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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삼정 님의 서재입니다.

은풍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사무삼정
작품등록일 :
2019.12.26 11:30
최근연재일 :
2020.05.06 14:55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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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033
추천수 :
3,084
글자수 :
408,230

작성
20.02.10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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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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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
10쪽

남궁세가로 가는길 3

DUMMY

남궁상윤.

서자(庶子)로 태어나 뛰어난 자질에도 전해주는 무공이나 세가에서의 대우는 직계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남궁세가에서 방계로 자라면서 보이지 않는 차별 아니 확연히 드러나는 차별에, 젊은 시절 좌절하여 방황을 한 적도 있었고 젊은 혈기에 무례하게 행동한 적이 있었다.


그시절 우연히 허광대사를 만나서 주걱으로 몇 번 기절하는 수모(受侮)를 겪었고, 허광대사와의 대화를 통해 서서히 마음을 잡았고 지금의 창천문을 일구었다.

남궁상윤은 이찬이 허리에 큼지막한 주걱을 매달은 모습을 보고는, 젊은 시절의 기억이 떠올라 민망하기도 하였으나 이찬이 범상치 않음을 알아보았다.


“내가 비무에서 지면 창천문이 적혈문으로 현판을 바꾸고, 그대 적혈패검이 지면 어찌 되는 것이오?”

“적혈패검 사연권 내 목을 내어 놓을 것이오.”

“당신의 목 따위는 필요없소. 창천문은 백명이 넘는 식솔들의 생명줄을 넘기는데, 겨우 대리인의 허수아비 같은 목 하나랑 비교가 되는 것이오?”


이찬이 도발하며 묻자, 사연권은 얼굴이 불거지면서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건방진 놈, 네가 나를 이길 수 있으리라 보느냐? 하하하”

“제대로 뭐하나 걸 수 있는 권한도 없는 주구(走狗)라면, 비무할 가치도 없소.”


사연권은 이찬의 권한도 없는 주구(走狗)라는 말에,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내가 지면 네 놈의 시동 노릇을 삼년간 하겠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필요 없소. 최근에 적혈문으로 바뀐 용천문(龍天門)을 되돌려 놓으시오.”

“좋다. 내가 지면 용천문에서 물러나겠다. 네 놈은 오늘 목을 잘 간수 해야 할 것이다.”


“내년 오늘이 네놈의 제삿날이 될거야. 후후”하는 비웃음과 함께.

사연권은 적혈검을 뽑아들고 검기를 일으켰다.

옆에 서있던 남궁선우가 나왔으면, 적당히 가지고 놀다가 무릎을 꿇게 할 생각이었다.


이찬은 사연권의 행동을 보며 사길현에서 초린과의 첫산보때 가졌던 정만진과의 비무를 떠올렸다.

용호검법을 쾌검으로 사용하여 일초식만에 끝낼까 했으나, 남궁상윤의 ‘마음껏 놀아보라.’는 말에 생각을 달리했다.


이찬이 아는 비무는 세 종류였다.

수련을 하기 위한 대련(對鍊)식 비무로 왕두와 용호방시절에 하던 비무가 하나.

누가 더 강한지 승부(勝負)를 가리기 위해 하는 비무가 둘.

위 두가지를 겸한 비무가 셋.


무예를 수련하면서 허공에만 휘두르고 익히는 것은 홀로 펼치는 검무(劍舞)에 지나지 않았고, 그래서 상대방과 합을 맞추는 수련을 겸한 비무는 꼭 필요했다.

검이나 도가 상대의 힘에 의해 튕겨지고 이로 인해 몸의 움직임의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입문자들은 물론이요 어느 정도 무공을 익힌 사람에게도 중요한 과정이였다.


강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원한이 없으면 하는 비무는 십중팔구가 두번째 였고, 그 외의 특별한 경우가 호감을 느끼는 무인들끼리의 비무가 세 번재였다.


이찬이 아는 생사결(生死決)은 비무가 아니었다.

목숨을 내어 놓고 하는 싸움이요 전쟁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두 번째 비무를 청하고 수련식 비무를 하다가 갑자기 생사결로 변했다.

표씨사형제가 황하강 객작 앞에서 벌였던 비무를 떠올리며, 도대체 이들의 비무에 대한 생각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사연권은 처음은 두 번째 비무로 그리고 도발후 말로는 생사결을 하더니, 행동은 수련식 비무를 하고 있었다.

이찬은 사연권의 행동과 남궁상윤의 말에 ‘왕두와 하던 비무’로 마음을 바꾸었다.

‘놀자고 하니, 한번 놀아 주면 될 일....’


이찬은 허광대사의 사방검법으로 반각에 걸쳐 사연권의 적혈검을 받아내고 있었다.

사연권은 공세를 취하며 이찬이 곧 쓰러지리라 생각하며 흐뭇해 하다가, 반각이 지나도록 숨결이 흐트러지지 않은 이찬을 발견하고 당황하고 있었다.

“이놈, 비겁하게 수비만 하는 것이냐.”


이찬은 허광대사가 불가의 영향으로 살생보다는 방어(防禦)에 공을 들인 ‘사방검법’을 흡족해했다.

사방검법에도 날카로움이 숨어 있었지만, 이찬은 사연권의 검을 반각동안 받아내기만 했다.

사연권의 억지스러운 논리에 이찬이 씨익 웃더니 공세로 전환하였다.

“그럼 이번엔 내 검을 받아 보시오.”

이찬은 지수석의 ‘백룡신파천검법’을 시전하며, 삼초식의 마지막 자세를 응용(應用)한 변화를 주고 있었다.


사연권은 검(劍)을 도(刀)처럼 휘두르는 이찬의 빠른 검을 막기에 급급했다.

한번씩 검과 검이 부딪히는데 손 끝에 전달되는 힘이, 거대한 도를 휘두르는 거한(巨漢)의 패도(覇刀)를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도와 검이 마주치던 느낌도 시간이 흐르자, 내력의 도움 없이 바위를 향해 혼자 검을 휘두르는 느낌으로 변하고 있었다.


사연권은 검을 잡은 손목은 뒤로 하더라도, 손바닥에서 살갗이 벗겨지며 피가 조금씩 베어나고 있었다.

쥐고 있던 검을 놓고 싶은 마음이 울컷 솟아 오르고 있었다.

이찬이 좌상단 우상단 좌중단 우하단 소리치고 있었고 말을 한대로 검로(劍路)를 행했기에, 검을 놓고 싶은 마음을 겨우겨우 참아가며 버티고 있었다.


‘검로까지 알려주는데 검까지 손에서 놓친다면....’

사연권은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검을 쥐고 있었다.

이찬의 입에서 쏟아지는 말에 따라 본능적으로 검을 갖다대고 있었다.

비무가 시작한지 반시진이 아니라 한시진은 지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온 몸에서 흐르는 땀으로 옷이 흠뻑 젖었고 다리가 후들후들 흔들리고 있었다.


좌상(左上) 우상(右上)으로 짧아진 말이 좌(左) 상(上)상상 우 중중중 좌 하(下)하하하하로 변했고, 그때마다 사연권은 힘겹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무아지경(無我之境)이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이찬의 소리에 몸이 반응(反應)하고 있었다.

이찬이 칼의 움직임을 멈추고 사연권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을 건넸다.

“서로 공평하게 반각씩 손을 섞으며 몸을 풀었으니, 반각후에 정식(定式)으로 비무를 하는 것이 좋을 듯 한데.....”

이찬이 말끝을 흐리며 사연권을 바라보자.


“일...”하며 사연권이 이찬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에이~, 겨우 일각 몸을 풀고 일각을 쉬고 비무를 한다면, 무인(武人)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오?”

“일단...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사연권은 쓴웃음을 지으며 마지못해 대답하고 있었다.

‘그만 승복하오.’라는 말이 목까지 차오르던 참에, 몸풀기 였다며 반각이라도 쉬게 하면서 정식으로 하자는 이찬의 행동에 한시름 놓았다.


“사소협은 멀리서 왔으니, 일각은 쉬어야 공평한 일인 듯하네. 일각후에 하도록 하세나.”

남궁상윤이 일각을 쉬고 하라는 말에, 사연권은 일각 후라면 흩어진 내력을 최대한 모아서 단숨에 승부를 보겠노라 다짐하고 있었다.


이찬은 남궁선미에게 땀 닦을 천을 달라고 하였고, 시원한 바람이 때마침 불어오자.

이마에 몇 방울 맺힌 땀을 닦아내며, “땀 흘린 후에 이 느낌이 상쾌하지 않소? 사소협.”하고 물었고, 남궁선미에게 새 천을 받아 사연권에게 건네고 있었다.

‘미련한 것인지 모자란 것인지... 힘만 무지하게 좋은 괴물 같은 놈... ’


흩어진 진기가 조금씩 모이자 사연권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운기조식을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할 수 없어서 일각이란 시간이 너무도 짧았다.

“일각도 지났고 이제 정식으로 승부를 가릅시다. 몸풀기 할 때처럼 방향을 일러주지 않을 것이오~.”

이찬의 말에 사연권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상윤이 북을 치는 것으로 정식비무를 시작하기로 하였고, 북 소리가 “두둥~”하고 울리자 두 사람은 허리로 손을 보내고 서로를 주시하고 있었다.

“좌상~”

이찬의 외침에 사연권이 본능적으로 검을 들어 좌상단을 막기위해 빠르게 동작을 취했다.


“짝”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이찬이 어느새 큼직한 주걱을 들고 있었고, 사연권은 앞으로 기절(氣絶)을 하며 쓰러지고 있었다.

다행히 손부터 짚으며 이마를 땅에 찧고는 개구리 뻗듯 대자로 앞으로 엎어져 있었다.


허광대사의 ‘볼테기신공’을 이찬이 큼직한 주걱으로 펼쳤고, 잠시 후에 사연권이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나고 있었다.

좌상이라는 말에 좌상단을 방어했는데 우상단 쪽으로 주걱이 날라 왔던 것이 억울했는지.

“이런...비겁한...”하며 무작정 검을 들고 달려들고 있었다.


“방향을 일러 주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오? 그래서 제대로 일러 주지 않은 것이, 무슨 문제라고....허험.”

이찬은 사연권이 달려들자 부드럽게 몸을 뒤로 물렸다 옆으로 움직이며, 회(回)를 이용해 큼직한 주걱을 휘두르고 있었다.

“좌상~”이라는 말에도 사연권은 돌진하고 있었고, “짝” 소리와 함께 다시 앞으로 꼬꾸라지고 있었다.


수치(羞恥)와 흥분(興奮)으로 이성을 잃은 사연권의 검은 어린아이가 휘두르는 검과 다를 바 없었고, 어릴 적 아이들이 상대방에게 눈감고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모양새처럼 앞뒤 구분 못하고 달려들었으니.

비무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도 일각의 몸풀기(?) 이후, 저잣거리 마당극 같은 비무로 허탈(虛脫)함에 맥이 빠졌다.

다만 사연권이 한번씩 개구리처럼 쭉 쭉 뻗는 모습에, 창천문 사람들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일로 ‘적혈패검(赤血覇劍)’ 사연권은 한동안 ‘적혈와검(赤血蛙劍)’으로 불리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창천문주 남궁상윤은 뒷수습을 하고는 하룻밤 묶고 갈 것을 요청했으나, 이찬은 사정을 이야기 하고 남궁남매와 함께 남궁세가로 돌아가는데 남궁상윤이 차녀(次女)를 대동하고 본가로 함께 향했다


작가의말

입춘도 지나고 이제 꽃샘추위만 남았겠죠.

쌀쌀한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힘차게 시작하는 월요일 되시길.....


초출내기의 글적임에도

항상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호는 응원입니다!

꾹꾹~ 눌러주시면 감사감사 ^^


휙휙~ 글적이고 갑니다.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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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사길현으로 가는길 2 +1 20.02.14 2,317 40 12쪽
42 사길현으로 가는길 1 (작은 산을 넘어..) +1 20.02.13 2,345 37 10쪽
41 남궁세가로 가는길 4 +2 20.02.11 2,400 42 10쪽
» 남궁세가로 가는길 3 +1 20.02.10 2,346 41 10쪽
39 남궁세가로 가는길 2 +2 20.02.07 2,469 43 13쪽
38 남궁세가로 가는길 1 +1 20.02.06 2,479 38 10쪽
37 초린과의 첫 산보(散步)... +2 20.02.04 2,516 39 13쪽
36 초린의 치마폭으로 2 (왕두가 문제야(?)) +2 20.02.03 2,452 3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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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무령부부의 이야기 1 (상공(相公)..그사람) +1 20.01.30 2,496 38 10쪽
32 기왕산에서의 휴가(休暇) 3 +2 20.01.29 2,547 38 10쪽
31 기왕산에서의 휴가(休暇) 2 +1 20.01.28 2,553 39 11쪽
30 기왕산에서의 휴가(休暇) 1 +1 20.01.24 2,744 4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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