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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수로 환생해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예술쟁이
작품등록일 :
2016.12.13 13:39
최근연재일 :
2017.06.26 16:33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94,325
추천수 :
3,819
글자수 :
237,386

작성
17.01.29 14:10
조회
4,768
추천
92
글자
10쪽

세계수란 (1)

DUMMY

요정 세계에서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내막전 요정. 전혀 취향이 아닌 분홍빛 꽃잎침대에서 일어나 주변을 살펴봤다. 이곳은 내 방. 단짝으로 배정받았던 옆 침대에 탕호는 안보였다.


"정신이 좀 들어?"


"응... 세계수는?"


"잘 막아냈어! 네가 아니었다면 위험한 상황이 왔을지도 몰라. 고생했어."


작은 체구의 그녀는 금발을 꼬면서 한눈에 봐도 우울한 표정을 애써 지우려고 했지만 너무도 눈에 밟혀서 해시섹은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무슨 다른 안 좋은 일이라도....."


"응! 그게 말이지!"


갑자기 목소리가 커지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내막전은 단장과 부단장이 스보준에게 잡혀갔다는 소식을 전했다. 나만이 아닌 다른 요정들도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몸이 아닌 마음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도 전해 들었다.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공터로 나갔다. 연무장 겸 수다의 공간으로 쓰이던 곳에 못 보던 요정들이 있었다. 머리에 하나같이 붉은 꽃잎을 달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백화기사단인 듯했다. 하얀 꽃잎을 적의 피로 물든다는 뜻에서 붉은 꽃잎을 달고 있다나 뭐라나. 전체적으로 덩치가 큰 녀석들이 많았다. 그중의 하나가 나를 발견하더니 소리쳤다.


"앗! 암흑룡을 막아선 요정이야!"

"정말! 아직 많이 작은데!"

"대단하다. 아직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잖아!"


순식간에 수군수군 대는 통에 머리가 다 아팠다. 아니, 뭐가 이렇게 벌써 소문이 빨리 퍼진 거야?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가까이 다가와 귀찮게 하지는 않았다. 공터의 안쪽으로 이동하자 별의별 기사단이 다 와있었다. 요정 세계에 기사단이 많다고는 들었는데 그냥 많은 게 아니라 아주 많다. 하나같이 머리를 넝쿨나무로 포니테일한 녀석들부터 시작해서 온몸에 이끼로 가득한 녀석들까지. 모두가 위로와 칭찬을 겸한 말들을 전해주었다. 다들 그렇게 잠시나마 위안을 얻고 힘을 나눠 받는 듯했다.


"해시섹! 일어났냐!"


호탕하게 웃으며 나타난 탕호가 평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와 해시섹을 반겼다. 해시섹의 표정을 보더니 어깨를 두드리려던 손을 슬그머니 내렸다. 그답지 않은 배려에 해시섹은 잠시 마음이 짠해졌다.


"임시 기사단장 됐다며?"


"그럼! 단장님, 부단장님을 제외하면 룰루기사단의 단연 으뜸가는 대들보니까! 하하하!"


자신도 모르게 해시섹의 등을 팡팡 치고는 웃으면서 편히 쉬고 있으라고 몇마디 건네고 다른 기사단에게 다가가는 탕호. 단장과 부단장의 책임을 홀로 지는 게 버거운 일일 텐데 그는 생각보다 아주 의젓했다. 내막전이 해시섹을 톡톡 건드렸다.


"그것보다, 해시섹. 너 특성 개화했지?"


특성 개화하는 본디 천천히 알아가고 연습하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진화의 한 종류라고 한다. 그것을 너무도 급하게 개화한 해시섹은 안정이 필요했다.


"행정부에 말해놓을 테니 가서 안정을 취하도록 해."


방에 가서 잠시 대기하고 있자 행정부소속 요정이 나왔다. 여전히 딱딱하고 사무적인 녀석들이다.


"따라오세요."


해시섹은 다시금 안정을 취하는 꽃봉오리로 인도됐다.


'여기 되게 자주 오는거 같은 데.'


달콤한 꽃내음이 퍼진다. 잠이 오는 가운데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단장과 부단장이 잡혀간 것은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실, 그저 얼떨떨할 뿐이었다. 그것보다는, 이기적이지만 세계수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해시섹은 잠에 빠져들었다. 등에 닿은 꽃잎이 부드럽다.


****


"으음...여긴..."


정신이 들자마자 끈적끈적한 대기농도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몸에 달라붙어 그대로 녹아 달라 붙는 느낌. 들이마시는 숨 하나하나에도 맡아본 적 없는 냄새가 이리저리 섞여 불편했다. 그렇다고 숨을 안 쉴 수도 없고. 실제로도 조금씩 몸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듯하다. 주변을 둘러보자 곳곳에 구덩이같이 땅이 파헤쳐져 있었는데 내가 누워있는 곳 또한 그러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의 구덩이를 둘러보자 부단장 심단편일이 누워있는 곳을 발견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배 위에 올려놓고 옅게 코까지 골고 있었다. 하..... 머리가 절로 아파온다. 가까이 다가가 부단장 심단편일의 볼기짝을 시원하게 갈겼다.


"헉!"


곧바로 벌떡 일어나 전투태세를 취하는 통에 둘 다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음...흠..."


"어...단장? 단장!"


멍청한 녀석이 눈물을 그렁그렁하며 달려드는 통에 밀어내느라 약간의 소란이 있었지만 볼을 한 번 더 갈기자 정신이 드는지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스보준 그놈이 우리한테 날아오더니, 단장만 기절시켜서 납치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달려들었는데....."


결국 저도 이렇게 됐습니다. 라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어째 머리가 점점 더 아파진다. 이곳을 공기가 좋지 않은 탓인지 상황이 알 수 없게 돌아가는 탓인지 모르겠지만 우선 움직여야 했다.


"가자."


미약하기는 해도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느껴졌다. 구덩이를 조심하면서 걷자 어둠에 적응된 눈에 주변이 조금씩 인지되기 시작했다.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온도가 높아졌고 길도 조금씩 좁아졌다. 중간중간에 대충 그려진 벽화들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세계수?"


중간중간에는 세계수처럼 보이는 그림들과 드래곤, 인간을 비롯해 온갖 이종족들이 그려져 있었다. 시간의 순서 따윈 없는 듯 그림이 뒤죽박죽이다.


"아, 그 그림들은 아무리 봐도 소용 없을 거다."


익숙한 목소리가 안쪽에서 들려왔다. 나도 모르게 흠칫하고 몸이 멈췄다. 고개를 돌리자 심단편일이 굳은 얼굴로 끄덕였다. 스보준이다. 눈빛 교환을 한 지 1초도 되지 않아 동시에 생명력을 끌어올려 단숨에 앞으로 치고 나갔다. 심단편일과는 더는 말이 필요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훼엥!


순식간에 좁은 길목을 돌파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공간이 나오고 그 한가운데에 스보준이 떠 있었다. 등을 보이고 있었는데, 이상한 방법으로 앉아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스보준은, 그야말로 최고의 무방비 상태였다.


"하아아!"


이미 무장해제를 당했지만 그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주먹에 생명력이 모이고 들끓으며 빛으로 화하는 것이 느껴졌다. 한방에 걸어야 한다. 상대가 방심할 때!


번쩍!


순식간에 스보준에게 짖쳐드는 두 사람은 주먹을 내밀기도 전에 보이지 않는 막에 부딪혔다.


쿠구궁!


"여여, 진정들 하라고. 이거 안 보이냐."


등도 돌리지 않은 채로 손을 올려 태연히 자신의 뿔을 가리키는 스보준. 그는 공중에 떠 있는 그대로 몸을 돌리더니 몸을 편안히 했다. 극도로 재수없는 놈!


"스보준!!"


그가 태연히 손을 들어올리며 진정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너희를 해칠 생각이었다면 내가 살포시 너희를 눕혔겠냐."


코 잘 골던데.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말에 기운이 빠져버렸다.


푸스스


"다..단장?"


"됐다. 그만하자. 죽일 생각은 없는 것 같으니."


몸에 힘을 빼자 스보준이 천천히 동공 아래로 내려갔다.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니 엄청난 크기다. 드래곤레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거대했다.


"멋있지? 여긴 드래곤레어였다. 아, 거기 편하게 앉으라고."


편하게 앉을 수가 없다. 군데군데 흐르는 것은 용암이 틀림없다. 비정상적으로 온도가 높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속셈이 뭐냐."


나도 모르게 으르렁하고 날카롭게 날을 세웠다. 어쩔 수 없다. 이놈은.....


"전에 가져간 세계수의 씨앗은...어디에 있어?"


생명력이 들끓어 오른다. 그때 어깨 위에 올라오는 심단편일의 따뜻한 손이 아니었다면, 다시금 달려들었을지도 몰랐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스보준이 크게 콧김을 한번 내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흠칫하고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난 날 느끼고 조금은 부끄러워졌다. 옆을 슬쩍 돌아보니 심단편일은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조금은 창피하다.


"우선, 이걸 보여주지 않으면 대화가 되지 않겠어."


따라오라는 듯 뒤돌아서 성큼성큼 걷는 스보준. 5m의 거인이다. 땅에 내려오자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졌다.


"나무보다 작은 게."


혼자서 발끈하며 중얼거리는 심단편일.

아니야 심단편일..... 포인트는 그게 아니야.....


그렇게 스보준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가면 갈수록 왠지 모르게 숨을 쉬기 편해졌는데 공기가 점차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드래곤이 사용하던 거처라 그런지 몰라도 곳곳에 석상들이 즐비했다. 석상들은 가디언이라 불리며 유사시에 전투 모드로 변한다. 하지만 보통은 드래곤이 거처를 옮길 때 다 같이 옮겨지는 게 맞다. 지금은 여기에 너무도 많이 남아있다.


"궁금한 게 많겠지만, 우선 이것부터 보라고."


느닷없이 들어온 빛에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이내 적응하고 앞을 바라보자, 있었다. 나무가.


"이.....게."


"뭐, 보다시피."


고개를 으쓱하며 스보준이 옆으로 물러났다. 그러자 완전히 보이는 나무. 그것은 스스로 찬란한 빛을 뿜어내며, 용암이 흐르고 탁한 대지를 푸른색으로 조금씩 덮어가면서, 우뚝 서 있었다.


"...세계수.....!"


작가의말

정신을 못 차리겠네요..... 우선, 너무도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꾸준히, 천천히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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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로 환생해버렸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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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한여울™님....후..후원금이라니....감사합니다... +7 17.03.26 3,092 0 -
50 에필로그 +15 17.06.26 1,708 16 1쪽
49 마지막 이야기 +12 17.06.20 1,750 30 11쪽
48 신들의 전쟁 (2) +7 17.06.17 1,242 21 14쪽
47 신들의 전쟁 (1) +7 17.06.14 1,228 22 12쪽
46 아군 +9 17.06.13 1,183 26 11쪽
45 프레이 복원 작전 (5) +7 17.06.09 1,259 29 12쪽
44 프레이 복원 작전 (4) +13 17.06.07 1,292 36 13쪽
43 프레이 복원 작전 (3) +9 17.06.05 1,389 36 13쪽
42 프레이 복원 작전 (2) +21 17.06.02 1,417 36 12쪽
41 프레이 복원 작전 (1) +11 17.04.24 1,587 40 12쪽
40 요정과의 결의 +13 17.04.22 1,707 46 12쪽
39 세계의 비밀 (2) +12 17.04.19 2,161 46 12쪽
38 세계의 비밀 (1) +18 17.04.17 1,862 41 11쪽
37 숲으로 (2) +7 17.04.14 2,016 55 12쪽
36 숲으로 (1) +13 17.04.13 2,014 51 12쪽
35 드래곤 슬레이어 (2) +7 17.04.13 2,047 44 12쪽
34 드래곤 슬레이어 (1) +13 17.04.10 2,337 58 12쪽
33 눈물의 감자근 +17 17.04.07 2,507 52 12쪽
32 원정대 (3) +14 17.04.06 2,684 59 12쪽
31 원정대 (2) +21 17.04.02 3,205 73 12쪽
30 원정대 (1) +19 17.03.31 3,278 65 12쪽
29 4차 진화 (4) +14 17.03.30 3,371 81 12쪽
28 4차 진화 (3) +20 17.03.24 3,479 79 12쪽
27 4차 진화 (2) +19 17.03.22 3,416 79 12쪽
26 4차 진화 (1) +16 17.03.20 3,788 81 12쪽
25 그란데의 성장 +30 17.03.19 3,962 92 13쪽
24 세계수란 (2) +54 17.01.30 4,601 113 12쪽
» 세계수란 (1) +20 17.01.29 4,769 92 10쪽
22 마족과 전투 (6) +12 17.01.25 4,906 10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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