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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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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58,122

작성
11.04.2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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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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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
글자
7쪽

월야공자 제23화--3

DUMMY

삼경이 지나가고 사경으로 접어들자 진조범이 운기를 멈췄다.

월광심법의 극양의 기운이 진조범의 취기는 물론 잡념까지도 모조리 허공으로 날려버린 것일까?

한차례 운기를 끝낸 진조범의 모습은 더 없이 평온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맑은 정신으로 진조범은 두 사람을 떠올렸다.

먼저 떠오른 이는 진강이었다.

불과 30대 안팎의 진강은 진조범과는 고작 10살 터울이었다.

그럼에도 벌써 천하를 생각하는 진강의 모습은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 10년 후에 내가 그렇듯 천하를 거론할 수 있을까?’

서슴없이 패도를 언급했던 진강의 모습이 다시 한 번 진조범의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갔다.

천하의 눈이라는 개방, 그리고 젊은 나이에 그 개방을 주도하는 진강, 그의 말처럼 그를 적으로 돌려야한다면 그야말로 가장 어려운 상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비록 패도라고는 하나 자신이 정도(正道)라고 생각하는 그 길을 직접 걷지 못하고 타인에게 권하는 진강의 모습이 그다지 바람직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더구나 진강은 그 길을 자신이 막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진조범은 이것이 어쩌면 혼란한 당금 무림에서 개방을 위시한 구파일방의 한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진강의 뒤를 이어 묵상의 모습이 떠올랐다.

본연의 신분으로 뭇 군웅들과 어울리는 묵상의 모습은 진조범에게 조금 부러운 일이었다.

또한 오늘 낮에 비무대 위에서 선보였던 묵상의 무공 역시 인상적이었다. 조금은 소탈한 묵상의 모습에는 아직은 딱히 어떠한 야심도, 큰 포부도 느껴지지 않았다.

앞으로 칠절이, 사천성의 무림이, 어쩌면 천하가 묵상을 이대로 내버려두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진조범의 느낌에는 묵상이 바라는 것이 그런 세상에 대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공에 대한 열정과 스스로의 삶에 대한 만족, 묵상이 바라는 것은 이런 소소한 것들이었다.

한사람은 천하를 품에 안으려하고 한사람은 소탈한 삶속에서 오로지 자아실현에 목표를 하고 있었다.

이런 두 사람의 모습이 지극히 대조적이었다.

진조범은 이런 두 사람의 모습 모두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정작 자신은 아직까지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금 이 순간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오늘 낮에 보았던 묵상의 무공이었다.

‘ 뇌음사흑강과 일견사흑도결이라고 했던가?’

진조범은 이렇게 다른 모든 생각들보다도 심지어 진강이 이야기했던 세상에 관한 이야기보다도 무공에 대한 관심이 더 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 굳이 분류하자면 나 역시도 후자에 가까운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진조범은 천천히 월광검을 뽑아들었다.

“ 역시 아직 내게는 이길 뿐인가?”

아직 앞으로의 계획을 완벽하게 수립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어찌 인간이 자신의 앞으로의 계획을 완벽하게 수립할 수 있겠는가?

세상일이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너무나 변화무쌍하기에 아무리 완벽하게 계획을 수립했다고 할지라도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렇듯 진강이 말하는 세상이니, 패도니 하는 것은 아직은 진조범에게 미지의 그리고 아득한 훗날의 문제였다.

채문범에게 패해 깨어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진조범은 이렇게 자신이 뼛속까지 무인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마음속에서 묵상의 무공에 대한 강한 호승심이 일어나고 있었다.

밖에서 지켜보는 것과 실제로 대결을 하는 것은 달랐다.

때문에 묵상의 실력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쉽게 승패를 논하기 어려운 법이었다.

이내 검을 쥔 진조범의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

진조범이 혼신의 힘을 다해 펼치는 월영보, 한 순간 진조범이 달빛 속으로 자취를 감추자 원중도가 흠칫 놀라는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어느덧 진조범의 월영보는 원중도마저도 그 흔적을 제대로 발견하기 힘들 정도의 경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얼마 전에 당비연을 상대로 선보였던 월영보의 움직임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렇게 사라진 진조범은 이내 달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진조범의 손에 들린 월광검이 검신을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내 진조범은 지붕위로 내려서고 있었다. 순간 원중도는 달이 선명하게 두 조각으로 갈라지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천조각의 지붕에서 원중도는 물론 이영륜등에게도 보여주었던 월영참의 초식이었다.

얼핏 보면 동일한 초식, 동일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는 또한 사정이 달랐다.

지금에 비하면 당시에는 단지 잠시 동안의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에 불과했다.

진조범이 지붕위에 내려선 이후에도 원중도의 눈에는 한 동안 달이 여전히 두 개로 나눠진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다.

‘ 어찌 이런 일이.’

원중도가 부지중에 이런 생각을 할 정도였다.

눈을 깜박이던 원중도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눈을 비빈 이후에야 비로소 달이 제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이렇게 원중도가 진조범의 무공에 감탄하는 와중에 진조범의 시선은 지붕 아래의 지면으로 향하고 있었다.

진조범의 시선이 향한 방향은 숙녕객잔의 현관이었다.

그곳에는 묵상이 과음으로 인한 취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와 있었다. 그런 묵상의 시선 역시 지붕위의 진조범에게 향하고 있었다.

이내 진조범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 어째서?’

묵상이 대체 언제부터 그곳에서 진조범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일까?

물론 이것도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정작 진조범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지금 묵상의 반응이었다.

묵상은 마치 큰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다소 멍한 표정으로 진조범을 바라보고 있었다.

더구나 이내 부르르 몸을 떠는가 싶더니 그의 눈빛에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긴장감속에는 알 수 없는 적개심까지 내비치고 있었다.

어느덧 묵상의 눈에서 더 이상의 취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취기를 단번에 날려버릴 만큼 그 충격이 컸다는 뜻이었다.

진조범은 묵상의 이런 반응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설사 자신이 무공을 펼치는 것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묵상이 단지 그것만으로 긴장하거나 자신에게 적개심을 드러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진조범의 눈빛이 번뜩였다.

마치 이런 진조범의 눈빛에 반응하는 듯 묵상의 손이 어느새 자신의 도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묵상의 도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묵상의 움직임은 진조범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묵상의 도가 뽑히기가 무섭게 10개의 그림자가 동시에 그를 덮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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