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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태평2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는 아니지만 쉽게 죽을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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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하태평2
작품등록일 :
2021.01.15 10:48
최근연재일 :
2021.02.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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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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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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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2화; 끊어지지 않는 인연2

DUMMY

(제12화; 끊어지지 않는 인연 계속)


수정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그다지 친한 사이도 아닌데다가, 이젠 같이 공부하는 관계도 아니다. 자신은 현재 체선 소속이 아니라 독립적인 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요? 무슨 사고요?”

“미완법사님 말야. 화목 병원 유원장님하고 나란히 가다가 트럭이 들이받았대. 얘기 안 해?”

“그런 얘긴 못 들었죠. 그냥 사정이 생겼다고...”

“사정은 무슨. 사고지, 교통사고. 황인경 선생도 같이 다쳤나보던데?”

“같이 갔거든요.”

“근데 놀라운 사실은, 똑같이 있었는데 유원장님은 하나도 안 다쳤다는 거.”

“그래요? 다행이네요.”


지소연은 수정보다 조금 늦게 체선을 시작했지만 이미 각종 수련법을 두루 익힌 터라 아는 게 많았다. 실제로 체선에 대한 이해도 빨라서 교수요원이 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미완법사는 지소연을 외면하고 수정에게 강의를 맡겼고, 수정이 세종 시로 독립해 나가자 한참 후배인 황인경에게 선원 운영을 지시했다.

그렇게 무시를 당했으면 그만둘 만도 하지만 지소연은 꾸준히 나왔다. 나와서 회원들과 여러 가지 수다를 떠는 게 목적인지도 모른다. 또 여러 가지 정보에 빨라서 모르는 것이 없었다.


“어떻게 안 다쳤나 했더니, 유원장님 차가 붕, 날아서 트럭 뒤로 가서 섰다는 거야.

트럭이 받으러 오는 걸 알고 피한 거지.”

“붕 날았어요? 그건 좀...”

“진짜래! 유원장님이 보기에는 얌전한 의사 선생님 같아도, 엄청 고수인 거지.

미완법사님 패!”


지소연이 약간 신이 난 얼굴로 속삭였다. 미완법사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이렇게 푸나보다, 수정은 그런 생각을 하며 웃어넘겼다.

사실 이런 정신수련 세계에 있다 보면 여러 가지 믿거나 말거나 스토리를 듣게 된다. 기공이나 무술 쪽을 하던 사람들이 많이 때문에 영화에서나 볼 법한 다양한 목격담이 나온다.

미완법사의 자동차 사고 이야기도 누군가에 의해 전달된 이야기일 테니 전혀 엉뚱한 말은 아닐 거라고 수정은 생각한다.

수정 자신도 실제로 보지 않았다면 믿지 않았을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아관문 수련 초기의 일이다. 황인경이 새로 들어와 선원이 활기에 넘쳤다.

미완은 황인경에게 특별지도를 해주었는데, 마침 수정도 도장에 내려와 있던 참이었다.

무슨 시범인가를 보이다가 미완이 몸을 날리더니 도장의 벽을 타고 올라갔다. 액션 영화에서 보던 장면이라 신기해하는 찰나, 미완의 몸이 그 속력 그대로 천정으로 올라갔다.

순식간에 천정을 거꾸로 걸어서 반대편 벽을 타고 내려왔는데, 그게 하도 신기해서 수정은 정작 미완이 왜 그 시범을 보였는지 이유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세상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수정은 지소연이 이러한 ‘설명 불가능한 세계’에 관심이 많은 것이 의아하기도 하다.

지소연은 영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인데(정확히 말하면 시간 강사), 그 남편은 유명한 로봇공학자인 길 메시 카이스트 교수이다. 세계 최고의 생체로봇 과학자의 아내가 과학의 반대편에 있는 정신세계에 빠져있는 것이다.


“나중에 또 얘기해요. 빨리 가봐야 돼서.”


지소연과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말을 받아주다 보면 같이 점심을 먹자고 할 것이고, 또 이것저것 폭풍수다를 떨어댈 것이다.

사실 지소연은 수정에게 관심이 많다. 정확히 말하면 수정이 시작한 수행에 대해서 궁금하다. ‘요가 수업이에요.’라고 간단히 대답하고 말았지만 사실은 그것보다 훨씬 더 들어간다.

그 내용을 알면 지소연은 신이 나서 여기저기 떠들어댈 것이다. 없는 이야기까지 보태서 이야기할 것이 뻔하다. 그래서 수업을 들으러 오겠다는 것을 거절했다.

어차피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므로 많은 수강생을 받을 생각도 없다. 정말 가르침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길을 제시하고자 하는 게 수정의 뜻이다.

그래서 소수의 선별된 사람만 받는다. 말하자면 회원제 클럽인 셈이다.


클럽의 이름은 <데스스토커>. 여성 전용으로 남성의 입장은 허락되지 않으며, 회원이 되면 맹독성 전갈인 데스스토커 암컷 완성체의 타투를 그려 넣는다.

이렇게 소개를 하니 폭력적인 급진 페미니스트 단체 같은 느낌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수정은 단지 자신처럼 심적 고통과 방황을 겪는 여성들과 그 아픔을 공유하고 함께 치유해나가는 공간을 제공하려는 것뿐이다.


“오랜만이네...”


처음에는 누군지 몰라보고 그냥 지나쳤다. 선원을 나와 건물 앞 주차장으로 가려는데 근처에 있던 어떤 남자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수정이 무심하게 지나쳐 자동차 앞에 서자 따라온 남자가 말을 건넸다. 익숙한 얼굴이었으나 기억에 없었다.


“누구신지...?”


예의를 다한 미소를 지으며 수정이 묻자 남자가 어색한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나야...”

“,,,?”

“잊을 사이는 아니지 않나, 우리가?”

“하!”


그 순간에 왜 웃음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왜 그 사람을 기억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잊을 수 없는, 어찌 생각하면 한 순간도 잊은 적 없다고 해야 할 사람이었는데 왜 보자마자 알아보지 못했을까.


“볼일이 있어서 오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더라고. 그래서 그냥 와봤어. 잘 지냈어?”


잘 지냈느냐고?

어느 날 갑자기 부모를 잃고 천애고아가 된 자신에게, 다정한 위로와 따뜻한 격려가 간절했던 자신에게 지옥 같은 시련의 나날을 겪게 해준 남자가 지금 잘 지냈느냐고 묻고 있다.

한때는 정말 궁금했던 적도 있었다. 왜 자신을 그렇게 미워하고 괴롭혔는지 알고 싶었다.

천번 만번 생각해봐도 그렇게 학대를 당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말해 봐요. 저 진짜 생각 많이 해봤는데, 정말 모르겠거든요”


우리 한국영화 중에 <달콤한 인생>이라는 영화가 있다.

그 영화의 주인공 선우를 연기한 이병헌은 김영철이 연기한 조폭 두목 강 사장에게 피바다의 복수극을 펼치면서 이렇게 묻는다. 사장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충성했는데 왜 자신을 처단하려했는지 궁금한 것이다.

우연히 그 묻는 장면을 본 수정은 일부러 영화를 찾아서 봤다. 흔한 남성용 액션 영화였지만 수정은 지금도 가끔 그 영화를 본다. 이병헌의 그 질문이 아직도 마음을 움직인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아직 수정은 그 질문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이게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김영철이 이병헌에게 말한 답이다.

수정도 답을 듣고 싶었다. 인터넷에는 ‘넌 내게 목욕 값을 줬어’ 등으로 패러디되고 있는데, 그런 우스꽝스러운 답이라도 얻어내고 싶었다.

복수는 그렇게 시작된다. 상대에 대한 증오심보다, 왜 상대가 나를 해치고자 했는지를 알고 싶은 욕망, 그게 복수극의 추동력이다.


인도로 떠난 것은 그런 복수에의 욕망을 피해 달아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수정은 자신의 과거로부터 어느 정도 단절에 성공했다.

10년이 넘는 시간 탓이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 원수를 직접 보고서도 기억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소각에 성공했다는 걸 의미하지 않을까? 소각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상당한 이격 거리를 확보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수정은 기분이 나빠졌다.

분명히 객관적인 감정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정리가 되었는데, 그를 알아보자 웃어버린 자신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웃지 말았어야 했다. 그냥 덤덤하게 대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웃었다는 것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감정이 일었다는 걸 의미한다. 웃음을 잃어본 사람은 한번 웃는데 얼마가 강력한 에너지가 필요한지를 안다.


수정처럼 우울증의 바다에 빠졌던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산다는 것은, 살아서 생활을 영위한다는 것은 엄청난 활력을 필요로 한다.

숨 한 번 쉬기가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아는 사람들은 그냥 평범하게 하루 한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경스럽고 경이롭다.

그런데 누군가를 보고 웃었다? 그건 대단한 마음의 격랑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가장 사소하게 취급해서 그를 알아보지 못한 자신이 어이없어서 웃은 거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웃지 않았어야 했다.

그를 다시 만나지 않겠다고 했지만, 예기치 않게 다시 만났다고 해도 절대로 웃으면 안 되는 거였다. 단 한 끗의 에너지도 그따위 인간에게 써서는 안되는 거였다.

수정은 그게 억울했다. ‘데스스토커’의 이름으로 사형선고를 내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다시 이 인간을 죽여야 한다. 이 남자, 자신의 전 남편 서명근을 죽여야 한다... (제 1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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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마지막 화; 재림이 재림하다2 21.02.28 25 0 20쪽
44 마지막 화; 재림이 재림하다1 21.02.26 3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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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제20화; Rest in Peace1 21.02.22 1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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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제19화;너 하고 싶은 대로 해1 21.02.18 17 0 9쪽
38 제18화;좀비는 아니지만 쉽게 죽을 수는 없지2 21.02.17 15 0 9쪽
37 제18화;좀비는 아니지만 쉽게 죽을 수는 없지1 21.02.16 14 0 9쪽
36 제17화; 태양인의 시대 21.02.15 23 0 12쪽
35 제16화; 문어의 꿈2 21.02.12 11 0 7쪽
34 제16화; 문어의 꿈1 21.02.11 15 0 9쪽
33 제15화; 33인 비상 회의5 21.02.10 13 0 8쪽
32 제15화; 33인 비상 회의4 21.02.09 16 0 7쪽
31 제15화; 33인 비상 회의3 21.02.08 17 0 8쪽
30 제15화; 33인 비상 회의2 21.02.05 13 0 7쪽
29 제15화; 33인 비상 회의1 21.02.04 14 0 8쪽
28 제14화; 해에게서 소년에게3 21.02.03 18 0 8쪽
27 제14화; 해에게서 소년에게2 21.02.02 42 0 9쪽
26 제14화; 해에게서 소년에게1 21.02.01 18 0 8쪽
25 제13화;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2 21.01.29 15 0 12쪽
24 제13화;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1 21.01.28 18 0 11쪽
» 제12화; 끊어지지 않는 인연2 21.01.27 22 0 9쪽
22 제12화; 끊어지지 않는 인연1 21.01.26 21 0 9쪽
21 제11화; 방태준 회장의 비밀 녹음 내용3 21.01.25 21 0 11쪽
20 제11화; 방태준 회장의 비밀 녹음 내용2 21.01.25 15 0 10쪽
19 제11화; 방태준 회장의 비밀 녹음 내용1 21.01.22 48 0 8쪽
18 제10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3 21.01.22 30 1 8쪽
17 제10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2 21.01.21 18 1 10쪽
16 제10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 21.01.21 28 1 10쪽
15 제9화; 모든 것을 멈춰라2 21.01.20 23 1 10쪽
14 제9화; 모든 것을 멈춰라1 21.01.20 36 1 10쪽
13 제8화; 본거지에 가다2 21.01.19 22 1 8쪽
12 제8화; 본거지에 가다1 21.01.19 24 1 8쪽
11 제7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2 21.01.18 34 1 11쪽
10 제7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 21.01.18 2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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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6화; 어머니는 외계인1 21.01.15 29 1 10쪽
7 제5화; 요원의 등장2 21.01.15 26 1 9쪽
6 제5화; 요원의 등장1 21.01.15 26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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