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예술쟁이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수로 환생해버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예술쟁이
작품등록일 :
2016.12.13 13:39
최근연재일 :
2017.06.26 16:33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194,328
추천수 :
3,819
글자수 :
237,386

작성
17.04.19 22:55
조회
2,161
추천
46
글자
12쪽

세계의 비밀 (2)

DUMMY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아니 잊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책임.

그것은 지지 않을수록 좋은 덕목이다. 무분별한 책임을 떠안게 됐을 경우 돌아올 후폭풍이 두렵기 때문에,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명언을 하나 가슴속에 새기게 된다.


'너무 못하지도, 너무 튀지도 않게. 딱 중간만.'


그렇다. 쓸데없이 튀어봐야 좋을 것이 없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움여귀가 확신에 찬 눈빛과 목소리로 말했다.


"본인의 격에 맞지 않는 엄청난 강함과 생명력.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당신이 마지막 희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당황해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자 움여귀가 더 흥이 올라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음, 좀 심각하게 많이 귀엽군. 하지만 생각을 정리해보자. 그녀의 말만 따르면 나는 한 여자도 아니고, 한 나라도 아니고, 무려 세상을 구해야하는 마지막 희망이다.

무려 신이라고 불리는, 말 그대로 전지전능한 자들과 맞서야 하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절 과대평가 하시는 거 같은데요."


"오각(角)으로 본신의 힘을 드러낸 스보준도 물러나게 만든 세계수.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요정왕, 움여귀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고작 저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요정세계의 전부와 싸워도 잘 모르겠군요. 그들은 반신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움여귀가 곁에 있던 요정에게 눈짓하자 앞으로 살짝 나왔다. 어디서 봤나 싶더니, 저번 스보준의 침공에 납치되었던 요정이 아닌가?


"안녕하십니까. 전 룰루 기사단장, 룰루입니다."

"아, 저번에 도움 주셨던....."


해시섹이 있는 룰루기사단의 단장.

왠지 학교에 보낸 딸아이의 선생님을 보는 심정이랄까. 교장에게는 큰 반응 없던 학부모는, 담임 선생님을 만날 때 반대로 급격히 친절해진다.


"잘 부탁드립니다."

"예....."


두 손을 꼭 잡고 공손히 대하자 다들 어리둥절한 가운데 심단편일이 쌍심지를 켰다.


"어흠! 흠!"


룰루가 심단편일에게 힐난의 눈길을 주자 그의 헛기침이 멈췄다.


"우선, 저와 심단편일 부단장이 스보준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당시에는 확신할 수 없는 내용이었으나, 이제는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스보준은 그들에게 마족의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세계수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마족의 땅은 악신들의 저주를 받은 곳입니다. 공기는 생명체가 살 수 없을 만큼 독기가 짙고,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발이 녹습니다. 하루에도 몇 수십번은 운석이 떨어지고, 짙은 낀 구름은 하늘도 보여주지 않고 마른번개만 토해내지요."


그런 지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그들이 반신에 가까운 종족이었기 때문이다. 먼 옛날, 드래곤의 신과 거인의 신이 대전쟁을 벌였고 그때 흘린 피에서 태어난 이들이 현재의 마족들이라고 한다.


"그들이 탄생했을 적, 모든 신의 사랑을 받을 정도로 고귀하고 아름다운 종족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세계수와 닿는 순간, 스보준의 몸에 붙어있던 악기와 증오, 신들의 저주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아름다웠.....다고 생각합니다."


본래 마족의 땅에는 수많은 세계수가 심겨 있었다고 한다. 많은 신들이 와서 쉬고 가는 천국이라 불러도 모자라지 않은 곳이었던 것 같다.


"드래곤의 신과 거인의 신이 싸운 이유는 악신들의 간계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의 사악한 유희는 끝나지 않았고 결국 두 신은 타락하기에 이르렀죠."


드래곤의 신과 거인의 신,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던 종족은 타락한 자신들의 신을 외면했다. 그들이 아니더라도 자신들이 사는 곳은 충분히 행복한 곳이었고, 타락한 신들을 따를 만큼 맹목적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락한 신들의 분노는 굉장했다. 광기에 휩싸인 그들의 분노는 모든 땅을 불태우고 천천히 죽여나갔다. 신들의 분노와 광기가 뒤섞인 힘에 노출된 많은 반신이 타락해갔다.

지독한 환경 속에서도 그들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저주였던 것일까. 저주받은 땅에서 살아남고 적응한 대가로 그들은 마족이라 불리며 전 우주의 두려움이 되었다.


"분노와 증오를 풀 대상을 잘못 잡았죠. 그들을 구하러 온 신들이 되려 갈 곳 없는 분노의 대상이 되었고, 그런 일이 있고 난 뒤 측은히 여기던 신들마저 마족을 외면했죠."


되려 신에게 싸움을 걸었다니, 종족이 삭제되지 않은 게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그런 엄청난 종족의 싸움을 받아낸 것인가?


"본래 차원 이동 간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요정계와 이곳 인간계는 같은 차원에 있지만, 마족의 땅은 다른 차원에 있어요."


스보준이 세계수를 '문'이라고 부르며 자신들을 요정세계로 보내준 이야기를 들었다. 놀랍게도 자신도 그런 힘이 있다.


"저도 비슷한 걸 할 수 있어요."


등 뒤로 빛의 문이 생겨나자 요정들은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정적이 생겼다. 잠시 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움여귀가 중얼거렸다.


"역시, 마지막 희망....."

"저희가 '문'을 열 때 지불하는 에너지양은 아주 커서 함부로 열 수 없습니다. 지...금 아무렇지도 않으십니까?"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렇지도 않다고 얘기하면 내가 마지막 희망이니 뭐니 하는걸 또 한 번 확인시켜주는 꼴이 될 것 같다. 얼른 빛의 문을 닫았다.


"아뇨, 아뇨. 이렇게 가-끔 어쩌다 열고 나면 으.....이렇게 힘들어요....."


어색하게 비틀거리는 내 혼신의 연기에 해시섹이 혀를 찼다. 머쓱해져서 슬쩍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무튼, 같은 차원에서도 '문'을 열 때 큰 힘이 듭니다. 하물며 다른 차원을 건너올 때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는데 저희는 그것을 '제약'이라고 부릅니다. 스보준이 마족들과 쳐들어 왔을 때는 이미 큰 제약이 걸려있었죠."


태양신 쏜의 공격도 버텨내고, 저 거대한 선인장의 압도적인 질량과도 당당히 맞서던 괴물이 제약이 걸린 상태였다니.....괜스레 식은땀이 다 났다.


"그들이 세계수를 계속 가져가려던 이유도 저주받은 땅을 정화하기 위해서인데, 모든 세계수가 말라죽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 스보준이 숨기고 있는 단 하나입니다."

"스보준은 왜 세계수를 숨긴 겁니까?"

"다른.....마족들을 믿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 자신도 증오와 광기가 아주 깊은 곳까지 뿌리박혀 너무 힘들다고 했습니다."


갈 곳을 잃은 분노와 광기가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체에게로 뻗어 나간다. 결국 세계수를 얻게 되더라도 땅에는 생명력이 존재하지 않아 메마르고, 미쳐 날뛰는 마족들에 의해서 세계수는 다시 한번 찢겨 나간다. 그런 비극을 반복해온 것이 현 마족들의 모습. 비참하기 그지없는 종족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머지않았습니다. 조만간 유례없는 커다란 폭풍이 올 거예요. 그전에 더 많은 힘을 키워놓으셔야 합니다."


조막만 한 손으로 내 두 손을 꼭 잡으며 말하는 움여귀. 야, 이거 너무 귀여운데..... 해시섹이 뒤에서 입 모양으로 말했다.


'변, 태.'


"아, 그리고 이 자는 인공생명체입니다."

"네?"

"뭐?"


나와 치아양에게서 동시에 의문이 터져 나왔다.

하긴, 치아양 본인이 훨씬 더 놀랍겠지만.....


"드래곤의 신, 온리렐우아가 세상에 혼란을 주고자 만들어 놓은 생명체 중 하나입니다. 본래, 레드 드래곤이란 종족은 없었지요."


자아정체성에 엄청난 타격을 줄 만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줄줄 읊는 움여귀. 치아양은 묶여있는 터라 귀를 막을 수도 없어 그대로 정신 타격을 받았다.


"신의 도구라 불리는 구슬을 본래 격이 높은 존재에게 자동으로 나타나 타락을 유도하지만, 아무래도 자신들의 종복인 드래곤을 만들어 한데 묶어놓는 것이 더 빠르게 세상이 타락하지 않겠어요? 드래곤이라는 종족 자체가 격이 매우 높으니까요."


쉬러 드골은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그래서 결론은, 지금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으아아악! 뭐라는 거야 이 미친 요정이!"


치아양이 화들짝 놀라며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눈물 없이는 보기 힘든 너무나 슬픈 장면이었다. 나는 경준척처럼 손날을 바짝 세워 올렸다.


"잘 가, 치아양. 비록 너의 죄는 크지만, 원치 않은 삶이였을테니.....깔끔하게 끝내줄게."

"아아악! 드래곤 살려!"

"잠깐만요."


쉬러 드골이 갑작스럽게 끼어들었다. 그녀의 표정이 다부진 것이, 뭔가 다짐한 듯싶었다.


"이 자를 타락시키던 신의 도구도 부서졌고, 이제는 대륙에 남은 유일한 드래곤 중에 하나겠죠. 이 자를 살려주시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모두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에 치아양이 번뜩이며 치고 들어왔다.


"그래! 나를 책임져! 하하! 들었지? 난 안 죽여도 돼!"

"입 닥쳐."


쉬러 드골의 느닷없는 사커킥이 치아양의 입속에 틀어박혔다. 그녀의 태세변환에 모두가 잠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드드드!


그녀의 분노에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숲에서 열심히 먹고 자면서 휴양했더니 본연의 힘을 다 찾은 모양이다.


"찢어 죽이기 전에 조용히 해. 아직 잊지 않았으니까."


순하고 아름다운 얼굴로 여전히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그로테스크하기 그지없었다. 드래곤 피어라고 하던가? 본연의 힘을 모두 회복한 그녀의 힘을 정면에서 받은 치아양은 점점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그렇게 강력한 드래곤 슬레이어도 기세만으로 기절시켜버리다니.....

치아양은 곧바로 속박에서 풀어졌다. 기절한 그를 질질 끌고 사라지는 그녀를 보며 움여귀가 안전장치를 하나 선물했다.


"이것은 심상으로 만들어낸 요정세계의 꽃입니다. 신의 도구에 홀리는 자들의 말로는 대게 비참하고, 그 정신적인 상처를 회복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세계수의 눈물로 그 꽃에 물을 준다면 그의 정신에 큰 도움을 줄 거예요."

"그럼 이 꽃은 어디에....."


움여귀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귀에 꽂아 놓는 게 제일 효과가 좋답니다."


씨익


움여귀가 사악한 미소를.....

아니다. 분명 나의 착각일 것이다.

나는 애써 고개를 돌렸다.


****


쿠콰과과과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이 메마른 대지를 거침없이 파괴했다. 그 여파로 튕겨 나가는 마족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일어나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스보준은 그런 메마른 광경을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크크크.....네깟놈.....이 할 수 있을 듯싶으냐.....?"


스보준의 뒤에서 낮은 웃음을 흘리는 마족왕. 그는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가슴 한가운데에 얼굴만큼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에 이르지는 않았다.


"신이 어떤 존재인지 까먹은 것이야? 괜한 멸망을 재촉하는.....!"

"할 수 있다."

"뭐?"


스보준이 덜렁거리는 팔을 잡으면서 히죽 웃었다. 조금은 바보 같은 웃음이었다.


"엄청난 걸 찾았거든."


스보준이 몸을 빙글 돌려서 멀쩡한 팔로 마족왕의 뿔을 잡고 그대로 들어 올렸다. 마족왕의 덩치가 워낙에 커서 발이 질질 끌렸다.


"우선, 네 썩어빠진 정신상태 먼저 정화해주지."

"크크.....네놈한테 별소리를 다 듣는군."


그나마도 기운이 다 빠진 모양인지 마족왕의 눈이 감겼다. 누가 봐도 죽은 모습이었지만, 이들의 말도 안 되는 강력함과 생명력 앞에서는 이 정도 중상은 기절에 불가했다.


"본 모습을 되찾으면, 나한테 절을 하게 될 거다."


펄럭


스보준이 마족왕을 잡고 날아올랐다.

운명에 맞서기로 한 마족들을 막을 순 없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불덩이와 벼락, 운석조차도.

t세계비밀2.jpg


작가의말

오랜만에 채색도 하고 싶어서 잠시 만져봤습니다. 허헣.....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계수로 환생해버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한여울™님....후..후원금이라니....감사합니다... +7 17.03.26 3,092 0 -
50 에필로그 +15 17.06.26 1,709 16 1쪽
49 마지막 이야기 +12 17.06.20 1,750 30 11쪽
48 신들의 전쟁 (2) +7 17.06.17 1,242 21 14쪽
47 신들의 전쟁 (1) +7 17.06.14 1,228 22 12쪽
46 아군 +9 17.06.13 1,183 26 11쪽
45 프레이 복원 작전 (5) +7 17.06.09 1,259 29 12쪽
44 프레이 복원 작전 (4) +13 17.06.07 1,292 36 13쪽
43 프레이 복원 작전 (3) +9 17.06.05 1,389 36 13쪽
42 프레이 복원 작전 (2) +21 17.06.02 1,417 36 12쪽
41 프레이 복원 작전 (1) +11 17.04.24 1,588 40 12쪽
40 요정과의 결의 +13 17.04.22 1,707 46 12쪽
» 세계의 비밀 (2) +12 17.04.19 2,162 46 12쪽
38 세계의 비밀 (1) +18 17.04.17 1,862 41 11쪽
37 숲으로 (2) +7 17.04.14 2,016 55 12쪽
36 숲으로 (1) +13 17.04.13 2,014 51 12쪽
35 드래곤 슬레이어 (2) +7 17.04.13 2,047 44 12쪽
34 드래곤 슬레이어 (1) +13 17.04.10 2,337 58 12쪽
33 눈물의 감자근 +17 17.04.07 2,507 52 12쪽
32 원정대 (3) +14 17.04.06 2,684 59 12쪽
31 원정대 (2) +21 17.04.02 3,205 73 12쪽
30 원정대 (1) +19 17.03.31 3,278 65 12쪽
29 4차 진화 (4) +14 17.03.30 3,371 81 12쪽
28 4차 진화 (3) +20 17.03.24 3,479 79 12쪽
27 4차 진화 (2) +19 17.03.22 3,416 79 12쪽
26 4차 진화 (1) +16 17.03.20 3,788 81 12쪽
25 그란데의 성장 +30 17.03.19 3,962 92 13쪽
24 세계수란 (2) +54 17.01.30 4,601 113 12쪽
23 세계수란 (1) +20 17.01.29 4,769 92 10쪽
22 마족과 전투 (6) +12 17.01.25 4,906 10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