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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태평2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는 아니지만 쉽게 죽을 수는 없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천하태평2
작품등록일 :
2021.01.15 10:48
최근연재일 :
2021.02.28 16:0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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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수 :
195,830

작성
21.02.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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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8화;좀비는 아니지만 쉽게 죽을 수는 없지2

DUMMY

(제18화; 좀비는 아니지만 쉽게 죽을 수는 없지 계속)


진주는 번쩍 눈을 떴다. 어두웠지만 익숙한 공기가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방안,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슬며시 팔을 올려 두 손을 살펴보았다. 이어 얼굴도 쓰다듬어 보고, 슬쩍 가슴도 만져보았다.


‘분명히 나야...’


이상한 점이 있기는 했지만 평소의 자기 모습 그대로인 게 틀림없었다.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샤워를 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진주는 거의 샤워를 하지 않았다. 몸에서 냄새가 날까 걱정할 만도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누구를 만나지도 않으며, 집에서 엄마 수정과 잠깐 스치는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샤워를 하고 얌전히 잠옷까지 입고 잠들었다는 게 진주답지 않은 행동이기는 했다.


‘꿈도 그렇고, 온통 이상한 일 투성이네?’


정말 그랬다. 재난영화 같은 장면들이 연이어 보였고, 낯선 상황과 낯선 사람들이 나타났다.

분명히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한 것은, 그 모든 이상한 상황을 본 진주 자신의 마음이었다.

그것들이 불길하거나 의심되지 않고 온 몸을 단단하게 무장시킨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자기 확신과 불굴의 사명감이 진주를 보호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렇게 한가하게 누워있을 때가 아니지. 할 일은 해야지.’


그레타 툰베리는 15세의 나이에 지구를 살리는 운동에 나서기로 결심했고, 잔 다르크는 16세의 나이에 나라를 구하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이제 17세의 진주는 인류의 파멸을 막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결과를 미리 알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행동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작은 바람이 태풍을 일으키고 작은 파도가 엄청난 해일을 만들어내듯이, 지금 말라깽이 진주는 게임 체인저로서의 역할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모든 시작은 미약하고 사소하다.


거실로 나가니 수정이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진주는 힐끗 화면을 보고 수정 옆자리에 앉았다. 수정이 진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

“아니.”

“너, 잔뜩 취해서 왔어. 막상 술 냄새는 안 나는데, 비틀비틀 몸을 못 가누더라도.”

“그래서 나 목욕 시켰어? 나 목욕 싫어하는 거 알잖아?”

“난리가 아니었다니까. 여기저기 막 토하고.”

“그 정도야? 전혀 기억이 안나.”

“다행이다. 너, 그거 다 기억하고 있으면 창피해서 엄마 못 볼걸?”

“주정도 했어?”

“못 믿겠지? 그거 다 찍어놨어야 되는데.”

“흠! 고생했네...”


고생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똥오줌 싸던 어린 아기 때 이후로 아이를 벌거벗겨 목욕시킨 적이 없는데다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으니까.

아기였어도 힘들었는데, 다 큰 딸을 씻기는 게 쉬웠을 리는 없다.


그러나, 힘들기는 했으나 수정은 그 시간이 좋았다.

17년을 키우고 함께 지냈지만, 솔직히 함께 해서 즐거웠던 시간은 기억에 없다. 대부분 힘든 시간들이었다.

어린 진주를 목욕시키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진주는 짜증내며 울어댔고, 수정 역시 짜증나고 화났다. 대부분의 시간을 그렇게 보냈던 것 같다. 진주를 키우는 것이 형벌처럼 느껴진 때도 많았다.


그런데 어젯밤 처음, 수정은 함께 하는 기쁨을 느꼈다.

거의 정신을 잃은 딸아이를 벗겨 욕조에 넣고 수정 자신도 옷을 벗었다. 진주가 몸을 가누지 못하였으므로, 수정은 욕조에 앉아 자신의 몸 위에 진주를 올려놓았다.

진주의 몸은 거의 인형처럼 가벼웠다. 샤워꼭지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진주를 씻기는 동안, 스멀스멀 어떤 감정이 솟아올랐다.

처음에는 그게 샤워꼭지에서 나오는 물의 온도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진주의 피부가 전해주는 체온의 따뜻함인가 생각했다.


그때 알았다. 그건 수정이 진주에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었다.

따뜻한 사랑의 온도였다. 그동안 전하지 못한 사랑의 감정을, 정신을 잃고 쓰러진 딸에게 정성껏 전하고 있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너를 위해서 나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


그런 마음으로 딸을 씻기고 있었다.

수정은 진주가 곁에 있음에, 진주를 위해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진주라는 존재에 감사했다.


“고마워 엄마.”


진주가 수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뜻밖의 말에 수정이 고개를 돌려 진주를 보았다.

고맙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솔직히 그동안 진주와 수정의 관계란 전쟁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세종으로 이사 온 이후 잠잠해지긴 했으나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언제든 다시 터질 준비가 되어있는 휴화산일 뿐이다.

그런 진주의 입에서 고맙다는 말이 나온다는 건, ‘이제 그만 싸우자. 화해하자.’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정은 덜컥 겁이 나서 진주를 외면했다.


‘진짜 무슨 일이 있었나...’


자식이 부모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건 대체로 둘 중 하나다.

어딘가 멀리 떠나려고 하거나 철이 들었거나. 진주는 이제 17살이니 철들려면 멀었고, 그러면 멀리 떠날 생각이라는 얘기다.

갑자기 진주가 얼마 전에 아빠 얘기를 꺼낸 것이 되살아나면서 수정은 눈앞이 아득해졌다.


“수고했어. 나 키우느라고 고생했잖아.”

“너 술주정하니? 쓸데없는 얘기를...”

“진심 고마워. 난 엄마가 자랑스러워. 전에도 지금도. 정말야.”

“얘가 왜 이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좋아도 운다고 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수정은 갑자기 마음이 허전해지면서 휘잉, 바람이 부는 걸 느꼈다.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지금의 진주는 어제의 진주가 아니었다.

부쩍 성장한 느낌, 속이 꼭 차서 더 이상 수정의 도움이 필요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말 떠나려 하는구나...


“잠깐잠깐 엄말 미워하기도 했지. 그땐 어렸으니까. 어려서 엄마밖에 없었으니까.

무서웠거든 세상이. 엄마가 도망갈까 봐 무서웠거든.

미안해. 속상했지?”

“옛날 얘기 뭐 하러 해? 인제 다 끝난 일인데...

딸아, 너 잘 컸어. 고마워. 잘 자라줘서, 무사히.”

“고마워. 무사히 잘 키워줘서. 이제부턴 내가 엄마 지켜줄게. 걱정 마.”

“걱정 안 해. 여기로 와서는 나도 안정이 됐어.”

“다행이야. 가슴이 답답하거든.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하하! 너 이상해. 시집가는 딸같애.”


허전함을 달래보려고 수정은 일부러 소리 내어 웃었다.

이제야 인생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새로운 변화를 예감하니 무서워졌다.

과장된 웃음소리에 그 무서움을 실어 보내려 했으나 싣지 못했다.


“근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되니?

솔직히 지금 나, 살짝 무섭거든?”

“무서워? 왜?”


진주가 전혀 예상 밖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몰라. 네가 멀리 가버릴 것 같아.”

“나 안가 엄마. 금방 얘기했잖아. 이제부터 내가 엄마 지켜준다고.”

“너 다른 애 같아.

아니... 딸이 아니라 언니나 엄마처럼 느껴져. 이상해.”

“흠! 나도 그래.”

“뭐?”

“나도 엄마가 딸 같다고. 엄마 돌보느라고 고생 많이 한 착하고 불쌍한 딸...

어린 나이에 혼자 돼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나는 엄마한테 갖은 못된 짓 다하며 풀었는데, 엄마는 아무도 없었잖아.

할아버지 할머니 갑자기 돌아가시고...”

“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눈물을 글썽이며 듣던 수정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나온 눈물은 굴러 떨어졌고, 나오던 눈물은 다시 들어가 버렸다. 난데없이 할아버지 할머니 얘긴 뭔가?

수정은 한 번도 진주에게 죽은 엄마 아빠의 얘기를 한 적이 없다. 다시 말해서 진주에게 외가란 존재하지도 않는 이름이다.


“이제부터는 엄마 혼자 두지 않을 거야, 절대로. 내가 엄마 지켜줄게.

그동안 엄마가 나 지켜준 것처럼. 엄마는 혼자가 아니야. 알았어?”


수정은 혼란스러워졌다. 마치 떠나갈 사람처럼 얘기하다가 갑자기 지켜주겠다고 말한다.

수정 자신도 까마득히 잊고 있던 부모님의 존재까지 들먹이는 진주의 정신 상태는 뭔가?

대체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데일리 크리스털!”


진주가 수정의 어깨에 손을 얹고 속삭이듯 말했다.

먼 곳에서 청명한 종소리가 들리는 듯 했으나 이내 사라졌다. 수정은 여전히 멍한 상태로 진주를 바라보았다. 진주가 살짝 웃었다.


“설마 잊은 건 아니지? 데일리 크리스털!”

“,,,?”

“크리스털! 데일리!”


빛을 받은 수정처럼 반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수정의 눈이 호박만큼 커졌다.


“아! 아빠!”


그것은 수정의 아버지 오미소 박사의 대사였다.

어린 수정을 격려할 때 아빠가 쓰던, 일종의 주문 같은 말이었다.

그걸 진주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수정의 마음은 더욱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제1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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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화;좀비는 아니지만 쉽게 죽을 수는 없지2 21.02.17 15 0 9쪽
37 제18화;좀비는 아니지만 쉽게 죽을 수는 없지1 21.02.16 14 0 9쪽
36 제17화; 태양인의 시대 21.02.15 23 0 12쪽
35 제16화; 문어의 꿈2 21.02.12 11 0 7쪽
34 제16화; 문어의 꿈1 21.02.11 1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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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제15화; 33인 비상 회의4 21.02.09 16 0 7쪽
31 제15화; 33인 비상 회의3 21.02.08 17 0 8쪽
30 제15화; 33인 비상 회의2 21.02.05 13 0 7쪽
29 제15화; 33인 비상 회의1 21.02.04 14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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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제14화; 해에게서 소년에게1 21.02.01 1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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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제13화;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1 21.01.28 18 0 11쪽
23 제12화; 끊어지지 않는 인연2 21.01.27 21 0 9쪽
22 제12화; 끊어지지 않는 인연1 21.01.26 21 0 9쪽
21 제11화; 방태준 회장의 비밀 녹음 내용3 21.01.25 21 0 11쪽
20 제11화; 방태준 회장의 비밀 녹음 내용2 21.01.25 15 0 10쪽
19 제11화; 방태준 회장의 비밀 녹음 내용1 21.01.22 4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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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10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2 21.01.21 18 1 10쪽
16 제10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 21.01.21 28 1 10쪽
15 제9화; 모든 것을 멈춰라2 21.01.20 23 1 10쪽
14 제9화; 모든 것을 멈춰라1 21.01.20 3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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