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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수로 환생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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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예술쟁이
작품등록일 :
2016.12.13 13:39
최근연재일 :
2017.06.26 16:33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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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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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7,386

작성
17.06.05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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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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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
13쪽

프레이 복원 작전 (3)

DUMMY

"저기....."

"음?"


아. 잊고 있었다. 제일 처음으로 납치해온 마족, 아니 프레이 일족이 나를 보고 있었다. 해태를 닮은 듯하면서도 풍성한 갈기가 신비롭게 빛났다. 확실히 이 종족은 아름답다.


"영문은 모르겠으나 우선, 제 이름은 태해라고 합니다."

"아, 전 공인주라고 합니다."


악수를 위해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었다가 슬며시 내렸다. 습관이 무섭다.


"그.....제가 어떻게.....이 모습을 되찾은 건지....."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 지....."


슬쩍 스보준과 마족왕을 보았지만, 깨려면 아직 한참 멀어 보였다. 역시, 세계주(?) 효과가 아주 좋다.


"일단, 저기에 뻗어있는 둘은 스보준과 마족왕입니다."


태해는 잠시 멍 때리는가 싶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런..... 이렇게 커다란데 애완동물 보는 느낌이 들어버렸다. 실례지 실례야. 더 설명을 이어가려던 찰나, 이왕이면 저 둘에게 듣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그나마 스보준이 잘 설명해주겠지?


"스보준님."


성큼성큼 걸어가 스보준을 흔들었다.


"으악! 뭐 하는 겁니까!"


화들짝 놀라는 걸 보는게 재밌다. 음, 뭔가 놀려먹는 재미가 한가득 일거 같은 성격인데 말이지. 스보준을 흔드는 게 점점 격해졌다. 제대로 취했네. 일어나질 않았다. 별수 없지.


쩌억



스보준의 입을 강제로 벌려서 세계수의 눈물을 떨어뜨렸다. 반응이 오는 건 금방이었다.


"끄헉."


스보준은 벌떡 일어나 헛구역질을 하며 조금씩 저주의 파편을 게워냈다. 저놈의 저주는 정말로 끈덕지다. 언제 다 정화할 수 있는 걸까?


"허억- 허억-"

"아이고, 스보준님. 갑자기 왜 그러세요? 괜찮으십니까?"

"에.....네.....뭐......"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나를 바라본다고 뭐가 나오진 않습니다. 스보준님. 나는 재빠르게 태해를 가리켰다.


"스보준님? 태해님이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가는 거 같아 설명이 필요합니다. 제가 다녀오는 동안 도움을 주시면 어떨까요?"

"예.....뭐."


떨떠름하게 대답하는 스보준이 어느새 진정이 됐는지 태해에게 다가왔다.


"내가 누군진 알겠지? 까불지 말고 말 잘 들어라."


어라.....뭐지 이 군대선임의 향기는? 오히려 더 움츠러든 태해를 보니 내 생각과 달랐음을 깨달았다. 애초에 마족들 사이에서도 공포의 대명사였을 텐데.....요즘 나에게 친절했다고 해서 잠시 착각했다. 나는 태해의 어깨를 툭툭 치고 다시 밖으로 나섰다. 스보준이 세계수의 눈물을 꺼내 드는 걸 본 거 같지만, 모른척하자.


"끄어아아!!"


비명도 모른척하자.


*****


"후우....."


이번 마족은 상당히 거칠게 반항(?)했다. 뿔 세 개에 어느 정도 자란 뿔 하나가 더 달린

것을 보아하니, 거의 뿔 네 개다. 예전 스보준보다 반 단계 낮은 수준의 마족인 셈. 선인장의 모습도 아니고, 이렇게 강한 마족은 역시 상처 없이 데려가기 힘들다. 변명 아닌 변명이지만, 결론은 두들겨 팼다는 소리다.


"크르륵....."


널부러져 있는 마족 옆에 주저앉았다. 이 짓을 한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가지만, 몸도 정신도 힘들지 않았다. 정신력 MAX라는 능력이 진가는 여기서 드러나는 것 같다. 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지루한 일상에 지칠 만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


"공룡같이 생겼네."


마족이 정신을 잃은 틈을 타 열심히 구경했다. 마족들, 혹은 프레이 종족은 온갖 모습을 다 취하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은 궁금하지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겠지.


"가볼까."


마족들은 같이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붙어있어 봤자 싸우기 때문인 걸까? 밖으로 나온 김에 많이 데려가고 싶었지만, 짐을 추가하고서 데려갈 자신은 없었다. 마족들은 예외 없이 날개가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익숙하게 길을 되짚어갔다. 동굴을 지나 깊은 구멍에 뛰어들어 세계수가 있는 곳으로 도착했다.


"다녀오셨습니까!"

"고생하셨습니다!"

"어서오십쇼!"


공동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합창. 이제는 나도 너무나 익숙해진 터라 가볍게 손을 들어 그에 답했다. 조금 넓은 정도의 동공이던 이곳은 이제 지하 세계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거대해졌다. 세계수는 무럭무럭 잘 자라 80m에 가깝게 거대해졌다. 지하에 있어서 그런지 훨씬 더 거대해 보인다.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는 프레이들을 보니 뿌듯하다. 내가 이만큼이나 납치해왔구나. 마족왕과 스보준까지 포함하면 모두 564명! 정말 열심히 살았다.


"공인주님. 다녀오셨습니까."


아뇨. 이 몸뚱이 아니었으면 오늘도 죽을뻔했어요. 뿔 보세요. 거의 대마족급이잖아요?


"공인주님. 속으로 하시는 말이 또 말로 나오신 것 같은데....."


아차.

요즘에는 속에 있던 말이 밖으로 자주 나왔다. 나는 말한 기억이 없는데 말이지.


"흠흠. 조금 거칠게 나오길래, 어쩔 수 없이 힘을 조금 썼습니다."

"후후후. 말 안 들으면 어쩔 수 없죠."


사악한 미소를 짓는 그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세계수의 눈물은 부족하지 않나요?"

"워낙 소량으로 복용해서 그런지, 아직은 여유 있습니다."

"음.....그렇군요."


그때 뿔 세 개 달린 프레이가 스보준에게 다가왔다.


"신고식 시작할까요?"

"아아, 그래."


깊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군인이 따로 없다. 내가 없는 동안에 막 일렬로 세워놓고 구타하는 건 아니겠지?


"공인주님. 그런 일은 없습니다."


생각이 또 입 밖으로 나와버렸다.


****


신고식이란, 새로 들어온 마족에게 세계수의 눈물을 먹이는 것이다. 다만, 이들은 '적당히'라는 말을 잊어버리는 듯하다. 한 방울로도 고통스러워할 신참에게 한 모금이나 먹이는 아주 잔인한 전통을 만들어내 버린 것이다.....


"거행하겠습니다!"


주르륵


아아, 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신고식을 바라보는 프레이들을 보자. 마치, 콜로세움에 던져진 인간과 사자의 싸움을 보는 듯 잔인하기 그지없다.


"끄아아아! 크허억!"


와하하하!


이들은 굳이 신의 저주가 아니었더라도 마족에 가까운 모습이었을 것 같다. 매일 매일 얻는 교훈이다. 겉모습에 속으면 안 된다.


"스보준님. 마족왕님."


곁에 있던 둘을 불러 세계수의 눈물을 건넸다. 가죽 물통에 한가득 차 있는 것이다.


"공인주님. 이건 왜....."

"원샷하십쇼."


둘의 동공이 흔들렸다. 역시.


"정화가 다 됐죠? 만약 아니라면, 마시고 저주를 토해내시고.....아니라면....."


둘의 목을 찍 긋는 시늉을 하자 둘 다 움찔했다.


"이렇게 중요한 일에 뒹굴뒹굴해서야 되겠습니까? 두 분 다 오늘부터 마족 잡아오십쇼. 저주받은 땅에 있다가 힘들어질 때면 한 모금씩 마시고....."


마족왕과 스보준을 혼내는 모양새가 되자 주변 분위기가 싸해졌다. 아차, 오늘 내리 갈굼 있겠구나.


"숲에 다녀오기 전까지.....두분 다 성과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지잉


협박에 가까운 으름장을 내고 숲으로 건너왔다. 그동안 선인장은 더 커졌다. 300m짜리 선인장이라니.....거대하다. 내가 봐도 거대해.


"대행자님!"


헐레벌떡 달려오는 삼인방을 맞았다. 그란데와 경준척, 장로. 이 셋은 점점 더 나아지면 안 되는 병이라도 걸린 것 같다. 당장 작년과 비교해도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경준척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인 강자였지만, 그란데도 무시 못 하게 강해졌다. 장로는 뒤늦게 눈에 뜬 건강함과 힘이 좋은지 역시 규격 외가 되어버렸다. 훌륭한 코치와 완벽한 식단이 만들어낸 괴물들.


"이제 일주일 뒤에 선포할 예정입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군요."

"네. 대행자님이 신경 써주신 덕분입니다."


기존의 나라들과는 달리, 사막을 통합하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부족 단위 체계로 그 전통이 각기 살아있는 사람들을 끌어모은다는 건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해서, 제국에 다녀왔다. 제국을 비롯한 각기 유능한 학자들과 관료들의 의견을 구해 한 나라의 체계를 차근차근히 만들어갔다. 개중에는 숲의 매력에 빠져 이민을 온 학자도 있었다.


"나라 이름은 정했습니까?"

"그게.....아직 의견이 분분해서, 좁히고 중입니다."


이곳 부족의 이름은 하나같이 너무 길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부족의 이름을 중간중간 따다가 섞어도 하나의 단편 소설이 될 정도. 이름은 최대한 줄여 10글자 내외. 공인주가 의견을 피력한 부분은 그 정도뿐이었다. 다만,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배움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부분 등의 문제는 다른 사람의 이해를 끌어내기 어려웠었다. 기득권을 잡은 사람들이 그것을 내려놓기란 어려운 일이었으니. 단순히 그들이 나쁘다고 하기엔,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당연히 받아들여지던 것이었으니. 그리고 그에 대한 가장 간단하고 명확한 예시가 그란데가 이끌고 온 부족민들이었다. 평범한 여성이던 그들이 태어날 때부터 유리한 체격과 힘을 가진 전사들을 손쉽게 제압했으니!


"평범한 사람이었던 이분들을 이길 수 있는 전사들은 앞으로 나오십시오."


각기 내로라하는 전사들이 나와 도전했지만 죽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사막 곳곳에서 힘 좀 쓴다는 전사들은 아녀자들의 주먹질 한 번에 공중을 날아다녔다.


"이래도 모든 국민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지 않을 작정입니까? 나라가 잘 사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각기 사람들에게 주어진 재능을 발굴해내고 각기 분야에 최고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거주의 문제도 있었다. 숲이지만, 나라의 역할을 하려면 잘 정비된 도로, 편의시설 등이 필요했다. 다만, 이건 내가 문제가 되었다. 세계수가 됨으로써 나무들과 교감을 하게 된 나로서는 나무를 베어 공터를 만들고 집을 짓는 게 굉장히 불편하게 다가왔다. 이건 의외의 곳에서 해결을 봤다.


<수하> : 나무들과 대화를 해보세요. 공인주, 당신이라면 나무들이 기꺼이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계수 커뮤니티에서 해답을 얻었다. 평소에도 친절하던 수하는 많은 것을 알려주었고, 나는 이제 별걸 다 하게 되었다.

눈을 감고, 세계수에게 집중한다. 의식이 붕 뜨는 게 느껴지면서 세계수와 동화된다. 세계수로부터 들어오고 만들어지고 뻗어 나가는 물줄기를 떠올린다. 그럼, 숲의 전체적인 흐름이 한 번에 그려진다. 물줄기가 숲에 있는 모든 식물들에 뻗어나가고, 그것에 집중하면 모든 식물과 연결이 되는 듯한 감각이 느껴진다. 난 이것을 '초감각'이라고 불렀다. 처음으로 레벨업을 함으로써 얻은 능력이 아닌, 본인의 힘으로 깨달은 초월적인 능력이다.

이 '초감각' 상태가 되면 나무들에 의지를 전달할 수가 있다.


'나무들아. 도와줘.'


세계수의 눈물을 나눠 먹고 자라 비정상적으로 크고 튼튼하게 자란 나무들이 천천히 변형되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물길을 바꾸고 모양을 바꿔 어느새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집을 만들어낸다. 말로는 짧지만, 의지를 전달받고 변형되기까지는 한 달 가까이 걸렸다. 이런 건 솔직히 기적이라고 불릴 만하다. 하하하!


"네? 공인주님. 기적이라니요?"


이런, 또 속마음이 입 밖으로 나왔다. 멀뚱거리는 그란데에게 어색하게 웃어주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주히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나라가 만들어진다는 게 점점 더 실감 나기 시작했다.

신기하다.

다른 세상이지만, 역사의 한가운데에 존재하면서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이.


"무슨 생각 하시나요?"

".....나라이름은 정말 10글자 안에 지어질까 하는 의문이요."


시답지 않은 농담을 하고는 근처에 아무 나무에나 기대어 앉았다. 이런 육체를 가지고 난 뒤에는 피곤하지도, 힘들지도 않게 되었지만 어쩐지 자고 싶어졌다.


"공인주님. 지쳐 보이세요."


내가? 아니다. 나에게는 특수한 능력이 있다. 나는 정신이 힘들어질 수가 없다.


"몸도, 정신도 아닌, 영혼이 지친 걸까요?"


영혼이 지친다니 그게 무슨. 그란데님도 참.


"공인주님?"


아..... 졸리다. 이렇게 잠이 쏟아지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느닷없이 난 잠에 빠져들었다.


작가의말

부처가 그랬답니다. 고통이 나를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고통을 붙잡고 있는 거라고.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는 요즘입니다.


-아, 오탈자 수정은 조금 뒤에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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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신들의 전쟁 (2) +7 17.06.17 1,242 21 14쪽
47 신들의 전쟁 (1) +7 17.06.14 1,228 22 12쪽
46 아군 +9 17.06.13 1,183 26 11쪽
45 프레이 복원 작전 (5) +7 17.06.09 1,259 29 12쪽
44 프레이 복원 작전 (4) +13 17.06.07 1,292 36 13쪽
» 프레이 복원 작전 (3) +9 17.06.05 1,389 36 13쪽
42 프레이 복원 작전 (2) +21 17.06.02 1,417 36 12쪽
41 프레이 복원 작전 (1) +11 17.04.24 1,587 40 12쪽
40 요정과의 결의 +13 17.04.22 1,707 46 12쪽
39 세계의 비밀 (2) +12 17.04.19 2,161 46 12쪽
38 세계의 비밀 (1) +18 17.04.17 1,862 41 11쪽
37 숲으로 (2) +7 17.04.14 2,016 55 12쪽
36 숲으로 (1) +13 17.04.13 2,014 51 12쪽
35 드래곤 슬레이어 (2) +7 17.04.13 2,047 44 12쪽
34 드래곤 슬레이어 (1) +13 17.04.10 2,337 58 12쪽
33 눈물의 감자근 +17 17.04.07 2,507 52 12쪽
32 원정대 (3) +14 17.04.06 2,684 59 12쪽
31 원정대 (2) +21 17.04.02 3,205 73 12쪽
30 원정대 (1) +19 17.03.31 3,278 65 12쪽
29 4차 진화 (4) +14 17.03.30 3,371 81 12쪽
28 4차 진화 (3) +20 17.03.24 3,479 79 12쪽
27 4차 진화 (2) +19 17.03.22 3,416 79 12쪽
26 4차 진화 (1) +16 17.03.20 3,788 81 12쪽
25 그란데의 성장 +30 17.03.19 3,962 92 13쪽
24 세계수란 (2) +54 17.01.30 4,601 113 12쪽
23 세계수란 (1) +20 17.01.29 4,768 92 10쪽
22 마족과 전투 (6) +12 17.01.25 4,906 10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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