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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삼정 님의 서재입니다.

은풍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사무삼정
작품등록일 :
2019.12.26 11:30
최근연재일 :
2020.05.06 14:55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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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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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4
글자수 :
408,230

작성
20.03.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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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반갑네 1

DUMMY

사연권은 기척을 죽이고 삼십장을 벗어나자, 본격적으로 신법을 펼치며 숲을 헤치고 있었다.

일각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산의 삼분의 일 지점을 지나고 있었다.

‘음, 이정도면.....’


사연권은 잠시 멈춰 섰다.

십여장 발을 옮기니 길이 없는 산속에, 의외로 평지처럼 평평한 지형이 오륙장 정도 있었다.

산 아래를 바라보니 멀리서 모닥불의 불빛만 하나의 점으로 보였다.

“그놈을 두고 이렇게 물러서야 하다니. 아쉽군....”


이찬은 사연권의 뒤를 쫓으며 사연권이 발전이 있음을 알았다.

호흡이 안정되어 있었고, 작년에 봤을 때와 달리 자신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사연권은 산 아래를 바라보며 호승심을 보였다.


이찬은 사연권의 말하는 그놈이 자신임을 알았고.

장난기 어린 눈빛이 잠시 어렸다.


‘아쉬우면 많이 보고 싶겠네?’

“그럼. 보고 싶어 미칠지경이네”

‘연인인가?’

“그놈이라고 하지 않았나.”

‘사내를 왜?’


사연권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을 하다가 문득 주위를 둘러봤다.

“누구냐?”

‘나?’


사연권은 기감을 펼쳐도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일반적인 전음 이라면 상대의 위치를 대략이라도 파악 할 수 있었지만, 사방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머릿속의 울림인지 분간을 하지 못했다.


이찬이 변조(變調)한 목소리가 약간 노인의 음성임을 그제서야 인지한 사연권.

“누구시오?”

‘이 산의 산신령이라네.’

“장난치지 말고, 모습을 보이시오.”

‘허~. 영험한 산에는 산신령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가?’


사연권은 아무리 기감을 펼쳐도 인기척을 찾을 수 없었고, 야담에서 산에는 산신령이 있다는 이야기도 보았던 터라 긴가민가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정말로, 산신령이십니까?”

‘허~. 의심이 많은 친구구만. 자네는 이 곳 사람이 아니네. 멀리서 왔을 게야.’

사연권은 고개만 끄덕였다.

‘작년에 크게 망신을 당했구만. 클클클’


사연권은 노인의 말에 놀라고 있었다.

“어째서 저에게?”

‘자네가 매년 두 번씩 젯밥을 주는 녀석들이 제사를 지내는 곳에 있지 않은가. 우리야 염원이 가득한 이들에게 가끔 소원을 들어주고.....클클클. 자네도 바라는 게 있는 것 같은데.’

“그놈이 눈앞에 있다면 당장 요절을 내주고 싶었습니다만.....”

‘산신령은 소원성취(所願成就)를 이루어주지 요절을 내주진 못하네. 대신 여기로 당장 데려올 수는 있네. 그다음은 자네가 요절을 내든 구워 먹든 삶아 먹든 내 소관은 아니니....험.’


사연권은 산 아래 점 같은 불빛에 있을 이찬을 당장 데려올 수 있다는 말에 반응을 보였다.

“정말 이십니까? 그럼 그놈..아니 그자를 데려 올 수 있습니까?”

‘그렇다네. 자네가 원하는 인물이 기왕산자락에 있다면 가능하네. 단, 소원을 빈다면...험’

“소원을 빌겠습니다. 어찌 해야 되는지요?”

‘대신 제물(祭物)이나 제물을 올릴 재물(財物)이 필요한데, 자네를 보니 제물은 힘들겠고 재물은 좀 있는가?’


사연권은 제물을 올리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말에, 진짜 산신령인가 하면서도 점점 결심을 굳히고 있었다.

이찬은 장난처럼 대화하다 보니 ‘왜 여기까지 왔는지?’, 사연권의 목적을 살며시 캐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잡아서 닦달하여도 부정하면 그만이란 생각이었는데, 장난 같은 대화에 빠져든 사연권을 구슬릴 방법을 찾고 있었다.

‘다짜고짜 물어보면 의심을 할 텐데....’하는 생각이 깊어지며,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은자를 얼마나 지니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으로 가늠해 보았다.


달랑 은자 두냥을 내어 놓은 사연권.

소원으로 약초꾼들은 좋은 약초를 보게 해달라고 하면, 은자 오백냥이상 되는 약초를 캐게 도와준다며 정성이 부족하다고 질책을 하였다.

주섬주섬 품속을 뒤진 후에 사연권은 품속의 이만냥을 제외하고, 자신이 가진 여윳돈 은자 백냥의 전표 한장을 꺼내어, 산신령(?)의 지시대로 한쪽 바위 아래에 묻어 두었다.


몹시 아까운 마음이었지만, 나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오래되면 썩지 않을까요?”

‘걱정말게나. 자네 소원을 들어주고, 제사를 지내는 이의 꿈속에 가볼 요량이네.’

“그럼. 이제 제 소원을.....”

‘보채기는 바로 다녀 올 테니, 손 모아 기도를 드리며 정성을 드리게.’


사연권이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자, 이찬은 바람을 일으키며 삼한의 ‘은풍비행’으로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처럼 연극을 했다.

땅으로 향한 고개를 천천히 들고 일어서며, 바지춤을 올리는 모양새를 취했다.

“작은 일을 보다 바람이 불어 넘어진 것 같은데, 갑자기 여긴 어디지?”


황당한 말이었지만 산신령을 자처하는 노인네의 말이 거짓이면, 술법으로 몸을 숨긴 사기꾼 노도사 정도로 생각했기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산으로 말을 따랐던 것이다.

사연권은 반신반의 하면서 자신의 소원을 안들어 주면 바위 밑의 전표를 회수할 생각이었다.


이제 산신령이든 도력이 높은 노도사(老道士)든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은자는 자신의 소원성취와 함께 사연권의 손을 떠난 물건이었고, 눈앞에 있는 이찬만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보았다.


“아니, 강남도의 사형이 아니시오?”

“반갑네.”

“반갑긴 한데 이 먼 산속의 숲까지 왠 일이오?”

반가운 표정으로 이찬이 먼저 말을 불쑥 꺼내자, 사연권은 자신이 생각해도 먼 지방의 산에서 그것도 밤에 있는 것이 내심 찔렸다.


“하하하. 가문의 일로 이 산 근처에 조그만 장원을 구입했다네. 경치가 좋아 잠시 둘러 보고 있었네.”

“오~. 다행이오. 표물을 노리는 도둑과 한패가 아닌지 순간 의심했다오.”

“그건 무슨 말인가?”

이찬의 말에 사연권은 전혀 모르는 일처럼 도리어 반문하고 있었다.

‘무작정 불러냈더니 의심을 사는구나....’

사연권은 이찬에게 치욕을 씻을 욕심에 앞선 던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이찬은 흉비오검이 표물을 훔치려다 들킨 일을 말하며, 사연권을 살펴 보았다.

사연권의 표정은 태연했으나 눈동자는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흉비오검도 표물을 인수하는 인물에 대해 모르는데, 사연권이 가문의 일을 들먹이며 잡아떼면 추궁할 증좌가 없었다.

‘장원의 위치나 일단 알아두어야 겠군....’


“사형, 오랜만에 만났으니 장원도 구경할 겸 옛날 생각하며 비무도 한번 하고 술이나 한잔 합시다. 사형을 보니 그때와 달리 많은 성취가 있어 보이오.”

“하하하하. 나도 자네와 한번 꼭 겨뤄보고 싶긴 했는데....”

사연권은 은거지가 될 장원을 생각하니 확답을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그럴 줄 알았오. 이산의 산채의 주인에게 말 좀 전하고 오리다. 사라지면 사형을 도둑과 한패로 오인할 것이오. 하하하”

이찬이 농담처럼 말을 던지고 사라졌지만, 사연권은 이찬의 말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일각이 좀 지나고 이각이 되기도 전에.

이찬이 모양광을 데리고 사연권이 있는 곳으로 왔다.

오는 도중에 이찬에게 설명을 들었던 터라, 모양광은 능숙하게 연기를 하고 있었다.

잘 시간이 아닌데 자신도 모르게 잠시 졸았는데, 산신령이 나타나서 어쩌구 저쩌구 한바탕 풀어 놓았다.


이찬은 모양광에게 산아래 일행들에게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사연권과 함께 사라졌다.


아닌 밤 중에 홍두깨가 아니라 아닌 밤 중에 은자라며 유유히 전표를 챙긴 모양광.

모양광은 ‘의관을 정제하고 내려가서 도둑질 하다 들킨 흉비오검을 사길현의 현청으로 압송하라.’는 말을 들었다.

“푸하하하. 산적이 도적을 압송해서 포두에게 넘기다니.....”

모양광의 설명에 신이 난 기왕채 식구들이었다.

그런 기왕채 식구들을 이끌고 산아래로 내려갔다.


사연권과 이찬은 반시진(약 1시간) 하고도 이각(약 30분) 가까이 신법을 펼치며 허름한 장원에 도착했다.

반시진이면 갈 거리를 여기저기 돌면서 밤을 이용해 길을 어지럽게 했다.


장원에는 몇 사람이 없었고 사연권이 이찬을 데리고 갑자기 나타나니 놀라고 있었다.

“귀한 손님을 만나서 같이 왔네. 일 나간 사람들은 그만 돌아오도록 하게나.”

‘병장기는 잘 감추어 놓으시오.’

사연권의 말과 전음에 눈치 빠른 노인 하나가 잽싸게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목만 축이고 비무를 하자는 사연권의 의지에 차려진 주안상에서 술 한 모금씩 마시고, 둘은 꽤나 큰 마당에서 마주했다.

사연권은 좌상 우상 좌중을 외치며 이찬을 몰아세우고 있었고, 이찬은 사방검법으로 막아내기 급급한 형세를 보였다.

득의양양(得意揚揚)한 사연권은 일각의 시간동안, 이찬이 예전과 달리 반격(反擊)을 못하는 모습에 검을 멈추었다.


“하하하. 무인이 몸을 풀었으니 일각은 그렇고 반각을 쉰 후에 승부를 보는 것이 어떤가?”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죠”

이찬이 낭패한 표정을 짓자 사연권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엔 제대로 일러 주지 않을 것이야. 크하하하!”

사연권은 이찬에게 당했던 것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다시 검을 드세나.”

“벌써 반각이 지났오?”

사연권은 이찬을 장원으로 데리고 온 것을 잘했다는 마음이 들었다.

장원의 몇몇 인물들이 사연권의 무위에 감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에.


반각의 시간동안 호각(互角)에서 조금 밀리는 모습을 보이던 이찬.

사연권이 적혈검을 곧추 세우고 만연한 미소를 띠었다.

“이번엔 다를 걸세.”

“젖 먹던 힘까지 다할 것이오.”


적혈검과 미풍검이 부딪치며 둘의 위치가 바뀌며 착지를 했다.

창천문에서 느꼈던 도를 마주하는 느낌을 넘은 엄청난 힘에, 사연권은 그만 검을 손에서 놓쳤다.

낭패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니, 이찬의 검 또한 자신의 일장 앞에 떨어지며 땅에 박혔다.


“하하하. 사형 이번 비무는 비긴 걸로 합시다.”

“손에 검이 없으니 그렇게 하세나. 크하하하!”

사연권은 이찬의 힘 못지않게, 자신의 내력과 힘으로 이찬이 검을 놓친 것에 만족했다.

비겼다고 하지만 자신의 우세를 지켜본 사람들이 있었기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사연권은 언제 이찬에게 응어리가 있었냐 하는 사람처럼, 이찬과 술자리를 하며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었다.

거래의 실패는 아쉽게 됐지만 이찬의 의심에서 벗어나게 된 것도 좋았고, 자신의 무위를 한껏 뽐내고 우위를 점한 것에 도취(陶醉)되었다.


술이 거하게 취한 사연권은 이것저것 자신의 가문에 대해 살짝살짝 흘렸고, 이찬이 심마니인 할아버지 덕에 영약을 복용했다는 말에 끄덕였다.

“푸하하하. 나도 이번에 ‘매심단’이라는 영약을 먹고 효험을 봤지.”

“오~. 작년에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내가 낭패를 보았겠오. 하하하”

“막내에게 양보를 해서....., 아무튼 이제 두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게 되었네.”


“그럼. 두다리 쭉 뻗고 주무시오. 이만 가리다.”

이찬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몸을 회전하며 허리로 손을 돌렸다.

‘짝’

허리에 주걱을 매달은 채로 이찬이 몸을 돌리자, 주걱이 사연권의 볼을 강하게 스쳤다.


사연권은 이찬의 ‘볼테기신공’으로 그 자리에서 대(大)자로 누우며 잠에 빠져들었다.

‘큭큭. 반갑소. 반시진은 쭈~욱 잘 것이오. 아마 그 힘으로 아침까지 계속....’


이찬은 방을 빠져나오며 눈치 빠르게 밖에 다녀 온 노인에게, 대접 잘 받았고 사연권은 술에 취해 잠들었다며 장원을 벗어나면서 외쳤다..

“표행을 기다리는 일행이 있어 가봐야겠소.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꼭 전해주시오.”


작가의말

일반 감기로도 마음 고생을 하게 되네요.

감기는 거의 다 나아가네요.


2권 분량 마치고 쉬어가려는 참에

추천을 받았네요.

방구석책사님 추천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3권 시작을 몇년 후 지난 시점으로 할 것인지

고민은 많이 했네요.


이번주  분량까진 일단 서서히 진행하고

고민할까 합니다.


휙휙 글적이고 갑니다. 휘리릭~~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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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의외의 방문 2 +3 20.03.02 2,124 30 13쪽
51 의외의 방문 1 +3 20.02.28 2,274 35 13쪽
50 자수(刺繡)의 힘 그리고 요지부동(搖之不動) +2 20.02.27 2,219 37 13쪽
49 검무(劍舞) +2 20.02.25 2,199 35 10쪽
48 비사(祕史) 대 비사(祕史) +1 20.02.24 2,314 34 13쪽
47 우리는 친구, 사내는 주먹 +1 20.02.21 2,391 37 11쪽
46 골통의 우상(偶像) +1 20.02.20 2,279 40 9쪽
45 처음 보는 시궁창 +1 20.02.18 2,376 35 10쪽
44 효자손 보다 못한 놈 +1 20.02.17 2,246 41 12쪽
43 사길현으로 가는길 2 +1 20.02.14 2,317 40 12쪽
42 사길현으로 가는길 1 (작은 산을 넘어..) +1 20.02.13 2,345 37 10쪽
41 남궁세가로 가는길 4 +2 20.02.11 2,401 42 10쪽
40 남궁세가로 가는길 3 +1 20.02.10 2,346 41 10쪽
39 남궁세가로 가는길 2 +2 20.02.07 2,469 43 13쪽
38 남궁세가로 가는길 1 +1 20.02.06 2,479 38 10쪽
37 초린과의 첫 산보(散步)... +2 20.02.04 2,517 39 13쪽
36 초린의 치마폭으로 2 (왕두가 문제야(?)) +2 20.02.03 2,452 39 11쪽
35 초린의 치마폭으로(?) 1 +1 20.01.31 2,529 35 10쪽
34 무령부부의 이야기 2 (남궁...다 쓸어버릴 것이오!) +1 20.01.31 2,438 35 10쪽
33 무령부부의 이야기 1 (상공(相公)..그사람) +1 20.01.30 2,497 38 10쪽
32 기왕산에서의 휴가(休暇) 3 +2 20.01.29 2,547 38 10쪽
31 기왕산에서의 휴가(休暇) 2 +1 20.01.28 2,553 39 11쪽
30 기왕산에서의 휴가(休暇) 1 +1 20.01.24 2,745 44 10쪽
29 오기촌(五氣村)에 부는 광풍(狂風) 2 +1 20.01.23 2,714 48 13쪽
28 오기촌(五氣村)에 부는 광풍(狂風) 1 +2 20.01.22 2,763 4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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