 하긴 하지만 저런 무식한 단련법은 무리야.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몸이 많이 안 좋···"

"전신의 뼈가 정상적으로 기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관절도 대부분 틀어져 있고, 금이 간 곳으로 추정 되는 부분만 수십··· 간단하게 볼 수 있는 게 이 정도니 사실상 수백 곳 이상은 더 이상 뼈라고 부를 수 없는 수준이겠죠. 마나가 흐르는 방향을 감지했을 때 살아있는 루트는 100줄기 정도··· 평균 인간의 몸에 내재된 루트가 십만줄기가 넘는 걸 감안하면 살아있는 게 기적에 가깝습니다."

"···."


이엘의 표정이 약간 당황으로 물들었다가 빠르게 가라 앉았다.


"대단하네. 의학이야?"

"아니요. 취미로 익힌 지식 입니다. 그런 몸으로 용케 비명을 지르지 않고 계시군요. 몸을 움직일 때 마다··· 검으로 난도질 당하는 기분일 겁니다."

"괜찮아. 이리스의 통각 차단 마법을 전신에 새겼으니까. 일단은 아프진 않아."

"··· 고통은 뇌가 호소하는 위험 알림 입니다. 어디까지나 고통일 뿐이죠. 그 마법으로는 몸에 느껴지는 위화감은 차단하지 못할 겁니다. 맞습니까?"

"··· 응. 의외로 머리 좋구나. 그런 거 까지 알고 있어?"

"예. 통각 차단이 걸려 있는 상태에서 움직이고 있는 거라면··· 선생님은···"


괴물이다. 라는 말을 내뱉기 직전 라일은 어찌저찌 그 말을 씹어 삼켰다.

그녀의 감정은 타인보다 둔하다고 한다. 하지만 하면 안될 말과 해도 될 말 정도는 가릴 줄 안다.


"··· 아니요 실례했습니다."

"아니. 라일의 말이 맞아. 통각 차단이 걸린 상태에서 이 몸을 움직이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야.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주면 안될까? 무수한 재활 활동으로 인해 익숙해졌다고 말이야."

"··· 그건···"


말이 안된다.

통각 차단하는 마법은 결코 고통을 없애는 마법이 아니다. 말이 통각이지 고통을 느끼는 일정 감각을 차단하는 것으로, 사실상 신체 마비에 가깝다.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할 때 반드시 손가락을 움직이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 없다고 해서 움직이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데 움직이는 느낌이 안 난다면 손가락을 움직일 때랑 무릎을 구부릴 때랑 다르게 느껴지는 건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점점 어떻게 움직이는지 잊어간다. 느낌이 없단 건 그런 거다.

이엘의 몸 상태가 여기 까지라면 라일은 그를 괴물이라고 표현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엘의 몸은 감각 이전에 전신이 정상이 아니다. 움직일 때 마다 금이 간 뼈가 비명을 지르고, 어째선지 낫지 않아서 계속해서 상태가 악화되어 간다.

이엘은 움직이는 감각이 없다. 없기 때문에 체내에서 나는 소리에 민감하다. 아무것도 안 느껴지기 때문에 다른 감각이 민감해진다.

자기 몸이 부서지는 소리를, 신경이 끊어지는 소리를, 근육이 뜯어지는 소리를 매일 듣고 있을 거다.

이런 상태에서 계속 움직이고 교사를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는 보통 인간과 한 없이 동 떨어져 있다.


"라일은 똑똑하구나."


그렇기 때문에 이엘의 말은 거짓이다. 재활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의 몸이 아니다.

아니 그 이전에 재활을 하면 할 수록 사람이 미쳐갈 거다.

재활을 하려고 움직이면 움직일 수록 자기 몸이 망가져 가는 게 아주 똑똑히 들릴 테니까.


"라일. 내 몸은 치유가 안되고 있는 게 아니야. 일단 힐링 같은 마법적 치료가 안 듣고, 다른 생명체의 육체를 받아 들일 수 없는 저주에 걸렸고, 그렇기 때문에 수술이나 약도 전혀 안 듣긴 하지만··· 조금씩 자연 치유되고 있어."

"그게··· 더 나아진 상태라는 뜻 입니까···?"

"으음··· 그렇네. 예전에는 통각 차단 없이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었지. 처음에는 소리도 질렀고 말이야."

"···."

"라일은 아직 어려. 너는 분명 내가 본 학생들 중에 가장 뛰어난 축에 속하겠지."


라일의 나이는 12살. 외견은 그보다 더 어려 보이지만. 어쨌든··· 이엘이 아는 한 역대 최연소로 특수 학교에 입학했다.

거기에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엘을 놀라게 할 정도의 지식과 지능을 지니고 있다.


"너는 뛰어나. 아는 것도 많고. 능력도 다른 학생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아."


이엘의 눈에는 보인다. 라일의 잠재력이. 그 잠재력은 이엘의 눈에 수 없이 쏟아지는 빗방울과, 그 빗방울이 맺힌 호수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학생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선생 실격이겠지만··· 너라면 분명 내 소원을 이루어줄 수 있을 거야."

"소원···?"


라일의 물음에 이엘은 입을 뗐다가··· 이내 쓰게 웃으며···


"응. 마왕을 죽여줘."

"···."


현 인류의 비원을 말했다.


작가의말

바람의 때 오후 12시~3시

하늘의 때 오후 3시~7시

달의 때 오후 7시~12시

어둠의 때 오전 12시~4시

타오르는 때 오전 4시~9시

빛의 때 오전 9시~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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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rologue 17.05.26 108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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