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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사 사중정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무저항
작품등록일 :
2014.04.07 14:59
최근연재일 :
2014.07.24 14:3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79,845
추천수 :
1,805
글자수 :
140,507

작성
14.07.0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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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정중사 사중정 -8(4).

DUMMY

냉수아는 예전의 예뻤던 모습 그대로 나타났다. 단정하게 땋은 머리를 어깨 아래까지 늘어트린 그녀가 한 손에 들고 온 큼지막한 보자기를 식탁에 내려놓았다.

탁.

그것을 본 냉소악이 물었다.

“그게 뭐야?”

냉수아가 대답 대신 보자기를 풀자 하얗고 네모난 본체가 드러나며 고소한 향을 풍겼다. 갓 만든 두부였다.

“오빠, 빨리 이거 먹어. 미화가 민가의 젤 유명한 할머니한테 직접 사온 두부야.”

“오, 다시는 갇히지 말라고 가져온 거야? 그럼 어디 맛 좀 볼까?”

두부는 맨손으로 먹는 것이 제 맛. 냉소악이 손을 두부로 가져가는데, 그보다 먼저 우락부락한 손이 나타나 두부를 사정없이 뜯어갔다.

진주방이 한 웅큼 뜯어간 두부를 입에 털어 넣으려던 찰나, 그걸 발견한 냉수아가 빽 소리쳤다.

“쮸방 오빠! 그거 우리 오빠 먹을 거거든?”

“수아야, 나도 갇혔었는데? 따지고 보면 대사형을 따라 나섰다가 함께 갇힌 것이므로 진짜 두부가 필요한 건 나지.”

“시끄러웟! 쮸방 오빠 때문에 우리 오빠까지 잡힌 거 다 알거든? 내가 때려주고 싶은 거 꾹 참는 거라구.”

냉소악이 웃으며 둘을 말렸다.

“하하, 같이 먹으면 되지. 뭘 싸우고 그러니?”

“흥!”

자신을 못 본 걸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냉수아는 판극이 있는 쪽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고 그게 판극은 영 신경쓰였다. 그녀의 화가 풀렸든 안 풀렸든, 그런 건 개의치 않았지만 일전에 자신이 했던 말이 자꾸 걸렸다.

‘대사형을 의심했었지.’

만약 그녀가 당시 일을 일러 바친다면 애써 쌓아온 대사형과의 관계가 틀어질 게 염려됐다. 다행히 웃고 떠드는 분위기에 그런 대화는 나오지 않았고 농담이나 잡다한 이야기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한창 떠들던 냉소악이 잠자코 앉아 있는 판극을 발견하고 눈빛을 빛냈다.

“참, 내가 아직 소개를 안 해줬네? 서로 인사 해. 여긴 내 동생 냉수아.”

그가 친절하게 직접 소개해주는데, 판극이 모른 척할 수는 없어 냉수아를 보며 인사했다.

“안녕, 오랜만이다.”

“그래. 그동안 잘 지냈어?”

“나야 뭐, 너도 잘 지냈지?”

의례적으로 인사는 하는데, 참 어색하다. 서로 눈은 못 마주치면서 입만 열고 있으니 냉소악은 둘의 어색한 태도를 금세 감지했다.

그가 짓궂은 표정으로 물었다.

“뭐야? 둘이 벌써 아는 사이였어? 으익! 내가 소개해주고 싶었는데, 이럼 실망인데?”

판극이 즉시 수습에 나섰다.

“그럴 일이 있었습니다.”

“뭔데? 내가 회정동에 있는 동안 알게 된 거야? 가만 보자, 둘이 나이도 같은데 설마 사귀는 건 아니지?”

“아닙니다. 그 전에 우연히 알게 됐습니다. 미리 말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우연? 어떻게?”

“그, 그건.”

판극이 쉽게 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친구야, 오빠.”

냉수아가 재빠르게 나서 대신 둘러댔다.

“친구?”

“응. 오빠도 알겠지만, 내가 련에서 친구가 없잖아. 그래서 얘랑 친구하기로 했어.”

“아가씨 말이 맞습니다.”

“얘는, 친구끼리 아가씨라니. 호홋.”

“그런가? 하, 하.”

이상하다. 냉소악과 냉수아, 그리고 무극천황 냉월추까지 늘 자신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기댈 곳 하나 없는 고아에 잘해줘도 얻을 것이라곤 없을 텐데 늘 진심으로 자신을 대한다.

‘왜?’

판가표국이 몰살당한 그 날 이후로 판극에게 세상은 적이었다. 늘 조심하며 사방을 경계했고 사소한 호의도 의심하게 됐다. 그런데 이들과 함께 있다 보면 가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잊게 된다.

‘령아.’

행방을 알 수 없는 령아를 떠올렸다. 이제는 눈을 질끈 감아야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녀가 판극을 다시 필사적으로 만드는 이유였다. 그리고 이들처럼 진심으로 즐거워할 수 없는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냉소악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수아랑 가장 아끼는 사제가 친구라니. 출감한 것보다 기분이 좋은데? 하하.”

“허, 대사형 너무하십니다. 저와 함께 한 시간이 얼만데```.”

진주방이 어울리지 않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게 장난이란 것쯤은 실내의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었다.

냉소악도 눈치채고 더 과장되게 말했다.

“쮸방은 융통성이 없어서 밀려났어. 나중에 내가 한 말을 깨달으면 그땐 다시 생각해 볼게. 하하.”

“그냥 두 번째로 족하고 건강하게 살렵니다. 대사형이 아껴봤자 위험해지기밖에 더합니까? 판 사제, 회정동 우측 구석이 그나마 따스하고 습기가 덜하니 나중에 대사형과 들어가게 되면 거길 꼭 차지해야 돼.”

“명심하겠습니다. 진 사형.”

“이것들이? 하핫.”

냉소악이 유쾌하게 웃었다. 덕분에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고 날이 저물 때까지 계속 됐다. 그가 아끼는 목련차가 등장하고 그 향이 모두 질 때까지 이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수아, 잠깐만.”

냉소악의 처소에서 나가는 길, 몇 걸음 앞에서 걷던 냉수아를 판극이 불러세웠다. 미화가 먼저 뒤를 돌아봤고 바로 이어서 냉수아가 뒤로 돌았다.

“판극? 왜?”

“그게``` 할 말이 있어.”

“나랑?”

끄덕.

판극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지켜보던 미화가 냉수아의 앞으로 나섰다. 적의가 가득한 눈빛. 일전의 앙금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그녀는 가시가 듬뿍 돋친 목소리로 물었다.

“사공자님이 우리 아가씨한테 무슨 일이시죠? 또 해코지라도 하려고 그런가요?”

“그런 게 아니라```.”

“됐어, 미화. 잠깐 이야기 좀 할게. 먼저 가 있어.”

냉수아가 이렇게 나오자, 미화도 더는 막을 수 없어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멀리 가진 않고 적당히 그들이 보이는 위치에 멈춰 판극을 날카롭게 노려봤다.

판극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지난번 일은 미안해. 그리고 아깐 고마웠다.”

“됐어, 지난 얘긴.”

“그래. 잘 들어가.”

짤막한 인사를 남기고 판극이 걸어가자.

“잠깐만!”

이번엔 냉수아가 판극을 불러세웠다.

판극의 고요한 눈과 마주친 그녀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내렸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땅을 내려다보고 손가락만 주물럭거렸다.

‘불렀으면 말을 하지.’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판극이 먼저 물었다.

“무슨 일인데?”

“저기``` 열흘 후에 시간 되면 내 생일잔치에 올래?”

“응, 갈게.”

판극은 어려운 일도 아니므로 흔쾌히 승낙했다. 대사형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친구라면 생일 잔치 정도는 참석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냉수아는 환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다행인 점은 날이 어두워 빨갛게 변한 얼굴은 들키지 않았다.

판극이 고개를 끄덕이자 냉수아는 후다닥 달려갔다. 미화는 천방지축으로 뛰어오는 냉수아에게 귓속말로 뭐라 핀잔을 주는 듯 보였다.

잠시 후, 담장 앞 길게 자란 그림자 속으로 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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