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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바달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올드골드
작품등록일 :
2017.08.03 05:04
최근연재일 :
2021.02.13 21:2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946
추천수 :
1,172
글자수 :
195,944

작성
17.08.03 05:12
조회
778
추천
37
글자
7쪽

6-1.

DUMMY

6.


-[내 이름은 리아나 본. 인류학자예요.]


-[이리을 입니다.]


「이름이 이리을 이라고 하네요. 나이는 출생 후 횟수로 15년 생이예요.」


마치 통역사라도 된 것처럼 나와 그들 사이에서 교수가 내 말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가 통역을 한번 해 줄 때마다 방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오오 하며 감탄스럽다는 듯한 반응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 교통사고를 당했는지 물어보는게 어떨까요.」


「아니 그 전에 어디에 있었는지 부터 묻는 게 순서 아닌가?」


「기억을 못할지도 몰라요. 그러면 아까처럼 상태가 더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의사로서는 좀 더 안정을 취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봅니다.」


그리곤 뒤에서 자기들끼리 무언가 진지한 태도로 숙덕숙덕 거리고 있었다.


「일을 크게 만들어선 안됩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언론에는 뭐라고 공표하실 겁니까?」


「그걸 말이라고하나? 정리가 되기 전까진 될 수 있는 한 감춰야지. 명백하게 언어가 통하는데 이제와서 동물원 원숭이로 만들 생각은 없네.」


의원이 조금 불쾌하다는 듯 넥타이를 당기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잠시 조용히 해주시겠습니까. 대화를 못하겠군요.」


교수가 뒤를 돌아보며 차갑게 한마디를 던지자 그 기세에 눌린 방 안의 사람들이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미안해요, 다 듣고있을 텐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지금은 그런 것들보다 다른 것에 더 큰 충격을 받아서 저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인류학자라고 하셨나요?]


-[엄밀히 따지면 고고학이나 고생물학과도 겹치지만, 별로 인기가 없어서 관심도 없고 배우려는 사람도 적은 분야죠.]


그녀가 어깨를 으쓱이며 약간은 자조섞인 농담을 던졌다.

나와 대화를 나누면서 차츰 익숙해진 건지 교수의 말이나 어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눈에 띄게 매끄러워지고 있었다.

과연 교수라고 불리는 인물은 다르구나 라고 생각했다. 만일 서로 반대의 입장이었다면 내가 저렇게 빨리 다른 언어에 능숙해질 수 있었을까.

그녀가 나와 대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이 언어는 일종의 죽어버린 언어라고 했다.

현대에 와서는 기록물을 찾아 연구하는 것 외에는 평범한 사람들은 접할 기회가 극히 드믄 어느 옛 종족의 언어. 그러니 그녀가 이 언어를 배우기 위해 들인 노력이나 수고라는 것은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보다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세요. 저로서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네요.]


-[무슨 심정인지 이해... 한다고는 못하겠군요. 억지로 받아들이려 할 필요 없어요.]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나는 괜찮다는 의미였다.

결국 한숨을 쉬며 아까 전에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나에게 들려주었다.


-[리을 군, 기록상으로 인간은 약 200년 전에 멸종했습니다.]


막상 듣는 순간엔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조금 신기했다.


-[제 전문분야는 고인류학이고 그중에서도 동動인종, 즉 휴먼들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언어계통이 17 가지가 넘었다고 전해지는데 그 중에서 그나마 기록이 보존된 건 여덟 종류이고 제가 익힌 건 방금의 다섯 가지가 전부예요. 휴먼의 멸종으로 원시부터 지구 상에 존재하던 다섯 인류 중에 지금은 네 종족 만이 남아있고 제가 알고있는 한 당신은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인간입니다.]


멸종해버린 종족의 언어를 다섯 가지나 익히고 있다는 시점에서 그녀가 왜 세계 최고의 권위자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세계 최고의 권위자가 ‘알고있는 한’ 이라는 말의 의미는 뒤집어서 생각하면 전세계 어느 누구도 그녀만큼 아는 이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즉, 이 세계에서 인간은 오직 나 혼자 만이 남아있다 라고.

그녀는 그렇게 선언한 것이다.

와, 정말 놀랍군요! 그래서 그게 대체 저랑 무슨 상관인가요?

이 말을 믿고 안믿고의 여부를 떠나서 머리가 갑작스러운 상황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질 못하니 조금 맛이 간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고개를 흔들고는 질문을 이어갔다.


-[인간을 동인종 이라고 하셨는데 다른 종족들을 부르는 이름도 있나요?]


우선은 이 세계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아야 한다.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계속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도 이런 자세로 공부를 배웠더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의원님, 잠시 이리 오시죠.」


「응? 나 말인가?」


무언가 복잡한 생각에 잠겨던 상원의원은 갑작스런 교수의 부름에 떫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그리곤 그렇게 다가온 의원을 옆자리에 앉히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교수는 인정사정없는 태도로 그의 한쪽 귀를 주욱 잡아당겼다.


-[금金인종. 엘번, 엘퍼, 엘퍼란, 엘프elf 라고 불리고 보는 것처럼 귀가 뾰족한 게 특징입니다.]


「뭐, 뭐야, 지금 무슨 이야길 하는겐가.」


의원은 자신의 귀가 잡아당겨지자 당황했는지 별다른 저항도 하지못한 채 얼굴이 벌개졌다. 뒤에서 보고있던 경호원 하나가 웃음을 참느라 고개를 돌린다.


-[크게 남방엘프와 북방엘프로 나뉘는데 의원님 같은 경우엔 귀가 쳐져있는 걸 보면 전형적인 남방엘프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어요. 반면 귀가 짧고 끝이 뾰족하게 올라온 경우엔 북방엘프로 분류됩니다.]


과연 교수나 되는 사람은 다르구나. 상원의원이나 되는 사람을 끌고왔는데도 자신의 전문분야를 설명하는데 있어선 한점의 흐트러짐도 없는 학자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다.

여러가지 의미로 감탄스러웠다.


-[아니... 그, 의원님은 좀 놔주시는게 어떨지.]


귀가 잡힌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앉아있는 뚱뚱한 중년 신사가 의외로 귀여워보이긴 했지만 보고있는 나조차 부담스러우니 그만둬줬으면 좋겠다.


「고생하셨어요.」


그리고는 그대로 되돌려 보낸다.


「보른 교수. 제발 이런 걸 할 땐 미리 말이라도 좀 해주게.」


귀를 어루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투덜대기만 할 뿐 별다른 항의나 무례함을 탓하진 않는 걸 보니 이런 대접을 한두 번 받아본게 아닌 것 같았다. 심지어 데리고 온 보좌관도 특별히 교수를 제지한다거나 하는 행동 없이 뒤에서 신난다는 표정으로 멀뚱멀뚱 구경만 하고 있었다.

교수가 의원에게 말을 이었다.


「자신 이외에 다른 종족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고 있어요.」


「그야 모를 수도 있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아그룬타
    작성일
    17.09.07 15:02
    No. 1

    귀가 커지거나 비이상적으로 발달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사냥을 위한 것이나 체온 조절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귀 크기가 진화할 까닭은 없을텐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아그룬타
    작성일
    17.09.07 15:05
    No. 2

    200년 전은 고고학이라 할만하지도 않고, 사료도 대부분 고스란히 남아있을법한 시기라서 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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