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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사 사중정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무저항
작품등록일 :
2014.04.07 14:59
최근연재일 :
2014.07.24 14:30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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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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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0,507

작성
14.06.03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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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정중사 사중정 -6(1).

DUMMY

“여기가 은월각이야.”

족히 삼 장은 되어 보이는 담장 앞에서 냉소악이 말했다.

냉소악은 미리 준비해온 검은 천을 판극과 진주방에게 나눠줬다.

“이, 이건 뭡니까?”

“복면.”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진주방이 나눠준 복면을 흔들며 따졌다. 장소만 아니었다면 대사형이고 뭐고 큰소리를 쳤을 것이다. 지난번 약비동을 털 때도 침입자로 오해받아 파문당할 뻔했는데 그런 짓을 또 해야 하다니.

‘판 사제가 불쌍하군.’

자신이야 일전에 내기에서 졌으니 그렇다 쳐도 판극은 전생에 무슨 잘못을 했길래 대사형의 눈에 들어서 괜한 생고생을 하게 된 걸까? 측은하긴 하지만, 이 또한 자업자득. 따지고 보면 내기에서 진 것도 판극이 자신을 대사형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판극과 진주방이 복면을 착용하자 냉소악은 신이 나서 떠들었다.

“은월각은 내부에 세 개의 건물이 한 건물을 둘러싼 형태로 총 네 개의 건물이 있어. 그 중 각주실은 어딘지 모르지만, 내 생각엔 가장 뒷 건물이 아닌가 싶어.”

“그런 건 어떻게 알았습니까?”

“며칠 전부터, 산에 올라가 살폈어. 경계가 삼엄하고 생각보다 넓어서 쉽지 않겠더라고.”

잠자코 듣던 판극이 조심히 물었다.

“그런데 은월각은 왜 침입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건 은월각주 때문이다.”

불쑥 나서서 대답한 진주방이 말을 이었다.

“은월각주 요서린은 신비한 인물이다. 아직 누구도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대사형은 그 비밀을 깨고 싶어 하신다.”

“고작``` 그런 이유입니까?”

삼대 금역이니, 모든 정보가 모이는 곳이라며 잔뜩 긴장하게 만들어놓고 고작 들어가서 확인하겠다는 게 여자 얼굴이라고? 판극이 황당한 마음에 따지고 들었다. 아무리 대사형이라도 이런 쓸데없는 짓에는 동참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냉소악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평소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장난기도 지금은 보이지 않았다. 돌아가려는 판극을 붙잡은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 못 가, 사제.”

“예?”

"며칠 지켜본 결과 은월각은 사시가 되면 정기적으로 주변 20장을 순찰해. 정보를 다루는 기관답게 그들 나름대로 신중을 기하는 거지. 아마 지금쯤 우리 주변도 포위됐을걸?“

“그럼 어떻게```?”

냉소악이 고개를 들어 담장을 쳐다봤다.

“혹시?”

“가자, 사제들.”

말을 마친 냉소악이 주저 없이 바닥을 찼다. 그는 공기를 타고 올라가듯 사뿐히 삼 장 높이의 담장에 오른 그가 안을 살펴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 손짓으로 사제들을 불렀다.

“어쩔 수 없지. 가자, 사제.”

진주방이 먼저 뛰어올랐다. 큰 덩치임에도 벽을 두 번 짚는 것으로 담장에 오른 그를 따라 판극도 있는 힘껏 도약했다.

한 번에 일장 높이. 판극이 가진 내력으로는 그게 한계였다. 그러나 빠른 내공운용을 통해 벽을 디디며 오르는 걸 몇 번 반복했고 순식간에 담장 위에 도달할 수 있었다.

탁.

손을 내밀고 기다리던 진주방의 도움으로 판극이 담장 위에 안착하자 셋은 머뭇거리지 않고 은월각 내부로 착지했다.

척. 척.

냉소악은 다시 주변을 살펴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말했다.

“요서린의 나이는 아무도 알지 못해. 백 살이 넘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은월각의 각주로 있었다는 것만 알려졌어.”

“그건 왜죠?”

판극이 소리 낮춰 물었다.

냉소악은 예상한 질문인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거기엔 여러 가지 설이 있어. 이건 소괴 할배한테 졸라서 들은 건데 요서린이 익힌 무공 때문이래. 사제들, 채양보음이라고 알아?”

“남자들에게서 양기를 흡수해 내공을 쌓는 대법 말입니까?”

채양보음에 당한 상대는 온몸의 기가 빨려 뼈만 남은 시체로 죽게 된다고 알려졌다. 사파에서도 그 수법이 악랄해 금지되는 무공이며 만약 냉소악의 말이 사실이라면 무림공적으로 몰려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심각한 내용이었다.

냉소악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런데 요서린의 채양보음은 그 성질이 특이해서 용케 허용됐다고 해. 상대의 진기를 흡수하는 게 아니라 남자의 생기 소량을 흡수해서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거든. 그렇기 때문에 상대도 수명은 줄겠지만, 당장은 몸에 큰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어찌 됐든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거 아닙니까?”

“전혀. 왜냐면 남자들이 스스로 찾아가기 때문이지.”

“설마```.”

“사실이야. 돈이나 정보, 둘 중 어떤 것이든 적절한 보상이 있다면 그런 일을 할 사람들은 련에 줄을 섰다고. 아마 회포를 풀고 싶어 찾아가는 남자들도 수두룩할 걸? 쉿.”

말을 하던 냉소악이 인기척을 감지하고 급히 자세를 숙였다. 멀리 건물이 보이는 공터에서 두 명의 순찰대로 보이는 여자들이 지나갔고 그 후에야 몸을 일으킨 그들은 천천히 건물이 있는 쪽으로 접근했다.

공터는 피하고 최대한 수풀이 자란 쪽만 골라 조심스럽게 이동하자 쉽게 가장 가까운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불빛이 새어 나오는 건물은 아직 업무에 한참인지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들키지 않았다고 확신한 냉소악이 걸음을 멈추고 속삭였다.

“저기 보이지? 저기가 은월각의 핵심 건물일 거야. 요서린도 저기에 있을 거야.”

“그렇겠죠.”

진주방이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냉소악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 열심히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이 건물이 끝나는 시점부터 공터가 시작돼. 이변이 없는 한, 우리는 발각될 거야.”

“예? 그럼 큰일이잖아요.”

“쮸방, 내가 그 정도 대책도 없을 것 같아? 들어 봐.”

“```그게 뭡니까?”

진주방이 기대에 찬 눈으로 냉소악을 바라봤다. 냉소악은 어깨를 한 번 들썩이고 자신 있게 말했다.

“달려. 우리는 전력질주로 공터를 지난 후에 요서린의 얼굴을 확인하고 우측 담장으로 빠져나가는 거야. 알겠어?”

“지금 그게 대책``` 입니까?”

“왜? 자, 잠깐만 어디가, 사제.”

황당한 말에 실망한 진주방이 담장 쪽으로 향하자 냉소악이 급히 그를 말렸다.

“잊었어? 지금 바깥은 순찰하는 무인들로 가득하다니까. 제일 안전한 곳이 바로 여기란 말이지.”

“그럼 나갈 땐 어떡합니까? 바깥에 이미 무인들이 깔렸다면```.”

“그러니까 여기서 소란을 피워야하는 거지. 우리를 발견한 무인들이 전부 안으로 몰려들 테니까.”

판극이 보기엔 허술하기 짝이 없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진주방은 벌써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멍청한 건지 순진한 건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히는 행동에 한숨이 나왔지만, 지금으로썬 판극도 딱히 방법이 없었다. 냉소악의 뜻대로 하는 수밖에.

갑자기 손을 높이 든 냉소악이 손가락을 하나씩 접기 시작했다.

다섯에서 넷으로. 넷에서 셋으로. 그리고 마지막 하나의 손가락이 접히자 셋은 약속한 것처럼 튀어 나갔다.

슈욱.

제일 앞에서 달리는 냉소악을 따라 진주방과 판극이 나란히 뒤를 따랐다. 복면에 뚫린 구멍으로 차가운 밤 공기가 눈을 때렸지만, 그런 사소한 걸 신경 쓸 여유는 누구에게도 없었다.

한참을 달린 것 같은데 반응이 없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나? 이상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본 판극이 다급하게 말했다.

“대사형, 이상해요. 아무도 없습니다.”

“뭐? 정말이네. 뭐지?”

당초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자신들을 발견한 무인들이 호각을 불고 쫓아와야 정상. 그런데 사람은커녕 개미새끼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으니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뭔가 잘못됐어.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그럼 어떻게 할까요?”

“뭘 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데?”

앞에서 냉소악의 허탈한 음성이 들렸다. 진주방과 판극이 되물을 필요도 없이 앞뒤의 건물에서 면사로 얼굴을 가린 무사들이 뛰어내리고 있었다.

척. 척. 척.

바닥에 사뿐히 착지한 그들이 삽시간에 주변을 둘러싸고 검을 겨눴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마치 미리 준비한 것처럼 신속했고 빈틈이 없었다.

가운데 면사를 여인이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웬 놈들인데 감히 겁도 없이 본 각에 침입하느냐!”

판극 일행이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하자 그녀는 냉소를 띠며 말했다.

“어른 하나와 아이 둘이라```. 첩보의 내용과 동일하군.”

“첩보? 미리 우리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단 말인가?”

냉소악은 깜짝 놀라 물었다. 이 작전을 위해 수신호위가 올 수 없는 화열전부터 사제들을 이끌고 몰래 왔다. 계속 붙어 있었던 사제들이 발설할 가능성은 전혀 없었고 누군가 미리 눈치채고 밀고했다는 얘긴데.

문제는 저들이 내비치는 살기다. 자신들이 침입했다고 온전히 전달됐다면 결코 이런 반응이 나올 리 없다. 마치 진짜 도둑이나 살수가 침입한 줄 아는 듯한 반응. 누군가 악의를 갖고 밀고한 게 분명했다.

“은월각이 모르는 것도 있단 말이냐! 모두 쳐라!”

“자, 잠깐.”

냉소악이 다급하게 멈추려 했으나 그들은 전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잘 벼린 칼을 매섭게 휘두르며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일단 내가 막을 테니 사제들은 알아서 빠져나가. 나중에 보자고!”

“대사형!”

말을 마친 냉소악이 검을 빼 들고 앞으로 나섰다. 그의 주위로 기가 요동치며 몰려들었다. 소용돌이처럼 냉소악의 검 끝에 몰려든 기는 그가 검을 휘두르면서 세차게 허공으로 뻗어 나갔다.

슈아앙.

“크윽.”

냉소악이 허공으로 뻗은 일검에서 심한 광풍이 몰아쳤다. 은월각의 무인들은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검면을 이용해 막아야 했다. 앞서 포위한 무인들이 모두 방어에 집중하자 빈틈이 생겼다.

“지금이야, 피해!”

냉소악의 신위에 넋을 놓고 바라보던 판극이 그의 외침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왼쪽으로 튀어 나가는 진주방과는 반대쪽으로 경신법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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